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re의 레퍼런스 파워앰프 MX-R Twenty, 바이-앰핑을 경험하다.

 
 
바이-앰핑. 이 시작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다. 개인적으로 하이파이 시스템 음질 향상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하이파이 인스톨에도 큰 차이를 만들어 주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나라에선 전문적인 인스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각설하고 하이엔드 오디오엔 스피커 터미널을 접속하는 방법에서부터 아주 미묘한 차이가 음질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하이엔드 오디오 구성 중 선택이 가장 어려운 것이 파워앰프다. 오늘 내가 하려는 주제가 바로 이와 관련된 것이다.
 
파워앰프의 선택과 또 하나의 선택 바이-앰핑.
 
우선 파워앰프의 구조를 알아보자. 파워앰프는 흔히 스테레오 버전과 모노블럭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조금 더 세분화 시켜보자. 출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부드러운 음색을 제공하는 앰프가 있는가 하면 박력이 넘치는 스피커 구동이 가능한 제품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수 많은 파워앰프를 찾다 보면 음악성도 좋고 스피커 구동 능력도 뛰어난 제품을 찾게 된다. 하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당연한가?)
 
파워앰프를 설계하는 데엔 중요한 파라메터들이 존재한다. 사실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하이엔드 시스템의 구조를 살펴보면 최종 재생음의 결과를 얻기까지 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수가 정말 많은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이다.
 
이렇다 보니 완벽에 가까운 제품은 있어도 완벽한 제품은 없다.
 
이를테면 엄청난 출력의 파워앰프를 예로 들어보자. 채널당 1,000W 이상을 출력하기 위해 여러 개의 대용량 트랜스포머를 투입한 파워앰프도 있다. 보통 이런 파워앰프들의 특징은 엄청난 스피커 스피드와 구동력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고역 역시 순할까? 이를 만족시키기란 무척 어렵다.
 
파워앰프의 회로를 보면 재생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구간들이 있다. 이것은 꼭 전류의 공급 능력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입력 스테이지에서 버퍼 회로와 같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구동력도 좋고 음의 순도도 좋은 파워앰프를 만들 수 있고 심지어 S/N까지 뛰어나게 만들 수 있지만 음의 분위기가 그렇게 순하고 곱게 피어 오르진 않는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에도 작용한다. 흔히 우리가 소출력 파워앰프의 음색이 곱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틀린 내용은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입력 회로의 설계 방향에 따라 소출력 앰프도 얼마든지 거칠고 쥐어짜는 구동력을 낼 수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경우가 설계의 방향이 다르거나 잘못 설계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일까? 일본과 같은 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채널 디바이더를 통해 중/고역엔 소출력 파워앰프를 저역엔 대출력 파워앰프를 물려준 것이다. 물론 여기엔 음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장비 외에도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은 리스닝 룸 내에 재생 주파수 측정을 통해 이뤄진다.
 
참고로 이 세팅 과정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많은 장비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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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에서 시청했을 때 구성되었던 MX-R Twenty 바이-앰핑 사진>

 

 

 
 
일본의 대표 하이엔드 매거진의 몇몇 필자가 이렇게 시스템을 운영했거나 하고 있다. 물론 최신 하이엔드 시스템은 아니며 우퍼 같은 경우 과거 명기라 일컬어졌던 드라이버 유닛을 커스텀 방식으로 캐비닛을 제작해 장착한 것이다.
 
쉽게 설명해 크로스오버 회로가 없는 모듈형 스피커에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직접 설정하여 게인을 맞춰 하나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걸 멀티-앰핑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구성에서 가장 큰 장점은 다음과 같다. 스피커 시스템에서는 트위터의 능률이 가장 높은데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보편적으로 출시하는 스피커의 95% 이상이 패시브 크로스오버 형태라는 것이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엔 시스템의 능률에 맞추기 위해 트위터의 능률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멀티-앰핑에선 트위터에 능률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입력 레벨을 조절해 음압 밸런스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의 열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능률이 낮은 우퍼에는 대출력 파워앰프를 연결해서 해결하고 있다.
 
아무튼 패시브 크로스오버 회로를 통과하면서 일어나는 음질 열화가 없고 파워앰프의 특성을 고역/중역/저역 개별적으로 조합해 이상적인(?)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오디오파일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세팅엔 지식이 많고 측정 장비도 구비하여야 하며 여러 대의 파워앰프를 필요로 한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발된 스피커도 존재한다. Bowers & Wilkins의 오리지널 노틸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옵션으로 전용 액티브 크로스오버도 존재하는데 입력 레벨 조정은 불가능하며 모두 같은 파워앰프를 선택해야 한다)
 
바이-앰핑이라는 개념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멀티-앰핑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 하지만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를 바탕으로 적용해야만 하는 한계는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작성하기 이전에 상당히 많은 파워앰프를 바이-앰핑으로 구성해 들어본 경험이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은 수 많은 파워앰프 메이커의 제작자들은 바이-앰핑 보다는 그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그것을 바이-앰핑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파워앰프 제작자들은 바이-와이어 케이블을 권하는 것이 추세다.
 
하지만 스피커 제작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정말 많은 제작자들이 바이-앰핑을 권한다. 재미난 사실은 이들도 최소 바이-와이어 케이블을 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나는 스피커 제작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Ayre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인 MX-R Twenty가 바이-앰핑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었음을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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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음의 다이나믹스는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것, 음색이 부드럽고 고역의 순도가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티밋 그레이드의 모노블럭 1조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나 그것에 필적하는 구동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갈 때까지 간 취미 영역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자체의 가격표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는 반드시 따져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Ayre의 MX-R Twenty로 바이-앰핑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MX-R Twenty의 상급 모델이 없던 탓이 가장 컸다. 같은 수준의 음색을 유지하면서 더 뛰어난 음질을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나는 Ayre MX-R Twenty의 바이-앰핑을 경험하기 위해 우선 수입사의 시청실에서 환경을 만든 뒤 음악을 들어 보았다. 청음을 위해 쓰인 스피커는 Bowers & Wilkins의 800D3였다. MX-R Twenty의 모노블럭 구성에도 MX-R Twenty의 장점이 잘 드러났지만 자주 5%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MX-R Twenty가 구현하는 고역의 순도나 다이나믹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는 만족하여야만 했다. 과거에 MX-R을 생각해 보면 MX-R Twenty의 구동 능력은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앰핑을 조합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저음이 아주 단단해졌다는 느낌이었다. 0.1%도 무리가 따른다는 느낌이 없는 쾌감이 섞인 음색이었다. 당연히 스케일은 더욱 커진 느낌이었고 재생음의 전대역에 걸쳐 에너지에 여유가 깃든 그런 음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MX-R Twenty의 음색의 특징이 더욱 잘 살려주었다는데 있다. 분명 같은 파워앰프이지만 바이-앰핑 구성을 통해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바이-앰핑을 통해 아주 짜릿한 재생음의 맛을 경험해본 적이 많기 때문에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지만 이번 경험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 자리에서 흥분한 나머지 수입사에 나도 MX-R Twenty 한 조가 있으니 한 조만 데모로 지원해 주면 내 시청실에서 바이-앰핑을 구성해 기사를 써보겠다고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내 요청은 받아주어 MX-R Twenty 한 조가 더 내 시청실에 들어오게 됐다.
 
참고로 MX-R Twenty는 Ayre-Link를 통해 프리앰프의 전원 온/오프만으로 4대의 파워앰프를 동시에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에 바이-앰핑 구성 시에도 켜고 끄는 불편함은 덜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수입사 시청실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사운드 스테이지가 기존에도 무척 선명하게 펼쳐진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영상 기기에서 2배의 휘도를 얻은 것처럼 선이 더 두터워지고 또렷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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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직까지 잊을 수 없던 점은 바이올린의 E현의 음의 에너지가 이토록 섬세하고 선명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보통 아주 얇은 선을 가진진 것이 사실이지만 리뷰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극한에 이르면 음이 이렇게도 표현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패시브 크로스오버를 통해 주파수 필터링이 돼 정보의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MX-R Twenty의 바이-앰핑을 통해 더 좋은 음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하이파이 스피커는 주파수 대역마다 각기 다른 임피던스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 임피던스 특성이 아주 평탄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파워앰프에 걸리는 부하는 상대적으로 줄어 들 것이다.
 
문제는 재생 주파수에 따른 임피던스의 급격한 변화가 파워앰프를 더 힘들게 만들며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순간적인 클리핑 노이즈가 발생한다.
 
하지만 MX-R Twenty를 바이-앰핑으로 구성하면 저역과 중/고역을 나누어 구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훨씬 더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요즘 나온 파워앰프들은 2채널로 1조의 스피커를 비교적 원활하게 구동하도록 설계 되었기 때문에 바이-앰핑시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이런 시너지는 확실히 MX-R 보다 MX-R Twenty에서 더욱 극대화 된 느낌을 얻는다.
 
또 하나는 요즘 스피커 설계 트렌드가 작은 구경의 진동판을 우퍼에 채용한다. 과거엔 15인치와 같은 대형 우퍼로 적은 진폭으로도 큰 저음을 낼 수 있었지만 응답 스피드가 떨어지는 문제로 구경이 제한된 우퍼로 더 크게 진폭 시켜 저음을 구현해 낸다. 문젠 이러한 우퍼의 진폭은 미세한 노이즈를 발전시킨다. 이런 노이즈는 중/고역 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디스토션으로 나타난다.
 
고역이 산만해지고 S/N을 흐트러지는 느낌을 만든다.
 
하지만 MX-R Twenty 바이-앰핑시엔 저역과 중/고역부가 완전히 분리되며 저역의 경우 더 큰 전류가 이런 노이즈를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더욱 순도 높은 음을 구현할 수 있다.
 
확실히 여러 파워앰프를 바이-앰핑으로 구성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세계의 리뷰에서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내게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바이-앰핑 구성에서 역효과를 보인 파워앰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로 MX-R Twenty의 바이-앰핑 시너지 효과가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일엔 금전적인 부담이 따르기에 고민이 되겠지만 MX-R Twenty 2조를 지불해 구입할 수 있는 파워앰프 구입에 고민중인 오디오파일이라면 반드시 앞서 MX-R Twenty 바이-앰핑을 경험해보라 권하고 싶다.
 
 
 
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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