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 MC1.25KW Monoblock Power Amplifier

 

 

오디오는 다른 말로 전축이다. 우리 아버지 시절에 그것은 음악을 재생하는 전축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가구처럼 군림했다. 가부장적 시대, 거실에 넓게 위치한 오디오는 가장의 권위의 크기에 비례했다. 지금 그 자리는 대부분 커다란 평면 TV 와 함께 그 집이 그 집 같은 거실 가구로 채워졌다. 가구도 마찬가지지만 오디오 또한 그 디자인 측면만 바라보면 개성이 사라졌다. 단지 전축이라고 불렸던 그 시절 오디오를 지금 꼼꼼히 찾아보면 브랜드끼리 차이가 확실하고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있던 시절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절이 아니었고 오디오 분야는 모노와 스테레오 시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혼과 평판,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시대를 거치며 지나치게 평준화되었다. 과연 인류는 후퇴하는 것인가 ? 산업 디자인에서 틈만 나면 현대 디자인의 몰개성화를 비웃듯 트렌드로 치고 들어오는 레트로는 종종 후퇴를 방증하기도 한다.

 

푸른 눈의 유혹, 매킨토시는 JBL과 함께 오랜 세월 오디오파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같은 앰프 군으로서는 숄 마란츠와 함께 스테레오 시절이 몰고 온 폭풍우 같은 기술발전 속에 매킨토시가 있었다. 말 그대로 천의무봉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외부 자본의 투입 및 LP와 CD를 거쳐 현대 오디오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약간 힘에 부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혈기의 신인 엔지니어들의 채용과 현대인의 입맛에 맡는 디자인의 진화를 거치며 지금까지 이르렀다. 과연 당시 자웅을 겨루던 앰프 메이커 중 매킨토시만큼 오랫동안 전축의 왕좌를 지켜온 브랜드가 몇이나 될까 ?

 

디터 람스와 케네스 레인지 등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과 함께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매킨토시 디자인은 일종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다시 차오르는 푸른 불빛”

 

 

매킨토시는 이제 진공관 앰프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자리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푸른 불빛과 오토포머, 진공관이 매킨토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모든 것일까 ? 아니면 음질 자체가 매킨토시의 현재 위상을 견인해온 것일까 ?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선진적이며 때로는 급진적인 신기술을 들고 나올 때조차도 매킨토시의 설계철학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많은 오디오파일은 당시나 지금이나 매킨토시를 사랑하고 지지한다. 그 충성도는 매우 높으며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음악 애호가도 ‘전축하면 매킨토시’라는 공식을 자신도 모르게 가슴 한 귀퉁이에 각인시켜 놓고 있다. 과연 무엇이 매킨토시를 이런 반열에 올려놓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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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시청을 위해 하이파이클럽에서 본 매킨토시 앰프는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은 푸른 레벨미터는 넓고 푸른 음악의 망망대해로 나를 이끌 것처럼 깊고 웅장하다. JBL의 푸른 배플처럼 퇴색되지 않는 결기와 기백이 느껴지는 포름이다. 그러나 그 내부와 설계는 과거와 비견하지 못할 만큼 대범하고 화려하며 디테일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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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칭된 C1100C/T 프리앰프를 보면 일단 분리형이다. C1100C가 프리앰프의 주요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본체며 C1100T는 오직 증폭만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 또한 각각의 역할에 맞게 컨트롤부는 조작 노브와 버튼 그리고 디스플레이 창만 마련해놓고 있으며 증폭부는 푸른 레벨 미터와 함께 진공관을 배치해놓고 있다.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한 매킨토시의 푸른색과 녹색 조합은 보기만 해도 음악의 환상 속으로 청자를 슥 밀어 넣을 듯하다. 기본 증폭은 진공관을 투입해 해결하고 있으며 그 주인공은 쌍삼극관 12AT7A과 12AX7 각각 6개, 총 12개의 진공관이 맡고 있다. 기존 C1000프리앰프에 비해 네 개가 추가되어 업그레이드 되었다. 라인 입력단은 물론 기본적으로 포함된 포노단까지 모두 쌍삼극관을 사용해 증폭한다. 요즘 고가에 출시되는 진공관 포노앰프를 생각하면 아날로그 마니아들에게는 커다란 매력 포인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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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단은 굉장히 풍부하다. 기본적으로 RCA 및 XLR을 모두 지원하며 각각 6조, 총 12조를 지원해 상당히 다양한 소스기기를 자유자재로 연결,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더불어 CMR(Common Mode Rejection) 회로를 도입해 인터케이블로 인한 노이즈 유입을 막아주고 있다. 입력 임피던스는 XLR입력시 50K옴 정도로 어떤 소스기기와 연결해도 매칭상 문제로 인한 음질 저하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외에 임피던스 조정 기능이 탑재된 고품질 헤드폰 출력단을 비롯 다양한 편의 기능이 빼곡하다. 현대 하이엔드 앰프들이 음질을 위해 웬만한 기능은 모두 삭제하고 있는 반면 매킨토시는 여러 실용적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편 프리앰프의 심장인 볼륨은 0.5dB 의 세밀한 간격을 가지고 총 214스텝까지 작동하므로 작은 리스닝 룸에서도 세밀한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역시 매킨토시만의 음질과 기능 등 양수겸장 설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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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파워앰프로 눈을 돌리면 거대한 섀시와 더불어 그만큼 더 커다란 레벨 미터가 시선을 압도한다. MC1.25KW 는 다름 아닌 출력 수치를 알려준다. 본 작의 출력은 2옴, 4옴, 8옴 모두에서 공히 1200와트 출력을 갖는다. 이는 매킨토시의 역사와 음질의 상관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설계를 알려준다. 다름 아닌 오토포머라는 출력트랜스를 사용한 트랜스 출력 앰프다. 이 때문에 임피던스 변화에 따른 출력 변이 없이 거의 일정한 수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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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1.25KW는 출력 자체는 MC1.2KW와 동일하지만 기능 및 외관 등 여러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다. 무려 71.7kg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마치 탱크를 연상시킨다. 우선 전작에서 커패시터 뱅크 용량을 약 50% 증강시켜 저역 제어 능력 및 다이내믹 헤드룸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더불어 오토포머와 전원 트랜스포머가 위치하는 전면 패널 후면 상단에 글래스 트림을 사용해 외형적으로도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쿼드 밸런스 증폭이라는 독보적인 대규모 증폭 설계단을 사용해 저임피던스로 떨어지는 어떤 스피커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외에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앰프라는 매킨토시답게 클리핑 방지 기능 등까지 꼼꼼하게 설계해놓고 있어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높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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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 MC1.25KW가 대응해야할 상대는 B&W 802D3 로 기존 D2버전에서 훨씬 더 향상된 대역 밸런스와 빠른 반응 그리고 민첩한 엔벨로프 특성 등이 돋보인다. 더불어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에서 최근 출시해 개인적으로도 운영 중인 웨이버사 W CORE 그리고 에어 어쿠스틱스의 QX5 Twenty를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DAC를 사용했다. 그윽하고 웅장한 풍모의 매킨토시와 최신 광대역 모니터 스피커 그리고 최신 룬코어 및 DAC를 활용한 현대 하이엔드 시스템은 과연 어떤 사운드로 결론 지어졌을까 ?

 

 

Matthias Goerne – Schubert Nacht und Traume

Alexander Schmalcz Piano

 

결과적으로 매킨토시는 언제나 그렇듯 칼날 같은 포커싱과 입체감보다는 너그럽고 그윽한 느낌이 다분하다. 예를 들어 마티아스 괴르네의 슈베르트 ‘밤과 꿈’을 들어보면 바리톤의 꿈꾸듯 몽환적인 음색이 따스하고 풍요롭게 펼쳐진다. 에어, 브리카스티, 댄 다고스티노 등 여러 매칭으로 들어본 B&W D3버전을 상기할 때 위 앰프들 대비 가장 포근한 음결을 들려준다. 상대적으로 음상이 낮고 피로감이 적은 소리다. 반대로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쾌감은 적은 편이지만 이런 가곡에서 중역의 풍성하고 따스한 온기, 말랑말랑한 느낌의 텍스쳐 표현은 매킨토시만의 코히어런스가 손에 잡힐 듯 매력적이다. 마치 순면 이불속으로 들어간 듯 풍만한 촉감이 여미어온다.

 

 

Poem of Chinese drums

Original Audiophile Demo Burmester CD 3

 

매킨토시 MC1.25KW의 포근한 음색과는 반대로 트랜지언트 특성 및 어택의 강도는 과거에 비해 더 풍만해진 편이다. 비교적 넓은 반경에 걸쳐 폭신하기보다는 푹신한 앰보싱이 느껴질 정도. 특히 저역의 슬램한 무게감과 탄력이 모니터 B&W 802D3의 대역 밸런스를 글래머로 만든다. 예를 들어 부메스터의 오디오파일 컴필레이션 중 ‘Poem of Chinese drums’를 들어보면 짧고 날렵하게 송곳처럼 바닥을 가르지 않는다. 대신 풍성한 바디로 둥그렇고 담백한 물리적 그립감이 더블 우퍼를 뒤흔든다.

 

 

Khatia Buniatishvili – Rachmaninoff Piano Concertos No.2&3

Paavo Jarvi

 

MC1.25KW 는 에어 어쿠스틱 QX-5 의 단정하고 깔끔한 성향에도 불구하고 802D3를 너그럽고 담백한 소리로 요리한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를 수 있다고 했던가? 예를 들어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와 파보 예르비 지휘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초반 잔잔한 피아노 타건이 서정적으로 부유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후 후반 총주가 밀려오면 좁은 강길을 지난 물이 커다란 수압에 밀려 댐을 열어젖힌 듯 커다란 스케일 표현, 무게감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RATM – Take the power back

RATM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의 ‘Take the power back’처럼 비트가 강하고 힘의 급격한 완급조절이 필요한 곡에서 MC1.25KW의 리듬, 페이스 & 타이밍 특성은 쉽게 파악된다. 일단 육중한 힘이 실려 있으며 빠르진 않지만 스케일 크고 근엄한 느낌으로 들린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Das Spiegel’ 같은 곡에서도 어택은 부드러우며 양감이 크고 둥글다. 여유로운 엔벨로프 특성을 보이면서 헤비하고 큰 덩어리감은 록이나 최신 팝 음악에서 야위지 않고 웅장하게 표현해주는 편이다.

 

 

Stuttgarter Kammerorchester – Boccherini, Sammartini, Scarlatti, Handel, Vivaldi, Biber, Corelli

Die Rohre The Tube

 

B&W 의 신형 D3 버전은 D2 버전에 비해 중역과 저역의 경계선 부근 주파수 응답특성의 변화가 크다. 이 부분에서 살짝 부풀어 오른 구간이 신형에서 가라앉으며 굉장히 중립적이고 훨씬 더 명료해졌다. 기존보다 더 정확한 바로미터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매킨토시 MC1.25KW는 이 부분에서 자칫 부족할 수 있는 풍부한 배음과 담백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예를 들어 [Die Rohre – The Tube] 앨범을 들어보면 현악은 표면 텍스쳐를 매끈하게 뭉개지 않고 한올 한올 섬세하게 뽑아낸다. 한편 첼로 같은 악기는 단단하게 움켜쥐기보다 악기 바디의 울림을 보충해 포만감을 더한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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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 MC1.25KW는 간만에 체험하는 현재 진행형 매킨토시의 성찬이다. 푸른 빛의 매킨토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레벨 미터를 강력히 가동하며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그 모습은 지금에 와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며 이채롭다. 현대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가 추구하는 칼날같은 첨예함과 초스피드, 정적의 미학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고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현대 하이파이 앰프 역사를 꽃피운 역전노장답게 전통을 이어오면서 고해상도 HD 시대에 영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고해상도, 광대역 특성을 융합해 웅장한 스케일과 질서정연하게 품위 넘치는 증폭, 설계 사상을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다. 불멸의 스타 매킨토시의 풍미는 영원하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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