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RD(코드) CHORDETTE SCAMP USB 앰프 리뷰



코드를 이끄는 존 프랭크스는 외모와 달리 상당히 겸손하고 세심한 사람이지만 제품 개발에 갖는 열정은 상당히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쏟는다고 한다. 그의 몰입도 높은 기획, 개발 능력은 지난 2년 동안 초하이엔드급 제품에서부터 컴퓨터 옆에 어울릴 만한 작은 마이크로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소형 기기에 대한 애정과 집중이다. 코드의 히트작인 DAC64가 속한 Choral 시리즈에 이어 Click이라는 좀더 아방가르드적인 외형을 지닌 미니 하이파이적인 라이프스타일 기기가 등장했으며 미니보다도 훨씬 더 작은 마이크로 하이파이의 진출작으로 Chordette Gem 같은 DAC를 탄생시켰다.




특히 Chordette Gem은 애초에 단품의 소형 미니 DAC으로 기획된 제품이지만 컴퓨터 하이파이와 모바일 기기 등의 보급 덕분에 상당한 판매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고무된 코드에서 아예 Chordette를 하나의 시리즈로 기획하여 완벽한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갖출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것이 Chordette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는 프리앰프, 파워 앰프, DAC 그리고 헤드폰 앰프와 포노 스테이지 심지어 미니 PC 까지 총 5개의 세트로 라인업이 완성되는데 Scamp는 이 시리즈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다용도 파워 앰프이다.



의외의 성공을 거둔 Chordette Gem


올라운드 능력


Scamp는 Small Capable AMPlifier의 줄임말로 스캠프라 부르면 된다. 과연 얼마나 능력이 뛰어나길레 이름에 Capable 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붙였을까? 지난 업데이트에서 공개한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능적인 면에서는 아날로그와 USB를 통한 디지털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파워 앰프로서 심지어 브릿지 모드로 모노 블럭까지 되는 다양한 재능을 소개한 바 있다. 기능적으로는 이름에 걸맞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퀄리티다. 과연 150 만원이라는 가격에 합당하는 음을 낼 수 있을까?



상상하지 말자


마땅한 컴퓨터용 스피커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속는 셈치고 메인 스피커에 연결했다. 개인적으로 사용 중인 윌슨오디오의 구형 모델 Watt/Puppy 6에 연결했다. 소스는 컴퓨터이고 프리앰프 없이 USB로 Scamp에 연결하여 바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심플한 구성이다.


일단 첫 음을 듣는 순간, 나태하고 전혀 기대감이 없던 내 얼굴에 긴장감이 뻗쳐올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음이 뿜어져 나왔다. 우에하라 히로미의 데뷰작인 중 ‘Summer Rain”과 ’Joy”를 들어보면 베이스와 드럼의 타격감과 밀도감 넘치는 저음의 에너지에서 앰프의 크기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흐트러지거나 웅웅거리는 맥 풀린 저음의 잔재들이 없다. 마치 몇 백 와트 단위의 파워 앰프들이 각을 잡고 스피커를 쥐락 펴락하는 사운드와 다를 바 없는 탄탄하고 흐트러짐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피커가 작은 북쉘프나 슬림한 소형 플로어스탠더가 아니라 Watt/Puppy 급인데도 말이다.



한 방 얻어 맞은 느낌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말러의 교향곡들과 레퍼런스 레코딩에서 나온 몇가지 교향악곡들을 들어보았다. 재즈 트리오가 아닌 스케일이 큰 대편성 광대역의 녹음들에서는 분명 한계가 보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작은 앰프라고 생각할 수없는 당당한 힘과 넓게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는 이 앰프의 이름이 왜 Capable 인지 알 수 있는 증거를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뿐이었다. 특히 이런 녹음에서 관건이 되는 무대 앞 뒤의 거리 그리고 악기들의 좌우 중앙 배치의 정확성, 포커싱 같은 요소들이 평면적으로 변하지 않고 하이파이 앰프다운 모습으로 재현해주었다. 게다가 이전에 사용했었던 코드의 1200E 나 Mezzo 140 같은 파워 앰프들에서 들었던 코드 특유의 탄력적이며 매끄러운 색채감이 살아있다는 점은 이 작은 앰프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분명 이것은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앰프가 아니라 작은 거인이라 부를 만한 앰프였다.


절대적인 아날로그의 힘


과연 이런 앰프의 힘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크기를 보고 다들 디지털 앰프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상식을 깬다. 이렇게 작지만 Scamp는 디지털 앰프가 아닌 순수 아날로그 파워 앰프이다.  Class AB로 설계된 이 앰프는 반도체 업체 IR이 만든 HEXFET라는 이름의 MOSFET를 채널당 페어로 출력단에 사용하여 채널당 40w의 출력을 낸다. 칩으로 된 싸구려 반도체 앰프가 아닌 하이스피드 MOSFET로 설계된 순수 AB급 앰프인 셈이다.


AB급 아날로그 앰프임에도 이런 작은 크기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존 프랭크스가 지닌 탁월한 스위칭 모드 전원 회로에 있다. Scamp에는 리니어 방식의 큰 전원 트랜스포머 같은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 SMPS 방식의 외장형 어댑터를 쓴다. 100w 사양의 이 프리볼티지 어댑터는 대만제 제품으로 앰프의 설계자인 존 프랭크스가 만든 것은 아니다(그래도 중국제가 아닌 대만산 제품으로 신뢰도는 훨씬 높아졌다). 이 어댑터는 단순히 8.5v의 DC 전원을 공급할 뿐이며 실제로는 Scamp 내부에 존 프랭크스가 설계한 별도의 전원 회로가 탑재되어 있다. 앰프 내부 우측 벽에 손톱 만한 기판 위에 설계된 소형 트랜스포머로 설계된 코드 만의 SMPS 회로가 바로 Scamp의 비밀의 열쇠 중 하나다. 500kHz의 스위칭 동작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이 앰프의 발전소는 작지만 거침없는 다이내믹스와 임팩트를 쏟아내는 Scamp의 핵발전소의 역할을 한다.



또 하나의 열쇠는 섀시에 있다. 작은 앰프이므로 별도의 방열판 없이 섀시 자체를 방열판으로 사용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섀시는 탁월한 방열 효과를 제공하며 테두리에 뚫린 구멍들은 바닥에 장착된 쿨링팬과 맞물려 효과적인 에어 쿨링 역할을 수행해준다. 최대한 알루미늄 면적을 넓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코드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인 내부를 보여주는 화려한 불빛의 돋보기 창은 Scamp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두 가지설계 포인트가 작은 크기로도 이처럼 파괴력 높은 힘과 음질을 들려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크기가 주는 아쉬움


이 앰프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앰프는 아니다. 몇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가장 먼저 겪게되는 문제점은 빼곡한 단자 배치다.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 때문에 단자를 배치할 공간이 별로 없다. 제품 뒷면을 보면 스피커 터미널은 거의 붙어있는 상태이며 스피커 터미널을  중심으로 좌우에 아날로그 입력 RCA 단자와 USB 입력, 볼륨, 전원 입력, 전원 출력 등 빈틈이 없을 정도로 단자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실제로 아날로그 입력에서 USB, 스피커 케이블까지 연결하려면 손가락이 삐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스피커 케이블은 아주 슬림한 바나나 단자로 된 부드러운 케이블이 아닌 한, 결코 이 앰프에 연결하기 쉽지 않다. 두껍거나 딱딱한 또는 말굽 단자를 쓴 케이블들은 Scamp에서는 불가능하다. 즉, 고급 스피커 케이블은 물리적으로 Scamp가 받아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지적 사항은 아날로그 입력이다. 아날로그 음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앰프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USB 입력의 파워 앰프(또는 볼륨이 있으니 인티 앰프라 볼 수도 있다)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USB 입력의 음질은 좋다. 하지만 테스트에서 Scamp와 거의 같은 가격대의 타사 DAC를 사용하여 Scamp의 아날로그 입력에 연결을 하자 음의 퀄리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어 버린다. 음의 입자, 디테일 그리고 찰랑찰랑한 리듬감과 매끄러운 음의 변화가 분명 Scamp의 USB 보다 한 수 위다. 즉, Scamp로 모든 것을 끝낼 수도 있지만 좀더 공격적인 하이파이 마니아라면 앰프와 비슷한 가격대인 100 만원 이상의 DAC를 추가하면 확실히 Scamp가 갖고 있는 한계치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게 될 것이다. Scamp에 관심이 있다면 같은 시리즈인 Peach로 짝을 맞춰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테스트 해본 결과 자체 USB 보다 Peach가 더 뛰어난 음을 들려주었다. 내장 USB도 나쁘지 않지만 그것은 Scamp가 들려주는 능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심지어 테스트에서는 정가 850 만원이나 되는 하이엔드 DAC를 물려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Scamp의 음은 계속 좋아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여기에 인터커넥트 케이블까지 바꾸면 음은 더더욱… 진정한 하이파이 골수팬들이 해볼 법한 다양한 시도에 Scamp는 하이엔드 제품인 마냥 다양한 반응을 음으로 직접 보여준다.


결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Scamp에게 크기는 모양에 불과하다. 그것을 눈 앞에서 증명한다. 여러분이 어떤 스피커를 갖고 있든지 이 작은 크기의 앰프는 마치 마술을 부린 것처럼 당당하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운드로 앰프의 크기 자체를 잊게 만든다. 테스트에서 사용했던 Watt/Puppy 뿐만 아니라 레벨의 Ultima Studio 2 그리고 펜오디오의 Charisma/Chara 같은 스피커들에서도 변함없이 거인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이 정도 능력이라면 PC 옆에서 쓸 컴퓨터 오디오 내지는 책상 위의 소형 북쉘프 스피커라면 아마 유닛이 터져 나갈 정도로 힘차고 거침없는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거실에서 보여준 능력을 감안하면 책상 위에서는 누구도 이 앰프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놀라운작은 거인이다. 혹시 윌슨오디오의 MAXX 같은 초거함 스피커라면? 기회가 된다면 Scamp의 한계를 직접 눈으로 즐겨보고 싶다.


출처 : www.tinm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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