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디자인랩(Yamaha Design Lab) 박스의 틀을 깬 4가지 컨셉 스피커 공개
야마하 디자인 연구소(Yamaha Design Laboratory)가 기존 스피커의 전형적인 직사각형 인클로저를 거부하고, 유기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형태를 통해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디자인 오리엔티드 스피커(Design Oriented Speaker)’ 컬렉션을 공개하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책상, 벽 등 주변 평면이 음향에 미치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우주 등급의 소재와 파격적인 구조를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인 박스형 스피커는 제작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향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스피커가 벽이나 바닥과 가까울 경우 저주파 에너지가 반사되어 직접음과 섞이면서 특정 대역(주로 300Hz 이하)에서 위상이 180° 뒤집혀 소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이퀄라이저로도 완벽히 복구할 수 없는 물리적 손실로, 야마하는 스피커가 왜 여전히 가구처럼 박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공장 생산의 편의성보다 음향적 이상을 우선시한 네 가지 솔루션을 제시하였습니다.

세일(Sail) 컨셉: 돛 모양의 진동판을 팽팽한 줄에 매달아 소리를 책상 위가 아닌 위쪽과 먼 곳으로 투사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메커니즘을 조절해 텐션을 변경할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보정이 아닌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소리를 튜닝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진동판에는 알루미늄 밀도의 약 1.2%에 불과한 초경량·고강성 소재인 로하셀(Rohacell)이 사용되었습니다.

버터플라이(Butterfly) 컨셉: 전통적인 스위트 스팟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계입니다. 두 개의 스피커 유닛을 등 맞대고 배치한 뒤 중앙 리플렉터를 통해 소리를 확산시킵니다. 내부와 외부 챔버의 볼륨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청취 영역을 물리적으로 넓히거나 좁힐 수 있어, 고정된 위치가 아닌 자유로운 청취 환경을 제공합니다.

혼(Horn) 컨셉: 관악기에서 영감을 받은 이 디자인은 소리의 근원지를 모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일반적인 혼 스피커와 달리 드라이버를 구조물 중간에 배치해 소리가 전후방으로 동시에 방사되게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특정 물체가 아닌 주변 공간 전체에서 소리가 피어오르는 듯한 신비로운 음향 경험을 하게 됩니다.

크리스털(Cristal) 컨셉: 가장 실험적인 엔지니어링이 투입된 모델로, 두 개의 유닛이 좁은 틈(Slit-horn)을 통해 마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스피커 유닛의 필수 부품인 서라운드(엣지)를 과감히 없앴으며, 로하셀 인클로저 자체가 단일 밀폐 유닛으로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핵심 소재로 쓰인 로하셀은 이미 B&W 800 시리즈 등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20년 넘게 우퍼 소재로 검증받은 바 있습니다. 야마하는 자사의 전설적인 모니터 스피커 NS-10M이 초경량 진동판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듯, 로하셀이 새로운 음향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디자인들은 현재까지는 실험적인 컨셉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구체적인 주파수 응답 데이터나 왜곡률, 임피던스 곡선 등 측정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상용화 계획 또한 미정입니다. 하지만 야마하 디자인 랩의 이번 시도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오디오 디자인을 지배해 온 사각형 박스 형태에 강력한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