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D]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장엄하고 화려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아바도와 베를린 필 폭 넓은 레퍼토리
1990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의 예술 감독이 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2014). 아바도는 2014년 1월 20일 80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2002년까지 12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베를린 필을 카라얀 시대에는 없던 투명감이 있는 사운드로 바로크에서 동시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능적인 앙상블로 화려하게 탈바꿈 시켰습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2014)

독일 그라모폰과 소니 클래식에 남겨진 수많은 레코딩은 모두 20세기 말의 오케스트라 예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1995년과 1997년 질베스터 콘서트 라이브, 브람스 교향곡 전집 등을 발매 해 왔지만, 이번에는 아바도가 베를린 필 예술 감독 취임 전인 1987년 녹음 한 야나체크, 취임 후 1995년에 녹음 한 힌데미트 2곡으로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오케스트라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명연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SACD로 발매하였습니다.

 

금관의 다양한 울림, 야나체크 ‘심포니에타’
체코의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Leos Janacek) 만년작으로 대표작이기도 한 ‘심포니에타’는, 아바도가 일찍부터 자랑하고 있던 레퍼토리로, 캐리어 극초기인 1968년에 런던 교향악단과 데카(Decca)에 녹음하였습니다. 첫머리의 금관악기와 팀파니에 의한 인상적인 팡파레는 전곡을 통일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곡자가 야외 콘서트에서 들었던 취주악에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여기서의 정확한 억양과 완벽한 균형은 베를린 필의 금관 섹션만의 특징입니다. ‘심포니에타=작은 교향곡’이라는 제목과 달리 통상적인 교향곡 형식과 동떨어진 지극히 독창적인, 기복 넘치는 구성은 야나체크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지만, 아바도는 세련된 필치로 그 매력을 그려냅니다. 카라얀 시대의 마지막 녹음이지만, 완벽하게 통제된 슬림한 사운드는 아바드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르트뱅글러와 카라얀을 매료시킨 힌데미트 최고의 걸작 ‘화가 마티스’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힌데미트의 대표작 ‘화가 마티즈’와 ‘웨버의 주제에 의한 교향적 변용’은 원래 1995년 힌드밋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녹음하고 발매된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힌데미트는 지휘자 및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로서 오케스트라 주법의 앞뒤를 잘 아는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에는 다양한 창의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 1895~1963)

특히 교향곡 ‘화가 마티즈’는 16세기 독일의 화가 마티아스 그류네발트를 주인공으로 한 동명의 오페라와 병행해 쓰여진 것으로 1934년 푸르트벵글러와 베를린 필에 의해 초연된 바 있어 베를린 필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라얀도 베를린 필 취임 직후인 1957년 녹음을 남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바도의 녹음은 베를린 필 수석 지휘자로서 3대 연속 녹음이 되어, 힌데미트와 오케스트라의 인연의 깊이를 새기고 있습니다. 호른 4대, 트롬본 3대를 사용하는 것 외에 통상의 2관 편성으로 쓰여져 있지만, 거기에서 힌데미트가 끌어내는 울림은 다채롭고 다양한 그것을 베를린 필의 중후한 울림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바도 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물 같은 교향적 변용
2차 세계 대전 중 망명지 미국에서 쓴 ‘베버의 주제에 따른 교향적 변용’은 베버의 피아노 듀엣과 극부수 음악 ‘투란도트’ 서곡에서 따온 주제를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여 전개시켜 나가는 재치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베버 작품 중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선택하여 그것들을 색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곡으로 만들어 내는 수완은 숙달의 극치이며, 다채로운 울림의 보물 같은 부분입니다. 특히 2악장에서 ‘투란토드’에서 가져온 중국스타일의 이국적인 주제가, 재즈같은 리듬감을 포함한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솔로나 파트에 계승되어가는 부분은 베를린 필 앙상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최고의 음질로 제작된 하이브리드 SACD
이 디스크에서 흥미로운 것은 베를린 2개의 녹음 장소의 울림을 듣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나체크는 1950년대 초반부터 1972년까지 베를린 필의 녹음이 거의 독점적으로 이루어졌던 베를린 교외의 달렘 지역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수록되었으며, 그 아름다운 울림 속에서 카라얀 시절보다 잔향감이 적고 각 성부가 보다 명확하게 포착되었습니다.

한편 힌데미트는 본거지 필하모닉의 광대한 공간 속에서 가까운 마이크 세팅으로 두터운 현악 섹션의 육중한 피라미드형 사운드의 토대 위에서 목관과 금관이 선명한 존재감을 갖도록 믹싱되어 있습니다. 카라얀 시대의 어두운 사운드 대신 편안하고 명량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바도 시대에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자체가 우수한 디지털 녹음이며, 출시 이후 특별히 리마스터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의 DSD 리마스터링하였습니다. 이번에 발매한 하이브이드 SACD는 지금까지 처럼 사용하는 마스터 테이프의 선정부터 최종 DSD 마스터링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타협 없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특히 DSD 마스터링에 있어서 D/A 컨버터와 루비듐 클럭 제너레이터를 통해 튜닝된 에소테릭의 최고급 기기들을 투입했으며, 멕셀(Mexcel) 케이블을 사용하여 마스터가 갖고 있는 정보를 남김 없이 디스크화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