작은 몬스터, 매지코 A1 리뷰 Part. 2 – 퍼포먼스&매칭


매지코 A1이 국내 수입된 이후 필자는 두 세 번에 걸쳐 이 스피커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단 공식 리뷰를 통해 접해본 매지코 A1의 소리였다. 당시 하이파이클럽에서 미리 세팅한 시스템이 첫 번째다. 대개 리뷰를 진행할 때 리뷰어가 선택할 수 있는 매칭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리뷰를 진행하는 곳에서 그 시간에 동원 가능한 앰프와 테스트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시간은 작년 9월, 쾌청한 가을 날씨였고 매지코 A1을 그 곳에서 처음 만났다. 매칭은 소스기기로 웨이버사(Waversa) W코어/Wdac3c 콤비 그리고 앰프로는 한창 전시되어 있었던 매킨토시(McIntosh) MA9000이었다. 그리고 그 세팅 그대로 리뷰를 작성했고 온라인에 릴리즈 되었다. 다음은 의외의 매칭이었다. 다름 아닌 레가(Rega) 오시리스(Osiris) 인티앰프. 대부분 레가는 턴테이블로 유명하지만 레가의 앰프 중 오시리스 인티앰프는 숨은 진주 같은 앰프다. 일반적으로 레가 자사의 스피커 또는 하베스(Harbeth), 스펜더(Spendor) 같은 영국 BBC 계열 스피커와 매칭해서 특유의 통 울림을 즐기는데 사용하곤 한다. 이것이 선입견의 폐해다.

레가 오시리스(Rega Osiris) 인티앰프

사실 레가 오시리스는 따로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지만 중역대을 중심으로 두터우면서도 포근한 입자가 매력적이다. 광대역에 엄청난 다이내믹레인지 등을 통해 폭포수 같은 타격감과 쾌감을 불러오는 앰프는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매칭해본 YG 어쿠스틱(YG Acoustics) 스피커와 좋은 상성을 보였으며 매지코 A1과 매칭에서도 평균을 웃도는 사운드를 선보이면 선전했다. 물론 소스기기로 dCS 바르톡(Bartok) 등 스피커 가격보다 높은 기기를 포진시켰던 영향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금속 바디 스피커의 조금은 차갑고 들 뜰 수 있는 중역대 질감을 보충해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매칭이었다.

 

청음 – 간단 스케치

처음 필자의 리스닝 룸에 들어온 매지코 A1은 박스를 오픈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스피커다. 따라서 이미 번인은 끝난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청음하면서 아직 미드/베이스 드라이버가 덜 풀린 것 같은 느낌을 여러 곡에서 받았다. 저역이 쉽게 제동되지 않았고 그래서 XLO 번인 음원과 시스템 테스트용 레퍼런스 트랙을 여러 번 돌려가면서 소리가 무르익길 기다렸다. 약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자 좀 더 탄력적인 저역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XLO 번인 음원과 시스템 테스트용 레퍼런스 트랙을 돌려가면서 소리가 무르익길 기다렸다.
약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자 좀 더 탄력적인 저역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스피커는 매지코에서 공개한 스펙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앰프의 볼륨을 많이 소비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Verity Fidelio Encore)는 물론이며 아이소배릭 방식 저역 시스템을 가진 토템(Totem) 마니2 시그니처(Mani 2 Signature) 같은 스피커보다 프리앰프 볼륨을 더 많이 올려야 했다. 다시 또 과거 ATC 구형 같은 밀폐형 스피커의 악몽을 겪어야하나 약간 걱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운용하는 플리니우스(Plinius) A 클래스 파워앰프는 전 대역에 걸쳐 무척 뛰어난 균형감각을 유지해주었다. 또한 볼륨을 많이 높였다고 해서 쥐어짜는 느낌은 없었고 저역도 다이내믹하게 작동했다.

“평탄한 대역 균형감 뒤에 숨죽인 듯 고요한 배경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스피커의 색상처럼 칠흑 같은 배경 정숙도다.”

처음 매지코 A1을 들어보면 전반적인 주파수 대역에 걸쳐 매우 평탄하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무리 각 대역이 뛰어나도 주파수 대역간 이물감이 있다면 음악 감상의 피로가 금방 커지는데 A1에서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침머만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보면 평탄한 대역 균형감 뒤에 숨죽인 듯 고요한 배경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스피커의 색상처럼 칠흑 같은 배경 정숙도다. 이런 현상은 스피커가 인클로저의 패널로 인한 진동이나 통 울림을 극도로 억제시켰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포트가 없는 밀폐형의 특성이 피아노 녹음 하나로도 보편적인 설계의 스피커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가끔 스피커에 따라 부밍을 일으키는 곡도 꽤 단정하게 재생해주었다.
저역 부스트나 부밍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필자는 새로운 스피커를 집에 들여놓으면 가장 먼저 파악해보는 특성이 있다. 다름 아닌 저역으로 인한 부밍 여부다. 물론 여러 음향 패널 등을 통해 기존에 다인(Dynaudio) 컨피던스 C4(Confidence C4) 같은 대형기도 부밍이 거의 없게 세팅한 공간이다. 매지코 A1은 경우는 더욱 스피커 자체의 저역 부스트나 부밍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생각보다 더 정숙하고 정밀한 저역 패턴을 보여주었다. 가끔 스피커에 따라 부밍을 일으키는 리차드 보나의 ‘Bisso baba’ 같은 곡도 꽤 단정하게 재생해주었다. 확실히 저역이 강력하게 단속되어 있으며 이는 밀폐형 타입임에도 알루미늄 캐비닛이 뛰어난 댐핑 성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앰프 매칭

매지코 A1은 최소 100W 이상의 출력을 가지는 앰프가 필요해 보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타 보편적인 스피커와 달리 평균적인 볼륨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물론 작은 출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전원부를 가지고 선형적인 출력을 내주는 패스 랩스(Pass Laboratories) 같은 앰프라면 크게 문제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실제 매칭해 보기 전엔 매칭에 대한 정량화는 확언할 수 없는 것이 이 분야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다른 앰프를 몇 차례 매칭해보면서 퍼포먼스를 가늠해보았다.

※ 테스트 시스템 환경
스피커: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매지코 A1, 토템 어쿠스틱 마니 2 시그니처
앰프: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플리니우스 SA102, SAL i5, 프리마루나 EVO400, 웨이버사 Wslim LITE
디지털 소스기기: 마이텍 맨하탄 II(Manhanttan II), 웨이버사 Wcore/Wdac3c
아날로그 소스기기: 트랜스로터 ZET3 MKII, 다이나벡터 DV20X2H, 서덜랜드 PHD
케이블: 킴버, 아날리시스 플러스, 와이어월드, 오야이데, 노도스트 등 다수

“미드/베이스를 쥐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뛰어난 소리다.
보컬은 매우 맑고 청아해 시원한 지하수 같은 목넘김을 느끼게 해준다.”

처음에는 제프 롤랜드, 플리니우스 조합으로 며칠을 듣다가 나중에는 프리앰프를 제거해봤다. 마이텍 맨하탄 II DAC는 XLR, RCA 등 3조의 아날로그 입력을 받는 제품으로 프리앰프로서도 꽤 쓸 만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앰프만 플리니우스에서 SAL i5로 바꾸었을 때 음질이 궁금하기도 했다. 맨하탄 II DAC와 플리니우스 파워 직결로 듣다가 시간 여유가 생겨 한번 비교나 해보자는 요량으로 i5를 매칭했는데 역시 볼륨은 많이 소요된다. 역시 매지코 A1은 좀 더 큰 출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중간 이하 대역에서 미드/베이스를 쥐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뛰어난 소리다. 다이애나 크롤이 다시 부른 조니 미첼의 ‘A Case of You’나 켈리 스윗의 ‘Nella Fantasia’ 등에서 들려오는 보컬은 매우 맑고 청아해 시원한 지하수 같은 목넘김을 느끼게 해준다.

“매지코 A1의 능률은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역 양감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등 왜소한 느낌은 크지 않다.”

테스트 중에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능률은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역 양감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등 왜소한 느낌은 크지 않다. 대개 밀폐형 스피커에 출력이 낮은 앰프를 매칭할 경우 저역 감쇄가 너무 빠르게 일어나 높은 저역 이하로 왜소하고 허약한 저역을 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할 경우엔 어떤 심지도 없이 완전히 와해되어 퍼져버리는 저역을 내준다. 나는 i5로 마이티 모 로저스의 ‘Took Away the Drum’ 같은 레코딩을 들어보면서 그냥 이대로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볼륨은 조금 더 올려주면 그만이다. 마이텍 볼륨 바이패스 상태에서 i5의 볼륨 20 정도면 4X4미터 정방형 방에서 충분했다.

“매우 정확하고 과장이 없는 저역 특성으로 일관했다.
보컬은 마치 컴퓨터로 그린 듯한 음상과 전/후 거리감을 표현해주는 모습이다.”

내친김에 가지고 있는 앰프 중 올 인원 앰프까지 관심이 생겼다. 웨이버사 Wslim LITE로 WAP/X는 물론 최근 다이내믹레인지 조정 기능까지 더해가며 운용하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실 노트북 만한 크기에 이름처럼 슬림한 사이즈지만 이 올인원 앰프의 성능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진화한 Wslim LITE의 최근 소리는 리뷰했던 당시 소리와 또 달라져 있었다. Wslim LITE는 볼륨을 더 많이 소요한다. 약 40레벨 정도에서 들을 만한 볼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드/베이스 제어는 꽤 훌륭하다. 플리니우스의 중량감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정교하고 납작하게 절제된 저역을 재생해주었다. 무엇보다 매우 정확하고 과장이 없는 저역 특성으로 일관했다. 한편 다이애나 크롤이나 켈리 스윗의 보컬은 마치 컴퓨터로 그린 듯한 음상과 전/후 거리감을 표현해주는 모습이다.

“첨예한 다이내믹스 그리고 전/후 음장감 등
모든 음악들이 3D 입체음향처럼 새롭게 직조되어 표현해주었다.”

더불어 아믈랭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같은 경우에서 표현해내는 첨예한 다이내믹스 그리고 전/후 음장감 등 모든 음악들이 3D 입체음향처럼 새롭게 직조되어 표현해주었다. Wslim LITE는 비교적 얇은 중, 고역을 가지고 있지만 하이엔드 앰프와 비교해도 광대역에 정밀한 속도감과 윤곽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매지코 A1의 저능률 특성에도 불구하고 i5와 함께 100W 이하 앰프로도 꽤 훌륭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분리형으로…

마이텍과 제프 롤랜드 그리고 플리니우스 파워앰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매지코 A1이라는 스피커를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보름 이상 이리저리 굴려본 결과 이 스피커는 능률이 낮지만 100W 아래 앰프 중에서도 잘만 고르면 좋을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스피커다. 과거 ATC, 아포지 등 극악무도한 임피던스 곡선을 그리던 스피커들과 태생부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출력이 낮은 앰프는 볼륨을 올려서 들으면 그만이다. 대개 저역 제어 능력이 부족한 앰프를 매칭해 볼륨을 높이면 중고역이 산만해지고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내주곤 한다. 이 때 저역은 볼륨을 높인다고 해도 충분한 음압을 만들어내지 못해 전체적으로 중, 고역과 균형감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지코 A1은 낮은 능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설계된 앰프라면 출력보단 앰프의 설계 측면의 충실도에 의해 성능이 좌우되는 스피커다.

 

건곤일척

매지코 A1은 소스기기와 앰프의 순도 및 다이내믹 표현력 등 여러 다채로운 부분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들려주는 스피커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배음 특성을 갖는 앰프와 좋은 매칭을 이룬다. A1 자체가 매우 절제된 저역과 징그러울 만큼 높은 해상력 및 스피드를 지녔기에 상호보완적 매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매지코 소리를 좋게 들었던 경우엔 여지없이 단다고스티노(Dan D’Agostino), 패스랩스,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CH 프리시전(CH Precision) 등 고전적 설계의 앰프들이 곁에 있었다.

물론 매지코 A1 같은 경우 그런 어마어마한 가격대의 하이엔드 앰프를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 그러나 확실히 앰프와 소스기기의 성능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고성능 하이엔드 북셀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매지코 A1을 들어 보기를 권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매불망 A1을 계속해서 필자의 리스닝 룸에서 운용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매지코 A1은 비교적 크지 않은 공간에서 플로어스탠딩 부럽지 않은 북셀프만의 매력으로 빛나는 작은 마법이다. 이 잠자는 사자를 깨워 건곤일척의 기회를 잡아보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