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R7 – 케프의 전통과 혁신을 한 몸에

갈수록 유닛 제조에 관한한 자체 제작 능력이 없는 경우 메이저 스피커 브랜드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소수 하이엔드 메이커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소량의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누린다. 그렇지만 일정 이상의 제품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커는 자체 생산 라인 없인 양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B&W, 다인, 포칼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메이저 스피커 메이커의 경우 모두 자체적인 유닛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덴마크의 국가대표 브랜드 달리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케프를 빼놓을 수 없다.
케프는 과거 BBC 모니터의 표준 LS 3/5A 시절부터 자체적으로 유닛을 생산해 자사의 스피커뿐 아니라 BBC 라이선스를 받은 모니터 스피커 메이커에 유닛을 공급하기도 했다. 케프의 그 유명한 B110 미드/베이스 유닛이나 T27 트위터는 케프 유닛의 초석을 다진 것들이다. 이 외에도 B139 같은 유닛도 한때 시대를 풍미했다. 타원형으로 만들어져 일명 ‘운동장 우퍼’로 물린 유닛은 자사의 일부 스피커는 물론이며 TDL 레퍼런스 같은 모델에 채용되어 인기를 누렸다. 그뿐만 아니라 린의 아이소배릭 스피커를 넘어 소너스 파베르의 익스트리마의 패시브 라디에이터 심지어 멀리 아메리칸 하이엔드 스피커의 전설적 모델 WAMM 오리지널에 채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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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케프는 자사의 유닛을 독자적으로 만들어내며 레퍼런스 시리즈를 시대에 따라 새롭게 리노베이션 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엔 여러 스피커 메이커에 공급하면서 여러 스피커 메이커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Uni-Q 드라이버의 시대를 열면서 케프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직 자사의 스피커에만 채용하기 시작했고 오직 케프 스피커에서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스피커 유닛이었다. 그러나 여타 메이커의 그것과 달리 동축 유닛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New R 시리즈 그리고 R7
케프 라인업 중 R 시리즈가 선두에 나선 것은 2011년경이었다. 이후 LS50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긴 했지만 당시 출시되었던 R100/R300 및 R500/R700/R900 등은 케프의 새로운 심장 같은 스피커였다. LS50이 확실히 상위 블레이드의 유닛을 사용하면서 입문형 스피커의 일대 쾌거를 이루었지만 R 시리즈 또한 케프의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모델로서 롱런했다. 하지만 케프 입장에서는 LS50 등의 출시 이후 고민에 빠졌을 것이 분명했다. 도미노처럼 R 시리즈 또한 새롭게 단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적으로 R 시리즈를 도마 위에 올리고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할지 고민한 결과는 무척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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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년, 2018년 케프는 드디어 새로운 배를 띄웠고 새로운 R 시리즈 안에 R3, R5, R7, R11 등 총 네 개의 프론트 스피커를 전진 배치했다. 신형 R 시리즈가 이전 버전과 다른 점은 대단히 많다. 유닛부터 캐비닛, 크로스오버 등 모든 부분을 새롭게 개발했다. 일단 가장 큰 특징은 위에 언급한 Uni-Q 드라이버다. 기존 R 시리즈에 10세대였던 것에서 이번엔 무려 12세대까지 급격히 진화한 Uni-Q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알다시피 미드레인지 진동판 중앙에 트위터를 배치해 스피드를 정합시키는 일종의 포인트 소스 방식, 동축 유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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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세대에서는 미드레인지 진동판과 서라운드는 물론 모터 등 모든 부분에서 새로워졌다. 일단 미드레인지의 빠른 운동으로 인해 트위터 사이에 만들어지는 작은 공기층과 이로 인한 진동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 그리고 트위터에서 생길 수 있는 치찰음을 제거하려는 장치 등 여러 면에서 유닛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더불어 모터도 혁신해 미드레인지 진동판이 더 커다란 진폭에서도 무척 선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웨이브가이드 부분도 수정해 서라운드 에지 부분에서 생성되는 회절 현상을 최소화시켰다. 이는 상위 레퍼런스 시리즈에서 개발, 적용했던 것으로 ‘Shadow Flare’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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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R 시리즈 중 R11에 이어 상위 두 번째 모델 R7은 고역과 중역을 Uni-Q 드라이버에 맡기고 저역은 6.5인치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유닛에 맡긴 설계를 보인다. 중역은 5인치 알루미늄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으며 중앙에 1인치 알루미늄 돔 형태로 장착되어 있다. 총 유닛 개수는 세 개. 마치 2웨이 3스피커 타입 같지만 Uni-Q 드라이버를 채용했으므로 3웨이 3스피커라고 해야 옳다. 참고로 R7은 여타 R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후방에 포트를 설치해놓은 저음 반사형(위상 반전형) 스피커다. 포트는 기존 LS50 같은 스피커에서 포트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친숙할 텐데 포트 안쪽 중간이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이다. 중역대 투명도를 훼손시키는 공진을 줄이기 위해 케프가 개발한 포트 설계로 플랙시블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것이다.
 
특성 및 셋업
R7 은 3웨이, 3스피커 타입에 후면에 포트를 가진 저음 반사형 타입으로 주파수 대역은 통상적인 기준인 ±3dB 기준 48Hz에서 28kHz를 커버한다. 33Hz에서 50kHz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엄연히 –6dB 기준으로 일반적인 기준과 다르다. 최대 출력은 무려 111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지만 최소 3.2옴까지 떨어지는 스피커다. 보기엔 매우 산뜻해 보이지만 실제 R7의 무게는 31.4KG으로 매우 묵직한 편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00Hz 및 2.9kHz. Uni-Q 드라이버가 매우 넓은 구간에 걸친 주파수 대역을 담당하고 있다. 아니 Uni-Q 드라이버가 거의 핵심이고 하이브리드 알루미늄 우퍼 두 발은 Uni-Q가 재생하지 못하는 주파수 대역만 서포트하고 있는 형태다.
셋업은 일렉트로콤파니에 ECI6D 및 마이트너 MA1 V2 DAC를 사용했고 앞단에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코어와 W 라우터를 활용했다. 애초에 오렌더 ASC100으로 세팅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W 라우터의 USB 출력을 활용해 ROON으로 재생한 사운드가 더 좋아서 그쪽으로 세팅해 테스트했다. 시청 공간은 청담동 하이파이클럽의 가장 작은 룸에서 이루어져 부밍 등을 우려했으나 스피커에 비해 공간이 작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총평
결론적으로 케프의 R 시리즈는 기존 R 시리즈에 비해 꽤 많은 진보를 이루어내고 있다. 이전 R 시리즈를 가격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으나 이번 R 시리즈에서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케프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Uni-Q 드라이버의 12세대로의 진화는 그 어떤 공진이나 회절로 인한 지저분한 잔상을 남기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 케프 레퍼런스의 질감형 사운드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커다랗진 않으나 무척 정교한 스피드 정합을 통해 구현해내는 사운드스테이징은 특히 대편성 교향곡 등에서 그 빛을 발한다. 찬란한 케프의 전통과 혁신 그리고 미래가 R7에 유령처럼 깃들어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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