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X 스피커 양웅 대결 JBL vs M&K

JBL HT 시리즈와 M&K의 750THX 5.1채널 스피커 시스템

두 스피커 시스템을 비교하게된 첫번째 이유는 프로페셔널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브랜드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JBL은 국내 스피커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그 명성이 절대적이다. 오디오에 관심 있는 영화 팬이라면 극장에 설치된 스피커 대다수에서 JBL의 주황색 로고를 눈여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극장의 감동을 집에서 구현하려는 홈시어터 마니아들이 JBL에 주목하게 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M&K는 JBL처럼 화려한 명성을 얻진 못했지만 업무용 분야에서 그 어떤 브랜드 못지않은 탄탄한 성과를 쌓아온 업체다. 처음부터 스튜디오 리코딩 분야에서 모니터 스피커로 절찬을 받음은 물론 고충실도 녹음을 위한 다이렉트 디스크 리코딩에 활용될 만큼 정확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사운드 트랙 제작에서도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Ⅰ>에서 모니터로 채택된 것을 비롯해 상당수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현역기로 활약 중이다.
또 미국은 물론 국내 방송국에서도 M&K의 모니터 스피커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두 브랜드 스피커를 비교 대상으로 고른 또 다른 이유는 JBL과 M&K 모두 THX 인준 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THX 인준은 주로 AV 앰프나 DVD플레이어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THX 사운드의 완성은 최종적으로 홈시어터 스피커 이뤄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THX 인준 스피커의 숫자가 많지 않고, 앰프 분야와 달리 아직 THX 인준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덜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현재 THX인준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홈시어터 시스템의 성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라도 THX인준 스피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교에 앞서 스피커 분야에 대한 THX 인준에 대해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THX 인준 앰프가 적절하게 구동할 수 있는 규정된 감도와 임피던스 특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앰프와 스피커가 THX 규격을 모두 충족했을 때 영화 사운드 엔지니어가 기대하는 음량이나 다이내믹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THX 인준 스피커에는 극장과 다른 가정의 음향 환경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천장이 낮은 가정에 적합하도록 수직 방향의 지향 특성에 제한을 두는데, 이는 천장에 반사된 소리가 서로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주파수 응답 특성에서도 일정 출력 이상에서 고른 응답을 얻도록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실제 영화 사운드 트랙은 음악 소스에 비해 다이내믹 레인지가 크기때문에 평탄한 응답 특성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서브우퍼 역시 THX에서 규정한 주파수 대역과 음압 레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THX 인준 기준에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와 기울기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있다. 만일 THX 인준 앰프와 스피커, 그리고 서브우퍼를 함께 사용한다면 서브우퍼와 메인 스피커 시스템 사이의 연결이 보다 매끄럽게 될 것이란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서브우퍼는 사실 매장에서 잠깐 동안의 시청으로는 그 성능을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제품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THX 인준 제품이라면 보다 신뢰감을 가질 만하다.
시청은 AV플라자의 시연실에서 이뤄졌고, 마란츠 DV9500 DVD플레이어와 렉시콘의 MC-8 AV프로세서, 그리고 역시 렉시콘의 LX-5 파워 앰프가 사용되었다.



대한 음장감과 폭발적인 다이내믹

JBL 스피커들은 대체적으로 캐비닛이 커 가정에서는 멀티체널 세팅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이번 비교 시청에 출전한 HT시리즈 스피커는 북셸프 형태로 설치에 제약이 없다. 대신에 적어도 메인 스피커는 스탠드 위에 올려놓아야 되겠지만 말이다.
시청 시스템 구성은 프런트에 HT4V, 센터에 HT4H, 리어에 HT5, 그리고 서브우퍼는 E250P다.
HT4V 스피커는 JBL 최고급 스피커인 K2의 미니어처라 부를 만하다.
상하 대칭의 가상 동축 우퍼 사이에 JBL의 상징과도 같은 레이디얼 타입의 혼 트위터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리어 스피커인 HT5는 HT4와 동일한 트위터와 우퍼 유닛을 사용하지만, 대신에 싱글 우퍼 사양이다. 외관은 검은색의 단순한 박스 형태로 유럽계 스피커의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홈시어터 시청 환경은 기본적으로 불을 끈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혼 스피커는 대개 93db 이상의 높은 감도를 갖는 편으로, 앰프 출력이 모자라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HT시리즈 스피커는 5.25인치의 비교적 작은 우퍼를 탑재하면서도 50Hz까지 저음을 내주도록 설계되었다.
스피커의 감도와 주파수 응답은 서로 상반된 관계가 있다. 만일 어느 한 쪽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쪽은 희생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HT4도 일반 스피커와 별반 다르지 않은 88db, 싱글 우퍼 구성의 HT5는 85db의 평범한 감도에 머문다. 시스템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주려면 가급적 출력이 뛰어난 AV앰프를 매칭할 필요가 있다.
시청에 사용한 렉시콘의 MC-8과 LX-5 앰프에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HT 스피커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 되었다.
이 규모의 일반적인 스피커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광대한 음장감과 폭발적인 다이내믹을 들려준다. 시청한 첫 소감 역시 JBL이 아니고서는 이토록 극장 사운드에 근접할 방법이 없겠다는 것이다. 아니, 시청 공간과 매칭 시스템의 음향 특성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JBL만의 방식대로 소리를 바꿔놓는 것이다. 전통의 브랜드다운 카리스마라고 할까. 가늘고 야윈 음색과 핀포인트적인 정밀한 이미징을 들려주는 것이 현대 스피커의 전형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JBL의 접근 방식은 이와는 다르다.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도입부의 내레이션은 방 전체에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것처럼 당당한 위엄이 넘쳐흐른다. 그 고압적인 분위기에 감상자는 감히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전투 장면에서 검이 부딪치고 배경 음악의 음량이 높아지면 에너지 무제한의 소리가 공간 전체에 넘실댄다.
사우론 등장 장면의 북소리는 화면 속 분위기와 완벽하게 일치해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배경 음악과 효과 음향이 함께 고조될 때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찔끔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와 감상자를 쓸어가 버릴 듯한 기세다. 리어 스피커의 활약도 다른 시스템이 감히 흉내내지 못할 만큼 두드러진다. 후방에서 효과음이 튀어 나올 대는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
HT시리즈를 감상할 때는 일반적인 시청보다 휠씬 음량을 높은 상태로 들었다.
그럼에도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까지 일관된 밸런스를 들려주며, 음색이 찌그러지는 일이 없어 과연 THX 인준 스피커 답다는 생각이 든다. 앰프 출력만 충분하다면 감상 공간을 영화관으로 바꾸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물론 HT시리즈의 소리는 섬세하거나 달콤한 분위기는 아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음악까지 듣기엔 다소 투박하고 대범한 울림새다. 그러나 적어도 액션 영화 감상에서의 매력은 그런 불평을 잠재운다.



해상도와 음장의 투명도 탁월

M&K의 멀티채널 시스템은 5.25인치 우퍼를 탑재해 JBL HT스피커 시스템과 유사한 구성이다.
또 동일한 THX 인준 제품이기도 하다.
M&K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인 LCD-750THX는 고성능 트위터와 고급 부품을 사용해 음악 재생 성능에서 더욱 섬세하고 또렷한 소리를 들려준다. 과거 THX인준 스피커는 영화 재생 분야에 특화된 나머지 음악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LCD-750THX 가 보강된 부분이 바로 음악 재생 성능에 대한 것인데, M&K 스피커의 음악 재생 능력은 단순한 홈시어터 스피커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반가운 것은 JBL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THX인준 스피커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할 경우 최적의 대안이 될 만 하다. 게다가 SACD서라운드 음반까지 감상하고자 한다면 M&K LCR시리즈의 활용도는 더욱 커진다. 사실 매일 연기가 자욱하고 폭발음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만 감상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M&K LCR시리즈는 어둡고 다소 무딘 고음의 JBL HT 시리즈와 달리 밝고 선명한 고음을 들려준다. 해상도라든지 음자의 투명도에서는 M&K 시스템이 JBL HT 스피커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차지한다. 배경음악의 악기들이 좀더 섬세하게 구분되고, 공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잔향도 풍부하다. 인물의 억양이나 뉘앙스가 다양하게 표현되며, 전반적으로 대화 내용이 보다 정돈된 인상이다. M&K는 드라마 재생에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반대로 액션 영화 감상에 필수적인 다이내믹스나 저음의 양에서는 JBL에 비해 가격 차이 이상의 거리를 느끼게 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 취향이라든지 매칭 시스템, 음향 공간의 특성이 많이 좌우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좁은 공간에서는 절제되고 팽팽한 소리의 M&K 시스템이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에 비해 JBL은 넓은 공간에서 대출력 앰프로 울렸을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JBL스피커가 묵직하고 육중한 저음을 들려주는 것과 달리 M&K LCR스피커 시스템의 저음은 다소 야위고 가볍게 들린다. 이는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의 JBL HT 시리즈와 달리 M&K LCR 시리즈의 캐비닛이 밀폐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인 스피커도 그렇지만 서브우퍼의 출력과 재생 대역 같은 능력에서도 모두 JBL에는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M&K 스피커는 보다 산뜻하고 세련된 인상이지만, 홈시어터 분야에서 분명 JBL처럼 감상 공간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해 보인다. <글래디에이터>의 도입부 숲 속 전투 장면에서 격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흥분을 고조시키는 솜씨는 역시 JBL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음량을 올렸을 때, M&K에서는 공간의 규모감이 JBL만큼 나와 주지 않는다.
JBL에 비교하면 스피커에서 소리가 잘 떨어지지 않아 공간 전체를 제압하지 못하다. M&K LCR 스피커는 극장 사운드에 근접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홈시어터 시스템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또 대음량에서는 고음의 대역폭이 넓지 않은 JBL쪽이 덜 소란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M&K 스피커의 경우 배경 음악이 커질 때는 소리의 밸런스가 조금 밝아지면서 시끄럽게 들리는 편이다.


결국 두 시스템 중 하나를 고른다면?
많은 사람드이 JBL의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M&K의 음악 재생 성능은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덧붙인다.


<출처 : 2005 HIVI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