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TAG McLaren audio Calliope Bookshelf 스피커 리뷰

매력적인 첨단 디자인
스케일이 큰 음장과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음색
일반적으로 태크 맥라렌 오디오는 F1 아방가르드 스피커나 DVD32R DVD플레이어와 같은 값비싼 하이엔드 제품을 내놓는 메이커로 인식되고 있다. 8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쳐 최고의 포뮬러1 팀으로 명성을 날려왔던 태그 맥라렌인 만큼 평범한 제품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다가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전의 오디오 제작자들과는 한결 다른 감각으로 제작된 독특한 외부 디자인과 재질, 견고한 만듦새 등도 그런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칼리오페 스피커와 CD20R CD플레이어, 그리고 60iRV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등은 조금 다른 컨셉으로 제작된 제품인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상급기의 내용을 좀더 일반적인 규모로 충실하게 담아냄으로써 태그 맥라렌 제품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칼레오페 스피커 시스템부터 살펴 보도록 하자. 유선형의 우아한 윤곽선과 날렵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이 2웨이 북쉘프 스피커 시스템은 진동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아루미늄 재질을 사용하여 가벼우면서도 견고하게 제작되어 있다. 시청용으로 제공받은 제품은 로열 블루라는 색상으로 마감처리 되어 있었는데, 하얀색의 알루미늄 스탠드 위에 얹혀진 모습은 언뜻 보기만 해도 시원스러운 소리가 나올 것 같은 인상이다. 후면의 스피커 단자는 스페이드 러그만을 연결할 수 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완벽한 정밀도로 제작되어 어떤 오디오 시스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조작감과 만족을 제공한다.
칼리오페 스피커는 단지 디자인 뿐 아니라 규격적으로도 상당히 잘 가다듬어진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150mm 직경의 베이스/미드레인지 유닛은 콤포지트, 그리고 19mm 직경의 트위터는 실크 돔 재질이다. 3차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6kHz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 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트위터에는 하모닉스 재생만 담당시키고 베이스/미드레인지 유닛이 사실상 풀 레인지 스피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주파수 응답 규격도 인상적인데 ±3dB 오차 내에서 55Hz~20kHz로 스피커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저역까지 재생해 내고 있다. 그리고 80Hz 이상에서는 1.5dB 이내로 응답 오차를 억제하여 매끄럽고 평탄한 음색을 재생하고 있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60iRV, CD 플레이어 CD20R
스피커에 비하면 CD20R과 60iRV 인티앰프는 얇은 직사각형 박스 형태로 좀더 친숙하고 부담 없는 모습을 띠고 있다. 사실 칼리오페에는 디자인적으로 보았을 때 CD 플레이어와 앰프가 합쳐진 아프로디테 일체형 뮤직 시스템이 보다 잘 어울리는 짝이다. 그렇지만 가격대 성능으로 보자면 CD20R과 60iRV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한발 앞선다. CD20R CD 플레이어는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주는 현대적인 느낌과 작고 가지런히 배열된 조작 버튼들이 주는 고전적인 느낌이 잘 조화되어 있다. 겉모습에만 치중하고 제품 내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제품들과 달리 CD20R은 안정성 높은 필립스의 CDM 12.4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크리스탈 세미컨덕터의 CS4329 델타 시그마 DAC, 그리고 버브라운의 OPA134와 비셰이의 메탈 필름 커패시터 등 내용에서도 충실하다.
한편 60i 인티앰프는 8 에서 60W 출력에 불과하지만 2 부하에서 150W로 구동할 수 있는 저력을 지녔다. 60iRV 앰프는 보다 자연스러운 음질을 얻도록 최근 앰프의 경향을 따라 이른바 다이렉트 커플드 방식-태그 맥라렌에서는 이를 “SLT(straight Line Technology)”라 부른다-으로 제작되었다. 60iRV는 테이프루프 세 개를 포함해 입력 단자가 여섯 개이며, 헤드폰과 연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파워 앰프를 추가하여 출력을 보강할 수 있는 등 기능적으로도 가장 선진적이라 할 만 한다.
칼리오페 스피커 시스템, CD20R, 60iRV 인티앰프가 함께 들려주는 소리는 역시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후 좌우로 펼쳐지는 스케일이 큰 음장과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음색, 그리고 음량을 높이 올렸을 대에도 흐트러짐이 없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현악에서 재즈 음악, 가벼운 팝 음악을 들었을 때에도 태그 맥라렌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기술 지향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태그 맥라렌 시스템의 소리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경향이었다.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예리한 디지털 사운드가 녹음된 음반에서도 태그 맥라렌 오디오는 어느 정도 순화된 음을 들려준다. 이 시스템의 차분하면서도 느긋한 소리를 듣다보면 해상도와 다이내믹스를 과장하지 않더라도 애호가들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관현악의 피크 음량에서 들려주는 칼리오페 스피커의 저력은 그런 자신감을 확신으로 바꿔 준다. 여기에 현존하는 오디오 시스템 중에서 가장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외부 디자인까지 고려하면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음악을 즐길 만한 시스템으로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Stereo Sound 2002 No. 143 발췌
글. 박우진 오디오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