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탄노이) Prestige GR Super Tweeter

예를 들어 하이틴 시절, 한참 몸과 마음이 쌩쌩할 땐 그 주파수 대역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여러 신체 기관이 퇴화가 되면, 과연 그런 대역을 계속 커버할 수 있을까? 또 노안이 오거나, 관절이 아파오는 등, 나이가 들면 이러저런 질병에 시달리는데, 귀의 경우는 어떤가? 대역이 좁아지거나 특정 대역에서 피크나 딥이 생기지 않을까?
귀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진동판인 고막의 떨림으로 신호를 캐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고막이 노화가 되면, 마치 스피커 유닛의 퇴화처럼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일률적으로 20Hz~20KHz라는 스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좀 더 깊이 파고들면, 40대 이상이 되면 고역과 저역의 청취 능력이 많이 상실된다. 고역의 경우 17KHz 정도만 해도 괜찮을 정도다. 실제로 과거 혼 타입 스피커들을 보면, 고역이 17KHz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청취할 때의 느낌으로 말하면, 그렇게 시원시원할 수 없다. 대체 주파수라는 것이 뭐하는 것인가?

그런데 아주 희한한 것은, 그 슈퍼 트위터가 중저역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참 미스테리한 것이다. 심지어 슈퍼 트위터 여러 대를 모아다가 AB 테스트를 하면, 그 음의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직접 들을 수 없는 음을 갖고, 이런 다양한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도저히 할 말이 없다. 혹시 무슨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말을 쓰면, 허풍 떨지 말라고 화를 낼 분도 있겠지만.
또 얼굴의 표면이나 오감의 느낌 등, 여러 부분에서 음을 감지하는 능력이 숨어있다. 심지어 들리지 않는 저역은 심장으로 캐치한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음을 듣는다는 것은 오로지 고막으로만 가능한 단순계가 아니라, 인체 여러 부분이 관여한 복잡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훈련이 쌓이게 되면, 인간의 음에 대한 평가 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또 훌륭한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20Hz~20KHz라는 가청 주파수 대역에 사로잡혀서 슈퍼 트위터쯤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 이번에 만난 제품은 전통의 탄노이에서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는 프리스티지 시리즈에서 많이 쓰였지만, 단품으로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다른 스피커에서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 특히, LP라던가 고음질 파일 등의 영향으로, 50KHz 이상을 내는 음원이 많아졌으므로, 초고역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다. 덕분에 매우 흥미진진한 시청이 되고 말았다.
우선 외관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예전에 탄노이에서 만든 적이 있는 마이크로폰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이것을 데스크 위에 올려놓는 식의 컨셉으로 마무리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른바 데스크 마이크라고 해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하는 식의 모델이 예전에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느낌을 살린 것이다. 옛날 영화를 보면, 무슨 회의를 하거나 혹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마이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세히 살펴보면, 드라이버가 담긴 부분과 이를 바치는 부분(플린스 Plinth라고 한다)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이버를 보면, 전면에 쇠로 된 망을 쳐서 외부의 접근을 차단한 점이 돋보인다. 워낙 민감한 진동판인 만큼, 실수로 손을 대거나 아이가 만지는 식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진동판의 구경은 1인치, 25mm로, 재질은 마그네슘 알로이 계통을 썼다. 일종의 돔 형태로 제조되었다. 두께는 매우 얇아서 고작 44 마이크론밖에 하지 않는다. 통상의 트위터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상당히 하이테크한 기술력이 투입되었다고 해도 좋다.
한편 크로스오버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 공심 인덕터부터 메탈 옥시드 필름 저항에 이르기까지 최고급 부품을 망라했고, 배선재는 은도금, 무산소 케이블을 사용했다. 한편 터미널의 경우, 금도금을 제공한다.

왜 이런 제품을 내 놓았는가에 대해, 탄노이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페이즈 에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위상에 있어서 어긋남이 많이 억제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과도 특성이 좋아진다는 점. 이를 통해 전체적인 톤의 통일성이 확보되고, 사운드 스테이지가 보다 넓어지며, 마이크로-디테일이 살아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시청해본 결과 결코 과장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말하자면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최고의 오디오 랙을 도입할 때처럼 본 기의 도입 여부 역시 전체 시스템의 퀄리티와 특성에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디오에는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