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800 Diamond 의 환상의사운드


전작과 비교하여 눈에 띄는 변화는 중고역의 선명도와 약간 어둡던 색채가 무척 밝아지고 경쾌하게 변화한 듯하다. 지나치게 무덤덤해 보이던
전작에 비해 생동감이 넘쳐나는 음색으로 이전 다이아몬드 시그너처를 들으면서 상상하던 변화의 방향을 멋지게 만들어 냈다.
출장 리뷰로 앰프나 소스기기를 의뢰받으면서, 그 오디오숍에서 매칭 가능한 스피커를 물어볼 때면, 가장 적당한 것은 필자가 쓰는 혹은 쓰던
스피커이다. 그만큼 그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나는 B&W 스피커를 연결하길 원한다. 대부분 숍에서 한 대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스피커이다.
B&W의 소리가 좋건 싫건, 개인적인 취향이 어찌되었건, 이 소리가 바로 기준이 되는 소리이다. 애플이나 리눅스가 얼마나 편리하건, 표준은 윈
도우인 것처럼 말이다. 특히 그중에서 800 시리즈의 위치는 막강하고 절대적이다. 805보다 저역을 잘 내는 소형 스피커는 저역 특성이 좋은 스
피커이고, 800보다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스피커는 성향이 부드러운 하이엔드 스피커이다. 800 시리즈보다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다면 좋은 것
이고, 나쁘면 나쁜 것이다. 스피커를 평가함에 어느 기준이 되는 것, 바로 그 위치에 있는 스피커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800 시리즈는 30년
을 거치면서 외형상 변화는 단 한 차례 있었고, 지속적인 개량으로 항상 스피커의 보편적이고, 기준이 되는 소리를 유지해 왔다.



80년대 하이엔드 사운드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면 매트릭스 801 모델을 들어보면 되고 10년 전 소리가 궁금하다면 노틸러스 800의 초기작
을 들어 보면 될 것이다.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스피커이고 가장 많이 찾으며, 선택의 위험 부담이 없고, 나중에 개비할 때도 마치 현금처럼 통용되는 스피커이기도 하
다. 뭐가 뭔지 잘 모른다면, 즉 오디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자기 취향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예를 들어, 얼마 전에 하베스를 들었는데 밝
은 소리와 선명한 해상도가 좋았다든지, 누가 윌슨 오디오를 들려주었는데 서정적인 음색의 멜로디가 좋았다는 식의 말을 한다면)에게는 무조
건 B&W이다. 그리고 이리 저리 휘둘리며 바꾸고 또 바꾸면서 정착하지 못한다면 결론이 B&W인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다. 가정용은 물론 녹음
스튜디오까지 사용되는 그렇게 절대적인 척도가 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2010년, 그 기준이 다시 조금 수정하게 된다. 800 시리즈는 이미 800D를 통하여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변화의 폭은 기존의 소리와 확연히 차이 나지는 않았었다. 작년 말 프리앰프(2009년 10월호)를 리뷰하면서 비교하여 들어본 800D와 동사의 기
념작인 다이아몬드 시그니처의 소리를 비교해보면서 D 시리즈의 고음 부분의 개선의 여지가 있고 이미 발전시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눈
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시카고 오디오 쇼에서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선을 보인다.
고음역뿐 아니라 저역 우퍼까지 모두 손을 보았고, 대구경 우퍼를 사용하는 801은 시리즈에서 빠지게 되었다. 쿼드 마그네틱 디자인의 트위터
부는 4개의 네오디뮴 마그넷을 배치하여 감도가 더욱 높아졌다. 외장은 알루미늄 다이캐스트 제이고, 주변 소재를 개량하여 지향성을 더욱 확
장하였다. 우퍼 역시 개선되었다. 외관상 소위 말하는 800의 보이스코일을 감싸는 배꼽 부분(더스트 캡)이 워낙 커서 콘 페이퍼 부분이 매우 좁
았는데, 신형에서는 콘 페이퍼 부분이 확장되어 진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보이스 코일 구경은 100mm에서 75mm으로 약간 줄어
들었다, 재질은 전과 동일한 카본 파이버에 로하셀을 바른 소재가 사용되었다. 케블라 진동판의 미드레인지는 변경사항이 없다고 한다. 인클
로저 설계 구조는 기존과 비슷한 매트릭스형이고, 35mm의 합판을 구부려 외형을 잡아 냈다. 마감은 장미목, 체리,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프리
미엄 블랙인 피아노처럼 광택이 있는 검은색 마감의 3가지가 있다.



헤레베헤의 베토벤 9번(Pentatone)을 먼저 들어 본다. 정말 평균이라는 서두의 말처럼 딱 보편적인 스피커의 소리이다. 딱히 흠 잡을 데 없고
어느 기준에서 보아도 모자람이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저역의 파워감도 양적으로나 순발력에서나 모자람이 없고, 고음의 해상도나 이미징도
부족함이 없다. 30년간 유지해온 스테디셀러로서의 면모가 이번 작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전작과 비교하여 눈에 띄는 변화는 중고역의 선
명도와 약간 어둡던 색채가 무척 밝아지고 경쾌하게 변화한 듯하다. 지나치게 무덤덤해 보이던 전작에 비해 생동감이 넘쳐나는 음색으로 이전
다이아몬드 시그너처를 들으면서 상상하던 변화의 방향을 멋지게 만들어 냈다.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ely’의 보컬은 꾸밈도 없었고 가
라앉지도 않는 생생한 실체감을 가지고 있으며, 기타음의 선명도와 탄력적인 느낌은 이전과 다른 팽팽한 느낌을 전해 준다.
위그 드 크루송의 ‘O”stravaganza’(Virgin France)의 힘과 비트는 상대적으로 고음의 변화점을 보여주면서 굉장한 비트를 선보인다. 확실한 우퍼
의 개선점이 눈에 띈다. 콘 면적을 극단적으로 작게 가져가면서 마치 돔 트위터 형태의 우퍼를 만들어 스피드를 추구하던 전작들과 달리 더 풍
부해진 양감이 동일한 스피드로 나와 주니 그 쾌감은 상당하고 스케일 감도 훨씬 더해지면서 무대가 넓어진 느낌이다. 힘과 비트 모두를 만족
시키는 저음이다.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을 스티븐 허프의 피아노(Hyperion)로 들어보자. 다소 무겁게 녹음되어진 허프의 피아노 음색이 생기가 넘친다. 훨씬 밝
아진 소리이다. CD 플레이어 리뷰를 위해 동석하였던 평론가의 말처럼 앞으로 스튜디오 모니터로 쓰기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나의 취향에는 지금의 800 다이아몬드가 800D보다 훨씬 좋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 좋다.
사실 내가 보편타당한 척도로 B&W 800을 평한 것은 찬사이기도 하지만, 개성에 넘치는 매력적인 요소가 없음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도 있다.



좋은 소리였지만 듣고 있으면 재미가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번에 개선이 되었다. 싱싱하고 팔팔하게 살아 있는 듯한 생기, B&W
800을 30년 동안 다양한 모델로 들어보았지만 확 끌어당기는 매력을 나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모델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모자람도 넘치지도 않는 보편타당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생기발랄한 매력을 풍기면서 하이엔드 스피커의 방향을 또 다시 제시한 800
다이아몬드를 볼 때 앞으로도 B&W의 인기도는 꾸준히 유지되어 갈 것 같다. 조금 중역대가 얇아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이전과
기준이 바뀌었음을 말하는 것과도 같다.
 


·가격 : 4,200만원
·구성 : 3웨이 4스피커
·사용유닛 : 우퍼(2) 25cm 로하셀 콘, 미드레인지 15cm 우븐 케블라 콘 FST, 트위터 2.5cm 다이아몬드 돔
·재생주파수대역 : 32Hz-28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 350Hz, 4kHz
·임피던스 : 8Ω
·출력음압레벨 : 90dB/2.83V/m
·권장 앰프 출력 : 50-1000W
·크기(WHD) : 45×118×64.5cm
·무게 : 102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