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아큐톤 을 닮은 그녀 나윤선

아큐톤 이라는 독일의 스피커 유닛 회사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틸 앤 파트너 라는 회사인데, 미국의 틸 이라는 스피커 회사와
이름이 혼동되는 이유로 자국에서는 틸 앤 파트너로 통하지만, 외국에서
불려지는 이름은 아큐톤 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세라믹 이라는 제질 인데 쉽게 생각하면 사기 그릇, 도자기를 연상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큐톤이 채용된 스피커의 재생 음을 들어보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 강합니다.
이 유닛의 가장 특출 난 부분이라면 콘지의 제질 입니다.
기존의 페이퍼 콘, 그리고 섬유재질의 돔 트위터 소리에 익숙한 우리네들은
모두 그렇게 느껴질 것인데, 아큐톤의 좌우 확산 능력이나 안길이, 음장,
그 무대를 그리는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정확히 말하자면 스캔스픽의 소리에 익숙해진 저 자신도
아큐톤의 소리가 어색하기만 했는데, 뭐랄까 온기가 없는 차가운 느낌,
넉넉하니 아날로그적인 포근함보단 칼 같은 반응, 재생 음을 잘게 쪼개고
쪼갠듯한 극한의 해상도, 사실 저역의 해상도를 논할 수 있는 유닛은 아큐톤
말고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큐톤의 가장 큰 매력은 극한의 해상도도, 칼 같은 반응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도 아닙니다. 그 특유의 잔향이 아큐톤의 최고 매력이자 아큐톤 말고는
아무 유닛도 할 수 없는 능력일 텐데, 전 대역의 맑음, 깨끗함, 영롱함,
그리고 그런 소리들의 끝에 너무나 고급스럽게 재생되는 잔향.
(작위적인 에코가 아니라 신선하고 매력적인, 말 그대로 잔향입니다.)
서론의 얘기가 너무 길었는데 나윤선을 얘기 하기 위한 얘기였습니다.
나윤선의 음악은 앞서 설명한 아큐톤 을 닮아있는데,
나윤선의 음악은 도도한 슬픔이 묻어나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감성은 절대 편하지가 않는데, 도도함, 섹시함, 청아함,
맑음, 차가운 슬픔 이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모습들이 아큐톤과 겹쳐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녀는 매년 앨범을 발매했는데, 활동을 너무도 빡빡하게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인지 앨범의 느낌이나 성격이 거기서 거기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출 난 앨범이 세 장 있으니
[Light For The People]
[Nah Youn Sun With Refractory]
[Memory Lane]
요렇게 세 장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윤선 이라는 여성을 다시 보게 했던 앨범이 Refractory 인데,
사실 나윤선만의 앨범이라 하기 보단 리팩토리 라는 애들의 앨범에 객원 보컬로의
참여 라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어찌 되었던 이 앨범에서의 나윤선은 정말 섹시함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막 귀엽기도 하구요. 전 나윤선의 앨범 중에서 이 앨범을 가장 아끼는 편입니다.
그녀가 그녀답지 않기에 더욱더 귀하게 생각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발매한 앨범, 유일하게 몇 년의 텀이 생긴 앨범
기존의 나윤선과는 많이 다릅니다. 따뜻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앨범인데,
처음에 들었을 땐 오히려 어색 했는데, 어쩌면 이번 앨범이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을 위한 째즈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곡 다 추천.
많은 분들께서 말로의 느낌이 난다고 하시는데, 글쎄……
말로는 스캔스픽, 나윤선은 아큐톤, 웅산은 스카닝, 이렇게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나윤선의 음악은 도도하고 세련미가 강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을 머금은
약한 여인의 모습, 혼자서 아파하는 외로움을 노래합니다.
PS.
예전에 써 놓았던 글인데, 이번에 플라자에 올리게 됐습니다.
최근에 나윤선의 신보가 발매 됐는데, 듣는 순간 뿅 갔는데, 말이 필요 없습니다.
특히나 오디오 하시는 분들에겐 엄청난 쾌감을 느끼게 해드릴 곡들이 많이 있는데,
꼭 들어보세요. 웅산의 신보는 조금 실망 했었는데, 이번 나윤선은 원더걸스 보다도
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낄
와루 라는 분의 그림 겸 달력 입니다. 너무 이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