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R11 – 뉴 R시리즈, 진화의 칼날 위에 서다

 
브리티시 사운드의 총아
브리티시 사운드를 이야기할 때 커다란 한 축 BBC 모니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현대 브리티시 사운드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는 BBC를 축으로 양분된다. 하나는 전통적인 BBC 모니터의 전통을 철저히 계승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베스나 스펜더 등이 이를 대변하다. 또 하나는 과거 그들의 출신을 이젠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진화한 메이커다. 예를 들어 린이나 케프 같은 경우다. 린은 아이소베릭 설계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액티브 설계와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린의 독자적인 체인을 만들었다. 한편 레이몬드 쿡의 케프는 BBC 모니터 스피커의 유닛을 생산해 제공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춰있지 않았다. 보수적 BBC 팬덤으로부터 벗어나 혁신을 이루었고 그 혁신의 중심부엔 역시 독보적 드라이브 유닛 Uni-Q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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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케프의 새로운 시대 개막을 알렸던 로이 러브그로브의 2억 원대 뮤온 프로젝트로부터였다. 이후 블레이드의 칼날이 벼려졌고 그 빛나는 칼날은 전 세계 오디오파일에게 가장 낮은 장벽의 모니터 북셀프 LS50을 선사했다. 단지 그들의 플래그십으로 끝났다면 수혈되지 못한 신기술들은 그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향유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케프는 끊임없이 약간씩 그 장벽을 낮추어나갔다. 레퍼런스 라인업들이 그 DNA를 수혈받았고 이어 R 시리즈가 수혜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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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R 시리즈는 기존에도 있었다. 케프가 LS50을 출시하기 전 약 2011년 당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LS50이 출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케프의 역사는 뮤온, 블레이드와 LS50을 중심으로 그 전/후 사운드를 구분해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그 중심엔 무엇보다 Uni-Q 드라이버가 있다. 결정적으로 R 시리즈를 리뉴얼하게 된 계기는 바로 Uni-Q의 12세대 버전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이는 브리티시 총아 케프의 새로운 도전을 함축하고 있다.

 
뉴 R 시리즈의 플래그십 R11
12세대 Uni-Q 동축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한 케프 R 시리즈 중 프론트 스피커는 총 네 종류다. R3는 유일한 북셀프 스피커 3웨이 디자인이 후방 포트를 가지고 있고 6인치 유닛을 탑재했다. 이어 R5부터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슬림 타워형 스피커 타입이며 6인치 베이스 드라이버에 5.25인치 두 발을 사용, 다폴리토 어레이로 유닛을 배치했다. 이어 R7은 두 개의 6인치 드라이버를 탑재하며 점점 그 높이와 유닛 개수를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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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1은 12세대 Uni-Q를 탑재한 새로운 R 시리즈 중 최상위 기종이다. 총 네 개의 6.5인치 우퍼 그리고 그 중앙엔 어김없이 동축 유닛을 탑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기존에 출시된 블레이드나 LS50의 변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케프에서는 12세대 Uni-Q를 포함해 이전의 R 시리즈에 비해 신형 R 시리즈는 무려 천 가지 이상의 개선사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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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 R11 Uni-Q 분해도

우선 케프는 12세대 Uni-Q는 기존 버전과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케프는 기존 버전을 개선하는데 있어, 상당히 세밀한 작업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Uni-Q 드라이브 유닛은 미드레인지 중앙에 트위터를 배치해 포인트 소스, 즉 점음원을 형성시킨 동축 유닛이다. 여기서 미드레인지의 빠른 운동으로 인해 생기는 아주 작은 공기층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기서 생성되는 공진을 줄이기 위해 트위터 후방에 새로운 흡수 소재를 투입했다. 아주 조그만 공진도 완벽히 제거해 음색의 착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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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Uni-Q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브 부문에서 왜곡을 더 줄이기 위해 새로운 모터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한편 이를 통해 더 미드레인지 진동판은 더 높은 진폭 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불어 웨이브 가이드 부분의 효과를 더욱 확장하면서 엣지 부분에서 일어나는 회절 현상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결국 이것은 기존 레퍼런스 스피커에서 적용되었던 기술 ‘Shadow Flare’테크놀로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로 스피커 유닛 가장자리 부분과 전면 배플이 만나는 부근에 대한 처리 방식으로 이 부분은 회절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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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 R11 유닛 분해도

저역을 담당하는 네 개의 우퍼는 모두 동일한 유닛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약간 오목한 진동판을 가지고 있으며 더스트캡이 따로 없다. 이 유닛은 두 개의 부분이 독창적인 지오메트리로 결해 탄생한 것이다. 유닛 분해도를 보면 페이퍼 콘과 알루미늄 소재를 결합해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케프는 이런 설계를 통해 더 높은 강도와 더 낮은 질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음향적으로 가장 뛰어나가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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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 R11 플랙시블 포트 테크놀러지

총 다섯 개의 다발 유닛을 탑재하고 있지만, 베이스 드라이버의 경우 캐비닛 용적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8인치나 10인치 등 대형 유닛 한두 발이 아닌 6.5인치 네 발을 사용하고 전면 배플을 좁게 만들어 풍부하고 묵직한 저역보다는 해상력이 뛰어나고 정교한 저역을 얻어내기 위한 설계다. 또한 캐비닛 내부 설계도 목재를 사용하되 최대한 공진을 줄이기 위해 각 유닛의 후방 공간을 매우 여러 개의 브레이싱 레이어로 설계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포트 같은 경우는 LS50 등에서 이미 경험했던 디자인이다. 손을 넣어보면 아주 유연한 고무 재질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중역대 투명도를 훼손시킬 수 있는 공진을 자연스럽게 감쇄시켜주기 위한 케프만의 방식이다. 이는 단지 청음을 통한 설계가 아닌 유체 역학을 사용해 철저히 계산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리스닝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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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최근 몇 년간 케프의 변신은 무서울 정도로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하이파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과거 LS3/5A를 위시로 그 옛날의 레퍼런스 107, 그나마 가까운 시절의 레퍼런스 207 같은 스피커가 회자된다. 하지만 케프 그들의 자화상은 뮤온, 블레이드 그리고 LS50부터 완벽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로부터 길어 올린 수확은 전방위로 침투하며 그들의 DNA조차 바꾸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포르쉐 디자인의 ‘스페이스 원’ 무선 헤드폰이나 ‘그래비티 원’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그들의 영역을 급속히 확장시켜 나아가고 있다. R11에서도 케프가 바라보는 하이파이 스피커의 미래를 직감할 수 있었다. 최대한 심플하고 간단히, 현대 가옥의 인테리어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미니멀 디자인은 무척 세련되었다. R11은 드디어 진화의 칼날 위에 선 R 시리즈의 최고봉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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