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D 파일 포맷의 종류를 알아봅시다.

SACD에서 DSD 파일로 이어지는 진화
DSD 포맷을 살펴보기 전에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SACD(Super Audio CD)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SACD는 1999년 5월 21일 탄생했습니다. SACD는 최대 100kHz의 광대역 재생, 가청 대역 안에서 120dB 이상의 다이내믹 레인지 등 막강한 사양으로 CD를 뛰어넘는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로 태어났습니다.
SACD는 모두 3종류의 디스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SACD 재생 레어어만 제공하는 싱글 레이어 디스크가 있으며, SACD 레이어를 2개 층으로 구성한 듀얼 레이어 디스크, SACD 레이어와 CD 레이어를 모두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디스크가 그것입니다. 하이브리드 SACD는 필립스(Philips)가 주도적으로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SACD의 최대 수록 시간은 CD(80분)보다 많은 109분(스테레오)을 제공합니다.
SACD의 디스크 구성
DSD 공통 포맷 DFF의 탄생
SACD는 DSD 포맷으로 기록됩니다. 현재 DSD는 디지털 파일 형식으로도 제공되고 있는데, 프로페셔널용의 DFF와 컨슈머용의 DSF가 가장 보편적인 포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1비트 오디오 컨소시엄(와세다 대학, 샤프(Sharp), 파이오니아(Pioneer)의 공동 그룹)이 제정한 WSD(Wideband Single-bit Data)라는 포맷이 있습니다. DSD의 공용 포맷이라고 할 수 있는 DFF 형식은 2000년 2월에 탄생하였습니다.
초기의 DSD 레코딩에는 소니(Sony)가 제작한 블랙박스(Black Box), 실버박스(Silver Box)라는 커스텀 기기를 사용하였습니다. 1997년에는 영국의 소니 옥스퍼드가 프로토타입 DSD 대응 프로용 ADC와 DAC를 개발하였습니다. 같은 시기 레코드 회사인 데카(DECCA)는 광자기디스크(MO)로 디지털 녹음을 하고 있던 제넥스(Genex)사에서 DSD 지원 레코더인 GX8500과 DSD 대응 ADC, DAC를 개발하였습니다.
제넥스의 DSD 지원 레코더 GX8500
소니는 PC 기반의 소노마(Sonoma)라는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였습니다. 이렇듯 SACD 초기에는 여러 종류의 레코딩 기기가 혼재되어 있어 각각 독자포맷을 사용하여 호환성이 없었습니다. DSD 보급에 있어 프로 오디오용 공용 파일포맷의 제정이 요구되었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DFF 파일포맷입니다. DFF의 정식명칭은 ‘DSDIFF(DSD Interchange File Format)’입니다.
소노마 DAW 시스템
PCM으로 제작된 DSD 포맷 DXD
소니가 개발한 소노마는 윈도우 PC 기반의 DAW로 2.8MHz의 DSD 제작에 특화되었습니다. 1장의 전용카드에 8채널 DSD 녹음 및 재생이 가능하였으며, ST 단자 광 입출력을 DSD 신호의 인터페이스로 사용하여 EMM랩(EmmLabs)과 마이텍(Mytek)의 디지털 프로용 8채널 ADC/DAC와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PC 기반이라 전용카드를 증설할 수 있어 최대 32채널까지 확장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소노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소니의 소노마와 함께 스위스 머징 테크놀로지(Merging Technologies)에서 개발한 파라믹스(Pyramix)는 현재 가장 유명한 DSD 대응 DAW입니다. 머징 테크놀로지는 크로스 세리(Claude Cellier)가 설립하였습니다. 그는 나그라(Nagra) T-오디오(T-Audio)의 타임코드를 개발했으며 1990년 독립하여 머징 테크놀로지를 세웠습니다. 파라믹스 버추얼 스튜디오라는 독자 개발의 DAW를 통해 DSD를 지원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순수 DSD가 아닌 24bit/352.8kHz의 PCM, 즉 DXD(Digital eXtreme Definition)로 녹음 및 편집하여 최종적으로 DSD로 변환하였습니다.
파라믹스의 DSD 편집 프로그램
현재는 파라믹스를 통해 DSD 모드의 녹음이 가능하여, 편집은 여전히 DXD로 하고 있습니다. DXD는 필립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포맷으로, DSD 레코더 프로토타입 개발을 끝낸 필립스는 머징 테크놀로지라는 파트너에게 독자적으로 축적한 DSD 노하우를 파라믹스를 통해 이전하였습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DSD 포맷 DSF
DSD의 또 다른 포맷인 DSF는 2005년 소니의 바이오(VAIO)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바이오의 일부 기종에 탑재된 ‘소닉 스테이지 마스터링 스튜디오(Sonic Stage Mastering Studio)’라는 DAW 소프트웨어는 SACD 재생은 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 파일로 DSD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DVD-R 디스크에 DSD 파일을 수록하는 ‘DSD 디스크’ 역시 바이오가 개발하였습니다.
소니의 소닉 스테이지 마스터링 스튜디오
프로용 DSD 포맷인 DFF에 비해 DSF 포맷은 오디오파일에게 있어 많은 장점을 제공합니다. DSF는 FLAC 파일과 같이 태그 정보를 다룰 수 있으며, 이미지 데이터를 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오디오 사용자라면 DSF 포맷이 더욱 유용합니다. DFF는 프로용 포맷이라는 점에서 순수하다는 매력이 있지만, 재생 측면에서 보면 태그 정보나 커버 이미지 등이 없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SF 포맷은 소니 옥스포드에서 개발하였으며, 영국의 유명 믹싱 콘솔 제조사 출신이 일반적인 사용자가 PC에서 DSD 신호를 다루기 쉽도록 DSF 포맷을 고안하였습니다.
DSD의 무손실 압축 DST
DST(Direct Stream Transfer)는 DFF의 무손실 압축파일로 파일의 확장자는 .dff로 동일합니다. 압축음원이기에 DSF보다 용량이 작은 것이 장점입니다. DSD에 압축기술을 사용한 이유는 SACD라는 물리매체의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입니다. SACD는 2채널과 5.1채널 음원을 동시에 최대 80분을 담을 수 있는데,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13.5GB의 용량이 요구됩니다.
SACD는 물리적으로 DVD와 99% 동일하며, 듀얼 레이어 SACD의 경우 DVD-9 포맷을 사용하는데, 이때 DVD-9의 용량은 8.5GB로 13.5GB를 저장할 수 없게 됩니다. SACD는 각 레이어를 스테레오 레이어와 멀티채널 레이어로 나눌 수 있으며, 사용자가 플레이어에서 이를 선택하여 재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스테레오 채널에 80분(최대 109분)의 DSD 음원을 디스크에 기록하면 DVD 싱글레이어 4.7GB에 수록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멀티채널 레이어에 80분을 수록하려면 10GB 이상의 용량이 필요하여 4.7GB 디스크 레이어에 수록이 불가능합니다.
DVD 용량
초기 듀얼 레이어 SACD에 2채널과 5.1채널을 동시에 수록할 경우, 2채널 레이어는 압축되지 않은 DFF로, 5.1채널은 DST로 수록하여 8.5GB 용량에 맞춰 수록하였습니다. 2채널 레이어에 DST 압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DST 포맷의 경우 뒤늦게 추가된 사양이라 초기 스테레오 전용 SACD 플레이어에서 DST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결국 2채널 레이어도 DST로 압축하여 SACD에 수록되었습니다.
SACD, DSD 포맷의 비교
DST의 압축기술은 APF(Adaptive Prediction Filter)를 사용하는 산술 부호화(Arithmetic Coding) 기술로, 확률적으로 다음에 나타날 값을 예측하여 바이너리 코드를 재할당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저장에 필요한 용량을 40~50% 줄여줍니다.
오디오파일에 가까워진 DSD
신디사이저 등 전자기기에서 유명한 제조사인 코르그(KORG)와 타스캄(TASCOM)은 DSD 녹음이 가능한 디지털 레코드를 개발하였습니다. 코르그는 MR1000이라는 제품에서 SACD에 사용하는 2.8MHz의 2배인 5.6MHz 샘플링(DSD128) 녹음을 지원하였습니다. 코르그와 타스캄의 참여로 일반인들도 DSD 녹음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PC에서 DSD 재생은 용이하지 않아 코르그가 자사 제품에 제공한 오디오 게이트(Audiogate)라는 소프트웨어를 2010년 프리웨어로 공개한 것을 계기로 오디오파일 사이에서도 DSD 재생이 널리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코르그의 DSD 디지털 레코더 MR1000
코르그가 무료로 공개한 DSD 소프트웨어 오디오게이트
한편, 독일의 스타인버그(Steinberg)는 DSD 전송을 지원하는 오디오 드라이버 ‘ASIO 2.1’을 개발한 것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많은 USB 지원 DAC에서 DSD 재생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DSD 음원은 2010년에 오토토이(Ototoy)를 시작으로 e-온쿄뮤직(e-OnkyoMusic)이 다운로드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초고해상도 DSD
현재 DSD 최고의 사양은 DSD 22.5MHz(DSD512)로 SACD에 사용한 DSD 2.8MHz에 비해 8배의 용량을 제공합니다. 최고사양의 DSD는 디지털이라는 범위를 뛰어넘어 스튜디오 수준의 음질을 그대로 전달하는 고해상도를 지원합니다. 지금까지 PCM과 DSD의 차이점으로 지적되던 공기감 등의 요소를 더욱 줄였다는 점도 DSD 11.2MHz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DSD 11.2MHz 이상에서는 노이즈 세이핑의 취급에 자유도가 더해져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장하거나 따듯한 음색을 추구하는 등 스펙으로 한계를 정하는 PCM에 비해 제작자의 의도를 더욱 확실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DSD는 22.5MHz(DSD512)까지 발전하였습니다.
탄생 20주년을 넘은 SACD는 지금도 하드웨어와 컨텐츠라는 두 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음원으로서 DSD는 고해상도 음원(High Resolution Audio)으로 다운로드를 비롯하여 스트리밍까지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이들의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 지 지켜보는 것도 오디오파일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