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 울티마 리뷰 – Part II, 코드 증폭 언어의 마침표

외관

영국의 켄트 지역, 메드웨이 강을 끼고 위치한 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의 본사. 무척 한적해 보이는 이곳에서 코드의 제품들은 핸드 메이드 방식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된다. 30년이 넘은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간결하고 꼭 있어야할 버튼 및 볼륨, 단자만 보이지만 그 제작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제품 케이스를 고가부터 저가까지 모두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CNC 머신을 사용해 우주항공 등급의 매우 견고한 알루미늄을 통으로 절삭해 만드는 이 과정을 시행하는 이유는 높은 내구성과 유려한 표면 마감 등 미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상적인 비주얼은 물론 RF 간섭 등 외부 노이즈로부터 회로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더불어 내외부의 공진으로부터 내부 회로를 안정적으로 보존해준다. 별것 아닐 것 같지만 이 차이는 상당히 크며 이런 면에서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선구적이었다.

 

사양

이러한 고품질 알루미늄 섀시부터 내부의 노이즈 저감 회로 등에 이르기까지 울티마(Ultima)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는 최상위 제품다운 풍모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이 커다란 알루미늄 덩어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황홀은 스펙과 그로 인해 달성한 뛰어난 퍼포먼스였다. 예를 들어 프리앰의 IMD는 –127dB, S/N비는 –117dB이며 전 고조파 왜곡률은 0.002% 정도로 우수하다. 주파수 응답은 2.5Hz~200kHz에 이르는 초광대역. 출력 임피던스는 100Ω에 입력 임피던스는 XLR 입력에서 100kΩ으로 이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Chord Electronics ULTIMA Pre-Amplifier

파워앰프로 넘어가면 8Ω 기준 0.005%의 디스토션을 보일 정도로 이 또한 무척 우수한 측정치를 보인다.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0.1Hz~200kHz까지 광대역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출력 임피던스가 0.04Ω으로 스피커를 제어할 수 있는 구동력 측면에선 매우 높은 지위를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입력 임피던스가 100KΩ으로 코드 울티마 프리앰프 외에도 여타 다양한 프리앰프를 매칭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코드 일렉트로닉스 파워앰프를 여러 프리앰프와 매칭해보면 딱히 코드 프리앰프보다 더 나은 매칭을 찾긴 쉽지 않다. 디자인도 그렇고 매칭 면에서도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의도한 사운드는 순정 조합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Chord Electronics ULTIMA Power-Amplifier

크기는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디자인 중 포인트가 되는 멋진 인테그라 렉을 포함해 프리앰프의 경우 480mm(너비)×355mm(깊이)×350mm(높이), 파워앰프의 경우엔 480mm(너비)×750mm(깊이)× 305mm(높이) 정도로 거함이다. 특히 파워앰프의 경우 깊이가 무려 750mm에 이르므로 일반적인 랙이나 받침대 위엔 올라가지 않는다. 특별히 제작한 오디오랙이 필요하다. 이번 시청에선 국내 아츠 오브 오디오(AOA, Arts of Audio)에서 제작한 HIP라는 하이엔드 진동 플랫폼을 사용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인터페이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게인 부분인데 프리앰프의 게인은 약간 높은 편이다. 따라서 근거리에서 시청할 경우엔 게인이 과할 수 있고 스피커의 능률까지 높은 경우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플래그십 제품을 사용한다면 꽤 큰 크기의 광대역 스피커를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것이니 큰 문제가 되진 않을 듯하다. 더불어 추가로 게인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0.5, ×1, ×1.5, ×2, ×2.5, ×3 같은 방식으로 총 여섯 개의 게인을 조정 가능하다. 입력 게인이고 각 입력단별로 각각 조정이 가능하므로 게인이 제각각인 여러 소스기기를 운용할 경우 상당히 편리하다. 더불어 EQ를 통해 좌/우 채널의 고역과 저역을 조절할 수도 있다.


울티마 프리앰프의 게인 조절부

 

마라톤 세션; 긴 여정의 시작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의 테스트는 앞으로 계속해서 여러 메이커의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스피커와 진행할 예정이다. 오디오는 제품 성능 이상으로 매칭이 중요하고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을 하나의 스피커로 매칭해 결론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수개월에 걸쳐서 계속 팔로우-업 리뷰가 마라톤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PMC부터 시작해 매지코(Magico), 윌슨오디오(Wilson Audio), B&W(Bowers&Wilkins) 등 매칭해보고 싶은 스피커가 한 둘이 아니다.

 

with PMC Fenestria

첫 번째 상대는 PMC의 최상위 모델인 페네스트리아(Fenestria)로 낙점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출시된 하이엔드 스피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스피커이며 코드 일렉트로닉스와 좋은 매칭을 보여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3웨이 4스피커 방식으로 전면 배플 중간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별도의 NEST라는 패널에 장착하고 있고 위, 아래로 6.5인치 우퍼를 총 네 발 장착하고 있는 스피커다. 주파수 응답 범위가 23Hz~25kHz로 광대역을 소화하며 3.8kH와 380Hz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끊은 모습.


PMC Fenestria

소기기기는 엘라 플레이어와 오르페우스 DAC를 사용했고 특히 코드 M 스케일러(M scaler)를 활용해 성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정도 규모의 스피커를 운용한다는 것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다름 아닌 스피커의 높이다. 이 스피커는 무려 2.4미터 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며 거의 가상 동축에 가까운 유닛 배치를 통해 위상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높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선 위상이 틀어져 정확한 위상이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충분한 시청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청음

전대역에 걸쳐 대역 밸런스는 자로 잰 듯 정확하며 특히 대역 자체가 기존에 들었던 페네스트리아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특히 정보량 자체가 압도적인데 마치 소스기기를 바꾼 듯 앰프에서도 이런 분해력 상승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놀랍다. 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Angel’을 들어보면 고역부터 저역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아주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드러나면서 작은 기척들도 눈앞에 그려낸다. 저역 해상도는 이런 보컬 레코딩에서도 유별나게 앞서는 느낌이다. 낮은 대역의 피아노 타건이 빠르고 깊게 그리고 전에 없이 더 임팩트 넘치게 표현된다. 페네스트리아를 손 안에 움켜쥐고 있는 듯한 그립감이 인상적이다.


고역부터 저역에 이르기까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드러나면서 작은 기척들도 눈앞에 그려낸다.

어떤 레코딩을 들어도 코드 울티마는 스피커의 입체감을 최고조로 올려놓는다. 예를 들어 <2L: Nordic Sound> 컴필레이션 중 트론트하임 솔리스텐이 연주한 ‘Simple symphony’를 들어보면 마치 데이브(DAVE) DAC를 처음 접했을 때의 소름 돋는 정보량이 떠오른다. 압도적인 분해력과 시간축 정밀도로 인해 무대가 한껏 입체적인 홀로 그래픽 음장으로 펼쳐지는 그 맛. 더불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부분 없이 강/약 세기에 의한 악센트 표현도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탁 트인 고역과 해상도는 페네스트리아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압도적인 분해력과 시간축 정밀도로 인해 무대가 한껏 입체적인 홀로 그래픽 음장으로 펼쳐진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감을 경험해봤다면 아마 울티마가 현존하는 가장 빠른 앰프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반응 속도만 빠르다면 의미가 없다. 드라이브 유닛의 피스톤 운동을 시작할 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멈춰야 할 때 정확히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송광사 새벽예불> 중 ‘법고’를 들어보면 일단 북을 친 이후 북의 가죽이 떨리는 것까지도 눈에 보일만큼 생생하게 표현해준다. 장신의 광대역 스피커 페네스트리아의 지분도 있지만 이렇게 정교한 아티큘레이션과 해상도가 공존하는 앰프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


북을 친 이후 북의 가죽이 떨리는 것까지도 눈에 보일만큼 생생하게 표현해준다.

그만큼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는 PMC 페네스트리아의 저역을 단단히 부여잡고 흔든다는 의미다. 아마도 웬만한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제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한 퍼포먼스다. 대출력 앰프지만 큰 소리로만 윽박지르지 않고 피아니시모부터 포르티시모까지 다층적인 아티큘레이션 표현에 매우 능한 앰프다. 예를 들어 왈튼의 ‘Crown Imperial’ 피날레 레코딩을 재생해보면 시작과 동시에 깜짝 놀랄만큼 빠른 어택을 동반하며 레퍼런스 레코딩스가 의도한 광대한 다이내믹스를 표현해낸다. 스피커에선 어떤 저역의 그룹 딜레이도 포착할 수 없었다.


피날레 레코딩을 재생해보면 시작과 동시에 놀랄 만큼 빠르며, 레코이 의도한 광대한 다이내믹스를 표현해낸다.

울티마로 듣는 음악은 동일한 그림도 전혀 다른 캔버스에 옮겨 놓은 듯 배경 자체가 바뀐다. 무척 정숙하고 검은 배경은 물론이다. 하지만 여기에 3차원의 스테이지를 여러 겹의 레이어링으로 분해해 펼쳐 놓은 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헤레베헤 지휘로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Kyrie’나 ‘Dies irae’ 또는 가디너의 바흐 ‘B단조 미사’ 등을 들어보자. 동일한 스피커도 앰프 하나의 변화로 얼마나 많은 퍼포먼스 상승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예를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마치 무대의 조도가 두어 배는 더 높아져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비추어주는 느낌이다.


마치 무대의 조도가 두어 배는 더 높아져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비추어주는 느낌이다.

 

총평

BBC 라이센스로 시작한 PMC와 BBC에 앰프를 납품하면서 시작한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만남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여러 유명 스튜디오 및 최고 수준의 콘서트 홀에서 사용할 정도로 음악, 레코딩, 공연계에서 명성을 획득했지만 가정용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에서 성취는 다른 이야기다. 이들의 만남, 특히 당대 플래그십 모델의 만남은 브리티시 하이엔드 오디오의 만찬이다. 특히 기존에 페네스트리아 스피커에 대해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의 신/구형을 모두 테스트해본 경험에 의하면 울티마의 성능 향상은 대단히 드라마틱하다. 더 고요하며 더 깊고 음악적이다. 요컨대 울티마는 수십 년간 진보시켜온 코드 일렉트로닉스 증폭 언어의 마침표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