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너스파베르 30주년 기념작의 재해석 과르네리 트래디션

 
 
소너스파베르는 그들의 창립일을 5년 주기로 기념하는 특별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25주년 때엔 25만 달러의 레퍼런스급 스피커를 발표했고 25조로 제한했다. 30주년 때엔 그들의 탑 모델인 아이다 스피커 가격에 육박하는 수퍼 북쉘프 스피커를 선보였다.
 
모델명은 익스트리마, 1990년대에 소개 되었던 익스트리마도 북쉘프 스피커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저음을 표현했다. 그들의 북쉘프 스피커 중 가장 체급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북쉘프 스피커로 익스트리마가 재해석 되었다.
 
모델명과 제품의 컨셉만이 익스트리마와 닮았지 구조는 완전히 다른 스피커였다.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익스트리마 스피커는 정말 특별했다. 30mm 크기의 진동판 면적을 가진 트위터가 채용 되었는데 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이라 이름 지어진 베릴륨 돔 진동판이 채용 되었다.
 
여기에 180mm 크기의 네오디뮴 마그넷이 채용된 미드/우퍼가 채용 되었는데 보이스 코일로 6N의 순동선까지 사용되었다. 이 외에도 E.M.B.A.B.R이라 명명된 패시브 라디에이터로 저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 역시 적용 되었다.
 
참고로 본인은 소너스파베르 30주년 기념작 익스트리마를 들어본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리뷰어이기도 하다. 엄청난 가격이 성능을 짐작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중역과 고역의 표현력에 있어 내가 상상했던 것을 가볍게 넘어섰다.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음색이 인상적이었고 중고역대에 주성분을 가지는 악기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소너스파베르가 만든 스피커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음색이었다. 소너스파베르의 기술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다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는 스피커를 제작하던 메이커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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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질 구현이 가능한 결정적 요소는 캐비닛에 있다. 바로 카본 파이버를 모노코크로 제작 하여 캐비닛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단 30조만 생산되어 전 세계로 수출 되었다. 개인적으론 25주년 기념작을 들었을 때 보다 더 파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뜬금 없이 갑자기 왜 30주년 기념작 익스트리마 스피커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그들에겐 이미 환상적인 북쉘프 스피커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고 그러한 내용들이 과르네리 트래디션에 상당 부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소너스파베르에서 과르네리라는 스피커는 스테디 셀러였다. 사실 1990년 대에 소개 되었던 과르네리 오마쥬와 익스트리마 오마쥬는 익스트리마 오마쥬 쪽이 상급 모델이었고 한정판이었으나 구동이 쉽지 않았고 미적 요소에 있어 과르네리 쪽이 보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관심을 이끌었기에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은 과르네리였다.
 
이 스피커는 생산 년을 따질 정도로 마이너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었다.
 
인기가 정말 좋다 보니 과르네리 오마쥬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나돌았는데 채용된 트위터가 다인오디오의 에소타라는 내용이었다. 에소타는 익스트리마 쪽에 채용되었을 뿐 과르네리 오마쥬 쪽에 채용된 트위터는 에소텍이었다.
 
과르네리 오마쥬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쳤지만 재생음의 한계는 분명했다. 체급이 작았고 그만큼 내부 용적도 작았다. 그에 따라 오디오 테크놀러지사의 구경이 작은 미드/우퍼가 채용 되었고 그렇기에 저음 재생에 있어선 매력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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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과르네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체급이 조금 커졌다. 팔라디오 에디션까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과르네리 에볼루션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그 재생음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고역에서 저음까지 보다 균형 잡힌 북쉘프 스피커로써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너스파베르에서 그들의 허리와도 같은 라인업이 트래디션 시리즈로 개량 되었고 과르네리 역시 과르네리 트래디션으로 새롭게 출시 되었다. 새로운 트래디션 시리즈는 기존의 아마티와 과르네리 이외에도 세라피노 시리즈가 추가 되었는데 세라피노를 직접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확신은 무리가 따르겠지만 완성도는 과르네리 트래디션이 가장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르네리 트래디션을 처음 접했던 것은 3월 달의 오디오 쇼를 앞두고 번-인이 시작된 단계였다. 가장 먼저 받았던 인상은 “어~? 이거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한 재생음인데?” 였다. 어쿠스틱 환경에 조성된 리스닝 룸이 아닌 그저 쇼룸에서 경험이었지만 정말 인상적은 재생음이었다.
 
음에 집중한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생각을 갖게 했고 자연스럽게 떠올려진 생각은 30주년 기념작 익스트리마와 많은 부분이 닮았고 익스트리마를 개발하면서 얻어진 노하우가 상당히 적용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적 형태는 아마티 트래디션의 메인부를 북쉘프 형태로 제작한 것인데 재생음은 아마티 트래디션과 많이 다르다. 음의 정교함은 과르네리 트래디션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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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완성도를 가질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카본 스탠드가 결정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본은 강도가 철보다 몇 배 뛰어나고 무게는 절반 이하이다. 탄성율 역시 철에 몇 배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 이런 특성에 의해 진동 에너지를 빨리 소모시키며 별 다른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스탠드는 과르네리 트래디션 본체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판은 굉장히 두꺼운 금속 플레이트로 제작되어 있다. 저음에 의한 상당한 진동 에너지가 이 스탠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손 끝으로 느낄 수 있지만 음에 착색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솔직히 놀라웠다.
 
과르네리 트래디션은 새로운 트래디션 시리즈의 결과물의 공통적인 규칙을 따른다. 앞서 아마티 트래디션 시리즈를 리뷰 하면서 언급했던 양쪽 면의 좀 더 급격해진 커브로 인해 내부 용적이 늘어났다. 이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제파를 줄여 캐비닛의 잡음을 줄이고 있다.
 
플로어 스탠드 형태인 아마티 트래디션도 캐비닛 볼륨이 커지면서 저음의 수준이 나아지지만 북쉘프 형태인 과르네리의 경우 효과가 더 크다. 확실히 더욱 커진 볼륨 때문에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에 있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 되었고 저음의 양감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드 캐비닛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줄 금속 탑 플레이트와 스피커와 결합된 스탠드의 상판 그리고 스텔스 울트라플렉스의 기술에 의해 캐비닛은 정말 조용해졌다. 과르네리 트래디션엔 150mm의 미드/우퍼가 탑재되어 스펙상 명기된 40Hz에 이르는 저음을 내기 위해선 과도한 진폭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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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텔스 울트라플렉스 기술을 통해 공기 흐름이 보다 원활해지고 이를 통해 콘의 진폭에 저항을 줄인다. 이로써 콘 자체도 과도한 응답에 들뜨면서 별다른 디스토션을 느끼기 어렵다. 이 환상적인 조합이 제한적이지만 북쉘프로써 상당한 저음을 얻을 수 있고 고운 결이 느껴질 만큼 높은 해상력을 나타낸다.
 
150mm 진동판의 미드/우퍼가 밀 수 있는 공기의 양이 제한적이라 과도하다고 할만큼의 스트레스가 캐비닛에 가해지지 않지만 이걸 감안해도 캐비닛은 정말 조용하다. 그만큼 드라이버 유닛에서 나오는 순수한 재생음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진동에 의한 캐비닛 착색이 억제된 만큼 고역의 순도는 더욱 올라갔다. 같은 트래디션 라인업이고 분명 아마티 트래디션이 상급 스피커이지만 고역에서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든다. 특히 소너스파베르가 35kHz에 이르는 초고역 특성을 얻기 위해 적용한 DAD(Damped Apex Dome) 기술을 통해 고역 특성이 얼마나 향상되는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과르네리 트래디션에 적용된 트위터의 진동판은 28mm이다. 1.1인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 실크 돔 진동판에 초고역에 이를 때 불안한 상태를 보이곤 한다. 이것은 주파수에 딥을 만들기도 또 피크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불안한 움직임을 해결하기 위해 가운데 뾰족한 화살 모양에 댐퍼를 달아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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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물리적으로 실크 돔 진동판에 많은 댐핑을 가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 시킨 소너스파베르의 기술이 바로 DAD이다. 화살대 형상의 부품을 위 아래로 포진시키고 가운데 화살촉 형상에 금속이 트위터 중앙부를 살짝 누르는 형태다. 이를 통해 아주 적절한 댐핑이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1.1인치에 실크 돔 트위터가 35kHz에 이르는 초고역 응답, 그것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파수 특성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과르네리 오마쥬는 소리의 균형이 잘 잡힌 북쉘프 스피커라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많은 소너스파베르 스피커를 사용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컬러를 내세워 그들에게 열광하는 오디오파일들만 사로 잡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트래디션의 음색은 진화 되었고 이제는 더욱 많은 오디오파일들을 끌어 당기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전 시리즈 보다 폭 넓은 장르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리의 밀도에서 잡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다. 경쾌하며 순발력도 따라준다. 1.1인치 트위터를 갖추고 있지만 소리의 확산력이 북쉘프로써 뛰어나다. 중저음도 단단하며 상당히 당찬 울림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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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의 표현력 중 한 가지 장점을 꼽자면 출력 레벨이 높은 깊은 저역에서 순간적으로 뽑아내는 저역의 에너지 감이 무척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지만 상당한 에너지임에도 캐비닛의 착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표현 된다는 것이다.
 
물론 북쉘프 스피커인 만큼 양감은 크지 않지만 유닛에서만 재생되는 저음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중고역의 순도나 S/N은 상급 모델인 아마티 트래디션을 위협할 정도로 뛰어나다. 표현 가능한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나 음의 두께감을 제외하면 과르네리 트래디션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결과물을 토대로 이전 소너스파베르와 재생음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점도 보이지만 현악에서 소너스파베르만 가능한 해석은 여전하다. 실키하면서도 소너스파베르만의 질감을 묘사하기 위한 음의 미묘한 늬앙스들은 여전히 만지면 촉감으로 느껴질 것 같은 결이 살아있다.
 
과르네리 트래디션 리뷰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진 것이지만 레퍼런스의 의미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익스트리마의 존재가 과르네리 트래디션의 재생음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소중한 잣대가 되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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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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