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폰 카트리지 하나만으로도 빛났다 – Ortofon Century TT 턴테이블

Ortofon Century TT 외관과 스펙

오토폰 센추리 턴테이블은 톤암과 카트리지, 심지어 더스트 커버까지 갖춘 일체형 아날로그 플레이어다. 기본적으로 DC 모터가 플랫 벨트로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이며, 서스펜디드가 아닌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이다. 33.3과 45회전을 기본 지원하지만, 벨트 교체와 풀리(pulley) 홈 조절로 78회전도 선택할 수 있다. 후면에 RCA 포노 출력단이 있어 포노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전원은 15V DC 어댑터에서 공급받는다.


 

실물을 보면 무엇보다 블랙과 실버 조합이 강한 눈맛을 선사한다. 알루미늄 서브 섀시, S타입의 알루미늄 톤암, 크롬 도금의 콩코드 센추리 카트리지, 그리고 클램프가 모두 반짝반짝 빛을 내는 실버이고, MDF 섀시와 가죽 매트는 블랙이다. 클램프 헤드 역시 블랙 마감. 서브 섀시 상판 왼쪽 하단에는 33.3 회전과 45/78 회전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과 LED가 달렸다. 크기(WHD)는 460 x 131 x 351mm, 무게는 10.2kg.

 


플래터는 TPE(Thermo Plastic Elastomers)로 댐핑 처리를 한 직경 300mm의 알루미늄이며 플래터를 들어올리면 DC 모터와 플랫 벨트로 연결된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가 보인다. 메인 베어링은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 섀시는 메탈과 MDF의 샌드위치 구조이고, 기본 베이스로 삼은 더 클래식 SB와 다른 점은 서브 섀시를 알루미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회전 오차를 뜻하는 와우 앤 플러터(wow & flutter)는 33.3회전에서 +,-0.03%, 45회전에서 +,-0.04%에 그친다. 신호대잡음비(SNR)는 71dB이다.

톤암은 S 타입의 9인치 알루미늄 톤암을 달았다. 이 톤암은 기본적으로 톤암 뒤에 달린 카운터 웨이트(무게추)로 침압을 맞추는 스태틱 밸런스 타입이며, 피봇 중심부터 카트리지 스타일러스 팁(바늘)까지 길이를 나타내는 유효 거리는 230mm를 보인다. 오버행(스타일러스 팁이 스핀들을 넘어선 거리)은 18mm, 침압은 0.1~3g(10~30mN) 사이에서 조절할 수 있다.

 

 

9인치 톤암의 인터페이스 : VTA, 침압, 안티스케이팅, 아지무스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플레이어가 흥미로운 것은 유저가 일일이 손을 댈 곳이 많고, 이에 따라 음질이 확확 바뀐다는 점이다. 아니, 세팅이 잘못 이뤄지면 제대로 된 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유저 인터페이스가 이뤄지는 곳의 8할이 톤암인데, 오토폰 센추리에 기본 장착된 톤암의 경우 침압(tracking force), 안티 스케이팅(anti-skating), VTA(vertical tracking angle), 아지무스(azimuth)를 모두 조절할 수 있다.

 


우선 톤암의 수평축 맞춤인 VTA는 톤암 베이스 뒤에 있는 나사(hexagon screw) 2개를 돌려 톤암을 살짝 들어올리거나 낮춤으로써 조절한다. 침압은 톤암 후면에 달린 카운터 웨이트(counter weight), 즉 무게추를 돌려 조절한다. 카트리지의 권장 침압에 맞춰 뒤로 돌리거나 앞으로 돌려 맞춰주면 된다. 오토폰 센추리에는 아날로그 침압 게이지가 제공되는데, 콩코드 센추리 MM 카트리지의 권장 침압은 1.8g(18mN. 1mN = 0.1g)이다.

아지무스는 카트리지 바늘이 LP 그루브에 수직으로 닿게 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카트리지가 부착된 헤드쉘(콩코드 센추리는 카트리지/헤드쉘 일체형)을 정면에서 봤을 때 정확히 수평을 이뤄야 한다. 오토폰 센추리는 이 아지무스를 톤암 실린더쪽의 작은 나사를 돌려 맞추도록 해놓았다. 나사를 살짝 풀면 헤드쉘이나 카트리지가 부착된 톤암 튜브를 원하는 방향으로 아주 세밀하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형 톤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안티 스케이팅 조절 장치도 마련됐다. 스케이팅(skating)은 카트리지가 LP 회전에 따른 구심력에 의해 스핀들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인데, 이를 막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힘(바이어스)을 가해주는 것이 안티 스케이팅이다. 오토폰 센추리 톤암에는 무게추와 낚시줄 방식(thread & weight)의 안티 스케이팅 메커니즘이 있어 총 3단계(1.3g, 1.4~1.8g, 1.9~2.5g)로 바이어스를 바꿔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톤암 뒤쪽에 달린 후크의 3개 홈 중 어느 홈(groove)에 무게추와 연결된 낚시줄을 거느냐에 따라 안티 스케이팅 값이 달라진다. 물론 톤암 회전축(베어링)에서 먼 홈에 걸수록 바이어스가 강해진다. 따라서 회전축에 가장 가까운 1번 홈에 낚시줄을 걸면 바이어스가 가장 약하고(1.3g), 회전축에서 가장 먼 3번 홈에 낚시줄을 걸면 바이어스가 가장 세진다(1.9~2.5g). 통상 침압을 먼저 설정한 후 이에 맞춰 안티 스케이팅 값을 주면 된다.

 

 

Concorde Century MM 카트리지 탐구

이번 오토폰 센추리 턴테이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토폰의 콩코드 센추리 MM 카트리지다. 실제 시청시에도 이 카트리지가 들려준 생생한 음에 크게 매료됐다. 대출력의 MM 카트리지에서 이렇게나 섬세하고 해상력이 높은 음과 투명한 무대가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과연 관록의 카트리지 메이커가 100주년 기념 모델로 내놓을 만한 카트리지다. 센추리 버전이 되면서 순은(pure silver) 코일을 쓴 점이 크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크롬으로 마감된 외관을 보면 새 부리처럼 길고 날렵하게 생긴 모습부터가 솔깃하다. 이는 1979년 오리지널 콩코드가 나왔을 때부터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디자인. 왼쪽에는 ‘CONCORDE’, 오른쪽에는 ‘ortofon 100’이라고 씌어있다. 무게는 18.5g, 출력은 5.5mV, 컴플라이언스는 16um/mN, 스타일러스 팁은 타원형의 엘립티컬 타입(단축 8um, 장축 40um).

 

 


참고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스타일러스가 박힌 캔틸레버가 얼마나 자유롭게 좌우,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통상 MM 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가 MC 카트리지보다 높다(잘 움직인다). MM 카트리지를 쓸 때 톤암의 유효질량이 가벼울수록 좋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쨌든 콩코드 센추리는 컴플라이언스 값이 16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빈필 175주년 턴테이블에 장착된 오토폰 175 MC 카트리지의 경우 12에 그친다.

이 밖에 내부 임피던스는 1.2k옴, 권장 부하 임피던스는 47k옴이며, MM 카트리지 세팅에서 특히 중요한 부하 커패시터는 150~300pF 사이에서 세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권장 침압은 18mN, 즉 1.8g이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20kHz(+2dB), 1kH 신호시 채널분리도는 26dB를 보인다.

 

 

셋업 및 시청


풀레인지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독일 SPL의 포노앰프 포노스(Phonos), 프라이메어의 프리앰프 PRE35, 파워앰프 A35.2, 베리티 오디오의 레오노레(Leonore) 스피커를 동원했다. 포노앰프의 부하 커패시턴스는 150pF, 부하 임피던스는 47kg에 맞췄으며, 카트리지의 침압 역시 제작사 추천 대로 1.8g에 정확히 맞췄다.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지만, 침압이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Diana Krall ‘I’ve Got You Under My Skin’(The Very Best of Diana Krall)

처음 등장하는 플루트와 어쿠스틱 기타의 질감부터가 생생하다. 연주자의 손가락이 기타 현에 부딪히는 마찰음의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다. 해상력이 돋보이면서도 배경 노이즈가 낮은 점이 특징인데, 1000만원대 웰메이드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DAC을 갖춰야 나올 법한 자연스러운 질감이 그 반값도 안되는 이 아날로그 플레이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현되는 점이 놀랍다. 무엇보다 콩코드 센추리 MM 카트리지의 섬세하고 소프트한 음의 감촉이 돋보인다. 고역이 뻗는데 있어서 거칠거나 주저함, 흔들림이 일절 없다. 그야말로 매끈하게 뻗는다. 단언컨대, 이번 오토폰 센추리는 콩코드 센추리 카트리를 위한, 그 카트리지에 의한 턴테이블이다. 여린 음들도 잘 뽑아내주며 악기들의 레이어감도 좋다. 전체적으로 미음 계열의 음이다.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Peer Gynt No.1’(Grieg Peer Gynt)

A면 4곡을 내리 들었다. 첫 트랙은 서늘한 기분이 들 정도로 깨끗한 음에 감탄했다. 5.5mV 대출력의 MM 카트리지이면 굵직하고 두터운 윤곽선의 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플래터의 안정적인 회전과 S타입 톤암의 한 치 흔들림 없는 트래킹 능력, 그리고 순은 코일을 투입한 MM 카트리지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계속 머리에 각인되는 것은 매끄러운 소릿결과 또렷한 음상, 깊이감이 느껴지는 무대다. 2번째 트랙은 베를린필의 풍성하고 유려한 현악파트를 만끽했다. 해상력과 함께 밀도감도 도드라지는데, MM 특유의 에너지감이 계속해서 숨어있다가 꼭 필요할 때 갑자기 터지고 맺힌다. 아주 자연스럽다.
3번째 트랙은 광대역의 다이내믹 레인지와 순하고 부드러운 음의 질감, 그리고 노이즈가 한 톨도 남지 않고 사라진 정숙한 배경이 전면에 나선다. 실버 서브 섀시와 LP 위에 놓인 실버 클램프, 그루브를 추적하는 실버 톤암에서 은반 위의 김연아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지막 트랙은 고운 입자감에서 시작해서 강력한 파워로 마무리됐다. 여린 음에서 스탠스를 확실하게 유지하며 윤곽선이나 형체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 그 좁은 LP 그루브에 숨어있다가 활짝 그리고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한 방에 깜짝 놀랐다. 음에서 그 어떤 지저분한 구석이나 군더더기가 발견되지 않는다.

 

Cannonball Adderley ‘Autumn Leaves’(Somethin’ Else)

필자와 무대 사이에 아무런 막이 없다. 사운드스테이지는 투명하고 넓으며, 베이스 피아노 드럼 트럼펫으로 이어지는 각 악기들의 이미지는 눈에 선하다. 특히 트럼펫 소리에서는 연주자의 숨결이 느껴지고, 세게 내뿜는 고역인데도 결코 귀가 아프거나 쨍하다는 느낌이 없다. 색소폰은 훨씬 호방하고 굵으며 리퀴드하다. 그만큼 지금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이 그루브에 담긴 미세한 배음 정보까지 긁어와 제대로 된 음색을 구현한다는 뜻이다. 뒤에서 서성거리는 듯한 베이스의 리듬감도 출중하다. 이 곡에서 깨달은 것은 오토폰 센추리 턴테이블 + 콩코드 센추리 카트리지 조합이 어느 곡을 만나서도 의기소침하거나 소극적이지 않다는 것. 오히려 적극적으로 음들을 밀어부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정교한 세밀화를 보는 듯한 해상력까지 갖췄다. 선도가 높아 음의 그늘이나 잡내가 없는데다, 이 곡에서는 후끈 달아오른 현장의 열기마저 전해졌다.

 

Queen ‘Love Of My Life’(A Night at the Opera)

확실히 제대로 된 플레이어로 LP를 들으면 스트리밍 음원이나 CD를 들을 때보다 배경의 정숙도가 높아진다. 진공청소기로 바닥에 쌓인 노이즈를 쑤욱 빨아들인 것 같다. 이러니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더욱 촉촉하게 들리고, 주변은 쓸데 없는 조명을 모두 꺼버린 듯 아주 어둠컴컴하기 짝이 없다. 피아노 음도 이날 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들린다. 이어 다음 트랙 ‘Good Company’를 들어보면, 드럼이 제 자리를 튼실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각 밴드 악기들의 연주 디테일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카트리지가 좌우 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제대로 그르부를 트래킹하고 있다는 증거다. 끝으로 ‘Bohemian Rhapsody’에서는 디지털 클럭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정확한 템포감과 리듬감이 작렬한다. 어느 대역에서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톤 밸런스도 이번 시스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리뷰임을 잊고 푹 빠져 즐감했다.

 


총평


오토폰 센추리 턴테이블은 3가지 점에서 추천한다. 우선 턴테이블의 기본이라 할 안정적인 플래터 회전이다. 체감상 와우 앤 플러터나 워블은 전혀 없었고, TPE를 플래터와 섀시, 풋 곳곳에 활용한 덕에 리지드 턴테이블이 취약할 수 있는 진동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은 기계 엔지니어링이 빛나는 톤암이다. 침압과 VTA, 아지무스는 물론 안티 스케이팅 조절 장치까지 달려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하지만 대미는 역시 오토폰의 콩코드 센추리 MM 카트리지가 장식한다. 사실, 이번 시청에서 가장 감탄한 것이 이 카트리지인데 섬세한 해상력과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내미는 강력한 다이내믹스에 ‘역시 오토폰이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카트리지를 따로 구매해 필자 시스템으로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오토폰 센추리, 과연 ’오토폰’ 이름을 붙일 만한 턴테이블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Full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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