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에이프릴뮤직 STELLO AI300 INTE-AMP

돋보이는 개성과 수준 높은 완성도로 유혹

국산 오디오 업계의 자존심, 에이프릴뮤직의 새로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스텔로 AI300은 청취자의 취향이 잘 짜여진 스테이징, 음악의 내부세계를 해부하듯이 낱낱이 풀어보는 능력, 그리고 매끄러운 텍스처와 같은 것에 비중을 둔 경우, 가격대비 최상의 선택이 될 만한 성능을 지녔다.
문한주/오디오 평론가

열정과 용기를 가진 여러 국내 제작업체들은, 수입 오디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오디오 업계의 위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개는 자체 발생적인 한계에 의해서 특수 계층에 한정된 내수만을 담당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과 잠재 수요자들은 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오디오 기기를 만족스럽게 사용하면서, 외국에 제 값을 받고 수출할 수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씩이나마 갖고 있다.
이런 국내 오디오 업계의 염원과 숙원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주체는 없는 것일까? 불굴의 도전 정신을 갖고 세계 오디오 시장에 진출하고자 계속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에이프릴뮤직은 그간의 출시 제품으로 미루어보건대, 그렇게 머지 않은 장래에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 국산 오디오 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주체로 손꼽아도 부족함이 없는 듯싶다.
에이프릴뮤직은 현재 시험 제품 단계의 하이엔드 엑시무스 시리즈와 양산단계의 보급형 제품 스텔로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스텔로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국내에서 제작된 일체형 CD 플레이어 중 최상의 성능과 음질을 선보인 스텔로 CDA200SE로 일찌감치 굳건히 다져진 상태이다.

낮은 볼륨에서도 매력적인 사운드 일품
스텔로 AI30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성공작 CDA200SE 뒤를 이어 출시된 에이프릴뮤직 최초의 상용 앰프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오디오 기기를 처음 장만할 때 접하게 되는 존재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제품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음질이라는 기본 사항 외에도 외관이나 조작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리모컨 조작 같은 편의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 밖에도, 필수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프리앰프나 파워 앰프처럼 변형해 사용할 수 있도록 여분의 단자를 지원해준다거나, 한 단계 더 나아가 홈 시어터 제품들과 혼용해 사용할 수 있는 바이패스 기능을 내장한 제품들도 나와 있다.
스텔로 AI300은 스텔로 CDA200SE와 함께 운용하도록 같은 느낌을 주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양으로, 전면 패널은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되어 있고, 전체의 무게 중심이 좌·우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잘 잡혀져 있다.
디스플레이는 도트매트릭스 방식의 밝은 하늘색 글자로 표시되고 있으며, 리모컨을 통해서 디스플레이의 화면 밝기를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지만 완전히 끄지는 못하게 되어 있다. 리모컨은 알루미늄을 절삭해서 만들었다. 헤어라인 마감처리가 되어 있는 리모컨은 생각보다 가벼운 편이다.
버튼은 플라스틱 사출물이 사용되었으며, 경쾌하게 눌려서 조작감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버튼의 배열은 CD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부분과 앰프를 조작하는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리모컨의 작동 범위가 매우 넓어서 천장을 향해 버튼을 누르더라도 기기 제어가 가능할 정도.
볼륨은 0.5단계로 60까지 숫자로 표기되는 총 120스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최대값인 60에서도 일체의 열잡음(화이트노이즈)이 없도록 잘 만들어졌다. 음악을 들어보면, 조용한 배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볼륨의 양에 따라 소리가 불연속적으로 변하지 않는 점에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최고급의 기기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밤늦은 시간, 음악을 작게 틀어도 좋은 밸런스를 가진 소리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 바라는 음악 애호가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사실상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을 갖춘 기기는 300∼400만원 이상의 제품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2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인 스텔로 AI300에서도 그 같은 기능을 완전히 구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각종 편의 기능 탑재로 활용도 높아
또한 이 제품의 프리단에는 리뷰어가 탐낼 만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데, 바로 각 입력단별로 볼륨이 기억된다는 점이다. 비교할 CD 플레이어를 각각 볼륨으로 정확히 레벨매칭시킨 후 리모컨으로 입력단만 바꿔서 들어보면 된다. 이런 기능은 마크 레빈슨 No.383L 인티앰프에 채용되기도 한 것으로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라면 필수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제품을 비교할 때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AV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사용자들도 좋아할 만한 기능으로 바이패스 입력단자도 갖추고 있다. 이 바이패스 입력단자의 장점은 리모컨 조작만으로도 간단히 파워 앰프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패스 기능이 없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경우, 별도의 파워 앰프 입력단자를 갖고 있더라도 파워 앰프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빼고 끼우는 번잡스런 수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프리아웃 단자가 있어서 서브우퍼를 연결할 수도 있다.
스피커 단자는 투명 플라스틱 캡으로 보호되어 있는데, (+)와 (-)선을 꽂을 수 있는 방향이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도록 되어 있어서 부드러운 케이블이 아니면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가 굵은 편이어서 굵은 나선을 사용하는 경우는 좋지만 끝이 말굽단자로 처리된 스피커 케이블은 구경이 맞지 않는다. 필자는 예전에 사용하던 샤크 바나나 단자를 사용해서 연결했다.
청취에 사용한 시스템은 아캄 FMJ CD23T를 트랜스포트로 하고 코드 DAC64를 D/A 컨버터로 사용했다. 앰프는 뮤지컬 피델리티 A3 CR 분리형을 사용했으며, 스피커는 북셀프형으로 B&W 노틸러스 805와 오디오벡터의 M1 아방가르드, 플로어형으로 소니 SS-X90ED 3웨이 스피커를 사용했다. 그 밖에 신호경로에는 리버맨 오디오의 고딕 케이블을 사용했다.
청취는 이틀 내내 틀어서 기초적인 번인만 살짝 수행한 정도에서 실시했다. 발열이 상당하므로 앰프 위에 다른 제품을 올려놓지 않는 게 좋겠다. 소리의 느낌은 외관에서 주는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데 예리하게 잘 드는 칼을 매만질 때처럼 긴장감과 표현하기 힘든 짜릿함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스를 넣고 음악을 재생하면 칼날 끝에서 돌고 있는 팽이가 자꾸만 연상된다.
음질의 완성도는 전작인 스텔로 CDA200SE에서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음질은 스텔로 CDA200SE가 갖고 있는 테두리를 크게 뛰어 넘는다거나,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에이프릴뮤직에서 추구하는 사운드 폴리시가 그대로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넓은 소리 폭과 세밀한 묘사력 장점
뮤지컬 피델리티 A3 프리앰프를 걸어서 AI300의 파워단의 소리를 들어보면 에이프릴뮤직의 프리단의 볼륨이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가졌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소리가 약간 느려지고 누그러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 대신 공간의 크기는 좀더 넓게 들리며, 저음도 더 많이 나오는 편이다. 살집이 좀더 풍성해 진다.
이제는 AI300의 프리단만을 사용해 뮤지컬 피델리티 A3 파워 앰프에 연결해보면 소리에 여운이 잘 느껴지며, 들뜬 듯한 소리에서 음영이 제대로 드리워진 소리로 되돌아온다. AI300의 파워단이 좀더 슬램한 저역을 잘 재생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300의 프리단과 파워단은 서로의 성능이나 특성이 들쭉날쭉하지 않으며, 각각의 완성도는 높게 튜닝되어서 둘이 합쳐졌을 때 서로의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시간과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맞춰진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상당히 정밀하게 재생되며, 큰 소리로 틀어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 고역은 깨끗하고, 들려주지 못하는 부분이 없다. 고역이 딱딱하다거나 음장이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악기의 재생에서 고역 재생시 주의를 끄는 편이다. 남성 성악가의 소리는 실제 나이에 비해서 젊어지고 팽팽한 소리로 탈바꿈된다.
음색에 비중을 두고 튜닝된 기기라기보다는 넓은 소리의 폭이나 디테일 쪽에 비중을 둔 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필자의 경우에는 소리를 계속 키우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작은 소리에서 좀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제품은 노출과잉인 사진을 보듯이 하얗게 들뜬 듯한 음색이 엿보여 음색을 중요시하는 청취자의 취향에는 피곤하게 들릴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이지만, 청취자의 취향이 잘 짜여진 스테이징, 음악의 내부세계를 해부하듯이 낱낱이 풀어보는 능력, 그리고 매끄러운 텍스처와 같은 것에 비중이 높다면 가격대비 최상의 선택이 될 것 같다.
만족스럽게 사용하려면 매칭 기기와 환경에 따라서 성패가 갈릴 듯한데, 흡음이 많이 된 넓은 공간에서 두터운 소리를 내주는 플로어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이 제품의 장점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최악의 경우 앰프를 위해서 나머지 기기를 모두 내보내고 새로 들여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점에서 스텔로 AI300은 초보자에게 부담 없이 권할 만한 모델이라기보다는, 오디오 이력이 있는 애호가들이 구사해 볼 만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에이프릴뮤직 STELLO AI300 INTE-AMP
· 입력감도  0.56V(150W/8Ω)
· S/N비  -100dB(10∼20kHz)
· THD   0.005%(30W, 8Ω)
· 크기(WHD)   43.5×9.4×34.45cm  
· 무게   12.5Kg  
· 소비자 가격  230만원
· 수입원  에이프릴뮤직


월간오디오 2002년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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