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Research Reference 160M – 진공관 파워 앰프의 진화
진공관 파워 앰프의 리뷰를 맡게 되면 생각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아마 진공관 앰프 리뷰때 자주 등장하던 문구들일수도 있는데 한때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와 진공관 파워 앰프의 힘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던 것은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와 진공관 파워 앰프의 힘을 비교할 때 진공관 파워 앰프는 무조건 3배를 곱해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와 비교해야 공정하거나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 우선 파워 앰프의 출력을 절대적인 힘에 대입시킬 수 없다. 실제 1,000와트짜리 파워 앰프가 있다 하더라도 이 파워 앰프가 구동력이 무조건 엄청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00와트짜리 파워 앰프라고 해서 무조건 출력이 1,000와트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양심이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 메이커의 경우 인간이 잘 인지할 수 없는 디스토션을 나타내는 구간을 최대 출력으로 기준 삼고 있다.
물론 이와 다르게 특정 파워 앰프 메이커의 경우 확실한 클리핑이 일어나는 구간을 최대 출력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이 둘은 확실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1,000와트에 이르는 출력을 가진 파워 앰프를 가정에선 1/100 이상의 출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1,000와트의 출력이 가지는 상징성은 실제 출력 구간에서 더욱 낮은 디스토션으로 출력할 수 있으며 1와트에서 10와트에 이르는 출력에서도 전원부 용량이 큰 만큼 스피커를 잘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의 얘기일 뿐이다. 진공관 파워 앰프의 경우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다.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를 잘 만들기 위해선 상당수의 파라메터 값을 잘 조절해야 하지만 진공관 파워 앰프는 그 특성상 개별적인 회로의 완성도를 무척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진공관 파워 앰프에는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엔 없는 히터 회로나 B 파워를 필요로 한다. 재미난 사실은 이들 전원부 회로가 AC 방식이거나 DC 방식일 때 소리 성향이 달라지며 히터의 회로 역시 사용되는 진공관의 수에 따라 그 용량이 달라진다.
이를 테면 오디오 리서치사의 레퍼런스 파워 앰프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인 750 SE의 경우 채널당 상당히 많은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히터에 공급되는 전압과 전류를 거대한 레귤레이터 회로를 필요로하게 된다. 만약 용량이 딸리게 되면 렉티파이어가 타게 되며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AC 전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B 파워 역시 레귤레이터 회로 이후 AC 성분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레귤레이터 회로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를 쵸크를 필터로 사용하여 없애는 경우가 있다. 리플 전류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음질적으로 바람직하진 않다. 여기에 대해선 쵸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음질이 좋다는 논쟁은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결론은 진공관 파워 앰프야 말로 철저하게 청감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아날로그 기술의 결정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진공관 파워 앰프엔 여러 분들이 모르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160M 리뷰인 만큼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기로 한다.
진공관 파워 앰프는 몇 해 전부터 또 한번의 변화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KT150의 등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하이엔드 진공관 파워 앰프 메이커들은 그들의 기존 진공관 파워 앰프에 KT150에 최적화하여 신모델을 발매하거나 KT150을 위한 새로운 진공관 파워 앰프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오디오 리서치는 이러한 두 가지 작업을 병행했다. 그런데 레퍼런스 160M은 조금 다르다.
오디오 리서치는 매킨토시 그룹내에 속해있는 진공관 앰프 메이커이다. 이 그룹에는 리비오 쿠쿠차라고 하는 CDO가 그룹내에 거의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데 레퍼런스 160M은 그가 맡은 오디오 리서치의 두 번째 디자인 리뉴얼 작업의 결과물이다.
외관상 가장 인상적인 것은 완전히 새로워진 파워 미터이다. 근본적인 아이덴티티는 매킨토시의 것을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오디오 리서치만의 아이덴티티와 융합하여 앞으로의 오디오 리서치를 이끌어갈 미터 디자인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아주 투명한 윈도우 창에 미터 구간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완전 투명 처리된 윈도우로 후면에 진공관이 선명하게 비춰진다. 하지만 조명이 없는 어두운 곳에선 후면에 진공관의 붉은 빛과 더불어 레벨 미터가 아주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감춰진 LED가 하단에서 상단으로 빛을 쏘아 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내 준다.
진공관의 강렬한 붉은 빛과 융화되어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준다.
또한 레퍼런스 160M은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리니어 모드로 설정이 가능한데 여기서 지속 가능한 최대 출력은 140와트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140와트 출력에서 디스토션은 단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진공관 파워 앰프의 경우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에 비해 훨씬 많은 디스토션을 가진다. 아주 예민한 귀를 가진 이라면 이 차이를 느낄 수도 있는데 통상적인 1와트에서의 디스토션 수치가 아니라 최대 출력에서 1% 수준의 디스토션이라면 이는 정말 대단한 진공관 파워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진공관 파워 앰프는 트랜스포머 출력 방식을 사용한다. 많은 진공관 파워 앰프에서 몇 개의 트랜스포머가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원부 트랜스포머가 아닌 출력 트랜스포머이다. 물론 전원부 트랜스포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이 출력 트랜스포머 방식은 솔리드 스테이트와 다르게 임피던스의 매칭을 출력 트랜스포머가 잡아주게 되는데 출력부에 16옴이나 8옴, 4옴 탭을 고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출력 트랜스포머에는 출력 밴드가 고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는 낼 수 있는 모든 재생음을 내보자는 컨셉(그래서 DC가 통과되어 우퍼를 날리기도 한다)으로 출발하는데 비해 트랜스포머 출력 방식의 진공관 파워 앰프는 상대적으로 출력 밴드가 제한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에 비해 대역이 잘린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 진공관 파워 앰프는 꾸준한 기술 발달로 인해 이 밴드가 일반적인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에 필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레퍼런스 160M의 경우 -3dB에서 5Hz에서 70kHz라는 경이로운 주파수 대역폭을 가지고 있으며 주파수 반응은 -3dB에서 0.5Hz에서 110kHz에 이른다.
과거 진공관 파워 앰프의 스펙을 들여다 보면 레퍼런스 160M의 스펙은 아주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펙은 곧장 음질에서도 나타난다. 대역 폭이 좁은 일반적인 진공관 파워 앰프에 비해 레퍼런스 160M은 무척 자연스럽으면서도 아름다운 음색을 자아낸다. 오디오 리서치의 음색은 무척 잘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대역폭이 넓어진 만큼 청감상 정보량도 크게 개선됨을 느낄 수 있는데 레퍼런스 160M의 경우 초기에서부터 완전히 다듬어진 회로를 기초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오디오 리서치내의 파워 앰프에서도 레퍼런스 160M과 절대적인 비교가 곤란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이러한 성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최신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서도 아주 멋진 재생음으로 마무리 해준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바로 입력 감도이다. 진공관 파워 앰프도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와 마찬가지로 입력부 회로가 존재한다. 오디오 리서치는 전통적으로 이 회로에 6H30 진공관을 고집스럽게 사용해 왔는데 이것이 오디오 리서치 파워 앰프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기본 수칙과도 같다.
관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재생음이 맑고 투명하며 반응 속도도 뛰어나다. 흡사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를 연상시키는 음인데 이것이 레퍼런스 160M에서도 사용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진공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오디오 리서치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6H30을 무척 높게 평가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입력 감도가 표준처럼 사용되는 26dB가 아닌 25.5dB이다. 이는 습자지 한장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철저하게 청감적으로 접근하여 만들어낸 게인 값이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음악성과 힘을 타협하는 기준점으로 보다 정밀하게 튜닝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출력은 2.4Vrms의 음악 신호에서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만 보아도 레퍼런스 160M은 과거의 오디오 리서치의 음색에 확고한 음악성을 더한 제품으로 탄생시켰다고 보아도 된다.
레퍼런스 160M과 처음 마주했던 첫 레코드 재생에서 압도당한 것은 엄청난 해상력과 더불어 높은 선예도를 가진 재생음이었다. 이론적으로 회로는 다르나 최종 결과물은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를 위협하기 충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해상력을 논할 때에 흔히 중고역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막이 확실히 벗겨진 것을 넘어 중고역의 표현에서 대단한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만들어 낸다. 앞서 언급한대로 고역과 중역에서 압도적인 해상력은 기본이다.
이러한 성능 표현으로 보수적인 청각을 가진 이들 조차도 진공관 파워 앰프의 느낌보단 아주 잘 만들어진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라 착각할 것이다. 이러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저역 반응이다.
프리 앰프로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제품인 레퍼런스 10을 사용한 이유도 함께 하겠지만 레퍼런스 160M은 진공관 파워 앰프로써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빠르고 정확한 저역의 움직임과 펀치감을 선사한다. 이는 수준급의 솔리드 파워 앰프 수준이라 감히 설명하고 싶다.
사실 이점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레퍼런스 750 SE 파워 앰프 리뷰 때 보다 양감에선 다소 아쉽지만 저역 반응은 더욱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진공관 앰프 시스템이 외면 받았던 가장 큰 이유로는 고유 음색에선 큰 만족감을 주었지만 높은 열과 제한된 출력 밴드가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이 표현해 내는 사운드 스테이지나 인스트루먼트의 정위감 그리고 포커싱이 명확하게 동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AV플라자에 전시되어 있는 오리오리서치 레퍼런스 시리즈 모습
하지만 레퍼런스 160M은 확연히 다르다. 동급 진공관 파워 앰프에서 이보다 많은 청감상 정보량을 경험해 본적이 없으며 흔히 하이엔드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 리뷰에서 자주 언급되던 녹음 채널에 따른 레이어의 구분이 보다 명확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다면 레퍼런스 160M은 이러한 장점을 갖기 위해 기존의 음색은 희생되지 않았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낼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리서치는 어느 진공관 앰프 메이커 보다도 보다 복잡한 아날로그 기술 사용에 보수적인 회사이다. 레퍼런스 160M이 진공관 파워 앰프의 단점을 상당히 많이 걷어낸 것은 사실이나 이 때문에 그윽한 진공관 앰프의 음색이 옅어진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늬앙스의 차이라고 확실히 얘기 할 수 있다.
진공관 파워 앰프가 갖는 재생음의 열기, 압도적인 정보량을 기반으로 한 다이나믹스는 오히려 더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이 레퍼런스 160M 리뷰를 작성하면서 기쁜 것은 진공관 앰프 특유의 디스토션을 현의 깊은 질감이라 포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컬의 표현력에선 기존 오디오 리서치가 가지고 있는 두툼한 음색은 여전하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안드레아 보첼리와 같이 선이 굵은 남성 보컬의 표현에서도 디스토션은 해제되어 발음이 조금 불분명하게 들리거나 낮은 선예도로 인해 음악에 집중을 방해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현악 재생에서 최고의 선예도를 이끌어 내면서도 귀가 괴롭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 누군가에서 진공관 파워 앰프를 권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다. 소프트 돔 트위터를 기반으로 하는 윌슨 오디오와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와의 매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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