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과 감성을 두루 만족시키다~! MERIDIAN G51

음질과 감성을 두루 만족시키다.

요즘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가을이라고는 하는데 늦여름을 방불케하는 낮 기온이 아직 가을에 성큼 다가서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한파가 덮쳐왔다. 심한 가뭄으로 나뭇잎이 붉게 물들지도 못하고 우수수 그냥 떨어지는 것이 올 가을은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다. 그래도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i”를 들으니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이런 분위기를 한껏 더 살려보고 싶어서 최근에 티볼리 모델1을 구입했다. 원목 느낌에 화이트 패널에 자리잡은 모노 스피커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노브로 구성된 이 라디오로 자정마다 방송되는 이정식의 “올댓재즈”를 들으며 마지막 가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티볼리 모델1을 사용하다 보니 메인 시스템엔 손이 잘 안 간다. 다른 마니아들은 음질이 “구리다” 하지만 오래된 라디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질에 지금까지 듣던 음악이 티볼리만의 음색으로 재해석되어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음악만을 사랑한다면 이것도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론 이번 리뷰 대상인 메리디언 G51 처럼 인티그레이티드 AM/FM 스테레오 리시버가 편리함과 고급스러움까지 추구한다면 이러한 수요층에 크게 어필할 수 있겠다. 하지만 메리디언 G51은 꽤 비싸다. 단순히 순수 음질만을 추구하고 한 덩어리에 여러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것 자체를 불신하는 미니아들도 메리디언 G51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자.

메리디언 G51은 박스 구성부터 다르다. 수입원인 케이원에서 친절하게도 리뷰용 제품을 미개봉 제품으로 보내주었다. 오랜만에 새것을 뜯는 쾌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내용물 구성을 보면서 다시 한번 메리디언임을 실감했는데, 직접 뜯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하다. 박스를 열면 각각의 구성물이 담겨 잇는 박스가 나뉘어져 있고 그 아래 본체가 담겨 있는데 본체는 “Boothroyd Stuart Meridian” 문구가 찍힌 천에 담겨 있다. 여기까지는 고품격을 지향하는 여타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는 리모컨에 있다. 대부분의 회사처럼 친절하게 자사의 제품을 리모컨 하나로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또한, 애호가가 사용하는 장치와 리모컨 실렉터 네임이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버튼도 넣어 두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백라이트. 필자는 늦은 밤에 불을 끄고 음악을 듣는 경향이 있다. 매번 애를 먹는 것이지만 트랙을 돌릴 때나 볼륨을 높이거나 줄일 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G51의 리모컨은 어둠 속에서 백라이트를 통해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이때 자신들의 MVFD 라이트 컬러와 같은 화이트와 회색빛이 섞인 컬러로 작은 부분의 조화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이런 감동은 필자가 애플의 알루미늄 파워북에서 키보드 백라이트가 처음 구현되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리모컨 백라이트는 별도의 센서를 통해 동작하는데 리모컨 키를 누를 때마다 상태 등이 켜지는 곳에 내장되어 있어 밝은 곳에서는 동작하지 않아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지 않는다.



메리디언 G51에는 인티앰프 외에 AM/FM 스테레오 리시버가 내장되어 있다. 이런 리시버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신 감도이다. 항상 전파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것이 옛날 어느 회사의 휴대폰 광고처럼 한국 지형에 강하느냐이다. 산이 많고 높은 건물이 빼곡한 탓에 음영 지역이 꽤 많다. 이런 문제는 카 오디오에서 많이 야기되는데 외산 카 오디오보다 국산 카 오디오가 월등히 높은 수신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패키지에 포함된 FM안테나와 AM안테나를 연결한 후 이런 불안감을 쉽게 떨쳐 낼 수 있었다. 모든 주파수에서 잡음 없이 아주 좋은 감도를 나타내었는데 티볼리 모델1에선 요리조리 안테나 위치를 잘 잡아야 나오는 방송도 메리디언 G51과 연결된 안테나는 방바닥에 툭 던져 놓아도 잘 나왔다. 자정마다 이정식의 “올댓재즈”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음의 분해력과 해상력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라디오 특성상 미세 잡음은 항상 있게 마련인데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의 음악 실력으로 보완하느냐가 좋은 리시버의 기준인 것인데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선 리시버임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93.1MHz과 라디오를 청취하시는 어머니도 꽤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하신다. 오래도록 라디오를 청취하시니 좋은 튜너를 하나 선물하고 싶었다. 그 결과 선택한 것이 매그넘 MD-102 튜너인데 메리디언 G51이 크게 부족하다 느끼시진 않는 것 같다. 방송편집 기능도 지원하며 다양한 메모리 기능도 제공해 더욱 깔끔하게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앰프로서의 가치를 알아보자. 메리디언 제품답게 매우 세분화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조정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메뉴 구성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우선 스테레오 출력으로 100W 2채널을 가지고 있다. 후면을 보면 스피커 단자가 한 조 더 배치되어 있는데 바이와이어링 대응이다. 일부의 파워 앰프에서 지원되는 바이와이어 대응 단자를 보면 내부에서 점퍼 바를 부착해 순도 높은 신호전송에 찬물을 끼얹는(아쉽게도 이런 부분은 제품 내부를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눈속임도 보이는데 메리디언 G51은 출력부부터 바이와이어로 구성돼 신뢰감을 준다. 전원은 국내 수입되는 일부 유럽 제품이 230V 그대로 들어와 220V인 우리나라 전압에서 그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지만 메리디언 G51은 220V이어서 전압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게인에 대한 설정메뉴도 있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소스 기기의 출력 전압에 맞게 게인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어느 정도의 음질을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100W 2채널이기에 스피커 구동 수준의 궁금증은 더해 간다. 마침 이번 달 리뷰를 위해 마르텐 오디오의 듀크 스피커가 와 있어 연결해 보기도 했다. 사용된 음반은 비스펠베이가 연주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집. 첼로 소리가 무겁게 다가온다. 특히 그 질감은 감탄할 만하다. 일반적인 인티앰프보다 그 표현이 월등히 좋았던 것. 하지만 다소 경질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평균점 이상은 분명히 한다는 것. 하지만 다소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스피커와의 궁합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여지를 남기는 소리였다.



메리디언 G51은 참으로 귀한 존재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바뀐 최근의 메리디언 디자인을 좋아한다. 심플하면서도 만듦새가 좋기 때문이다. 상판 커버의 디자인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것은 검정색 아크릴 판과 별도 패널의 조합으로 2피스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별도의 히트 싱크가 보이지 않지만 본체 내부에 장착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히트 싱크가 섀시와 붙어 있지 않고 별도로 마운트하여 띄워 놓았다. 가격은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급품을 소유하고 싶은 이에게 음질 이외에도 시각에서 감성까지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한계에 가까운 음질에 대한 욕심없이 간단한 컴포넌트 구성으로 오디오를 즐기고 싶은 마니아가 있다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AM/FM 리시버가 내장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라고 할 수 있겠다.

[월간오디오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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