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QUEST(오디오퀘스트) SKY 인터커넥터 리뷰

오디오 평론이라는 일을 하면서 다양한 회사의 엔지니어나 CEO 등을 만나게 되었다. 그중 인상적인 인물로 오디오퀘스트를 주재하는 빌 로우(Bill Low)를 꼽을 수 있겠다. 사실 이쪽 관련 인사들을 만나면 주로 자기 브랜드나 신기술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데, 빌의 경우는 이를 좀 넘어선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사의 기술력이나 장점을 자랑하는 것은 기본이요, 그 외에 음악이나 역사, 교양 등 관련 분야가 놀랍도록 방대해서 마치 무슨 교수를 만나 강의를 듣는 듯하다. 세상에 참 박식한 분이 많기는 하지만, 빌 역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인 것이다.
첫 인상부터 그는 남달랐다. 덩치가 크거나 우락부락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학구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풍겨서, 단순한 엔지니어나 비즈니스맨과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수입원 회의실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세 시간이 넘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그는 지칠 줄 모르고 다양한 화제를 꺼냈는데 헐리웃 영화 보는 것보다 재미가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때 그에게 들은 강의는 수필이나 아티클에 쓸 만한 소재가 많아 혹시라도 빠트릴까봐 모두 기록해뒀고, 특히 케이블에 관해서라면 제대로 된 설명을 최초로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시간이 허락했다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밤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후 5월에 열린 뮌헨 쇼에서 다시 한 번 그를 만났는데, 당시는 둘 모두 바쁜 상황이어서 간단한 인사에 그치고 말았다. 단, 그 와중에 약 5분 정도 강의를 잊지 않았는데, 이 또한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필자가 인터뷰한 오디오 관련 인물 중에 어디 제대로 시간을 잡아서 쭉 이야기를 듣고 싶은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음악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지독한 카우보이정키스(Cowboy Junkies)의 팬이다. 캐나다 출신의 남녀 혼성 그룹인 이 밴드를 필자 역시 좋아한다. 은은한 반주에 착 휘감기는 여성 보컬이 일품인데다가 발라드 넘버가 유독 많아서 데뷔 당시에는 “3AM Band”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들의 걸작앨범 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결국 록 뮤직의 황금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는 특유의 천재론을 펼쳤다.
사실 요즘엔 천재의 러쉬라 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저 사람 천재야” 하면 더 이상의 찬사가 필요 없지 않은가. 그 덕분에 천재라는 말이 양산되는 감이 없지 않다.
빌에 따르면 천재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기존 개념이나 사고에서 탈피해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보게 만드는 인물이 천재인 것이다. 대개 천재들의 영감이 발휘되는 때가 10대 말에서 20대 초반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시스템에 융화되어 간다. 이런 사회화 과정에서 천재들은 뭔가 언밸런스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 물리학,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천재를 뉴 랭귀지의 창조자라고 정의하면, 사실 주변에 등장하는 자칭 타칭 무수한 천재들은 가짜인 셈이다. 빌에 따르면 대중음악의 경우 미시시피 강을 따라 형성된 델타 블루스가 록 음악으로 발전해서 60년대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다가 점차 그 창조력을 잃고 쇠퇴한 상황이므로, 현재의 대중음악은 일종의 정체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카우보이정키스가 나왔는데, 그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과거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불과하다고 평하고 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오디오퀘스트는 1978년, 빌이 말하는 오리지널 레시피를 통해 만든 케이블로 시작한다. 부침이 심하고, 경쟁이 살벌한 하이엔드 업계에서, 그중 가장 치열한 격전장인 케이블 쪽에서 무려 30년이 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계속해서 신기술을 발표한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 뭔지에 대해선 지난 번 인터뷰 기사에 실은 만큼 여기서 중언부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스카이(SKY)라 명명된 동사 최상급의 밸런스 케이블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어서 여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사실 밸런스 케이블 한 조에 300만원이 넘는다면, 아무래도 애호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케이블계의 현황에서 이 정도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과연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궁금할 것이다.
실은 여기에 DBS라는 기술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 효과를 추적하면 역으로 상당 부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대단히 효과가 크다. 대체 DBS가 뭐길래 이를 작동시킨 것과 작동시키지 않은 것의 차이가 이토록 엄청나단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케이블에 있어서 절연이라는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 케이블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의 포커스는 신호 도체(컨덕터)에 집중되어 있었다. 동선이나 은선이냐 순은선이냐 하는 논쟁이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이후 터미네이션이 각광을 받게 되고, 지금은 절연에 대한 연구가 한참인데, 여기서 오디오퀘스트의 참신한 발상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절연이라고 하면, 신호 도체를 감싸고 있는 피복을 생각하는데, 이게 겉보기와 다르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가장 완벽한 절연체는 공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모든 절연체는 절연뿐 아니라, 유전체로서의 성질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부의 간섭에서 신호 도체를 보호하는 것이 절연이라고 하면, 자체의 자성이나 성질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체의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기는 그럴 일이 없으니 이상적인 것이다.
여기서 오디오퀘스트는 한 가지 실험을 보여준다. 즉, 장시간 사용한 케이블과 신품 상태의 케이블을 절단해서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신호 도체를 감싸고 있는 피복의 상태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절연체가 전기적으로 꽤 안정되어 있는 반면, 후자는 들쑥날쑥 무질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케이블에서 어떤 악영향을 주냐 하면 바로 시간 지연 내지는 위상 편이라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즉, 일정치 않은 전기적 패턴이 신호의 흐름을 늦추게 하고 또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면, 아니 음성 신호라는 것이 신호 도체에만 흐르지 어떻게 피복에도 흐르냐 하겠지만, 그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물론 피복에는 음성 신호가 흐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호 도체에서 전달되는 음성 신호는 전기를 타고 흐른다. 피복에도 전기적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상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이를 극단적으로 피하고자 하면 공기를 절연체로 해서 신호 도체만 달랑 사용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케이블은 만들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DBS의 존재가 새삼 강조된다. 이것의 구조는 허무하리만치 간단하다. 일종의 배터리 팩으로 이뤄진 이것은, 폐회로를 통해 신호가 순환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를 위해선 오디오퀘스트의 트리플 밸런스라는 케이블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여섯 개의 컨덕터가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 둥그렇게 연결된 구조인데, 이는 네거티브 신호와 포지티브 신호를 각각 3개씩 밸런스 구성으로 설계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필이면 왜 세 쌍이냐, 네 쌍이 더 나을 것 아니냐 라는 질문도 가능하겠지만, 오랜 연구 결과 트리플 밸런스가 음성 신호 전달에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으므로, 그런 경험론을 인정하기로 하자. 실제로 많은 케이블 메이커들이 이런 트리플 밸런스 구조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구조일 경우, 강강술래의 한 가운데가 비어 있는데, 여기에 플러스 쪽을 연결하고 신호 도체와 피복 사이의 빈 공간에 마이너스 쪽을 연결한다. 그리고 방전할 뿐이다. 하지만 그 전압이 36~72V로 상당히 높아서, 이 경우 절연체의 전기적 성질이 일정한 방향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를 분극화한다고 표현한다. 이해하기 쉽게 나침반을 연상하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극과 남극을 정확하게 가리키지 않는가. 말하자면 절연체의 전기적 성격을 정확하게 정렬시킨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DBS가 신호 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가 될 법도하다.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그냥 방전만 하는 구조일 뿐이다. 아무튼 이로써 시간 지연이나 위상 편이에 의한 왜곡이 대폭 줄어들면서, 보다 클리어하고 투명한 신호 전달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이 DBS는 신호 도체의 능력을 배가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절연체를 분극화시킴으로서 그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거의 드라마틱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이번 시청은 이런 DBS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기기가 동원되었다. CDP는 플레이백 디자인스, 프리앰프는 다질, 파워 앰프는 테너 175S를 사용한 가운데, 스피커는 PSC의 최신작 PR-4가 쓰였다. 워낙 성능이 뛰어나고 또 민감한 제품들이 동원되었으므로, CDP와 프리앰프의 연결 부분에 본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휘될 수 있었다. 참고로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마우리치오 폴리니 지휘 및 연주
– 멜로디 가르도
– 듀크 조던
– 이글스
우선 모차르트를 DBS 없이 들어봤다. 상당히 상쾌하고, 명징한 음이다. 투명도가 뛰어나고, 배음도 잘 살아서 기본기가 우수한 케이블임을 실감할 수 있다. 역시 플래그십 모델은 다르구나 싶었다. 과연 DBS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일단 현악단의 인트로에서 나긋나긋하고, 다채로운 표정이 감지되며, 총주시의 에너지도 훨씬 박력이 넘친다. 전체 단원의 수가 증가한 듯, 스케일이며 안길이가 꽤 넓고 또 깊어진다. 피아노의 연주는 특히 심하게 차이가 나서, 힘들이지 않고 연주하는 폴리니의 손놀림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그냥 건반을 가볍게 터치하는 형태가 아니다. 기본적인 힘은 있되, 절제해가며 안정적으로 누르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상력에 차이가 심해서, SD 화면을 보다가 HD급으로 격상한 느낌을 준다.
멜로디의 경우, 꽤 많은 악기가 동원되고, 그 짜임새가 중요한데, 여기서 DBS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전면에 물결치는 오르간의 존재감이나 그 뒤편에서 가끔씩 부는 뮤트 트럼펫 소리 등이 명확하게 감지되며 그 위치 또한 정교하다. 더블 베이스도 훨씬 더 밑으로 뻗으면서 자연스럽고, 드럼으로 말하면 충분히 잘 먹고 쉬고 나와서 두드리는 듯 힘이 넘친다. 목소리? 두 말하면 잔소리. 그녀 특유의 중성적이면서 섹시한 맛이 잘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하게 뱃심을 줘서 발성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듀크 조던은 피아노의 첫 타건부터 다르다. DBS를 뺐을 때에는 단순히 고역부만 두드리는 느낌인데, DBS를 켜고 들으니 저역부도 들리고, 배음까지 포착할 수 있다. 심벌즈의 뻗침이나 더블 베이스의 약동감 등에서 참 차이가 많다. 그냥 들었을 때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음이 이렇게 DBS를 통해 보강되었을 경우 극적으로 변화하는 데에서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글스. 과연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나 긁는 소리가 다르다. DBS를 걸면 훨씬 에너지가 넘치면서 통울림이 풍부해진다. 드럼의 경우, 그 효과는 눈부실 지경. 킥 드럼은 바닥을 두드리고, 심벌즈의 타격음은 공간에 골고루 넓게 퍼진다. 목소리도 훨씬 싱싱해져서, 녹음 당시 보컬리스트가 20대의 팔팔한 젊은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사실 처음 DBS를 봤을 때 그 간단한 구조로 대체 이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또 DBS를 끼지 않았을 때의 음도 상당한 수준이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하긴 스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플래그십이라, 이런 정도의 기본기는 당연하리라. 하지만 DBS를 통해 놀랍도록 진화하는 음에는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역시 교수님이구나! 새롭게 탐구한 DBS의 영역에서 다시 한 번 경배를 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