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군 AV하다. [번외 1편]

원래 저는 AV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그런데도 영화는 또 무지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사실 음향적인 부분은 그다지 신경 안 쓴듯해요.
그냥 커다란 화면에 박진감 넘치는 눈요기에만 ‘헤에’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하이파이 자체를 어릴 적부터 쭈욱 해와서 인지 음악이 재생되는
부분엔 상당히 민감하고 까칠하지만 AV쪽은 영상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커서
그다지 음향 쪽엔 관심이 안생긴다는게 맞는걸 거에요.
어차피 멀티 채널에서 술술 소리가 나오면 현장감 이라던지 입체감은
반은 먹고 들어가는 분위기라 뒷배경이 어쩌니 입 모양이 어쩌니 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수다라는 생각이 큰 편입니다.
허나 AV 설치를 해보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해당 자료들을 보며 공부를
하다 보니까 AV는 과학 이더군요.
AV나름의 피 말리는 고민과 고뇌가 상당한데, 역시나 오디오는 하이파이든
AV든 까탈 스러운건 똑같지 싶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발단의 시초는 콘솔 게임기 였습니다.
어쩌다 하나 얻게 됐는데, 이것 때문에 풀HD 모니터까지 구입해 버리는
엄청난 짓을 하게 됐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AV의 꿈까지 모락모락 꿈틀하는
바람에 냅다 뒷일 생각 안하고 ‘지르면 마음은 편해’ 하며 리시버와 스피커 세트를
낼롬 사버렸습니다.
어차피 놓을 자리는 PC책상이고 게다가 맨바닥에 앉아 있는 거라 처음엔 디지털
입력이 가능한, 디코더가 탑재된 PC용 스피커를 알아 본거였는데,
예산 역시 20만원 언더로 잡았었고, 인터넷을 요기 보고 조기 보고 하던 중에
정신이 우주여행을 잠시 갔었는지, 초기 예산 10배 가격의 제품 박스들이 떡 하니
마루에 안착… (나 어쩌지 앞으로 뭐 먹고 살지?)
그래도 책상에 쓰겠다는 생각은 잊지 않았는지 세틀라이트 형식의 앙증맞다 못해
깨버리고 싶은 크기의 악마 같은 스피커들과 책상 밑 공간을 꽉 채워버린 멀티앰프.
한 시간 동안 박스들을 쳐다보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를 되뇌며 설치 시작.
작은방을 다 들어내고 책상 배치를 다시 하고 선 안보이게 싹 깔아놓고 리어는
벽에 박는다고 오밤중에 삽질, 책상 밑에서 사망한 체 방치되어 있었던 프린터기는 폐기.
(멀쩡하다 하고 무지 좋은거라고 하면서 누군가한테 줬는데, ‘잘 되는가?’ 라고 물어보니
‘어 잘돼’ 라는 답변. ‘넌 도대체 망가진 프린터기를 무슨 용도로 쓰고 있는 거냐!?’)
그 후 그 자리엔 은빛 찬란하신 리시버가 안착. 그리고 설치 완료.
설치가 끝이 나면 뿌듯한 마음이 샘솟아야 하는데, 긴 한숨과 망연자실이 먼저 와버린…
물 한잔 먹고 현실감각을 잠시 봉하고 ‘우헤헤’ 를 하며 연결된 소스기 들을 테스트.
CDP 잘 나오고 PC역시 잘 나오고 우리 게임기님도 잘 나오시고,
모든 게 이상무 완료!!!
게임을 돌리기 시작, 그 시간 전 2차 세계대전 한 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제 왼쪽 뺨을 스치는 총알과 오른쪽 뒤통수를 강타한 수류탄 그리곤 사망.
“이렇게 짜릿할 수가!”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AV에 열광하는구나!!!’ 했었고.
그리곤 영화를 틀어봤는데, ‘호오’ 를 남발하며 본 시리즈를 감상. ‘죽인다’ 흐흑
PC를 틀어보고 다운 받았던 개그콘서트를 시청 ‘우헤헤 이것도 멀티로 들을 수 있다니’
방청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야 이러면 야동은 얼마나 황홀할까?’)
그리곤 마지막으로 음악을 감상. 한곡듣고 스톱. (이거 뭐냐?)
안방 메인에 동일 음반을 재생, 그 후 작은방 멀티에 재생.
(‘음악은 포기하자… 이거까지 잘하면 너무한 거지’)
대신 좋은 점은 음악을 강제로 멀티 채널로 돌려보니까 그게 의외로
흥미로운 느낌이 커서 재미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원래 책상에서 서브로 사용하던 스피커를 메인으로 놓고 남는 한 조를 이용해
7.1을 해보자 해서 배치를 다시 수정.
책상 위치가 바뀌니 누워서 잠을 잘 수 가 없는 사태가 발생.
다시 도로 원위치. 이미 시계는 다음날 오전 7시.
…출근하자.
AV, 참 좋은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의 세태를 본다면 하이파이는 매니악한 취미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요. 그에 비해 AV는 상당히 활용도가 높다 보니까
두루두루 대단 보편인데, 저야 혼자 사는 남정네라 잘 못 느끼지만
가족들과 오붓한 AV시간을 갖는다면 참 유쾌할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분께서 말씀해주신 얘기 중에 집에 AV를 시작하신 이후로
가족들간에 대화가 많이 늘었다고, 사모님과 그리고 아이들과 무슨 영화를
볼까? 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영화 외에 얘기들 역시 소통이 많아 졌다고
하시더군요.
AV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과 어울리는 취미인 것 같습니다.
(이러다 스크린에 프로젝터까지 넘볼까 걱정스러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