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코가 터뜨린 포트트릭, 매지코(Magico) A5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리뷰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사 매지코(Magico)의 기세가 매섭다. 최근 3년 사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플래그십 라인인 M 시리즈와 엔트리 라인인 A 시리즈가 이 같은 신제품 러시를 주도하고 있는데, 6개 유닛을 단 454kg짜리 초대형기 M9이 올해 말에 등장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017년 M6 : 3웨이, 5유닛 플로어스탠딩
2018년 A3 : 3웨이, 4유닛 플로어스탠딩
2019년 A1 :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2019년 M2 : 3웨이, 4유닛 플로어스탠딩
2020년 A5 : 3웨이, 5유닛 플로어스탠딩
2020년 M9 : 4웨이, 6유닛 플로어스탠딩(예정)

매지코는 기본적으로 그래핀(Graphene) 진동판 유닛에 베릴륨(Beryllium) 돔 트위터, 밀폐형 메탈 인클로저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체급마다 조금씩 다른데, 베릴륨 트위터의 경우 M 시리즈는 다이아몬드 코팅이 돼 있고, 인클로저의 경우 M 시리즈가 기본 알루미늄 코어에 카본을 입히고 있다.

이번 시청기는 국내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상 A5다. 인클로저를 곡면 처리한 M 시리즈와 달리, 각진 인클로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지난 7월에 리뷰를 했던 스탠드 마운트 A1의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A5는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갔다. 광대역 커버리지가 주는 안락한 사운드부터가 레벨이 달랐고, 차가운 인상과 달리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소릿결을 내주는 매지코 사운드는 그 강도를 더했다. 어느덧 3년 차가 된 A3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A5 팩트 체크

A5는 3웨이, 5유닛으로 이뤄진 밀폐형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높이는 1,137mm, 무게는 81kg에 달하며 공칭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8dB를 보인다. 유닛은 위부터 1.1인치 베릴륨 트위터, 5인치 그래핀 미드레인지, 9인치 그래핀 우퍼 3발이 알루미늄 인클로저에 장착됐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24Hz~50kHz. 6.5인치 미드 우퍼를 단 스탠드 마운트 A1이 35Hz~50kHz를 보이는 것과는 큰 차이다. 하지만 A5 역시 ‘매지코의 염가판’으로서 등장한 A 시리즈의 DNA를 간직했다. 잘 아시는 대로 매지코 라인업은 M, Q, S, A 순으로 이어진다.

* 인클로저: Q 시리즈에 투입됐던 항공기 등급의 6061-T6 알루미늄 (S는 모노코크 알루미늄, M은 카본 추가 + 곡면 디자인)
* 저역 튜닝: 밀폐형 (상위 라인과 동일)
* 트위터: 베릴륨 돔 트위터(S, M은 다이아몬드 코팅)
* 미드/우퍼 유닛: 그래핀 콘(상위 라인과 동일)

그리고 필자는 지금까지 매지코 부사장 피터 맥케이(Peter Mackay)씨를 몇 차례 만나 인터뷰를 했었는데, 이 중 A 시리즈와 직접 관련이 있는 대목은 이렇다.

* 미드/우퍼 유닛에 투입된 그래핀(Graphene): 그래핀은 매우 얇지만 강성이 철에 비해 100배나 높은 탄소 동소체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너무 얇기 때문에 나노텍(Nano-Tec) 사의 카본 섬유를 부착해 쓴다. 그래핀 유닛이 카본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렇게 그래핀을 유닛 진동판에 투입한 것은 2015년에 나온 S7이 처음이지만 S7은 미드레인지에만 썼다. 우퍼에도 그래핀을 쓴 것은 M3(2016년)가 처음이다.

* 강성 인클로저 재료와 구조: 매지코는 스피커의 최대 적을 공진(Resonance)으로 본다. 공진은 유닛이 내는 소리를 착색시킨다. 원음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인클로저 재료로 알루미늄을 쓰는 것은 강성 1위의 재료가 납, 2위가 콘크리트, 3위가 바로 알루미늄이기 때문. 알루미늄은 또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대신 A 시리즈는 원가 절감을 위해 곡면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인클로저 내부는 견고하게 브레이싱 처리를 했다.

* 알루미늄 배플: 전면 배플에도 강성 알루미늄을 쓰는 것은 다른 인클로저와 마찬가지로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내부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축적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서만 착색이 없는 소리, 실황 연주와 똑같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 매지코 본사와 공장은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에 있는데 CNC 머신이 5대나 있다. 이 기계로 엄청난 두께의 통 알루미늄을 3시간 동안 깎아낸다.

* 모든 유닛의 자체 설계: 매지코가 대부분의 제작사와 다른 점은 모든 유닛을 직접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트위터와 미드, 우퍼 유닛이 서로 음질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원 포인트 유닛처럼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게끔 크로스오버 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지코 스피커들이 차가운 겉모습과 달리 미세한 디테일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자체 유닛 설계 덕분이다. 핵심은 유닛과 인클로저가 순수한 재생음을 착색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A5 본격 탐구

1.1인치 베릴륨 트위터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1.1인치 베릴륨 돔 트위터다. 확산성과 공기감이 좋은데다 고역이 무려 50kHz까지 뻗는 등 베릴륨 진동판의 우수성은 이미 여러 브랜드에서 인정하고 있다. 매지코가 베릴륨 트위터를 쓴 것은 2010년에 나온 Q5 때부터다. 상위 시리즈와 다른 것은 다이아몬드 코팅 없이 베릴륨 소재만 사용했다는 것. 하지만 앞서 나왔던 S 시리즈의 트위터 직경이 1인치(26mm)인데 비해 1.1인치(28mm)로 늘어났다. 이는 A 시리즈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처럼 트위터 진동판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4년 전세계 50조 한정 판매한 M 프로젝트(M Project) 스피커에 투입된 최신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M 프로젝트와 그 이후에 나온 M3(2016년)는 모두 다이아몬드 코팅 베릴륨 트위터의 직경을 기존 1인치에서 1.1인치로 늘렸었다. “트위터 직경이 클수록 확산성이 좋아지고 다른 유닛과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는 게 피터 맥케이씨의 설명. 진동판을 드라이빙하는 모터 시스템은 네오디뮴 마그넷과 티타늄 보이스 코일로 이뤄졌다.


5인치 그래핀 미드레인지 유닛

5인치 그래핀 미드레인지도 주목할 만하다. 매지코 스피커에서 5인치 직경의 유닛이 나온 것은 이번 A5가 처음이다. 달리 말하면 A5의 대역 커버리지를 위해 5인치 미드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미드 유닛은 또한 별도 챔버에 수납됐는데 이는 강력한 우퍼 후면파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진동판은 9인치 우퍼 3발과 마찬가지로 그래핀을 다층구조(Multi-Wall)의 나노텍 카본 섬유 콘 앞에 붙였다.


9인치 그래핀 우퍼

그런데 이번 A5가 먼저 나온 A3나 A1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나노텍 카본 섬유의 다층구조다. 이전에는 가운데에 일종의 합성섬유인 로하셀(Rohacell)을 썼지만 A5에는 새로 디자인한 알루미늄 허니콤 코어(Alumimum Honeycomb Cores)가 투입됐다. 이를 통해 로하셀 코어를 썼을 때에 비해 무게 대비 강도를 최대로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매지코는 2004년 스탠드 마운트 매지코 미니(Magico Mini)를 내놓을 때만 해도 티타늄 콘 미드 우퍼를 썼지만, 2008년 미니2(Mini II)가 되면서 나노텍 카본을 미드우퍼에 투입했었다. 2009년에 나온 M5는 처음으로 로하셀을 코어로 쓴 6인치 나노텍 미드 2발과 9인치 나노텍 우퍼 2발을 썼다. 그러다 그래핀을 나노텍 카본에 붙인 첫 모델이 위에서 말한 S7(2015년)이다.


문도르프 M-Resist Ultra 포일 저항

한편 9인치 그래핀 우퍼에는 새로 5인치 티타늄 보이스 코일과 강력한 자속의 네오디뮴 마그넷, 순동(Pure Copper) 캡을 써서 115dB라는 높은 음압을 얻으면서도 0.18mH라는 낮은 인덕턴스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네트워크 회로의 경우 A 시리즈 처음으로 문도르프(Mundorf)의 새로운 M-레지스트 울트라 포일(M-Resist Ultra Foil) 저항을 투입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링크비츠 라일리(Linkwitz-Riley) 필터를 사용, 24dB로 매우 가파르게 잘랐다.

끝으로 인클로저다. 인클로저 재질은 Q 시리즈에 투입된 것과 동일한 6061-T6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 하지만 비싼 비용이 투입되는 곡면 형상은 과감히 포기했다. 블랙 아노다이징 마감 역시 매끄러운 감촉이 돋보이지만, Q 시리즈의 유리구슬 마감(Bead Blasted) 대신 브러시 마감(Brushed)으로 타협했다. 내부에는 겉과 똑같은 9.5mm 두께의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버팀목 용도로 다수 투입됐다.


시청
A5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린(Linn)의 클라이막스 DS3(Klimax DS3), 앰프는 단다고스티노(Dan D’Agostino)의 프로그레션(Progression) 프리앰프와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했다. 음원은 아이패드에 깔린 룬(Roon) 앱으로 코부즈(Qobuz) 스트리밍 음원을 주로 들었다. 첫인상은 A3에 비해 아랫도리가 단단하며 A1에 비해 저역이 풍성하다는 것. 린의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단다고스티노 분리형 앰프의 영향이 컸겠지만 음 끝이 폭신폭신하고 윤곽선이 선명한 점도 확연했다.

 

Thundercat – Uh Uh
Drunk

사뿐사뿐, 가뿐가뿐. A5를 통해 들려온 소릿 결의 첫 느낌이 이러했다. 경쾌하면서도 탄력적인 음이다. 그러면서 온기가 느껴지고 디테일이 두드러지며 음수가 많았다. 평소 필자가 스피커에서 바라던 덕목들이 거의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진다. 무대를 넓게 쓰는 점, 음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탄력감이 넘치는 모습도 대단하다. 소릿결이 야들야들, 폭신폭신 고운 점도 특징. 스피커에서 공진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면 이 정도 음과 무대가 펼쳐지는가 싶다. 그야말로 인공조미료나 착색이 사라진 오가닉 사운드를 즐겼다. 9인치 우퍼 3발이 뿜어대는 음압도 상당하다.

 

Andris Nelsons –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뭐랄까, 스피커가 음을 들려주는 폼이 매우 안정적이다. 무대 또한 앞뒤 레이어가 차곡차곡 투명하게 쌓여 있어 갑갑하다는 느낌이 없다. 역시, 스피커가 사라질 때만큼 쾌적한 일은 없다. 백번 넘게 들었을 곡임에도 오케스트라의 악기 수가 이처럼 많이 들린 적은 손에 꼽을 정도. 곡을 이끌어가는 메인 사운드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듯한 약음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다 보이는 듯하다. 깔끔하고 깨끗한 음은 밀폐형 스피커의 특권, 음들이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것은 매지코 스피커의 위대한 덕목이다. 4악장 팀파니의 연타는 그냥 ‘사내’다.

 

Anne-Sophie Von Otter – Baby Plays Around
For The Stars

간간히 오터 그녀의 입술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훅 다가오는 그녀의 숨결에 필자 역시 숨을 들이마셨을 정도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안락하고 풍성하며, 플루트 소리도 이날 따라 잘 들린다. 입술의 생생한 파열음,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직조되는 보컬과 반주음, 무대 정중앙에 또렷이 맺히는 트럼펫의 음상. 레벨이 다른 스피커다. 끝 음을 아주 오래 끌고 가는 모습도 멋지다. 야신타의 ‘Moon River’에서는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고요한 호수의 수면을 조용하게 가르는 듯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마저 생생하다. 지금이 과연 유닛 진동판이 내는 소리인가 싶다.

 

Curtis Fuller – Oscalypso
The Opener

이 곡은 타이달(TIDAL) 24bit MQA 음원으로 들었는데, 악기들이 처음 무대에 배치되는 모습부터가 압도적이다. 드럼이 오른쪽 뒤로 들어간 거리가 평소보다 깊다. 베이스가 시종 잘 들린 점도 특징인데, 이는 플랫하게 뻗는 A5의 저역 하한과 노이즈 플로어가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참 쉽게 난다는 인상. 도어즈의 ‘Riders of the Storm’에서는 천재 과학자의 비밀 실험실을 찾은 듯 각종 음향이 음산하게 그려진다. 악기와 목소리 하나하나가 분명하고 또렷하다. 마치 관리를 잘 한 LP를 듣는 듯 딥 블랙으로 펼쳐진 배경에 기분마저 좋아졌다.

 

O-Zone Percussion Group – Jazz Variants
La Bamba

공간은 넓고 맺고 끊음은 확실하다. 간만에 듣기는 했어도 드럼들이 이 정도로 성큼성큼 돌아다니며 곳곳에서 음의 비수를 날릴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탄력 받은 드럼 스킨의 떨림, 탬버린을 흔드는 연주자의 손목 스냅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야말로 삼지사방에서 음들이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내뺀다. 현재 A5 두 스피커 간격이 겨우 2.5미터 정도를 넘긴 상태인데도 사운드 스테이지는 양 끝과 위가 안 보일 정도다. 저역은 깔끔하고 단단해서 A5 이 스피커가 엄정하게 컨트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레기움 보칼레가 부른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는 지리산 정상에서 폐부를 기분 좋게 찌르는 공기 같았다.


총평
최근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 선수가 한 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는 포트 트릭을 기록했다. 당시 실시간으로 중계를 봤는데, 첫 골, 두 번째 골, 세번째 골,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 골이 터질 때마다 감흥이 세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는데 다음 골이 터지니 그게 아니었다. 더 놀라고 감동할 여지가 많았던 것이다.

이번 매지코의 A5가 그러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소릿결에 놀랐고, 다음에는 디테일이 모조리 드러나는 해상력과 S/N 비에 놀랐다. 이 정도만 해도 웰메이드 스피커라 생각했는데, 이어진 풍성하고 깊은 저역과 밀폐형 인클로저를 활짝 열어젖히고 순풍순풍 뛰어나온 음과 무대에 거의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1.1인치 베릴륨 트위터, 5인치 1발과 9인치 3발로 구성된 그래핀 유닛, 견고한 밀폐형 알루미늄 인클로저, 그리고 크로스오버 슬로프를 최대한 가파르게 자른 3웨이 네트워크 회로가 원 팀을 이룬 결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유닛 진동판을 최대한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고, 인클로저에서 공진을 없애버리면 이 정도의 음이 나온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올해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올릴 만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출처: Hif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