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에 담은 야성의 카리스마, 볼더 866 Integrated Amplifier

시대를 초월한 하이엔드 오디오 명문
콜로라도 볼더는 다양한 맥주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유명 오디오 메이커의 산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1980년대 아발론을 떠난 찰스 한센이 설립한 에어 어쿠스틱이 바로 이곳 출신이다.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지만 또 하나의 걸출한 오디오 메이커가 있다. 바로 볼더라는 브랜드로서 1984년 콜로라도 볼더에 설립된 이후 이들은 아메리칸 하이엔드 앰프의 알파와 오메가가 되었다.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의 시대를 연 대표주자 중 스피커에 윌슨오디오가 있었다면 앰프 부문에선 볼더가 버티고 있었다. 볼더는 엄청난 거구의 알루미늄을 깎아내 섀시를 만들었고 그 가공 수준 및 열 방출 구조는 하나의 예술품이자 건축물을 연상시켰다. 내부 회로는 더더욱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때 1050 같은 파워앰프를 처음 접했을 때 알루미늄 절삭미는 물론이며 무엇보다 스피커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앰프로서 볼더의 성능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때 나만의 드림 앰프가 볼더였다.


‘Sound that transcends time’이라는 볼더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이들이 추구하는 소리는 연주회장의 그것과 같은 소리를 리스닝 공간으로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또한 윌슨오디오의 데이빗 윌슨이 추구했던 음악 재생 철학과 일치한다. 실제로 이 둘은 종종 매칭되어 소개되었으며 함께 매칭해 사용하는 오디오파일이 지금도 꽤 있을 정도다. 시대를 초월한 하이엔드 오디오 명문가로서 그 가치는 여전해 보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종교배

하지만 시대는 모두 디지털 기술에 포커스를 옮겨놓았다. 음원 재생과 스트리밍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기술 등이 한 회사의 생존 및 미래에 대한 기대를 모두 결정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은 분리주의를 고수하는 콧대 높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티앰프의 출시였으나 이젠 이를 넘어 DAC 또는 네트워크 스트리머까지 앰프에 탑재한, 그야말로 하이엔드 올인원 앰프들의 출시 러시를 만들어냈다. 마크 레빈슨, 코드 일렉트로닉스를 위시로 절대 시류에 타협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브랜드들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종교배를 시도하고 나섰다.


사실 이런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의 동거는 음질적으로 명확한 약점을 드러내기 일쑤다. 일단 시그널 전송 구간에서 서로 간섭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전원부에서 치열한 절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또한 해상도, 다이내믹스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은 절대 앰프 내부에 디지털 회로를 내장시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볼더의 회심작 866은 어떨까?

 

새로운 시작 – 볼더 866

볼더의 새로운 도전은 바로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인티앰프 내부에 장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전면의 커다란 디스플레이 창부터 눈부신데 기존 볼더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단 이 앰프에 스피커 한 조만 연결하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채널당 200와트 출력의 인티앰프로서 총 세 쌍의 XLR 입력단을 구비하고 있다. 볼더 아니랄까봐 이번에도 RCA 입력단은 보이지 않는다. 스피커 출력은 채널당 한 조씩 지원하고 있으며 커다란 바인딩 포스트를 조여 확실히 결속시킬 수 있다.

사실 866은 전작이 있었다. 바로 865 인티앰프가 그것으로 이 당시 볼더의 프리앰프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바 있다. 당시 워낙 고가의 분리형 제품만 내놓던 볼더에 대해 선망이 가득했던 오디오파일은 865 인티앰프의 출시를 반겼다. 하지가 필자가 들어본 865 인티앰프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출력은 물론이고 볼더의 그 묵직한 펀치력과 뜨거우리만큼 열정적인 사운드가 조금 옅어졌던 게 사실이다.


볼더에선 이를 확실히 뛰어넘을 후속작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개선을 이루어 866을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부문을 개발해 탑재한 것이 가장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865의 출시 당시 가격과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면 신형 볼더 866엔 어떤 디지털 기술과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일까? 일단 Toslink 광 및 S/PDIF 동축, AES 그리고 USB A 입력단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네트워크 플레이를 위한 이더넷 입력단도 마련해놓은 모습. UPnP/DLNA는 기본으로 지원하며 오디오파일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ROON 인증도 마쳤다. 애플 에어플레이를 통해 무선 음원 감상도 거뜬하다. 거의 최근 디지털 음원 감상 패턴에 모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DAC 설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볼더는 이미 플래그십 2120에서 이러한 디지털 섹션 설계를 멋지게 완성한 바 있다. 바로 이 당시의 설계, 개발 경험을 엔트리급 866에 듬뿍 심어놓은 것. 볼더 입장에선 상당히 커다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내부 DAC 설계에 대해 자세히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특별히 고안된 델타/시그마 타입 칩셋을 사용해 자체적인 필터를 적용한 커스텀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면은 커다란 디스플레이 장 및 총 네 개의 버튼만 존재하는 미니멀 디자인을 구축해놓고 있다. 오직 볼륨의 업/다운 그리고 뮤트과 스탠바이 버튼이 전부며 다른 모든 기능은 전면 디스플레이 창에서 터치 방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더불어 볼더의 앱을 통해 조정도 가능하다. 볼더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관련 셋업 및 기능에 대해 별도의 매뉴얼을 통해 매우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무척 상세해서 한 번 읽어보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리는데 필히 직접 읽어보고 세밀하게 세팅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론 매우 심플해 보이지만 무척 다양한 셋업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볼더 866은 여러 입력단을 지원하며 디지털 인터페이스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번 시청에선 ROON 엔드포인트로 활용해 전체적인 성능을 체크해보았다. 매칭한 스피커는 윌슨 소피아 3로서 전통적으로 볼더와 매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던 시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피아 3를 볼더의 엔트리급 올인원이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던 건 사실. 차근차근 여러 곡들을 들어보면서 평가에 들어갔다.

Brian Bromberg – The Saga Of Harrison Crabfeathers
Wood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The Saga Of Harrison Crabfeathers’을 재생하자 나의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낙차 폭이 큰 더블 베이스 사운드는 무척 다이내믹하게 재생되었으며 특히 중, 저역의 중량감과 펀치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게다가 볼더의 두께감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윤곽이 뚜렷한 사운드는 역시 볼더의 혈통이 어디 가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마치 돌처럼 단단하며 명쾌한 사운드는 무려 3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탈리아산 업라이트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주물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근육질의 베이스 사운드는 오직 볼더의 것임이 분명했다.

 

Robert Len ‎– Brasilia
Fragile

거시적인, 그러니까 커다란 폭으로 폭포수처럼 밀어붙이는 음의 홍수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 몰아치는 다이내믹은 어쩌면 너무 거칠고 육감적이어서 세밀한 표현력을 요구하는 레코딩에선 디테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로버트 랜의 ‘Brasilia’같은 고해상도 레코딩에서 볼더 866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치밀하고 디테일 충만한 사운드다. 그렇다 고해서 절대 잔향이 길게 이어지며 따스한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니다. 각 악기의 표면 텍스처가 솜털처럼 세밀하게 재현되면서 명료한 사운드다. 가늘게 부서지는 파도의 입자처럼 세밀한 텍스처 표현은 생동감을 얻어 음악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The Weeknd – I Feel It Coming (feat. Daft Punk)
Starboy

볼더 866은 워낙 음폭의 차이가 크고 명확하게 표현되며 굴곡이 뚜렷한 편이다. 절대 어둡지 않고 활기찬 타입이기 때문에 누구나 처음 들으면 숨통이 탁 트일 만큼 경쾌한 느낌을 준다. 위켄드의 ‘I feel it coming’같은 팝 음악에서도 전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없는 이유다. 강력하며 굵직한 역동감은 소피아 3마저 움켜쥐고 팽팽한 페이스 안으로 청취자를 힘차게 끌어들인다. 최근 여러 시스템으로 들어본 곡인데 응집력과 밀도감은 최고다. 또한 동적인 측면에서 맺고 끊어내는 스피드는 무척 냉철할 정도며 에지 넘치는 남성적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었다.

 


Neeme Järvi, 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Danse Macabre, Op. 40
Saint-Saëns

야생마 같은 힘과 추진력은 특히 강력한 다이내믹스 대비가 이뤄지는 대편성에서 그 개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네메 예르비 지휘로 생상의 ‘죽음의 무도’를 재생해보면 악곡의 세밀한 패시지를 면도날로 오래내듯 예리하게 분석해 표출해내는 느낌이 다분하다. 더불어 진지한 분위기에 근엄하고 무게감 짙은 위엄이 느껴진다. 최근 하이엔드 앰프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운드스테이징 측면에서 포착되었는데 이런 호쾌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후방으로 두세 발자국 정도는 될 듯 넓은 폭으로 무대가 물러선다. 이로써 만들어지는 전/후 원근감은 소피아 3에 더욱 커다란 입체감을 부여해 주었다.

 

총평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 볼더의 모습은 조금 생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볼더의 혈통은 여전히 866 안에 웅크리며 활기차게 숨 쉬고 있었다. 사운드의 온도감은 낮은 편이며 단단하면서 세밀한 음골의 디테일은 속이 시원할 만큼 명쾌하게 음원을 밑바닥을 긁어내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자택에서 오랜 기간 동안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여러 다양한 기능도 실사용자한테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예를 들어 100스텝까지 지원하는 볼륨은 꽤 예리하고 정확한 음량 폭을 지원한다. 또한 입력단마다 트림(Trim)을 조정할 수 있어 출력이 각기 다른 기기들을 운용할 경우 게인을 균질하게 맞출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866 인티앰프는 볼더라는 전통 하이엔드 메이커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었다. 하지만 이 말끔하게 다듬어진 올인원 앰프 안엔 잘 길들여진 야수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볼더 866은 자꾸만 편의성 위주로 흐르는 현시대에 볼더 DNA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 야성의 카리스마는 올인원에서도 굳건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Hif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