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lon Audio Diamond28 – 200만원대 손꼽을 수 있을만한 스피커

 
HiFi.CO.KR을 운영하면서 수 많은 메이커의 제품을 경험하고 있다. 성격상 일을 적당히 하지 못하는 편이라 몸이 피곤할 때가 많다. 이런 성격은 공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하면 찜찜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요즘 들어 리뷰가 부쩍 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관련 종사자들이 어느 때 보다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좋은 브랜드를 도입하여 많은 오디오파일들에게 알리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리뷰 할 제품은 조금 생소한 스피커 브랜드이기도 하다. 제조사명은 파일론 오디오이며 그들은 폴란드에 위치하고 있다. 이 회사는 OEM 방식으로 하이파이 스피커를 생산해 내는 업체였다고 한다. 이 회사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창업자가 그의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일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뤘고 그 첫 번째 작업이 OEM이 아닌 자신들이 이룩한 브랜드를 부착한 스피커 생산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브랜드가 파일론 오디오이다.
 
이 회사를 신생 메이커로 보는 것은 어려울 듯 하다. 하이파이 스피커 제작에 수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고 심지어 도색작업까지 직접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브랜드를 론칭하여 뒤늦게 하이파이 스피커 제조에 뛰어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선두 주자 그룹들에 비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폭이 아주 다양하다. 이를테면 선택 가능한 스피커 마감이 195가지 컬러에 이르며 무늬목의 경우 11가지에 이른다.
 
그런데 국내 출시 가격은 200만원대이다. 북쉘프 스피커가 아닌 2.5웨이 플로어 스탠드 형 스피커의 가격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피커의 출시는 언제나 즐겁다. 
 
제품명은 다이아몬드 28.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다이아몬드라는 모델명이 무척 고가 스피커와 같은 느낌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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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는 4옴에 36Hz에서 2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폭을 재생해 낸다. 폭 196mm에 키는 1040mm이다. 배플이 무척 좁은 슬림형 스피커이며 갓 1미터를 넘기는 키를 가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디자인의 스피커도 500만원 미만에서 찾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 하다.
 
트위터는 0.75인치에 스캔스픽 텍스타일 돔 제품이 쓰였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왜냐면 이 트위터는 한 때 영국 프로악의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던 스피커에 쓰였던 트위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7인치 미드/우퍼 드라이버가 사용 된다.
 
사용된 7인치 미드/우퍼의 진동판은 셀룰로스 소재로 그만큼 트위터와 이상적인 주파수 연결에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시어스에 의해서 제작된 드라이버이다.
 
흔히 2.5웨이 디자인의 스피커는 비교적 파워풀한 저음을 얻기 위한 디자인으로 쓰이고 있으나 다이아몬드 28에선 예상한 것과 다른 재생음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신생 메이커에서 실수하기 쉬운 요소가 다이아몬드 28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다이아몬드 28 내부 구조를 보기 전까진 파일론 오디오는 특색이 없는 그저 평범한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싹 바뀌었다.
 
정확히 내가 리뷰 할 스피커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이아몬드 28을 만났고 그 스피커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청음이 이뤄졌는데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스피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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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lon Audio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습
 
 
스피커 리뷰를 위해선 많은 자료가 필요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28이 가진 설계 구조에 대해서 파악하였고 솔직히 조금 놀랄 만큼의 이상적인 이론들을 취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28 캐비닛 용적인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해 조금 큰 편이다.
 
이제는 보편화 되어버린 브레이싱 디자인도 다이아몬드 28 내부에선 최소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28 스피커 내부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이아몬드 28엔 배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스피커 내부에서 불필요한 정제파나 공진을 억제하기 위한 양모 사용이 최소화 되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위험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캐비닛의 착색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소리 에너지는 상당한 것이다.
 
우리가 음악으로 듣는 똑같은 재생음의 에너지가 캐비닛 내부로 작용되고 이것은 불필요한 부밍이나, 통울림, 심지어 저역 캔슬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에너지의 1차적인 흡음을 바로 수 많은 울 울 소재로 이뤄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따른다. 불필요한 배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7~8년쯤 되었을까? 밀페형 디자인의 스피커가 급격하게 사라졌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만큼 소리 소문 없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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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형 스피커는 확실한 장/단점이 존재했다. 장점으론 캐비닛의 용적을 토대로 정확한 저음의 Q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저음의 양감이 저음 반사형 스피커보다 적었지만 완만한 커브를 갖추고 있었기에 디자인이 그만큼 복잡하진 않았다.
 
하지만 디자인 자체가 에어-서스펜션에 의한 배압에 의한 것이었고 점점 가벼워지는 콘이 이 압을 견딜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기에 사라진 것이다.
 
이런 경우 만큼 극단적은 것은 아니지만 저음 반사형 디자인 스피커에서 내부 흡음을 위해 울을 과하게 사용할 경우 콘의 피스토닉에 불편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음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작은 음악 성분들의 표현이 그만큼 어렵게 된다.
 
다이아몬드 28은 흡음을 위해 스피커 하단에 대략 30% 정도 양모를 채워 두었다. 여기에 드라이버 유닛이 존재하는 챔버엔 양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흡음이 가능한 매트를 양쪽 측면과 후면에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시어스제 7인치 미드/우퍼는 피스토닉에서 제약을 그만큼 덜 수 있게 되어있다. 이것이 재생음으로 그대로 나타난다. 사전에 정보 없이 다이아몬드 28을 청음 했을 땐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이젠 납득되는 부분이다.
 
무척 생기 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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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디자인적 요소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이아몬드 28은 조금 특별한 MDF를 사용하고 있다. 안쪽에 림이 보다 강화된 솔리드 MDF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캐비닛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피커의 특정 부분을 손으로 노크해 보았지만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해 크게 나은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레코드를 재생할 땐 거슬리는 것이 없는 음으로 다가왔다. 통울림이 있고 저역의 해상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것도 200만원대 스피커가 말이다.
 
파일론 오디오의 스피커 제작 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크로스오버 디자인이 하이파이 스피커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상 특성이다. 각 드라이버간에 만나지는 주파수 대역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일론 오디오는 다이아몬드 28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회로를 설계할 때 이 부분을 가장 중요시 하게 여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부품은 폴리프로필렌 캐패시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코일 인덕터 역시 부품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위치를 청감적으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28은 기존에 비교 가능했던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재생음을 들려준다. 이 스피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높은 해상도이다. 티 없이 맑은 재생음을 선사한다. 또한 0.75인치 진동판의 트위터는 20kHz까지 재생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1인치 트위터에 비해 초고역이 훨씬 매끄럽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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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초고역 주파수 대역에서 확산 범위도 넓어 좀 더 선명한 사운드 스테이지도 그려내며 소프트 돔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창량감이 느껴지는 금속 악기의 질감도 표현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중고역 주파수 대역의 악기의 두께감이 다소 얇은 감이 있다. 이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드라이버가 가지고 있는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어스제 7인치 더블 미드/우퍼의 반응은 부하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중역과 중/저역에 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다이아몬드 28만의 캐비닛 내부 설계에 대해선 앞서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내부 흡음재, 울이 적게 사용된 만큼 진동판이 굼뜨거나 해상도에서 손해 보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척 반응이 뛰어나기 때문에 저음에 양감에서 다소 손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 저역은 상당히 깊게 내려간다.
 
음은 한 없을 정도로 투명한 느낌으로 펼쳐진다. 중고음은 다소 밝게 느껴지지만 이것이 특정 대역이 아니라 중고역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느낌이라 이질감이 없다. 또한 이런 중고역 특성은 오래된 녹음의 K-pop 재생에서도 별다른 이질감이나 피곤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현악의 표현이 가장 돋보였는데 군더더기 없는 아주 말끔한 선율을 선사한다. 여기에 질감의 표현 능력까지 덧붙여져 실내악을 듣는 묘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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