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트리밍의 중심에 서다! 루민(Lumin) P1 네트워크 플레이어 리뷰

하이파이에 대한 루민의 도전

2014년 전후로 기억되는 시절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를 가르고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피지컬 포맷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메인 스트림은 음원 재생의 시대가 열린 지 오래.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스토리지에서 음원을 불러와 재생할 수 있는 스트리밍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린과 메리디안(Meridian)의 뒤를 이어 차세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유망주로 떠오른 브랜드가 돋보였다. 바로 루민(Lumin)이라는 브랜드였다.


워낙 견고한 정통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신진 브랜드의 진입은 요원해 보였지만 이 분야는 달랐다. 네트워크 스트리밍 관련 기술이 전무했던 대부분의 하이엔드 메이커가 지지부진하고 있을 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치고 들어왔고 그 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루민이었다. 영상 분야는 음향 분야보다 더 빠르게 트렌드에 적응하면 새로운 기술을 선도한다. 루민이 신속하게 뮤직 네트워크 스트리밍 분야에 진입해 파란을 일으킨 것은 그들의 뿌리가 영상 프로세서나 디지털 TV 관련 회사 픽셀 매직(Pixel Magic)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시작이 세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린의 레퍼런스급 플레이어들과 유사한 설계 및 기구 디자인에 가격은 훨씬 더 합리적이었다는 데 있다. 최상급 칩셋과 소자들 그리고 출력단의 트랜스포머 투입. 겉으로 보기에도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섀시는 물리적 진동 및 전기적 차폐 등에 있어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을 뿐 더러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까. 게다가 당시 거의 불가능했던 DSD 음원의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가능케 했던 거의 유일한 존재가 루민이었다.

 

LUMIN P1

결국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픽셀 매직이 야심차게 런칭한 루민 브랜드는 이제 하이파이 네트워크 스트리밍 메이커로서 어엿하게 핵심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U1 등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부터 시작해서 DAC를 내장시킨 D2, T2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리고 최상위 모델로 분리형 X1이라는 정상급 플레이어를 개발해냈다. 그리고 최근 루민은 또 하나의 걸출한 통합 네트워크 플레이어 P1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통합 플레이백

루민 P1 출시의 의미는 단순히 여러 모델 중 또 하나의 자리 메우기 정도에 있지 않다. 이는 향후 루민의 마스터플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단순한 스트리밍 DAC를 넘어 프리앰프로서 성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더넷 전송 측면에서 항상 음질적 변이를 야기하던 부분을 SFP, 즉 광 이더넷으로 보완했던 X1의 그것을 하위 기기에 포함시켰다는 점도 의의가 크다.

우선 루민 P1은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전천후 통합 디지털 플레이백이다. DAC면서 네트워크 플레이어고 RCA 뿐 아니라 XLR 입력까지 받는 프리앰프로 활용 가능하다. 우선 DAC 파트는 ESS 테크놀로지의 ES9028PRO 칩셋을 채널당 한 발씩 사용해 채널 분리도를 극대화했다. 이 칩셋을 사용함으로써 최대 PCM384, DSD512까지 대응한다.

 

USB에서 HDMI까지 다양한 입력단

더불어 초정밀 펨토(Femto) 클럭 두 발을 사용해 지터를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루민 P1은 매우 다양한 총 아홉 개의 입력을 받을 수 있다. 광, 동축, AES/EBU는 물론이며 아날로그 입력도 두 조 지원하므로 다양한 기기와 연동해 사용 가능하다. 대체로 이런 스트리밍 DAC의 경우 USB 입력은 삭제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P1 같은 경우 USB B타입 입력도 지원해 PC나 별도의 뮤직 서버,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동해 단독 USB DAC만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건 이 뿐만 아니다. 입력에 HDMI 입력이 무려 네 조나 포진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HDMI 2.0 규격으로 4K 패스스루가 가능한 HDMI ARC 입력단이다. 이를 마련해 놓은 이유는 단순하다. TV 등을 통해 드라마, 영화를 감상할 경우 음성 출력을 P1을 통해 컨버팅을 거친 후 P1과 연결된 메인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다. 거실 등에서 TV 등 영상 장비와 함께 하이파이 시스템을 운용한다면 무척 유용할 수 있으며 가족들과 즐길 경우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저노이즈 광 이더넷 SFP & USB 메모리 재생

이더넷 입력단은 총 두 개를 지원하는데 이것도 P1의 진보적인 설계에서 기인한다. 이더넷 전송에서 문제시되는 노이즈에서 현재 가장 유리한 프로토콜은 무엇일까? 달므 아닌 광 이더넷 연결이다. 이미 허브 등 네트워킹 관련 장비에선 종종 볼 수 있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선 일부만 지원하고 있는 규격이다. 루민 P1은 일반적인 이더넷 입력단 외에 광 네트워크 단자를 지원하므로 별도의 SFP 단자 또는 SFP LC 모듈을 사용하 이 프로토콜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선 공유기 외에 허브를 투입하면 음질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며 이 때 허브 중에서 SFP 슬롯을 갖춘 허브를 추천한다. 시스코(Cisco), 멜코(Melco) 등이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 후면에 마련된 USB A 타입 단자는 USB 메모리 재생이 가능하다. 리뷰어인 필자의 경우 매우 유용한데 항상 레퍼런스 청음곡을 USB 메모리에 저장해 다양한 공간, 시스템에서 활용하기 때문이다. 루민 P1에 USB 메모리를 꼽으면 별다른 조작 없이 빠르게 내부 음원을 읽어 들이며 자체 앱에서 재생 가능하다. 여러 면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상당히 신경쓴 루민 리모트 앱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LEEDH 볼륨단

앞서 말했듯 루민 P1엔 출중한 볼륨단이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최근 DAC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또는 뮤직 서버에도 볼륨 조정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손실이나 왜곡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볼륨에 따른 정보량, 다이내믹레인지 등의 손실이 불가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만 디지털 기기의 볼륨단 사용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데 루민 P1 같은 경우 별도의 알고리즘을 담은 디지털 볼륨단을 설계해 놓고 있다. 바로 LEEDH라는 기술이다.


이는 디지털 정보의 무결성을 볼륨과 관계없이 지키기 위한 효율적인 설계로서 그 형태를 변경하지 않고도 정보 손실 없이 디지털 신호 진폭을 정교하게 수정해준다. 이른바 LEEDH 포로세싱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흥미롭게도 어쿠스틱 뷰티(Acoustic Beauty)라는 스피커 메이커의 수장 자일스 밀롯의 연구 결과물이다. 초하이엔드 메이커 CH 프리시전에 네트워크 스트리밍 모듈을 제공하는 스위스의 왓슨 오디오 그리고 메트로놈 같은 하이엔드 메이커에서 LEEDH 프로세싱을 라이센스 받아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수정처럼 맑고 유연한 소리

청음은 평소 듣는 시스템에서 이뤄졌다. 스피커는 케프 LS50Meta 및 베리티 Rienzi 그리고 프리앰프는 AMR DP777 및 코드 일렉트로닉스 SPM1200E 모노블럭 파워앰프 등을 활용했다. 처음부터 루민 P1은 수정처럼 맑은 소리로 전체 시스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예를 들어 엘렌 그리모(Hélène Grimaud)가 연주한 베토벤 피안 소나타 ‘Tempest’를 들어보면 약음과 강음의 구분이 매우 예리하게 대비되며 무대의 후방은 아주 조용해 숨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리의 두께는 약간 얇고 차운 편이지만 오히려 청량감을 높여주는 면도 있다.

 

기본적으로 순도가 매우 높고 분해력이 높은 사운드로서 현대 하이엔드 디지털 기기들의 트렌드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 ‘Let’s never stop falling in love’를 들어보면 활기찬 리듬감 속에서 현악 세션은 싱싱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약음들의 작은 움직임도 정확히 낚아채는 모습. 광대역이면서 전체 대역 밸런스 면에선 중역이 약간 홀쭉한 편이며 덕분에 무대를 후방으로 쭉 빠져 높은 심도 표현에 입체적인 무대를 구현해준다.

 

프리앰프 모드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LEEDH 프로세싱의 성능은 최근 MSB와 함께 직결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 기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존 메이어(John Mayer)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을 들어보면 LEEDH 볼륨에설 그 조정 폭은 매우 섬세하다. 최근 경험한 프링매프 중 클라세 델타 수준의 스텝을 보이는데 낮은 볼륨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섬세한 사운드를 잃지 않는다. 하이엔드 프리앰프나 특유의 컬러를 가진 진공관 프리를 가지고 있다면 모르지만 어설픈 가격대 프리앰프보단 P1 내장 볼륨단 활용을 추천한다.

 

최근 몇 년간 녹음된 베토벤 작품 중 최고라면 여지없이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의 베토벤 전곡 녹음을 들 수 있다. 원전 녹음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 그 이전의 원전 연주와 대비되는 개성과 독보적 연주, 고증은 이 앨범을 명반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음질적으로 루민 P1은 그 특유의 개성을 베토벤 3번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군더더기를 쪽 뺀 사운드로 악기들을 샅샅이 분해 후 재구성해 사운드 스펙트럼을 직조해내는 듯하다. 온도감이 낮고 분석적인 사운드지만 악곡을 아주 세밀하게 분해해가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확실히 음색 부분에서 루민 P1은 이전 세대보다 좀 더 유연해졌다. 초반에 출시되었던 제품 위주로 리뷰했을 때 약간 강성인 부분들이 누그러졌고 좀 자연스러운 엔벨로프 특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 중 막스 리히터(Max Richter)가 편곡하고 다이엘 호프(Daniel Hope)가 연주한 버전 중 ‘Spring 1’을 들어보면 각 악기들이 엉키지 않고 세밀하게 분해되면서도 딱딱하게 치찰되지 않으며 유기적으로 융합, 해체한다. 사이 사이 빈 여백이 오히려 새싹처럼 돋아나는 듯한 봄의 느낌을 연상시킬 정도로 자연스럽다.

 

총평

이번 루민 P1 음원 재생은 주로 개인 NAS에 저장된 음원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이 외에 USB 메모리에 담긴 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루민 P1을 사용할 유저라면 다양한 선택지가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에어플레이는 물론이며 타이달, 코부즈 등에 대응하며 MQA 인증 및 ROON 대응도 문제 없다. 요컨대 루민의 음질은 더욱 성숙해졌다. 린, 제프 롤랜드에서 사용하는 룬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것도 큰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사용했던 것이므로 출력단 트랜스모머에 그 공을 모두 돌릴 순 없다. 아마도 디지털 알고리즘 및 소자 측면 그리고 마지막의 피나는 파인 튜닝이 이런 진보를 이끌어냈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요컨대 루민은 X1에 이어 P1을 통해 하이엔드 디지털 스트리밍의 반열에 올랐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사진 / Donnie

출처: 오디오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