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악 고성능 올인원 앰프 TEAC NR-7CD 리뷰

 
 
자, 캐논, 니콘, 올림푸스, 리코, 후지필름의 공통점은 뭘까? 단번에 디지털 카메라 메이커라는 답이 따라올 것이다. 딩동댕! 맞다. 자, 그럼 좀 더 외연을 확장해보자. 카시오, 히타치, 미츠비시, NEC, 도시바, ISUZU, 혼다 등의 공통점은? 글쎄, 아마도 전자제품 메이커? 그러나 오토바이나 승용차도 있다. 여기에 이번에 만난 티악(TEAC)을 더해야 한다. 아마 무척 헷갈릴 것이다.
 
바로 정답을 말하겠다. 일본의 심장부, 도쿄에 근거지를 둔 제조 회사라는 점이다. 카메라든 승용차든 음향 기기 등 가리지 않고, 아무튼 도쿄에 기반을 둔 제조 회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수차례 도쿄를 다녀온 분들은, 도쿄가 오로지 행정과 금융, 엔터테인먼트, 관광 정도만 발전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긴 신주쿠에 있는 거대한 도쿄 도청이나 항구쪽에 우뚝 선 후지 TV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그밖에 보는 것이라곤 숱한 관광객들뿐이니까.
 
그러나 역시 일본의 심장부답게 굵직굵직한 메이커들이 곳곳에 자리한 것이 또 도쿄다. 심지어 아사히 맥주도 도쿄에서 생산이 된다. 어디 믿을 수 있겠는가? 사실이다. 따라서 도쿄에 베이스를 둔 회사들은 그 콧대가 상당히 높다. 일본에서 관동-관서 지방의 라이벌 의식이나, 도쿄진들의 높은 안목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도쿄에서 뭘 만든다고 하면 곧 세계적인 명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뭐, 개인적으로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의 카메라를 좋아하고, 에소테릭의 하이 퀄리티한 만듦새를 인정하는 만큼, 이런 콧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자존심이 있어야 뭘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지 않겠는가?
 
 
 
* 티악 NR7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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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만난 티악의 NR7CD.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디자인에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총망라한 제품이라, 일단 호기심이 간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바로 티악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동사의 하이엔드 전용 브랜드인 에소테릭과 어떻게 차별화가 이뤄졌을까가 관건이다. 다시 말해 얼마나 에소테릭에 얼마나 가까운 퀄리티를 갖고 있느냐다. 뭐, 결론부터 빨리 말하면, 상당히 근접했다. 매우 근접했다. 또 에소테릭의 성격상, 이런 복합기는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티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메이드 인 도쿄의 자존심이 듬뿍 담긴 모델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다양한 음성 포맷을 편하고, 그것도 고품질로 즐기고 싶다고 하면, 꼭 한번 체크해볼 제품이다. 어찌 보면 이런 모델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포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정도로 내용면에서 또 음질면에서 큰 임팩트를 준 제품이라 하겠다. 메이드 인 도쿄. 절대로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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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친숙한 디자인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약간 촌스럽다고나 할까? 일제 메이커들이 마구 양산품을 만들던 1970~80년대의 디자인을 답습한 부분도 있고(커다란 파워 미터 창이 특히 그렇다), 반대로 세련된 알루미늄 마감으로 뭔가 에소테릭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런 부분도 좀 보이고, 그렇다고 딱히 미니멀리즘이다 뭐다 정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워낙 편의성이 뛰어나 곁에 두고 사용하다보면 정이 들 것 같은 물건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희한한 것은, 정말 기적적으로 사이즈를 콤팩트하게 처리한 점이다. 본 기에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뿐 아니라, CDT, DAC, 프리 및 파워 앰프까지 빼곡히 담겨있다. 거기에 몇 개의 독립된 전원부까지 따지고 들면, 도무지 이 사이즈에 실현될 것같지 않다. 동사는 최대한 애호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크기를 되도록 소형화했다고 한다. 뭐 이 대목에서 이 어령 선생이 정의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튼 A3 사이즈에 이 다양한 기능을 마구마구 담아냈다는 점 하나만 갖고도 경탄할 만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파트가 제대로, 정공법으로 만들어져서, 일체 상호 간섭을 배제한 상태로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뚜껑을 열고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면 혀를 내두를 분이 적지 않을 것 같다.
 
 
 
 
* 다양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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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본 기의 여러 기능을 일단 차근차근 소개하기로 하자. 일단 어떤 컴포넌트를 담고 있나, 부터 살펴보겠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이 있고, 여기에 CDP, DAC, 프리, 파워 앰프 등이 부가된다. 본 기가 소속된 것은 레퍼런스 7 시리즈. 즉, 티악에서 제일 상급기에 해당하는 라인에 속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렇게나 마구 기능을 집어넣었다기 보다는, 음질 위주로 짜임새 있게 정리한 제품이라 보는 편이 좋을 것같다.
 
한편 소스기(CDT,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DAC, 프리, 파워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눈여겨 볼 것은, 모두 듀얼 모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좌우 채널을 철저히 분리해서 신호 전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전원부에도 충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디지털부, 프리부, 파워 부 등에 전원이 나뉘어서 공급될 뿐 아니라, 프리의 경우, EI 트랜스를 사용하되 좌우 채널을 독립적으로 감아서 철저하게 구분시키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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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품명에 CD를 붙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CDP 자체의 생산량이 많지 않은 요즘, 이런 올-인-원 시스템에 본격적인 CD 트랜스포트를 장착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특히, 티악으로 말하면, 전통적으로 CDP에 강했다. 에소테릭에서 만든 VRDS 메카니즘에 열광한 애호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유산이 고스란히 본 기에 담겨있는 셈이다.
 
실제로 본 제품에 투입된 CD 트랜스포트는 티악 자사의 개발품으로, 오로지 CD에만 대응하고 있다. 즉, CD, CD-R, CD-RW의 포맷만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DSD 파일의 인기와는 반대로, 패키지 미디어로써 SACD의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CD 온리의 포맷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쪽을 보면, 블루투스 4.0에 대응하고 있고, NAS, USB 등도 적극 커버한다. 또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TIDAL과 Qobuz도 스트리밍하고 있다. 게다가 티악 자체가 제공하는 HR 스트림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팟을 가진 분들이라면 충분히 활용해볼 만하다.
 
 
 
 
* 성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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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DAC로 가보자. 디지털 입력단은 동축 RCA가 한 개, 옵티컬이 2개 제공된다. 이로써 PCM 신호는 16~24Bit, 32~192KHz까지 가능해진다. DSD의 경우는 2.8MHz까지 된다. 또 USB 메모리에 담긴 음성 파일도 다이렉트로 읽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듯싶다. 그때 그때 듣고 싶은 파일을 USB에 담아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통해 스트림을 받으면, 디지털 음성 신호의 사양은 더욱 올라간다. PCM은 16~32Bit, 44.1~384KHz까지 가능하고, DSD는 2.8뿐 아니라 5.6MHz까지 커버한다. 거기에 각종 Flac, Apple Lossless, AAC, WAV, AIFF, MP3 등도 다 처리하니, 한 마디로 포맷에 상관없이 어떤 음성 파일이라도 다 재생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부분은 매우 편의성이 높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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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부의 경우, 볼륨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호 경로를 최대한 짧게 처리한 가운데, 음성 신호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볼륨단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볼륨 노브 자체는 고정밀도의 볼 베어링을 투입해서, 알루미늄 노브로 완성했다. 또 노브를 조정할 경우, 좌우 채널엔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 신호에 2개의 회로를 병렬로 연결해서, 채널당 4개, 그러니까 도합 8개의 래더가 저항의 교체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하는 식으로 꾸몄다. 사실 고급 전문 프리에나 쓰일 법한 볼륨단을 투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파워 앰프는 클래스 D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제품 자체의 컨셉에 맞는 증폭 방식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투입한 파워 모듈은 50ASX2라는 것으로, 좌우 채널에 각각 1개씩 탑재가 되어있다. 기본적으로 리니어리티가 좋고, 하이 스피드가 가능하며, 음색도 맑고 투명하다. 본 기의 퍼포먼스가 최대한 에소테릭에 근접하게 된 것에 이 파워 모듈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결과 채널당 8오옴에 70W(최대 90W)의 출력을 얻고 있다. 어지간한 북셀프나 톨보이 스피커 정도는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는 셈이다.
 
 
 
 
* 외관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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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본 기의 외관을 보면, 12m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패널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고급스러움과 내구성을 아울러 보장하는 단단한 만듦새다. 또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유기 EL을 채용해서, 눈에 일체 자극을 주지 않는다. 커버하는 신호를 보면, 재생중인 곡의 샘플링 주파수를 명기하기도 하고, CD를 재생할 때엔 트랙 넘버와 재생 시간이 아울러 표기된다. 3단계의 밝기를 갖고 있으며, 아예 꺼버릴 수도 있다.
 
한편 내부에는 디지털부, 프리부, 파워부를 완벽히 구분한 가운데, 그 각각에 AMAC를 붙여서, 단단하게 마운트시키고 있다. 여기서 AMAC는 일종의 알루미늄 블록으로, 10mm 두께를 갖고 있다. 여기에 해당 파트를 접합한 다음, 섀시에 단단하게 밀착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방진, 방열 효과도 뛰어나고, 각 파트간의 간섭을 피하면서, 최대한 신호 경로를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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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에는 해드폰 단자도 제공된다. 3.5mm 구경의 잭을 꽂을 수 있다. 단, 이를 위해 별도로 동사가 자랑하는 TEAC-HCLD라는 버퍼 앰프를 동원했다. 티악이 해드폰과 해드폰 앰프에서도 활발하게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그 유산을 자연스럽게 흡수한 셈이다.
 
무려 네 종류의 디지털 필터를 제공하는 것도 이채롭다. 이를 위해 FIR 형이 두 종, SDLY형이 두 종 제공된다. 전자는 정평이 있는 필터로, 농밀하면서 풍부한 음향을 자랑하고, 음색미도 뛰어난 편이다. 반면 후자는 음의 여운이 자연스럽고, 원음에 가까운 음색을 갖고 있다. 애호가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RDOT-NEO라는 기능이다. 이것은 “Refined Digital Output Technology-NEO”의 약자로, 한 마디로 디지털 음성 신호의 알고리듬을 새롭게 구성해서, 프로그램이 가능한 IC, 즉 FPGA에 담아내고 있다. 그 결과 모든 음성 신호를 DSD 11.2MHz급으로 업컨버팅할 수 있다. 이 사양은 일반 CD와 비교할 때 무려 256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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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일반적으로 20KHz 이상을 재생하지 못하는 CD의 포맷이지만, 본 기는 CD에 담긴 파형을 분석, 샘플과 샘플 사이의 정보를 유추해서, 새롭게 20KHz 이상의 신호도 만들어내고 있다. 한 마디로, CD를 고음질 파일로 전환시킨다고나 할까? 아마 단품 DAC에 이 정도 기능만 탑재해도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아야 할 지 감이 오지 않는데(특히 에소테릭 브랜드로 출시한다면), 이것을 본 기에 넣었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정도면, 본 기는 최신 디지털 오디오의 기술을 연구하고자 하는 분들에겐 일종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해도 좋을 듯 싶다.
 
 
 
 
* 청 음
 
사실 이 짧은 지면에 이 엄청난 내용을 갖고 있는 제품의 전모를 소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소한 작은 책자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상당한 기술적인 성과가 투입되고 있는 만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타사의 올인원 시스템과는 태생부터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자,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포컬의 스칼라 유토피아 V2를 사용했다. 스피커가 좀 과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구동에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본 기의 실력을 체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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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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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외관은 그리 크지 않다. 또 다기능이다. 따라서 여타 올인원 제품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상급 브랜드 에소테릭의 기술력을 적절히 이양해서, 티악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발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이엔드를 만드는 회사는 일반 제품도 뭔가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본 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그 음에 있어서 에소테릭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디테일이 잘 살아 있어서, 절대로 허투루 보면 안되는 제품이라 판단이 된다.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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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ull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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