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70th Anniversary C70 & MC2152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면서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존재는 사회에 기여함으로서 가치를 얻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끝없는 부를 얻었다 해도 사회적인 역할이 없고 기여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없다면 존재는 허황되다. 세계 초일류 그룹의 오너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실 그들의 부와 권력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 때문이다. 모든 기업에 해당되지 않지만 천박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실리와 디그니티를 양립한 그들은 사회적 존경과 국민적 지지를 받아 성장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으며 숭고한 존재가치를 확인하면서 그들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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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오디오파일은 지극히 이기적으로 비친다. 야외활동을 즐기고 사회 구성원들과 유대를 통해 존재 가치를 깨닫고 즐기며 나누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기보단 집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며 오디오를 탐닉한다. 이웃의 편안한 밤을 음악 감상이라는 이유로 침해하기도 하며 자신의 가족에게마저 원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함께 즐길 수 없는, 아니 즐기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취미. 다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때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시켰는지 생각해본다. 
 
매킨토시가 7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
 오디오의 알파와 오메가. 매킨토시가 설립된 지 벌써 70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에 놀랐다. 무릇 미국의 경제 호황기, 중산층의 거실과 안방 한켠을 차지하며 그 존재 자체로서 한 가정의 문화와 풍요를 대변했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매킨토시는 변치 않았다. 1949년 프랭크 매킨토시가 설립한 이후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도 그들은 굳건했다. 20세기 말부터 신흥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매킨토시란 여지없이 그들만의 설계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토를 오롯이 지켜냈다. 오디오 메이커로서 70주년은 애플 매킨토시의 그것만큼 숭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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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창립 70주년, 매킨토시는 자신들이 일궈낸 역사를 자축하고 전 세계 매킨토시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오직 70조만 생산하기로 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상위 모델의 트리클 다운을 통해 매킨토시 디자인과 설계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모델을 생각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분리형 프리/파워앰프 구성의 제품으로 70주년을 보다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던 듯하다. 창립 70주년 기념작은 70조 한정판으로 각 제품엔 고유의 시리얼 넘버를 매겼다. 제품엔 매킨토시의 화려했던 70주년을 정리한 히스토리 북을 동봉했다. 재미있는 건 매킨토시가 제품 구매자와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매킨토시는 세계적 인도주의 자선 단체 ‘Save The Children’에 천 달러씩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1919년에 설립된 자선 단체로 그들은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다. 

C70과 MC2152의 랑데뷰 
매킨토시 70주년은 프리앰프 C70 프리앰프 및 MC2151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프리앰프를 바라보면 매킨토시를 오래 써본 사람에겐 과거의 추억부터 현재까지 매킨토시의 여러 모델이 주마등처럼 스쳐 갈 것이다. C22 같은 프리앰프에서부터 C34V나 최근의 프리앰프들이 한자리에 모인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로터리 노브와 로커 스위치는 추억을 소환하며 동시에 지금 현재 70주년을 축하하고 향후 80주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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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70 프리앰프의 상단을 보면 아름답게 빛나는 진공관이 총 여럿 알 보인다. 하나는 12AT7이며 다섯 개는 12AX7A다. 입력은 밸런스 입력 두 조, 언밸런스 입력 세 조 그리고 무엇보다 MM 및 MC 포노단을 지원하고 있다. 몇 가지 포노앰프와 비교해보면 매킨토시 포노단은 웬만한 일체형을 넘어선다. 헤드폰 출력은 기본이며 HXD?(Headphone Crossfeed Director)를 채용해 보다 다양한 사용자 취향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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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매킨토시는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이 음질적 순도라는 미명 하게 삭제해버린 다양한 기능을 온전히 고수하고 있다. 고역과 저역 레벨을 조절할 수 있는 톤 컨트롤 기능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좌/우 밸런스 조정 기능, 모노/스테레오 전환 모드 등 사용자의 환경 및 음악 듣는 패턴에 따라 조정하며 듣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여러 기능이 일으킬 수 있는 음질적 변이에 대해 결벽증적인 사람들에겐 어울리지 않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 요긴한 기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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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단은 총 두 조인데 여기에서도 매킨토시의 배려가 묻어난다. 만일 두 조의 서로 다른 오디오 시스템을 운용하고 싶다면 프리앰프에 두 조의 서로 다른 파워앰프를 연결하고 두 조의 스피커와 연결해 사용 가능하다. 각 출력단을 ON/OFF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두 개의 출력단을 지원하므로 각 대역을 별도의 파워앰프로 제동하는 바이앰핑을 손쉽게 시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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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앰프 MC2152의 디자인은 매킨토시로서는 무척 과감한 시도로 보인다. 대표적인 MC275 같은 진공관 앰프와 완전히 선을 긋고 최신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들의 보편적 디자인을 매킨토시 디자인으로 변주한 모습이다. 전면에 전원 ON/OFF 기능 등 두 개의 셀렉터 노브를 위치시켰고 상판엔 진공관이 도열한 모습이다. 섀시는 블랙 아노다이징 처리한 블랙 알루미늄으로 사이드 패널은 무광 카본 마감으로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더불어 진공관에 LED를 설치해 불빛을 푸른색과 녹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70주년이라는 특별 한정판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디자인부터 각별히 차별화한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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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앰프의 꽃인 진공관은 입력단에 12AX7A 네 알 그리고 드라이브단에 12AT7 네 알 등 쌍삼극관을 사용했다. 한편 출력관엔 KT88 여덟 알을 사용한 모습. 채널당 네 알의 출력관을 투입해 푸시풀 작동하는 설계다. 이로써 MC2152은 채널당 150와트를 얻고 있다. 매킨토시를 사용해본 오디오파일이라면 알겠지만, 여타 모델처럼 이 앰프도 ‘Unity Coupled Circuit’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스피커 임피던스와 관계없이 2, 4, 8옴에서 모두 150와트의 균질한 출력을 낸다. 출력관 뒤편에 위치한 총 세 개의 트랜스포머 중 중앙의 전원 트랜스포머 양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이 기술을 사용한 출력 트랜스포머들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매킨토시의 진공관 앰프다. MC275 나 MC75는 수년 전 들어보았지만 가장 최근에 들어본 것은 MC611이나 MC1.25KW 같은 항공모함급 트랜지스터 앰프들이다. 잘 다듬어진 바위 같은 무게감과 골고루 담백하게 펼쳐놓은 음색은 HD 시대에 대응하는 매킨토시의 자세를 잘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진공관 앰프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한 KT88을 출력관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B&W 802D3라는 무척 정확하고 빠른 반응 속도와 비교적 평탄한 주파수 반응 특성을 가진 스피커를 매칭했다. 소스 기기로는 린 Selekt 카탈리스트 버전을 공수해 매칭했다. B&W 와 린 Selekt는 리뷰를 통해 익숙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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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한낱 오디오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버텨온 세월이 반세기가 넘어가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70년을 버텨온 매킨토시, 그 이름이 갖는 역사적 무게는 무척 크다. 과거 이른바 386세대가 젊은 시절 로망으로 생각하는 단 하나의 앰프가 매킨토시였다. 청바지와 맥주, 통기타로 대변되던 당시 청년문화의 굳은 결기처럼 푸르른 레벨 미터 창은 그 시절을 다시 환기시키곤 한다. 미국의 반전 운동이 휩쓸던 시절 사랑과 평화를 외쳤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음향 시스템에 매킨토시가 쓰인 것은 우연이 아니며, 그레이트풀 데드, 브라이언 윌슨의 애장 앰프가 매킨토시인 것도 그리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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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당시 그 젊은이들은 맥캘란이냐 글렌피딕이냐 또는 마티니냐 아니면 와인이냐를 놓고 고민하며 오디오를 즐긴다면 EL34냐 300B냐 아니면 KT88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진 장년층이 되었다. 매킨토시는 여기에 ‘Save The Children’이라는 주제를 얹었고 자축과 함께 사회적 기여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전축이란 무엇인가? 70주년에 만난 매킨토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70주년 C70과 MC2152를 구입하는 것은 단지 멋진 디자인의 앰프를 한 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헤쳐 온 고단한 역사를 온전히 공유하며 그것을 통해 지난한 현실의 통찰을 얻는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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