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오디오는 잘 있나요? [나를 위해 애쓰는 오디오를 신경써주자.]

여러분들의 오디오는 잘 있나요?

저번 달 구정 연휴 덕분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풍요였는데,
정말 간만에 오디오랑 재미나게 놀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구정 이전 그러니까 작년 말부터 오디오에 대한 마음이 시들 시들 이었는데,
다 내보낼까 하는 생각도 하고 했습니다.


어차피 오디오가 좋아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듣기 위해서 오디오가
필요한 거라 작은방에 있는 서브 시스템 만으로도 음악을 듣는 데에는
크게 불만이 없다는 게 현실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큰방에 있는 메인은 처분해도 될 듯 해서 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연휴 때 볼륨을 올리고는 간만에 진득하게 음악을 들었어요.
한번 더 얘기하는데, 음악에 푹 빠져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오디오를 어느 정도 하신 분이라면 이 말을 십분 이해하실 텐데,
음악을 들으려고 장만한 오디오인데,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자신을 보니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소리만을 찾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사실 요즘 너무 우울함의 연속인 세상과 삶인데, 정말 메인 없이 어떻게
살 생각을 했나 했습니다.


오디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싹 목욕도 시켜주고 자리도
다시 잡아주고 케이블 위치도 다시 잡고 정리도 해주고 하면서 연휴를 보냈습니다.


스피커 위치도 다시 잡아주고 테스트 CD 돌리면서 미세조정 해주다 보니까
전보다 한층 소리에 탄력도 붙고 군더더기들이 떨어진 것 마냥 쌩쌩해져서
마냥 미안한 마음만 더 커지고 했어요.



이렇게 귀한 녀석을 어찌 그 동안 대충 대충 대했는지…
어떻게 책상 시스템 하나 믿고 메인을 홀대했는지…


음악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이 이미 아주 예전에 깨져버렸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죠.
좋은 소리, 나를 자극시키는 소리, 나를 설레게 하는 소리들이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걸 잊고 있었죠.


우울하고 속상할 때는 바소를 즐겨 듣는데, 그날따라 어찌나 심금을 울리던지
기분 좋은 하루 였습니다.



오디오는 음악에 푸욱 빠져서 허우적 거리게 만들어야 정말 좋은 오디오란
생각을 합니다. 사실 가격은 중요치 않아요.
얼마나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느냐가 관권이죠.


문제는 오디오란 취미에 빠지다 보니 소리 찾아 삼만리를 한다는 게 고난의 시작이죠.



음악을 듣기 위해서 오디오를 샀는데, 막상 처음엔 좋다고 열심히 음악만을 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음악이 아닌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소리에 관심하니
스피커란 녀석은 브랜드 별로 죄다 다른 느낌이고 기기들 역시 그렇고
이것도 듣고 싶고 저것도 듣고 싶고, 얘는 얘대로 수궁이 가는 소리고,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좋은 소리고, 말 그대로 환장하는 시기가 오게 되는데,
사실 이때가 가장 재미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평생 계속 된다는 게 사람 돌게 하는 거죠. 낄



그렇게 이 스피커 저 스피커를 섭렵하고 이기기 저 기기들을 섭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 라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합니다.
저도 아직 이 정도의 내공은 털끝 벼룩 수준이라…



어느 정도 오디오를 많이 접하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을 음악답게 찐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가 가장 좋은 오디오다 라는 생각들.
물질적인 수치에 의한 비례가 아닌 순수한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오디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다 채워 넣으려면 소리라는 부분이 정말 중요해요.
그 소리라는 것이 뒷받침을 해줘야지만 감동스러운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오디오는 성능도 중요하겠지만 꾸준한 관리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인데,
꾸준하게 나의 오디오를 신경 써주고 애정을 쏟아주면 사람도 아닌 것이 그만큼
크게 보답을 해주는 게 오디오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리라는 기준과 감별력을 키우는 방법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결국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오디오를 제대로 활용할 수 밖에 없겠죠.



오디오를 단지 전자제품처럼 취급한다면 딱 그만큼만 소리를 내어 줍니다.
무엇보다도 상당히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동반해야 하는 게 오디오인데,


이렇게 해볼까? 아니면 저렇게 해볼까? 이것 저것 해보고 다시 소리를 들어보고
또 이런 저런걸 해보고 다시 소리를 들어보고, 그런 일들의 반복이 있어야 지만
비로소 제대로 된 소리들이 터지기 시작하고, 사용자 역시 오디오와 함께
성장을 하게 되는 거죠.



제가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아무 행위도 하지 않은 체 좋은 소리를
찾는 사람들인데, 단지 스피커를 보기 좋게 세워 놓고 케이블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게 싫다고 보기 좋게 싸그리 묶어놓고 바닥에 밀어 넣고 한 장본인들은
소리를, 그리고 오디오를 탓할 자격이 1g 도 없는 사람들 입니다.


오디오는 주인의 손길을 애타하는 녀석들 입니다.



여러분들의 오디오는 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