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phase 신형 인티그레이드 앰프 E-212 리뷰


Accuphase 신형 인티그레이드 앰프 E-212 리뷰


가끔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달걀이 먼저이냐 닭이 먼저이냐 라는 어려운 질문이 떠오른다.
좀 뚱딴지같은 소리이겠지만, 예를 들어 Krell 하면 일단 “힘”이 연상되는데 단어 자체가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제품들의 성능이 힘이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 과연 어느 것이 먼저일까 하는 다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또 “세련됨과 부티”라는 인상의 마크 레빈슨이라는 이름과 그 제품, “디지털 적이면서 예술적인”느낌의 메르디안이라는 이름과 그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에 맞는 어감을 가진 이름을 골라서 붙인 것인지, 아니면 하다보니 제품들의 특징 때문에 그러한 어감을 갖게 된 것인지 만든 사람들한테 물어보질 않았으니 알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브랜드 네임 만큼은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확실하게 파악되는데 바로 “Accuphase”이다.
“Accuphase”는 정확하다는 의미의 ‘accurate”와 위상이라는 뜻의 ’phase”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제작자가 추구하는 이념을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1972년에 설립되어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인 Accuphase Laboratory는 애초부터 작심하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브랜드 네임을 통해 제시한 다음 지금까지 그에 부합하는 제품들을 계속 출시해 일관된 철학을 유지하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ccuphase E-212 인티 앰프



Accuphas 제품은 국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자주 접해보지 못했다가 이번에 Integrated Amp인 E212를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보니 역시 브랜드 네임에 어울리는 깔끔하면서 잘 정돈된 외관이 좋은 인상을 준다. 샴페인 골드 칼라의 전면 패널에는 중앙에 나란히 자리잡은 세련된 Analog peak powr meter를 중심으로 각 조작스위치가 대칭되게 배열되어 있어 보기에도 안정감을 준다.
위 power meter 좌측으로는 input selector가 우측에는 Volume Control 노브가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손으로 동작해보니 묵직하면서 부드럽게 넘어가 그 느낌이 마음에 든다.
powe meter 밑에는 전부 6개의 작은 로우터리 스위치와 2개의 버튼 스위치가 있다. 좌측부터 총 2조의 스피커를 연결하여 각각 및 동시선택이 가능한 speaker selector, bass와 treble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 tone control, loudness로 불려지는 소음량에서의 저음의 부족감을 보충해주는 compensator 등이 있고, 중간에 tone control 의 온오프 버튼과 함께 시스템 셋팅시 정확한 발란스와 위상을 찾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mono 절환 버튼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tone control과 compensator인데, 이러한 장치는 하이파이 오디오 유저들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호의 purity를 추구하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신호의 왜곡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되는 회로를 굳이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유저들이 겪고 있는 리스닝 환경의 열약함과 그에 따른 세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른 튜닝의 여지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그 효용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E212는 분리된 회로를 채택하여 tone control mode를 off 시키면 신호는 tone control 회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pass through되고 on 시켰을때만 그 회로를 거치게 하여 유저에 의한 선택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tone contol을 사용해서 bass와 treble을 조절해보니 과장된 변화가 아닌 기본 신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소 보정이 이루지는 정도로 느껴진다.
저가 제품에서 느꼈던 신호의 과장된 왜곡이라는 불만 보다는 경우에 따라서 적절히 사용해보면 재밌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뒷면 패널은, 우선 오른쪽에 총 2조의 스피커 출력단자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캡을 풀어도 여전히 플라스틱이 단자의 금속면을 감싸고 있어 스페이드 단자는 연결이 불가능하고 바나나 단자나 피복을 벗긴 케이블을 그대로 넣어 조이는 방법만 가능하다, 중앙에는 1조의 발란스 인풋 단자가 있고 그 왼쪽으로 tape recorder 연결단자 및 3조의 언발란스 input 단자가 배치되어 있다.



제일 왼쪽에는 option이라고 표시된 아무 단자도 안달려 있는 커버가 보이는데 이를 풀어보면 확장 보드를 삽입할 수 있는 빈 슬롯이 있다. 카달로그에 따르면 cd 등으로부터 coaxial이나 optical 디지털 신호를 받아 DA 컨버팅 시키는 DAC-10이라는 디지털 입력 보드, phono 입력을 받을 수 있는 AD-9 보드, 추가의 언발란스 입력단자를 연결할 수 있는 line-9 보드 등이 있어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컨셉은 에이브이 기기에서는 자주 보이지만 하이파이 시스템에서는 보기 드문 것인데 유저의 선택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구비할 수 있고 차후에 새로운 기술에 따른 확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Accuphase E-212 내부및 스팩




내부를 살펴 보기 위하여 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중앙에 검은색의 커다란 power transformer와 두개의 대형 filtering 콘덴서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power supply를 구성하는 있는 위 두 부품들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깨끗한 전류를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는지가 그 관건이라 할 터인데 400VA의 power transformer와 22,000μF의 두 filtering 콘덴서가 믿음직하게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 양쪽으로 출력단을 구성하는 부품들과 함께 신호의 전압이 아닌 전류를 사용하여 사운드의 투명도를 증가시켰다는 동사 특유의 current feedback circuit 등이 탑재된 기판이 케이스 내부에 숨어있는 heat sink 부착되어 열을 발산시킨다. 하나의 heat sink에 탑재된 출력단은 paralle push-pull 방식으로 14개의 트랜지스터가 둘로 나뉘어 신호의 절반씩을 담당하게 되므로 채널당 총 7개의 push pull 회로가 있는 셈이다(어떤 트랜지스터를 썼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다).
스펙을 살펴보니 출력 파워가 8Ω 스피커 연결시 채널당 90watts인데, 6Ω의 경우에는 105watts, 4Ω의 경우에는 115watts로 되어 있다. 다른 앰프들에서 봐왔던 기존 스펙에 익숙해진 분들은 의문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는데 통상적으로는 4Ω의 스피커 연결시 8Ω의 경우보다는 출력이 두배 가량으로 증가함에 반해 E212는 그 변화의 폭이 적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큰 의미를 갖는다. 스피커의 경우는 주파수의 변화에 따라 임피던스도 변하게 되므로 그러한 임피던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전류를 보낼 수 있으려면 좀더 큰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앰프의 출력단에 요구된다.
그런데 8Ω에서 4Ω으로 임피던스가 변화하는데도 출력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를 연결하였을 때 앰프의 전력공급에 다소 여유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파워앰프의 파워와 전류 및 임피던스의 관계는 흔히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에 비유된다. 즉 수압이 출력에 해당되며 호스를 통하여 나오는 물이 전류, 그리고 호수 끝을 손으로 눌러주는 힘이 임피던스이다. 호스 끝을 눌러주는 힘이 떨어지면 물줄기의 세기를 그대로 유지하여 주기 위해서는 수압을 올려줘야 하는 원리가 앰프의 출력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이러한 앰프에 있어서는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보다는 높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를 연결해줘야 궁합이 잘 맞게 되는데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실제 연결하여 들어보면 그다지 아쉬움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E212의 스펙은 엄격한 기준에 따른 정확한 수치임에 반해 다른 제품들의 스펙이 정확하지 못한 과장된 스펙이었다는 반증도 될 수 있고 출력단의 낮은 임피던스를 유지하는데 설계의 중점을 둔 결과일 수 도 있다. 우퍼에 대한 장악능력을 표시하는 Damping Factor도 100으로 우수한 편에 속한다.
프리앰프부의 power supply는 따로 구성되어 있어서 파워 앰프로부터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도중에 외부의 노이즈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외부 노이즈에 의한 간섭에 예민해 보인다.
되도록 디지털기기나 기타 노이즈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기기들과는 분리하고 여유가 있으면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는 전원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Accuphase E-212 감상

이번 시청은 Merdian의 G08 CD Player와 Wilson Audio의 Watt-Puppy System 6를 연결하여 이루어졌다. 마침 적당한 북쉘프나 소형 스피커가 없어 스피커 연결에 다소 무리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게다가 낮은 임피던스인 4Ω의 스피커이다) 의외로 별 어려움 없이 구동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Watt-Puppy가 다른 대형기에 비해 울리기는 비교적 어렵지 않아도 2개의 우퍼를 제대로 장악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주의해서 시청에 임하였다.
어차피 개개인의 시스템에 차이가 있고 또 리스닝환경 및 개인의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아래의 나의 느낌은 기기의 대체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를 해주었으면 한다.


우선 Jacinta의 XRCD인 Autumn Leaves 앨범의 첫곡인 And the Angels sing을 들어보니 첫느낌이 아주 상쾌하였다.
일단 소리를 만들어냄에 있어 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어 보인다. 몸 가벼운 복서의 흥겨운 풋워크를 보는 듯하게 경쾌하다. 그렇다고 어떤 착색이 있는 소리는 아니고 중립적인 소리에 가깝다.
반응도 빠르고 뒤 배경도 깨끗하게 나온다. 저음은 무게감이나 펀치력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퍼지는 음은 아니다. 피아노와 보컬이 어울린 Mellisa Walker의 A time for Love를 들어보니 칼 같은 포커스의 느낌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역시 차분하면서도 산뜻한 소리가 나온다. Gil Shaham und Gören Söllsher의 Nicolo Paganini의 Sonata Concertato에서 들리는 바이올린의 고음 부분도 가볃게 뻗어나가 만족스럽다. Chesky의 the Ultimate Demonstration Disk의 몇곡을 들어보았다. Rebecca Pidgeon의 Spanish Halem을 들어보니 역시 괜찮은 음이 나온다.
레베카 피죤의 목소리는 산뜻하게 중앙에 잘 자리 잡고 있고 bass의 소리는 꽉 조여 주는 임팩트 있는 저음은 아니나 적당히 양감 있는 사운드이다.
McCoy Tyner의 Ask Me Now에서 들리는 파열음도 기분 좋게 들린다. Johny Frigo의 I Love Paris에서는 역시 예상대로 빠른 반응과 넓은 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Vivaldi의 Flute Concerto in D에 들리는 저음은 꽤 밑으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소리의 성향을 정리하여 보면 기본적으로 착색이 없는 중립적인 소리이며, 그러면서도 일부 일본 제품에 대한 선입관인 해상력이 둔화된 듯한 좁은 공간감의 소리가 아니라 우수한 해상력과 함께 비교적 넓은 음장감과 공간감을 내주는 시원한 소리로서 깨끗하고 투명하면서 경쾌하다고 하면 그 느낌이 맞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모범생적인 소리이지만 꽉 막힌 모범생이 아니라 세상을 경쾌하게 살아가는 모범생이라고나 할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모범생적인 소리보다는 좀더 개성이 두드러진 튀는 소리를 원할지는 모르겠으나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의 주류인 중립적인 소리에다 비록 펀치력있는 강력하고 무게있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리듬감과 빠른 반응의 현대적인 소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한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기기이다.
참고로 당초 우려와는 달리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에서도 그다지 출력의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기는 그래도 되도록 높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를 연결하기를 권하고 싶다.



마치며…

E-212는 동사의 Integrated Amp의 라인업 중에 엔트리 모델에 속한다. 그러나 며칠간의 감상에 의하면 단순한 엔트리 모델로 생각하였다가는 상당히 놀라게 될 제품이라는 점이다.
사실 분리형이 하이엔드 오디오 Amp의 주력으로 부상하면서 인티앰프는 보급형이라는 이미지를 떠안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E-212를 포함한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300만 원 전후의 인티앰프는 가격의 저렴함과 시스템의 편의성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성능에 있어서도 굳이 추가적인 비용과 관리가 필요한 분리형으로 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괜히 어정쩡한 분리형 시스템을 운용하기보다 E-212같이 알찬 인티앰프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E-212 Specification]


출력(양채널 구동시, 20-20,000Hz)      4Ω 채널당 115 watts
                                     6Ω 채널당 105 watts
                                     8Ω 채널당 90 watts


Total Harmonic Distortion            4Ω 내지 16Ω 부하시 0.04%,
(양채널 구동시, 20-20,000Hz)


Intermodulation Distortion            0.01%


주파수 응답                         Highlevel input : 20-20,000Hz +0,.-0.2dB
                                (at rated continuous average output)


Damping Factor                     100 (8Ω 부하시, 50Hz)


입력 감도 및 임피던스              High Level Input : 22.5mV(EIA), 20kΩ
                                   Balanced Input : 22.5mV(EIA), 40kΩ 


이득                               42dB


Tone Control                      Bass : 턴오버주파수 -300Hz, 범위-±10dB
                                  Treble : 턴오퍼주파수 3KHz, 범위 ±10dB


Loudness Compensation            ±6dB(200Hz) (볼륨 -30dB 셋팅시)


Attenuate                         -20dB


Load Inpedence                    4-16Ω


전력소비                          아이들링 30watts
                                  220watts (IEC65)


크기                              넓이 475mm, 높이 150mm, 깊이 422mm


무게                              18.9kg (net)
                                  23.0kg (포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