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오디오 이노베이션 컴팩 턴테이블 리뷰

 
 
얼마 전 우연히 [Diabolus In Musica] 앨범을 발견했다. 2LP로 발매된 리이슈 LP.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바이올린을 잡았고 샤를 뒤투아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총 열 두곡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중간에 LP를 뒤집는 것조차 그다지 귀찮지 않을 만큼 정교하며 명징한 사운드가 집중력을 최고조로 올려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아카르도의 유명 앨범이고 구하던 LP였지만 음질이 남달랐다. 알고 보니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1LP로 발매된 적도 있었고 내가 구입한 LP는 클리어오디오에서 자체적으로 리이슈한 LP였다. 그렇다. 클리어오디오는 종종 도이치 그라모폰을 포함 오디오파일 레코딩을 LP로 발매해 내놓곤 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자주 턴테이블이나 카트리지 등 아날로그 관련 리뷰에 사용하는 오존 퍼커션 그룹의 LP도 마찬가지. 클리어오디오가 발매한 이 LP에서 받은 느낌은 철저히 오디오파일 레코딩이다. 그 안에는 클리어오디오가 추구해온 아날로그 사운드의 철학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종종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VS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며 역사적으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아날로그 마니아들은 클리어오디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한다. 아날로그 사운드 안에서도 ‘Cool & Clear’ 와 ‘Warm & Soft’의 역학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만일 레가와 린이 후자라면 전자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대표주자는 VPI 와 함께 클리어오디오를 맨 상단에 올려놓을 수 있다.
 
 
“혁신에 혁신을 더하다.”
 
 
1978년 설립한 이례 클리어오디오는 기존 아날로그의 관습을 끊임없이 격파해왔다. 대게 목재를 사용하던 플린스에서 벗어나 아크릴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클리어오디오다. 뿐만 아니라 POM 소재의 플래터 사용이나 유닛 피봇 톤암은 물론 자동차 한 대 값에 육박하는 광대역 카트리지 등 혁신의 연속이었다. 단지 따스하고 무른 아날로그 사운드가 아니라 디지털에 버금가는 해상력과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징을 추구했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단지 추억이나 옛 것에 대한 향수로 치부하는 클리셰에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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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오디오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했던 것은 Concept 턴테이블에서였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클리어오디오의 혁신에 처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온통 아크릴로 도배한 기존 라인업들에서는 소재의 우월한 공진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차갑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반면 새로운 라인업에서는 POM 소재로 바뀌면서 그런 음색적 단점들이 대거 해소되었고 전체적인 대역간 균형감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이런 까닭에서였을까 오랜만에 홈페이지에서 살펴본 모든 라인업은 격세지감이다. 플래터 및 톤암, 베이스 등 모든 것이 새로워졌으며 라인업 또한 Statement를 시작으로 Master Innovation 등 이름부터 혁신 일색이다.
 
 
이번에 마주한 클리어오디오는 Innovation Compact라는 모델로서 일련의 Innovation 한복판에 위치한 미들급 모델이다. 미들급답게 하위 모델보다 한층 두터운 70mm 플래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밀도 POM(polyoxymethylene)을 소재로 활용해 정전기에 강하며 특히 공진 특성이 우수하다. 과거 아크릴이나 금속 플래터를 사용하던 메이커들이 최근 POM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베이스도 골밀도 방탄목재(Panzerholz)와 알루미늄 등 서로 다른 소재를 샌드위치 방식으로 접합해 공진특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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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육중한 POM 플래터는 클리어오디오가 고안한 이상적인 베어링 위에서 회전한다. 이를 클리어오디오에서는 CMB, 즉 ‘Ceramic Magnetic Bearing’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플래터에 달린 스핀들을 하부 베어링 홀에 장착하는 방식이 아니다. 반대로 베어링 베이스 위에 마그네틱을 사용해 스핀들을 플로팅시키고 하부 드라이브 플래터 하단에 세라믹 소재 베어링을 거꾸로 장착 해 놓았다. 보편적인 스핀들 방식보다 훨씬 더 우수한 회전 정밀도와 안정감 및 정숙도를 자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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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 베이스는 3점지지 형태로 각 지점에 스파이크와 슈즈로 지지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과연 구동부는 어떤 방식일까 ? 플래터의 정속 주행에 가장 큰 관건인 모터의 경우 토크가 높은 DC 모터를 사용해 플래터를 회전시킨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꽤 빠른 시간 안에 정속에 도달한다. 속도 조절은 모터 상단에 마련된 조절 버튼을 눌러 조작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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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는 33 ⅓ rpm, 45 rpm 은 물론 78 rpm 까지 지원하므로 과거 발매되었던 7인치 싱글도 편리하게 재생 가능하다. 핵심은 스피드 컨트롤 방식이다. 클리어오디오는 자체 개발한 광학식 스피드 조절 기술 ‘OSC’을 활용해 정교한 속도 조정 및 균질한 속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클리어오디오에서 표면적으로 발표한 속도 정확성은 측정치는 < ± 0.08 % 로 무척 뛰어나다. 청감상 와우 & 플러터 특성도 무척 우수해보인다. 
 
 
 
“Magnify 톤암, Talismann V2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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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nnovation Compact 테스트에는 동사의 Magnify 톤암과 Talismann V2 카트리지를 사용해 성능을 최적화했다. Magnify 톤암은 무척 단순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실효 길이 9.4인치의 고성능 톤암이다. 플래터처럼 톤암 또한 하단에 마그네틱 볼 베어링을 채용했고 톤암 파이프는 카본 소재를 투입하는 등 호화로운 소재와 설계를 보인다. 스태틱 방식인 것은 아쉽지만 간단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기능은 풍부하다. 안티스케이팅, 이지무스는 물론이며 베어링과의 거리 조정을 통함 톤암 댐핑 조절까지 가능하다. 더불어 톤암 VTA 리프터를 채용하면 VTA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굳이 클리어오디오 카트리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높이의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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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카트리지의 경우 수공이다보니 바디에 보론 캔틸래버 그리고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채용한 Talismann V2 Gold 를 활용했다. 코일 자체가 24캐럿 골드로 역시 호화로운 구성이다. 임피던스는 50옴, 출력 0.5mV MC 타입, 주파수 응답은 20Hz에서 무려 100kHz 에 이르는 광대역이다.
 
 
 
“투명한 고해상도와 입체적인 공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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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kie Lee Jones – Chuck E’s in love

Rickie Lee Jones

 

소너스 파베르 릴리움 및 매킨토시 C1100 / MC 1.2KW, 웨이버사 포노 3T 등 테스트에 활용한 기기들 사이에서도 클리어오디오 사운드는 독야청청 빛난다. 약간 무르고 따스한 톤 컬러를 가지는 앰프/스피커 시스템이지만 리키 리 존스의 ‘Chuck E’s in love’에서 보여주는 음색은 무척 상쾌하다. 여전히 쿨하며 맑은 톤에 해상력이 굉장히 높다. 더불어 광대역 특성의 카트리지 덕분에 전망이 탁 트여있고 고역 개방감이 충분하다. 아주 작은 기타 및 심벌 소리까지 정밀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보컬과 각 악기들의 분리도는 디지털 사운드에 버금갈 정도며 때로는 날카롭고 엣지있게 그리고 착색은 제거되어 선명하고 타이트한 전재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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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 – In the flesh

The Wall

 

기타, 드럼, 베이스 등 록 음악에서 대비되는 악기 분리도 및 다이내믹스가 음악을 힘차게 전진시킨다. 예를 들어 핑크 플로이드의 ‘In the flesh’에서 ‘Another brick in the wall’까지 이어지는 접속 구간에서 벌어지는 쾌감은 더 이상 아날로그 사운드의 한계를 잊게 만든다. 과거 클리어오디오에 비하면 대역 밸런스와 전/후 음장이 가라앉아 정돈된 사운드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헬리콥터 등 여러 샘플링 사운드가 교차하며 압도하는 가운데에서도 여러 소리 음색들이 뭉개지지 않고 세밀하게 표현되어 약동하는 실체감 표현이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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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ve Brubeck Quartet – Take Five

Time Out

 

높은 중역과 중간 고역까지 펼쳐지는 하모닉스 구조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편이다. 모든 소리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표현되어 마치 디지털 사운드처럼 딱 맞게 재단된 편안함이 안도감을 준다. 예를 들어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에서 폴 데스몬드의 알토 색소폰은 배음이 선명하고 말끔하게 정돈되어 표현되어 롤오프 없이 상쾌하게 뻗어나간다. 드럼 솔로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저역 뉘앙스는 단단하며 똑 부러지는 펀치력이 돋보인다. 과장되거나 또는 허전하게 비어있는 형태가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크기와 밀도, 게인을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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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Sophie Mutter – Carmen Fantasy

Wiener Philharmoniker

 

전체적으로 피치 안정감이 뛰어나고 고해상도에 광대역 표현이 가능한 턴테이블이다. 특히 고역 해상도는 언급할만한데 이런 특성 덕분에 소릿골에 담긴 음악 정보를 착색 없이 정확하게 읽어내 고운 입자로 표현해낸다. 더불어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환타지’에서 보여주는 입체감은 과연 LP 사운드의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되뇌이게 만든다. 따스하고 촉촉한 음결 대신 단단하고 빠르며 매끈한 소릿결에 더해 협주곡 등 다중 악기가 출현하는 관현악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고 입체적인 악기 배열을 눈앞에 둥실 띄워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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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따스한 음결은 해상도와 분석력의 부재에 대한 또 다른 표현으로 환치되곤 한다. 반대로 빠른 광대역은 차갑고 냉정한 분석적 사운드의 다른 말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불가분의 관계일수도 있는 이런 표현들 사이에서 분명 클리어오디오는 후자였다. 그리고 여전히 후자에 가까운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한층 안정된 대역 밸런스는 물론 고역대 음색 표현 면에서 착색 없이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실현하고 있다. 아날로그를 그저 촉촉하고 온건한 향수의 클리셰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 턴테이블은 그런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어버릴 것이다. 클리어오디오 Magnify 톤암과 Talismann 카트리지가 합체한 Innovation Compact 은 그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다. 각 분야 최상급 레시피에 요리사의 솜씨가 결합해 만들어낸 독일 정밀공학의 산물이다. 디지털처럼 깨끗하고 정밀한 고해상도 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하이엔드 사운드를 추구한다면 추천한다. 독일 아날로그의 파수꾼다운 퍼포먼스로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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