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얘기도 한번 해보자. [오디오 샵이니 뽐뿌도 좀 해보자.]

원래 계획은 볼더와 윌슨의 소피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을 하려 했는데,
농반 진반으로 소피아의 몸이 풀리려면 길게는 일년도 우습다 싶을 듯 해서
자연스럽게 편안해 뵈는 아캄과 B&W, 그리고 KEF를 가지고 놀게 됐습니다.
KEF는 이제 갓 포장을 뜯어서 인지 약간 경직된 느낌이라 주로 CM1을 가지고
계속 모니터를 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 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아캄 하면 역시나 A90이 떠오르는데, 제가 아주 예전에 사용했던 앰프에요.
그 당시에 JM LAB 코발트 라인의 톨보이에 매칭해서 들었었는데,
상당히 좋은 소리를 들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때 추억으로 굉장히 곱고 따뜻했던 느낌 인데, 그 당시에는 락음악 위주의
특히 북유럽 쪽 익스트림 계열의 음악이 주가 되었던 시기라
아캄의 명줄이 짧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는 대신 크렐이 안착했죠.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서 현재 눈앞에 있는 아캄과 B&W를 연결하고
쭈욱 음악을 꽤 들었는데, 정말 현 오리지날 브리티쉬 사운드의 진국인 것 같아요.
자극성 없이 물결이 술술 흐르는 듯한 느낌에 따스한 온기가 포함이 되어서
아늑하고 편한, 순수한 음악 감상을 긴 시간 했습니다.
특히나 소편성과 보컬 류의 소스에서는 참 예쁘고 돋으라지는 귀여움 덕에
참 기분 좋은 감상이었고, 관현악 류의 대편성에서는 스피커의 한계로 인한
정보력의 부족과 힘있는 임팩트의 부족으로 조금은 아쉬워요.
임팩트의 부족은 스피커도 스피커지만 아캄의 성향 자체가 스피커를 살살 달래면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재생을 특기 하다 보니 생기는 사항인데,
어떻게 보면 미흡한 부분을 못한다고 나무라기 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더 칭찬하고
가꿔주는 게 더 훌륭한 교육방식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낄
대신에 락음악과 팝음악, 힙합 같은 이런 음악들만을 취미 하신다면, 아캄 보다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생각하세요. 순하고 착한 느낌이라 재미 없어요.
많은 분들이 아캄은 살짝 진한 느낌의 피아노 재생음이 참 좋다 하시는데,
저는 아캄이 재생하는 현 소리가 더 좋다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캄은,
깨끗하고 또렷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텁텁하고 굵은 소리도 아니구요.
그 중간에서 편히 소리가 나와주는 느낌이 큰데, 딱 중간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어찌 보면 이런 게 정통 브리티쉬라 생각하게 되는데, 이거 저거 고르기 너무 어렵다
하시는 분들에겐 아캄이 딱 입니다.
어떤 보편 타당의 일인자라 할 수 있는데, 전형적인 모범생 입니다.
중간의 정도를 걷다 보니 스피커 매칭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렇기에 많은 영국의 스피커 메이커가 아캄을 레퍼런스 앰프로 사용해왔던 것 같아요.
현재 수입원이 바뀌면서 약간의 공백기가 조금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아마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