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품 진공관앰프 OCTAVE(옥타브) V40SE 진공관인티앰프

해외 오디오 쇼를 참관할 때마다 제일 관심을 두는 부분이 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괜찮은 퀄리티와 만듦새를 가진 제품을 찾는 일이다.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은데, 수많은 부스와 안내판과 도우미들 사이를 뚫고서 간혹 발견이라도 하게 되면 더 없이 기쁘다.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의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만나는 재미에도 중독성이 있지만, 이런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중에 인상적인 제품으로 옥타브를 들 수 있다. 주로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만난 회사로, 얼핏 보면 평범한 외모에 요란하지 않은 부스 디스플레이로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특히, 디자인으로 말하면 너무나 고전적이어서 흔히 말하는 포스나 임팩트가 없다.



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 소리를 들으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고품위한 음에 점차 매료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사가 자랑하는 주빌리 시리즈는 사이즈도 크고, 위용도 대단해서 한눈에 봐도 상당한 가격표가 매겨지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인티 앰프는 퀄리티, 가격, 만듦새, 내구성 등 여러 면에서 모범적인 제품이라 하겠다.


사실 진공관을 소재로 한 제품은 많고, 특히 인티 앰프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포맷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독일제라고 해도 이 정도 가격표를 매긴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냐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옥타브의 제품이 뛰어나다면 그 이유가 대체 뭐냐, 따져 볼만도 하다.


이에 대해 아주 간단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오랫동안 만진 음이다. 말하자면 장시간에 걸쳐 개량과 보완이 이뤄지면서, 설계상 필요로 하는 실제 부품과 트랜스포머 등에서 완벽을 기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독일의 장인 정신이 의미하듯, 마구잡이식으로 이런저런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뭘 하나 만들었으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또 연구해서 꼼꼼하게 업그레이드시켰다는 것이다.



동사의 연혁을 보면 전문적인 진공관 앰프 메이커로 출발한 것이 1987년이다. 약 사반세기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놀랍게도 제품 종수는 몇 개 안된다. 대부분이 오리지널 설계에서 개량을 거듭한 MK2나 SE 버전이다. 지독하리만치 완벽을 추구하는 제작자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동사의 창업자 안드레아스 호프만(Andreas Hofmann)의 집안 내력이다. 동사는 그의 부친이 1968년에 설립한 트랜스포머 전문 제작사를 기반으로 하는 바, 이를 바탕으로 어릴 적부터 진공관 앰프를 끼고 살아온 안드레아스의 경험과 창조력이 발휘되어 결국 현재에 이른 것이다.



뭐 진공관 앰프다, 하면 의외로 간단한 설계로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로도도 이미 다 공개되어 뭐 감출만한 구석이 없다. 하지만 부품 선정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솜씨 등 미세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최근에 올수록, 전자 제어나 보호회로 등이 중요해져서, 이런 부분은 오랜 연구와 노하우가 없으면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점에서 동사는 제작자의 집안 내력과 본인의 열정이 잘 어우러진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동사의 앰프들은 모두 자사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한다. 진공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출력관을 비롯한 각종 관이지만, 트랜스포머의 역할도 상당하다. 이 부분에서 오랜 기간 트랜스포머를 제작해온 동사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동사가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1987년, 전설적인 프리앰프 HP500을 발표하면서다.


클래시컬한 진공관 앰프가 가진 뉘앙스나 풍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대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와이드 레인지와 하이 스피드를 골고루 가진 이 제품은 향후 동사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며, 그런 경향은 파워나 인티 앰프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덧붙여 진공관뿐 아니라 트랜지스터에도 상당한 기술력을 배양해서 양자의 장점을 충분히 융합한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V40SE는 당연히 V40의 후속기다. 전작이 나온지 약 10년 만에 개량형으로 나온 제품인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상급기로 만들어진 V70과 V80의 기본이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기의 음질 경향이나 제작 컨셉을 이해하면 나머지 두 기종도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단, 본기가 EL34와 KT88 계열 모두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상급기들은 KT88 계열에 국한된다는 차이점은 있다.


본기의 음을 듣고, 자료를 읽으면서 한 가지 흥미를 가진 점은, EL34와 KT88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그 경우 바이어스 조정의 포인트가 달라져, 전자는 28mA에 맞춰 조정해야 하고, 후자는 34mA에 맞춰야 한다. 척 꽂으면 알아서 동작하는 앰프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뭐 이 정도의 조정은 간단히 할 수 있을 정도니 불평할 일은 아니다.


아무튼 EL34, 6L6 등에 덧붙여 KT88, 6550C 등 5극 출력관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모두 써볼 수 있다는 점은 더 없이 매력적이며, 이를 기화로 각 출력관의 성격이나 장점을 골고루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신형관에 더한 고전관의 구입 및 장착도 가능하니, 일단 본 기를 사두면 오랜 기간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본기의 개량 포인트는 여러 면에서 꼼꼼하게 이뤄진 바, 무엇보다 증폭단과 전원부를 들 수 있겠다. 전자에서는 드라이버 회로에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를 사용하지 않고 용량 누설이 적은 탄탈 전자 콘덴서를 사용했다. 후자의 경우 드라이버단과 히터 시스템에 공급되는 전압을 치밀하게 관리해서 일체의 험이나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게 했다. 아무튼 험과 노이즈는 진공관 앰프의 오랜 친구처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인 바, 이 대목에서 동사가 이룬 성과는 특필할 만하다.


나는 입출력단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프런트 채널”(Front Channel)이라는 항목으로, 알고 보니 바이패스단이다. 즉, AV 앰프에 연결해서 멀티채널로 구동할 경우, 본기의 파워단만 사용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쪽 계통의 취미 활동에서 영상 쪽을 등한시할 수 없는 바, 진공관 앰프라고 이런 영역에서 제외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액티브 서브우퍼와도 연결되는 단자가 있는 바, 이 경우 특별히 음량 조절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런 기기를 접속할 경우 그라운드 노이즈가 유입될 수 있는 바, 이 부분에 만반의 조치를 취했음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ECO 모드. 간단히 말해서 앰프를 그냥 켜놓고만 있을 때 낭비되는 전력과 진공관의 수명 단축을 막기 위해, 5분간 입력 신호가 유입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ECO 모드가 발동해서 휴지기 모드로 전환하다. 이럴 경우 10W 정도의 아이들링 전류밖에 필요하지 않다.


그러다 음성 신호가 유입되면 정확히 그때부터 시스템 전체를 다시 깨워서 정확히 35초 후에는 정상 모드로 돌아간다. 진공관 앰프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흔치 않거니와, 그런 면에서 얼마나 사용자를 배려해서 정밀하게 만들었는지 탄복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그간 행사 부스에서 여러 번 청취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스피커를 연결해서 듣고 또 자료를 본 것은 처음이다. 덕분에 배운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이제는 진공관 앰프 하면 단순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뚝딱거리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소들을 골고루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음질에서도 확연히 뛰어난 퀄리티를 들려줘야 하니, 이래저래 고충이 많았을 것이라 짐작이 된다.



이번 시청을 위해 소스는 와디아의 381i를 사용한 가운데, 스피커는 마르텐의 듀크와 스털링의 3/5A를 번갈아 동원했다.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조수미 “Dona Dona”
– 다이어 스트레이츠 “Brothers in Arms”
– 샐레나 존스 “You Light up My Life”
– 다비도프 “Romance sans Paroles” 지안 왕(첼로) & 외란 쇨셔(기타)


처음 조수미를 듣는 순간, 과연 진공관이 내는 여성 보컬의 매력은 탁월하구나 다시 한 번 무릎을 쳤다. 좀 심하게 말하면 천사의 노래라고나 할까? 음 하나하나가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고, 가사도 명료하게 전달된다. 중간에 춤을 추듯 나타나는 클라리넷은 그 음색이 너무나 환각적이어서,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곡은 특수 효과가 많이 쓰인, 일종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연상케 하는데, 당연히 다이내믹스, 와이드 레인지, 하이 스피드 등을 필요로 한다. 그 부분에서 전혀 감점 사항이 없다. 과거 진공관은 어딘지 굼뜨고, 느리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지만, 본기를 들으면 확실히 세상이 변했구나 실감하게 된다. 나중에 절정에 치닫으면 깜짝 놀랄 만큼 대단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샐레나 존스의 노래는 그간 여러 시스템에서 들어서 꽤 친숙한 편인데, 여기서 듣는 매력 또한 각별하다. 그녀는 결코 휘황찬란한 테크닉을 구사하거나 고운 음색을 가진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소 무뚝뚝하게 노래하는 편인데, 그 절묘한 매력이 여기서 충분히 포착된다. 비장한 기운이 감돌면서도 정감이 풍부해서 점차 빠져들게 한다. 음장 묘사에도 능해서 드럼 세트 앞에 서서 부르는 그녀의 자태가 충분히 그려질 정도다.


마지막으로 다비도프의 작품을 연주한 첼로와 기타 이중주는, 악기 자체가 주는 음색의 매력이 대단할 뿐 아니라, 곡이 지닌 다분히 무곡적인 느낌이 정확히 전달되어, 가볍게 발장단을 하게 한다. 첼로로 말하면 마치 춤을 추듯 연신 리듬을 타고 멜로디를 연주하고 또 반주하고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신명난다. 거기에 20개의 손가락을 갖고 기타를 치는 듯한 쇨셔의 현란한 테크닉에 이르게 되면 거의 할 말이 없다. 이런 소품의 맛이 뛰어나기에 계속 실내악 음반을 뒤지느라 시청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Specifications






























































출력: 40W+40W
주파수 특성: 20-20kHz(최대출력시) 0/-2dB
THD: 0.1% 이하(5W/4Ω/1kHz), 1% (30W/4Ω/1kHz)
SN 비: -100dB
잔류 노이즈: 300µV
채널 분리도: 40dB
크로스토크: -90dB
입력 임피던스: 50kΩ
출력 임피던스: 240Ω(Pre Out)
입력감도: 180mV
최저 부하 임피던스:
추천 부하 임피던스: 3~10Ω
소비전력: 130W(통상 동작시), 30W 이하(에코 모드시)
입력: Line(RCA 포노) x 5계통 (바이패스 입력 포함)
출력: Tape Out(RCA 포노) x 1계통, Pre Out(RCA 포노) x 1계통
스피커 출력: 바인딩포스트 x 1페어(4mm 바나나 플러그 대응)
기타: BLACK BOX/ SUPER BLACK BOX 접속단자
크기: W410 x H160 x D418(mm) (놉, 단자 포함)
중량: 17kg
부속품: 리모콘(볼륨 전용), 전원 케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