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오디오 미학 – 어큐페이즈 E212



본 필자는 국내에도 순수하게 좋은 음을 추구하는 명 브랜드, 세계적 오디오 제작사가 있어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걸림돌과 같은 이유로 그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회, 문화 측면에서 많은 부분 비교가 되어지하는데, 이러한 오디오 문화에 있어서도 본인은 일본에게 시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일본에는 어큐페이즈와 같은 소위 명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그것도 어큐페이즈와 국내 여건을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모름지기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제대로 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큐페이즈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일컬어 일본의 국민 하이앤드 오디오 브랜드이다. 어큐페이즈(Accuphase)가 과연 무슨 뜻인고 했더니 어큐페이즈(Accuphase)는 ‘Accurate’의 정확한, 엄밀한 과 같은 뜻과 ‘Phase’(위상) 의 오디오적 의미가 더해진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학구적이면서도 결의에 찬 의미인가?


실지로 어큐페이즈는 공개적으로 오디오는 인간의 귀중하면서도 특별한 정신문화 중의 하나이며, 고급 오디오야 말로 다양한 예술 문화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심오한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바로 자신들이 고급 오디오 기기에 대한 학구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자신들의 연구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어큐페이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HIFI 시스템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지는 기기는 스피커가 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나열할 때, 부모님은 의례 제외시키는 것이 좋듯이, HIFI 시스템의 구성에서도 스피커를 먼저 제외를 시킨다면 이제 막 고급 오디오로 들어서려는 오디오파일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고급 인티앰프이리라 생각된다.
듬직한 자태를 뽐내는 파워앰프에 누구나 알아주는 프리앰프와의 매칭도 좋겠지만, 분리형의 운용에는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매칭에서 실패하게되면 구동의 문제를 떠나 음 자체가 본인이 추구하는 성향과 멀어져버려 블랙홀과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인터커넥터 케이블이 두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앰프 매칭만큼이나 크나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며, 근본적으로 훌륭한 분리형 앰프는 그만큼이나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인티앰프는 그 완성도만 입증이 되고, 구동력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전혀 분리형으로 인한 고민과 스트레스의 나락에 빠져들 필요가 없게 된다.
물론 분리형 앰프를 사용해보고 나서야 깨닫게 될 문제이지만, 인티앰프가 애용하는 스피커를 잘 구동해 주며, 더불어 질감 표현력까지 좋다면 전혀 분리형 앰프를 장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그래서 본인은 인티앰프가 분리형 앰프들보다 훨씬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에 리뷰를 맡은 어큐페이즈의 E-212는 사실상 어큐페이즈의 가장 엔트리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그러나 제품을 사용해 보기 전이라도 그들의 브로슈어나 제품 설명만을 보더라도 얼마나 고집스럽게 제품 하나를 만드는지 긴장이 될 정도로 만만히 볼 수는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제품은 채널 당 8옴 기준, 90w의 출력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멀티 이미터형 대전력 오디오용 파워 트랜지스터를 패러럴 구성하여 유난히 저임피던스화를 지향하여 질감이 좋은 출력을 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하이앤드 오디오의 큰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SN비 향상을 위해 어큐페이즈 독자의 회로 설계 기법이라 할 수 있는 MCS(Multiple Circuit Summing-up) 회로를 장착하여 SN비를 효율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제품의 외관은 전형적인 어큐페이즈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함축해 놓았다.
샴페인 골드의 진한 색과 말끔한 마감, 120mm의 고급 알루미늄 패널과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나무랄데 없는 노브까지, 동양적인 고급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면서도 고급 인티앰프로서의 무게감이 부족하지 않다.
전면에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레벨메타도 나름의 로망을 느끼게 해주며, 전면 하단의 각가지 기능의 소형 노브들도 오밀조밀한 듯 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향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다.
특히 좌우로 배치된 레벨 메타의 은은한 불빛에 대해서는 사진만 봐도 대략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양쪽 레벨메타 사이의 정중앙에 은은하게 번지지는 않지만 진하게 녹색빛을 띄고 있는‘Accuphase’로고는 남다른 디자인적, 색채적 매력을 지늬고 있다. 레벨메타의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과 정중앙의 퍼지지 않지만, 진한 녹색 로고는 저기 서방의 오래된 앰프의 명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 개념이지만, 둘의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생각보다는 은은함 사이에서 강하고 진하게 동요되지 않는 녹색 로고에서 부동의 미묘한 카리스마까지 느껴진다는 것은 직접 보지 않고는 잘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래도 의례 진한 녹색 불빛의 로고는 쉽게 사용해서는 촌스럽기 마련인데, 그것을 무언가 매력을 넘어선 끌리는 요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하는 말이다.


내부를 보면 일단 양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방열판과 그와 함께 배치된 파워앰프 모듈, 그리고 그 사이에 대형 트랜스와 필터 콘덴서가 눈에 띈다.
균형잡힌 부품의 배열은 신용을 느끼게 하며 열의 효율적인 분산과 신호 경로의 단순화로 이해가 된다.
여기서 전원 트랜스의 용량은 500VA, 필터 콘덴서는 22,000μF의 제품을 두개 사용함으로써, 넉넉한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안점으로 둘만하다.


이 외에도 외부적으로 일반 라인 입력단과 별도로 한계통의 발란스 입력단자를 갖추고 있으며, 2계통의 스피커 연결단자를 갖추고 있다.
특별히 본인의 관심을 끌게하는 독특한 점은 전용의 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별도로 마련이 되어있어서 그 슬롯에 DAC-10이라는 Digital Audio D/A 컨버터를 장착하거나 포노단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노단은 그렇다 치더라도 D/A 컨버터의 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점이 아닐 수 없다.
일종의 유니버설 인티앰프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기대를 해보게 되는 것이다.



앰프의 시청을 위해 에이리얼 어큐스틱의 모델 6 스피커를 5평의 공간에서 활용했으며, 소스기로는 마란츠의 SA11 을 이용하였다.
오디오 기기는 자신이 기대하던 소리를 내어줄 때, 가장 흐뭇하고 만족감을 느끼며, 기대했던 음과는 사뭇 다른 음을 내어줄 때는 호기심과 신비감, 탐구욕에 빠져들게 한다.
본인이 새로운 기기를 대하는 습성이기도 하지만, 꾸준히 기기 욕심을 가지고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돌려본 ‘Anner Bylsma’ 연주의 바흐 무반주 첼로 연주곡은 생각보다 색채감이 풍요롭다.
이 음반을 종종 들으면서도 그다지 녹음이 좋다거나 음이 생생하다는 생각보다는 첼로의 질감이 과도하게 진하게 표현되었다거나 심하게는 텁텁하다는 생각까지 했었지만, 지금의 음은 연주가가 한결 연주를 여유롭고 리드미컬하게 하는 듯한 인상이다.
전체적인 녹음의 무게감으로 인한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음의 공간감이 향상되어 스피커 주변에 형성된 음의 기운이 다소 넓어졌다.
질감은 다분히 자연스러워 듣기에 좋다.


‘Hilary Hahn’ 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Concerto for Violin, Strings and Continuo in E major (BWV 1042)) 은, 첼로음에서도 느꼈지만 연주를 통해 어큐페이즈 E-212로 인한 영향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순한 해상력’ 이다.
달리 말하자면 소프트하고 섬세함이라고나 할까?
듣기엔 좋으며 질감 표현력에도 큰 불만이 없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가장 좋은 질감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때 힐러리 한은 테크닉은 좋지만 음에 뉘앙스는 별로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들을 때마다 소리가 다소 자극적이면서도 연주가 너무 다급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어큐페이즈 E-212에서는 그런 특성이 없어 다분히 순하고 섬세하여 그녀의 연주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대편성곡을 자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클래식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재생해본 ‘Karajan’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SACD)는 본인이 그나마 종종 즐기며 그 장엄함과 테너의 독주, 합창의 조화에 빠져드는 곡이다.
이 곡에서의 주안점은 남성 테너의 호소력 있으면서도 말끔하게 퍼지는 울림, 그리고 총주시의 장엄함이다.
질감 표현력이 우수한 제품답게 테너의 목소리는 빼어난 자태와 청중을 집중케 만드는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총주시에 엄청난 다이나믹과 장대한 스케일로 응집된 음의 파도에 휩쓸려 내 몸이 후련해지고 상쾌해지는 듯한 느낌은 다소 아쉽다.
넘치는 에너지감으로 광활한 듯한 무대감을 형성해 주어야 하지만, 큰 기대감에는 다소 못 미치는 듯 하다.
종종 기기 평가하면서 듣지도 않는 대편성곡가지고 가타부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짜피 스피커 자체도 대편성곡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취약점이 있으며, 어큐페이즈 E-212는 지속적인 에너지의 공급에는 아주 능숙한 면모를 보이는만큼 총주시의 충격적일만큼의 에너지 공급은 이보다 몇배는 비싼 제품에서나 바래야 될 듯 하다.


‘Pierre Hantai’ 가 쳄발로를 이용해 연주한 바흐 골드 베르그 변주곡은 현의 터치가 미묘하리만큼 간드러지게 느껴진다.
이 소리보다도 더 청명한 음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E-212로 재생한 음은 아주 예쁘고 나긋나긋하다.
분해된 세세한 음 하나하나를 청자에게 집중하여 놓치지 않고 모두 들어주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듣고 싶은데로만 들어도 그 음은 충분히 예쁘고 조화로우며 섬세하다.
마치 얇은 유리잔을 부딪히는 소리라도 비어있는 유리잔에서 나는 소리라기 보다는 물이 살짝 채워진 유리잔에서 나는, 그런 소리다.
끝까지 ‘챙’ 하는 소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듣기 좋은 정도의 두께를 유지하면서 파스텔톤의 중역이 다소 예쁘게 다듬어진 소리이다.
그 성향 자체를 더욱 자극시키면 좋지 않겠지만, 지금의 매칭이나 조합은 다분히 좋은 음으로 받아들여 진다.


앞서 정리를 했듯이, 해상력이나 질감 표현력은 분명 우수한 수준에 있는 제품이면서도 특별히 듣기 편안하면서도 순하고 느긋한 음을 내어준다.
이러한 성향은 클래식이나 스무스한 재즈등에서는 매우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팝이나 락, 스피드를 요하는 재즈 연주 등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이 즐겨듣는 Jesse cook의 기타 연주 같은 경우도 그렇다.
본인은 그 연주곡들을 극도의 순발력과 테크닉을 즐기면서 연주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곤 하는데, 하이테크 스피드가 지원되지 않으면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성재즈, 하드밥, 보사노바 계열의 재즈 등을 즐겨 듣는 재즈 마니아, 그리고 한결 풀어해친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클래식이나 올드팝까지 두루 즐기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이 어큐페이즈 E-212의 음 해석에 대한 미학이 대단한 유혹으로 작용할 것이라 자부한다.


락 음악의 경우는 오디오적 측면에서 즐기는 성향 두가지를 들자면, 녹음의 과도응답 특성을 최고조로 이끌어내어 즐기는 것과, 풍부한 음과 힘을 기반으로 한 옹골차면서도 말끔함으로 즐기는 성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큐페이즈 E-212는 후자에 속하는 성향이면서도 녹녹한 음의 색채감이 풍부하고 기대하는 것보다는 락음악에서 고역이 아주 약간 가늘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일반 발라드 풍의 팝음악을 즐길 때는 어큐페이즈 E-212의 서정적인 재생력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다.
리듬이 여유롭고 아름다우며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다.


여러 음반을 감상하면서 필자가 느낀 어큐페이즈 E-212의 매력이라면 바로 ‘은근함’ 이다.
본인은 항상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알듯 모를 듯 뜬구름 같은 말로 규정 짓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은근함’ 이라는 것은 설왕설래 귀여워 보이는 여성의 기를 꺽어놓으려 이것저것 따지고 들면, 이 여성이 기특하게도 재치 넘치는 대답과 반응으로 기대 이상의 매력을 보이며 어쩔 수 없이 그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은근함’ 이다.
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고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기개 넘치도록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소나무를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관엽식물을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에 대한 답은 금방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으며, 그 와중에 어디엔가 ‘은근한’ 매력이 있는데 그 와중 어딘가? 그 어딘가? 의 정체가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다라는 것이다.
파격적인 다이나믹을 즐기는 이들에게 호쾌한 쾌감을 전해줄만큼 스피드와 강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극도로 디테일한 클리어티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만큼 분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어큐페이즈 E-212에는 다른 어떤 현대 하이앤드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그 와중 어딘가?’ 에 해당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유롭지만 절대 뒤쳐지지 않고 나긋나긋한 중고역의 뉘앙스와 공기감, 그리고 산뜻하고 예쁜 음색, 기특하리만큼 중용을 지키는 중저역의 맛깔스러움과 인티앰프로는 기대치 이상의 꾸준하게 지원되는 저역의 풍성함과 탄력 등이 음 성향의 극에 치닫지 않고 좋은 음, ‘그 와중 어딘가?’ 에 있는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에 비해 만듦새도 훌륭하고 물량 투입도 좋다.
하이테크 단순 무식 파워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동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투철하고 심오한 순수 음질을 추구하는 어큐페이즈사의 기술력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게하는 매력적인 인티앰프다.


 


스테레오 뮤직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