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C1100c/t 레퍼런스 진공관 프리앰프

 
 
하이파이 입문자들이 시스템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컴포넌트가 바로 스피커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시스템을 구성할 때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중 상당한 비중의 금액을 스피커에 투자한다. 이런 시스템 구성에서 각종 케이블은 서비스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한 달 정도는 하이파이라는 것 그 자체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점점 무언가 부족한 것을 캐치하게 된다. 스피커가 시스템의 중요도에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스피커는 최종 아웃풋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이 맑지 않다. 미국 속담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GIGO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다. 쓰레기가 들어오면 쓰레기가 나온다.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속담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파워앰프가 문제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실 파워앰프가 바뀌면 스피커의 드라이버의 콘이 제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힘이 넘치고 사운드 스테이지도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소리의 골격은 제대로 갖춰져 가지만 레코드의 재생음악이 나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 영혼을 잡아 둘 정도의 음악성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 때부터 고역이 강하다.. 저음이 양감은 많지만 해상도가 떨어진다. 밀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정도까지 씨름하다가 하이파이라는 취미를 접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이 하이파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통일되지 않는 조언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글을 읽는 여러 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디지털 소스기기와 프리앰프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디지털 소스기기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만큼 중요한 것이 프리앰프이다.
 
왜일까?
 
우리는 프리앰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프리앰프는 마치 예비 증폭 장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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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스기기가 출력하는 음악 신호 전압이 파워앰프에 그대로 입력되게 되면 파워앰프는 이 전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엄청난 클리핑을 동반한 대출력을 뿜어낸다. 파워앰프 뿐 아니라 스피커에도 손상을 가져다 줄 정도의 클리핑을 동반한다.
 
프리앰프는 1차적으로 이것을 볼륨으로 감압시키는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프리앰프는 기능적으로 볼륨조절과 셀렉터 기능 밖에 없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소스기기를 통해 출력된 재생음악 전압이 이 볼륨을 통과할 때 상당한 손실이 일어난다. 그래서 프리앰프의 핵심 과제는 유니크한 볼륨단의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리뷰 할 매킨토시의 새로운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C1100은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을 갖춘 프리앰프 중 하나라는 사실이기에 서론이 조금 길었다. 프리앰프로써 또 이것이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 적용 되었을 때 프리앰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시스템의 재생음의 질을 얼마나 향상 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매킨토시의 C1100은 매킨토시의 이전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C1000을 계승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C1100을 탄생시키면서 화려함 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 이전에 C1000에 비해 가격을 좀 더 합리적인 선으로 낮춘 것이다.
 
요즘 추세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일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좀 더 보기 좋은 외관을 가졌던 C1000보다 제작이 훨씬 수월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런 생산 방식을 선택 가능한 이유가 매킨토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메이커이기에 가격은 대폭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춘 만큼 더욱 많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1100에서 여전히 매킨토시의 고급스러운 아이덴티티는 유지되고 있다.
 
C1100 프리앰프는 레퍼런스 디자인답게 분리형 섀시로 디자인 되었다. 프리앰프를 제작하는데 있어 분리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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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앰프 회로에는 Common Mode Rejection이라고 불리는 노이즈가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프리앰프뿐 아니라 모든 장치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리앰프가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출력된 음악 신호를 아주 작은 신호로 감압한 이후 고정적인 증폭률을 갖는 증폭회로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스템을 통해 작은 볼륨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음압은 작아지지만 회로 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는 증폭회로에 그대로 유입되어 음의 디테일을 더욱 뭉개버린다.
 
그래서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크기의 볼륨으로 음악을 듣던지 아니면 프리앰프 내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이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C1100은 이런 문제를 후자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며 생산 비용도 높은 기술적인 해결 방식이다.
 
그래서 C1100은 컨트롤 박스인 C1100C와 증폭부인 C1100T로 디자인하게 되는 것이다. C1100C에는 트랜스포머와 전원부에 관련된 모든 회로가 수납되어 있다. 또한 여기엔 증폭부 회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컨트롤 회로도 수납되어 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노이즈에 대응할 수 있는 물리적인 설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리형 섀시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설계 때 아주 넉넉한 공간을 이용해 설계상 따르는 제약은 없앴다는 것도 크게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수준에 올라서면 순수한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장치이다 보니 부품의 배치 위치에 따라서도 재생음의 질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런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C1100 프리앰프이다.
 
외관에서도 매킨토시의 레퍼런스 프리앰프 답게 무척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매킨토시 고유에 블랙 글래스 패널에 스테인리스 스틸과 헤어라인 브러시가 처리된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으로확실히 세련된 멋도 배가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C1100의 진짜 매력은 이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아날로그 증폭부. 진공관 증폭부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 프리앰프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자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소스기기를 갖추고 있더라도 볼륨을 통과하면 신호의 순도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설명했다. 이것은 볼륨이 낮으면 낮을수록 두드러진다. 만약 이 과정에서 순도를 잃지 않고 감압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된다면 프리앰프는 정말 필요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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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 아무리 완성도 높은 볼륨 회로라 하더라도 감압된 음악 신호가 파워앰프로 직접 연결될 경우 무척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 확률이 무척 높다. 그래서 여기서 프리앰프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가 생긴다.
 
바로 증폭회로이다.
 
C1100T는 진공관 방식의 증폭부 회로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듀얼 모노로 디자인되었고 듀얼 모노로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서 앞서 설명한대로 이 회로는 고정 증폭 값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작은 전기 노이즈나 기계적인 잡음이 유입되어 미세한 디테일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매킨토시가 선택한 설계는 전기적인 부분과 기계적인 부분을 분리하여 설계한 것이다. 그래서 진공관 프리앰프로써 굉장히 뛰어난 청감상 S/N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C1100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전 C1000이 굉장한 완성도를 지닌 레퍼런스 프리앰프로 인정받아왔는데 그 이유는 어떤 시스템에 적용하여도 온기가 스며든 재생음과 더불어 배음의 표현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나 조차도 C1000이 가지는 매력에 흠뻑 젖어 매킨토시를 더욱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C1100은 C1000에 비해 더욱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되었다.
 
바로 증폭부 회로에서 트랜지스터의 의존도를 더욱 낮춘 것이다. 이전에 C1000 레퍼런스 프리앰프는 8개의 진공관이 회로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C1100에서는 12개의 진공관(채널별로 6개의 12AX7a와 12AT7 진공관이 사용됨)이 사용 되었다.
 
진공관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라고 생각이 되지만 트랜지스터와 달리 성격이 다른 진공관을 사용할수록 그에 따른 회로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회로는 더 복잡하며 직접회가 어려워서 설계가 그만큼 복잡해 지는 것이다.
 
C1100은 진공관 프리앰프로써 그 존재를 더욱 확고히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외에도 C1100은 무척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정말 풍부한 입력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입력 가능한 밸런스단은 무려 6계통이다. 확실히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은 굉장히 풍부한 밸런스 입력을 선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매킨토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밸런스 입력을 변환 아답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C1100은 4계통의 언밸런스 입력을 제공하며 여기에 별도로 MM/MC 포노 스테이지를 내장해 총 12계통의 입력이 가능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MM/MC 포노 스테이지 역시 진공관 방식으로 제작된 증폭부가 탑재된다는 사실로 LP 레코드 플레이어를 갖춘 이들은 별도의 고가 진공관 포노 앰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재생음 역시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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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믿어도 되냐고? 별도의 포노 앰프의 가격이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섀시와 전원부에 많은 비용이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1100은 이미 뛰어난 독립형 전원부와 넉넉한 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준급의 포노 증폭 회로 탑재에 많은 비용이 추가되지 않는다.
 
C1100은 국내에 데뷔하는 순간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C1100은 확실히 이전의 진공관 프리앰프가 추구하던 재생음과 비교해 착색이 상당히 줄어든 현대적인 프리앰프라는 생각이 든다. 진공관 프리앰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수많은 악기가 난무하는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바이올린 파트와 관악기 파트가 엉키거나 서로 높은 피치를 그려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느낌이 적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진공관 앰프는 음이 온화하다 또는 따뜻하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들은 음 끝이 귀를 자극시킨다. C1100은 상당히 높은 볼륨에서도 이와 같은 진공관 프리앰프의 위화감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리고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일반적인 진공관 프리앰프의 최대 단점은 특정 장르에 편향된 음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악만 듣게 된다던지 특히 레코드의 질감 표현이 두드러지거나 저음 현의 바디감이 풍부한 레코드만 찾게 된다.
 
하지만 이들 진공관 앰프의 특징은 팝 음악을 듣기도 어렵고 Rock을 듣긴 더 어렵다. 심지어 클래시컬 피아노 음악의 피아노 음도 번지거나 특정 건반에서 귀를 찌르는 왜곡을 나타내는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크게 지적되고 있진 않다. 왜냐면 그 한 가지 매력에 대해 높이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1100은 Pop을 넘어서 K-pop을 재생하는데도 편향된 밸런스나 왜곡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평탄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목욕탕 녹음이지만 최고의 연주라고 평가 받는 리히테르의 평균율에서도 레코드에 기록된 재생음이 진공관 회로를 통해 충실히 재생되고 있음을 느낀다.
 
여기선 고역의 광채가 얼마나 돋보이는지 피아노 음이 얼마나 덜 멍청한지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하게 리히테르의 연주와 마주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만약 리뷰를 읽고 C1100이 무척 마음에 들지만 예산 범위 밖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C2600을 눈 여겨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C1100의 원박스 디자인이 바로 C2600이기 때문이다. C2600을 통해 C1100의 가능성을 엿보고 싶은 이들도 5월 11일 목요일 진행되는 LP 레코드 재생을 주제로 한 매킨토시 시청회에 참석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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