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논 DVD-A11 DVD플레이어

하이엔드 영상의 전형을 보여 준다



데논이 야심차게 만든 유니버설 플레이어 DVD-A11은 디인터레이서에 파로저의 최신 칩센 FLI2310을 채용해 720p, 1.080i까지 업스케일링이 가능하고 샤크 DSP 두 개와 버 브라운 PCM1790 DAC를 사용하는 등 화려한 부품 사용이 눈에 띈다.

사진 정수원/ 글 이현준(AV 평론가)



2002년 데논이 야심차게 선보인 독자적인 DVD 플레이어 라인업은 그들의 노력을 칭송이라도 하듯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한 제품의 사이클이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숨 가쁜 홈시어터 시장에서 발매 후 지금까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부동의 레퍼런스였으니 말이다.

이 제품들은 크로마 버그(CUE : Chroma Upsampling Error)를 일소한 점부터 최고의 디인터레이서 칩셋으로 꼽는 실리콘이미지 사의 Si504 칩셋 채용까지 그야말로 흠잡을 곳 없는 완전 무결한 아티팩트 프리(Artifact-free)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유니버설 플레이어가 주류를 이루는 현재 마켓에서 SACD를 지원하지 않은 부분은 보다 넒은 유저층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때문에 중급 유저들은 파이어니어 메커니즘 채용 유니버설 모델을 선호하는 감도 없지 않았다.

또 1년 남짓 동안 디인터레이서, 스케일러 칩셋 부문도 무시할 수 없이 진보해 이제 Si504만으로는 “최고”의 지위를 보장 못하는 점도 데논을 긴장시키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현재 DVD 플레이어 마켓에서 유니버설 플레이어에 이은 최대의 화두는 바로 “업스케일링” 기술로,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는 저가 시그마 디자인의 칩셋 등이 연이어 소개되면서 5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고화질의 업스케일링 DVD 플레이어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즉, 이제부터는 DVD 플레이어를 구입할 때 단지 480p만이 아닌, 더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는 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데논은 그저 침묵을 지키는 가 싶더니 지난 해 말부터 새로운 라인업을 차근차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포문을 연 것이 데논의 첫 번째 유니버설 플레이어 DVD-2900이다. 기존 DVD-3800 스펙에 SACD를 추가하고도 가격을 낮춘 이 모델은 현재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역시 데논”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데논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DVD-2900의 주니어 모델인 DVD-2200을 론칭했는데 이는 DVD-2900에서 오디오 DAC와 전원부를 저가형으로 바꾼 가격대 성능비가 탁월한 제품이다.


FLI2310로 720p, 1,808i까지 업스케일링

지금까지 중가형 라인업이 추가된 형세였던 데논에서는 차츰 하이엔드 클래스의 라인업을 풀 체인지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DVD-A11이다. 기존의 DVD-3800보다 다소 놈은 가격대인 유니버설 플레이어 DVD-A11은 디인터레이서에 파로저 최신 칩셋 FLI2310을 채용, 720p, 1,080i의 업스케일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또한 IEEE1394, 데논 링크 등이 채용돼 스펙만으로는 기존 최고 모델인 DVD-A1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DVD-3800과 DVD-A1 역시 체인지될 예정인데 DVD-3800은 올해 발표할 새로운 분리형 프로세서, 파워 시스템과 패키지로 구성되는 진정한 하이엔드 클래스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DVD-A11은 뛰어난 스펙으로 제품 발표 이후 많은 애호가들을 들뜨게 했다.

DVD-A11은 엄밀하게 보면 DVD-3800과 DVD-A1 사이에 위치하는 모델. 이후 DVD-3900이 어떤 스펙으로 소개될 지 모르나 현재 마켓 포지션에서는 DVD-2900이 DVD-3800을 대체하는 형세다.

실제 제품 설계나 스펙을 따져ㅕ 봐도 그러한데, DVD-A11도 엄밀히 살펴보면 DVD-A1과 유사점이 많다. 특히 섀시는 DVD-A1과 공유해 가격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 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DVD-A11의 영상부를 살펴보면, 먼저 비디오 DAC에는 216MHz/12bit 스펙의 아날로그 디바이스 사의 ADC7310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파이어니어 73H, 마란츠의 DV-12S2와 함께 최초로 탑재된 영상 DAC로 12bit 구성이지만 DVD-A1에 탑재된 108MHz/14bit DAC처럼 최대 8배 오버샘플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있다.

DVD-A11에는 DAC가 인터레이스, 프로그레시브 각각 하나씩 장착되어 있다.

MPEG 디코더는 DVD-3800, DVD-A1과 동일하게 ESS사의 “Vibratto ES6038F”를 채용하고 있지만, SACD 인식(detection) 서킷이 추가된 최신 버전이다. 참고로 DVD-2900은 SACD 인식 문제로 미쯔비시의 칩셋을 사용했으며, 이는 크로마 버그가 패치된 버전이지만 완벽하게 없애지는 못했으므로 하이엔드 클래스인 DVD-A11에서는 다시 한 번 ESS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버 브라운 PCM1790과 2개의 샤크 DSP

DVD 플레이어의 핵심부라 할 수 있는 디인터레이서에는 파로저 FLI2310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디인터레이서와 스케일링 기능이 원칩화된 데논 최신 버전이다. 이 칩셋은 삼성 H593, SP-H700AK DLP 프로젝터, 인포커스 SP7200 등에 쓰여 호평 받았는데 여기서는 아날로그 출력(컴포넌트)으로는 480p까지, 디지털(DVI)로는 480p는 물론, 720p, 1,080i까지 업스케일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DVI 출력을 위한 트랜스미터(Tramsmitter)에는 Sil70b가 쓰였을 거라 추정되며, DVI/HDCP 호환 버전 칩셋으로 이를 지원하지 않는 혹은 호환 되지 않는 칩셋을 채용한 디스플레이의 경우 DVD-A11의 DVI 영상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디오 부를 살펴보면 DAC에 버 브라운 PCM1790이라는 당대 최고 사양 DAC를 2채널당 하나씩 즉 3개를 탑재하고 있으며, 멀티채널 소스 디코딩을 위해 데논 최고급 AV 리시버에 채용되어 호평 받았던 SHARC DSP를 무려 2개나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외 데논 링크, IEEE1394를 탑재해 멀티채널 소스의 디지털 출력이 가능한데, 데논 링크는 데논 AVC-A1SR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IEEE1394는 현재 발매된 유일한 모델인 파이어니어 AV 리시버와 100% 호환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크로마 버그 제로의 영상, 파워풀한 세팅 메뉴

외모를 살펴보면, 데논 특유의 샴페인 골드 컬러는 여전하며 묵직한 무게나 정숙하고도 무게감 있는 트레이 움직임은 DVD-A1을 그대로 이어받은 스타일이다. 새로 추가된 전면의 기능 버튼으로는 SACD 포맷 선택, DVI 출력 해상도, 비디오와 디지털 서킷의 ON/OFF 설정이 가능하다.

후면에 위치한 단자부는 콤퍼짓, S 영상, 컴포넌트, DVI 출력을 각각 장비하고 있으며,이 가운데 컴포넌트는 RCA 외 BNC 출력을 1계통 더 지원한다.

본격적인 시청 테스트에는 디스플레이로 소니 KV-HR36K90, 삼성 SP-H700AK, 파로저 FDP-DLP10HD를 사용했으며 오디오 부는 클라세 SSP75, 마크 레빈슨 No.434L, 크렐 TAS 멀티채널 앰프와 B&W 시그너처 805 등을 사용했다.

먼저 아티팩트 체크 결과를 리포트하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크로마 버그는 이전 모델들처럼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이는 인터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 준다. 200TVL 해상도 패턴을 살펴보면 550라인까지 막힘없이 풀어내며, 6.75MHz까지 또렷하게 나타난다. Y/C 딜레이도 레드, 그린, 블루 모두 “0”에서 정확이 맞아 떨어진다. 다만, 픽셀 크롭핑(Pixel Cropping) 패턴에서는 좌측 5픽셀을 표시하지 못하나 이는 실제 영상 시청 시 그리 신경 쓰일 수준은 아니다.

DVD-A11은 이전보다 훨씬 상세하고 파워풀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셋업 메뉴에서는 인터레이스, 프로그레시브 선택, 화면비조정, 프로그레시브 모드(오토 1, 2/비디오 1, 2, 3)의 영상 부문부터 SACD, DVD-오디오의 베이스 매니지먼트부터 스피커 딜레이, 거리 설정까지 조정 가능하다. 화질 세팅은 이전과 비교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는데, 이전에 셋업 메뉴에서 가능하던 O/7.5IRE 설정이 이 부분으로 얾겨 왔으며, 샤프니스 미드,하이를 각각 설정할 수 있고 크로마 레벨, 딜레이부터 DNR, BNR, MQNR, CCS, 인핸스드(Enhanced), 파로저 칩셋의 세세한 옵션까지 조정 가능해 DVD 플레이어 가운데 최고의 메뉴로 불리던 파이어니어마저 추월하는 풍부한 기능을 제공한다.

실리콘이미지를 떠나 파로저를 새로 기용한 DVD-A11의 영상은 대단히 부드러운 영상톤과 인위적인 색채 없이 자연스러운 컬러 재현력을 가진 그야말로 하이엔드 영상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전 모델에서 다소 불만 시 되었던 탈색된 듯한 색감은 컬러 계조력과 정확도가 높아져 개선되었다. 이는 아마도 디인터레이서인 파로저 FLI2310의 수혜라 보이는데, 실제 파로저 칩셋은 디인터레이싱 기능뿐 아니라 컬러 디코딩 능력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프로그레시브 모드 가운데 AUTO1, 2가 필름 소스 재생을 담당하는데, AUTO1도 어느 정도 케이던스(Cadence)를 읽지만 그래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는 AUTO2로 놓는 것이 나을 듯싶다. 파로저의 디인터레이싱 성능은 수준급인데, <타이타닉>, <무사> 등의 혹독한 타이틀에서도 코밍을 전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이전 버전인 FLI2200 시리즈만 해도 실리콘이미지 사의 Si504와 비교했을 때 후자가 미묘하게 더 우수한 수준을 보였지만, FLI2310에서는 그러한 단점을 상당부분 극복했기 때문에(특히 플래그가 잘못 기록된 필름 소스에서 케이던스를 읽지 못하더라도 비디오 소스 화질로 떨어지는 현상이 개선되었다) 실리콘이미지 칩셋이 아니라고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이를 위한 버퍼 메모리는 이전과 동일하게 8MB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해외 포럼에서는 DVD-A11이 “매크로 블록킹(Macro Blocking)”과 “콘트라스트 버그”라는 버그가 나타난다고 리포트하고 있는데 사실 후자의 경우 그 주장의 신뢰도가 약한펴닝며 전자는 최근 발매된 <신밧드> 등의 디스크에서 나타난다고 하지만 이는 DVD-A11의 문제가 아닌 디스크 자체의 문제로 ESS 및 LSI사의 MPEG 디코더를 채용한 일부 기종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노이즈의 장막을 걷듯 뛰어난 영상

앞에서도 밝혔듯이 DVD-A11은 컴포넌트로는 480p까지 DVI로는 480p, 720p, 1,080i까지 출력 가능하며 이는 지난 해 발표된 삼성 H593과 같은 구성이다. 이것은 FLI2310이 아날로그로도 480p 이상을 출력할 수 있지만, 영상 DAC에서 그 이상의 신호에 복제 방지 신호를 걸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신호는 HDCP라는 복제 방식 신호를 탑재한 DVI로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 모딕스의 시그마 디자인 칩셋을 채용한 모델들이 아날로그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종의 해킹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파로저 DCS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형태로 소개될 것이라고 한다.

DVD-A11의 DVI 영상은 대단한 수준이다. 삼성 SP-H700AK와 연결해 720p로 세팅하니 노이즈가 싹 걷히면서 영상의 투명도와 해상력이 두드러지게 증가된다.

파로저 DCS만큼 뛰어난 윤곽선 보정이나 고유 색감의 맛은 없지만 아날로그 출력과 비교한다면 단연 이쪽을 선택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영상을 보여 준다.

<제 5원소>(슈퍼비트)의 여주인공이 마천루 사이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챕터 8)을 보면, 윤곽선 주변에 마치 지글거리는 듯한 노이즈가 DVI로 연결하면 싹 걷히는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저가형 모델의 DVI 영상과 비교해 링잉이나 스케일링 아티팩트 같은 노이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DVD-A11의 차별성을 찾을 수 있을 듯싶다.

DVI 영상은 720p 사용을 추천하며, 480p는 어차피 다시 하나 번 내장 스케일러를 거쳐야 한다는 점, 1,080i는 다시 한 번 디인터레이서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한편 오디오 부문은 사실 DVD-A11 이전 모델에서 그렇게 흡족한 인상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의 데논 SACD 플레이어가 호평 받은 터라 기대가 남달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역시 그리 흡족하지 못하다.

최고의 DAC, 호화로운 메커니즘 설계는 돋보이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논의 오디오 철학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담긴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데논 DVD 플레이어를 모디파이해 오디오 성능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하면(원래 기기가 가진 메커니즘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 몇 배의 기종에 상응하는 오디오 성능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한다.

제니퍼 원스, 야신타, 레스피기 등 필자의 레퍼런스 디스크로 감상해 본 결과 하위 모델에 비해 저음역에 한층 탄력이 붙고 전체적인 에너지감이 향상되었다. 다만, 유연한 이미지보다 다소 경직된 듯한 음색이며, 롤 오프된 듯한 고음역 탓에 입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기보다 평면적이고 다소 거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지만 SACD 재생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상당 부문 해소되어 레드 로드 뮤직의 을 들어보면 악기의 두터운 음색과 진한 음색을 잘 표현해주며, 특히 4번 트랙의 현악기 소리는 귀를 후벼 파는 듯한 높은 새항력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참고로 SACD 재생은 DSD를 PCM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재생하지만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을 작동시키는 경우 PCM으로 전환해 재생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저가형 플레이어의 성능이 급성장하면서 하이엔드 DVD 플레이어의 입지는 나날이 축소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데논 DVD-A11은 영상에서 하이엔드 DVD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모델로 이전보다 한결 개선된 성능은 많은 애호가를 기쁘게 하기 충분할 것이다.

하이비 2004년 2월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