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통념을 깬 아름다움 블루룸 미니포드


통념을 깬 아름다움
기본기에 충실한 발랄한 음색


독특한 인클로저와 케블러 소재 우퍼 채용이 특징인 신생 브랜드 블루룸의 북쉘프 타입 스피커.
모양 좋은 스피커는 소리가 안 좋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깔끔한 음을 내며 플라스틱 인클로저의 단점인 대사의 불명확성을 확실히 개선한 모델이다.

디오 파일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선입견 중 하나가 “모양이 예쁘면 소리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 덕택에 음질 위주라는 구호 아래 기괴한 디자인의 모델들이 고가에 판매되기도 하고 오디오 파일 자신도 전용 시청 공간을 마치 실험실처럼 꾸며 놓고 고독한 음악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물론 눈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열악한 엔지니어링을 감춘 제품들도 많고, 제조 원가의 대부분을 외관을 치장하는데 사용해 정작 음질을 위한 부품은 저급한 것을 사용한 제품도 많으니 오디오 파일의 통념만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영화와 음악을 즐기려면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성능을 겸비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블루룸의 미니포드 스피커는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외관을 갖고 있다.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에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스피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B&W의 노틸러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듯. 독특한 인클로저 디자인과 노란색 케블러 소재 우퍼에서도 짐작되듯 미니포드는 B&W사 스피커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첫 제품이 출시된 이후 소폭의 디자인 변경을 거쳐 현재는 저음 보강을 위해 베이스 스테이션, 센터 스피커인 시네포드 등이 출시되어 5.1채널 시스템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벽면 부착용 브라켓, 스탠드 그릴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발매됐다. 2002년 하반기에는 블루룸이 미니포드의 OEM 제조사였던 덴마크의 스칸다이나 사로 합병되어, 현재는 생산과 마케팅을 모두 스칸다이나 사가 담당하고 있다.
미니포드의 인클로저는 강화 플라스틱인 ABS 수지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은 약하다는 인상을 갖기 쉽지만, ABS 수지는 산업용으로 금속 대신 쓰일 정도의 강도 발색이 잘 되는 소재의 미니포드는 아름다운 광택과 무려 10가지의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다. 독특한 곡선으로 이뤄진 인클로저는 당순히 아름다운 외관을 위한 것이 아닌 인클로저에서 발생하는 회절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외계인이나 로봇 장난감 같은 귀여운 모양 속에 B&W의 음향 공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또 미니포드에는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안테나 모양을 본뜬 스푸트니크 스파이크도 포함되어 10cm 정도의 높이를 올릴 수 있다.
미니포드는 저음 반사형으로 25mm 실크돔 트위터와 130mm 케브러 콘 우퍼를 장착했다. 스펙에 제시된 임피던스는 4옴으로 낮지만 출력 음압 레벨은 90dB로 북쉘프 타입 스피커로는 높은 편이다. 실제로 시청해 보면 낮은 임피던스에도 불구하고, 구동에 큰 어렴움은 없었다. 입력 단자는 스프링 타입인데, 단단한 결속이 이뤄지지만 바나나 플러그나 스페이드 단자를 사용하기 어렵다.
디자인을 고려한 전용 스탠드 이외의 시중에 판매되는 스피커 스탠드를 사용하는 것은 미니포드에 어울리지 않고, 안정되게 고정시키기도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스푸트니크 스파이크를 사용해 테이블이나 선반에 올려 두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일 듯. 리어 스피커로 벽에 부착해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전용 브라켓이 필요하다.

음색에 왜곡이 없고 대사에 명료도 높아
리뷰로 온 제품에는 스푸트니크 스파이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일반 스탠드에 올려놓고 시청했다. 중급 AV 리시버인 온쿄 SR700과 매칭해도 구동에 어려움 없이 소리가 술술 풀려나오는 인상이다. 인클로저의 공진이 만들어내는 덧칠 없는 깨끗한 음이어서 플라스틱 인클로저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도 좋을 듯. 플라스틱 인클로저로 만들어진 싸구려 스피커들은 흔히 보컬을 재생할 때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미니포드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사실감 있게 음을 재생한다. 2채널로 재생한 영화에서도 대사가 명료하게 들려와 시네포드를 사용한 서라운드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재생 난이도가 높은 금관아기를 울려도 답답한 구석 없이 잘 뻗는다. 약간 가볍고, 밝은 편이지만 귀를 자극하지 않고 생기 있고, 발랄한 느낌이다.
일단 음색에 특이한 왜곡이 없는, 깔금한 재생음으로 기본기는 충실히 갖췄다고 본다. 다만 작은 크기 탓에 베이스의 낮은 음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생략되어 버리는 등 저음역의 볼륨이 어느정도 희생된다. 편성이 크지 않은 실내악이나 재즈를 들으면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지가 펼쳐지지만, 대편성 관현악곡이나 이런 대음량 재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서브우퍼인 베이스 스테이션을 사용해 미니포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베이스 스테이션은 75W의 파워 앰프와 250mm 구경의 우퍼 유닛 탑재. 저음역의 재생 한계가 40Hz로, 서브우퍼로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니지만, 음악과 영화를 병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시청 시에 벽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저음역이 줄어 피곤한 재생음이 나오니 벽에 적절히 붙여 시청하는 게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거실의 수납장이나 선반에 올려 둬도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시청하면서 미니포드에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음질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침실에서 서브시스템으로 사용하거나 TV에 연결해 편하게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 요새는 W.A.F(Wife Acceptance Factor)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오디오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데, 첨단 디자인과 오디오 엔지니어링이 적절히 결하된 우수한 제품이라고 판단되며, 평범한 사각형 스피커에 싫증난 이들에게 선입견 없이 시청해 볼 것을 권하다.

월간 하이비 2003년 6월호 발췌
글 : 조춘원 AV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