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세운 벽을 또 한번 허물다. Bowers Wilkins 805 D3 리뷰

Bowers & Wilkins는 작년 가을 800 시리즈의 풀 체인지 모델로써 D3 모델을 선보였다. 노틸러스 800 시리즈 이후 2번의 마이너 체인지가 있었지만 이번 풀 체인지는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805 D3부터 800 D3까지 모든 스피커에 대해 리뷰가 이뤄지리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805 D3가 그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면 가장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선택 가능한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우선 Bowers & Wilkins는 새로운 800 D3 시리즈의 개발 착수를 최소 2007년부터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스피커의 모델명은 900 시리즈가 될 수 있었다. 수 많은 Bowers & Wilkins의 디스트리뷰터는 800 시리즈를 능가하는 제품을 선보여 줄 것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칭 900 시리즈가 개발 되고 있었다.
800 D3 시리즈가 최소 2007년부터 개발되고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는 팩트는 Bowers & Wilkins의 직조 방식의 새로운 컨티넘 드라이버 개발 기간이 무려 8년이나 지속 되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이 보다 짧았더라면 800 Diamond 시리즈에 최초로 탑재 되었을지 모르지만 당시까지 900 시리즈의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어쨌든 새로운 800 D3 시리즈는 800이라는 숫자를 지니고 있지만 이전 모델의 상급 모델을 염두하고 개발된 스피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다. 물론 Bowers & Wilkins가 900 시리즈를 개발하게 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Bowers & Wilkins는 최고의 스피커를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생산하며 대량 생산이 되지 않을 경우 적자 모델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노틸러스라는 23년째 런닝 되고 있는 레퍼런스 스피커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제작된 것이 800 D3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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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모듈은 알루미늄을 통으로 깎아낸 솔리드 바디가 채용되어 더욱 투명하고 깨끗한 음을 만들어 낸다>
805 D3는 Bowers & Wilkins에서 무척 특별한 모델 중 하나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하이엔드 스피커라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로운 800 D3 모델 중 유일하게 컨티넘 미드/우퍼가 탑재된다. 그러니까 다른 라인업과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유일한 모델이라는데 우리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Bowers & Wilkins는 800 D3 시리즈에 개량된 캐비닛 기술을 탑재했다. 일단 캐비닛의 디자인이 달라졌다.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는데 캐비닛 배플의 전면에 커브드 형상을 입혔다. 이는 무척 중요한 기술이다.

과거에 넓은 배플 디자인에서 많은 스피커 메이커들이 슬림화를 시도해 음이 배플에서 직접적인 복사가 일어나는 현상을 억제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음의 패턴을 관측해 배플의 커브드화를 이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805 D3는 이전 모델인 805 다이아몬드 보다 더 이상적인 음의 패턴을 유도할 수 있고 음의 방사 범위도 좀 더 넓히게 되었다. 또한 새롭게 디자인된 매트릭스 구조에 의해 드라이버 유닛이 캐비닛 배플에 직접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트릭스 컨스트럭션에 고정되어 캐비닛의 착색을 크게 줄이고 있다.

지금까지 스피커 설계 개념을 통째로 바꿔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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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넘 드라이버 진동판, 800 D3 시리즈 중 유일하게 미드/우퍼로써 쓰인다> 
사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드라이버 유닛의 차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자동차 출력이 섀시의 강성이나 구조 보강 없이는 불가능하듯 805 D3의 좋은 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새로운 캐비닛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드라이버 유닛의 변화도 크다. 우선 트위터의 다이아몬드 진동판은 변화가 없다. 그 이유는 세상에서 0에 무게에 가장 가깝고 높은 경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고역대 재생 주파수에 이르기까지 아주 낮은 디스토션만 가질 뿐이다. 물론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움직이는 트위터의 마그넷 회로는 조금 더 개선되어 더 극단적인 낮은 디스토션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음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은 솔리드 바디 트위터이다. 과거 모델은 805 다이아몬드는 튜브와 하우징이 별도였다. HiFi.CO.KR에 포스팅 된 수많은 글들에서 확인하였겠지만 우리가 듣는 음은 포지티브(+) 신호이며 이와 거의 똑같지만 180도 반대되는 네거티브(-) 신호가 존재한다고 이야기 했다.

(+) 신호는 우리가 듣는 음악 신호가 되지만 (-) 신호는 스피커에서 반드시 소거해야 하는 음이다.

Bowers & Wilkins는 과거부터 (-) 음을 효과적으로 소거하기 위해 테이퍼링 튜브 로딩 기술을 선보였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튜브이다. 레조넌스를 최대한 억제하며 (-) 음의 감압을 실현하는데 이 튜브와 미드레인지의 높은쪽 주파수에 의해 트위터 하우징에서 많은 레조넌스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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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 D3에 적용된 새로운 매트릭스 구조>
우리 귀에는 레조넌스에 의한 착색이 들리지 않는 이유가 음악과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우린 그저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 정도로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05 D3에 채용된 트위터 하우징은 솔리드 바디로 통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것이다. 튜브 디자인 역시 이 솔리드 바디에 그대로 새겨 넣어져 있다. 이로써 착색과 더불어 정확한 Q값도 컨트롤 해내고 있다.

이로써 더욱 정교한 고음으로 완성 되어졌다.

그리고 눈에 띄는 한 가지 변화가 더 있다. 바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변화이다. Bowers & Wilkins는 이것은 컨티넘 드라이버라 불렀다. 여기서 컨티넘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스트레스가 남지 않는 지속적인 콘 동작이 가능한 드라이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케블라는 직조 방식에 의한 가장 뛰어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콘 재질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발전되는 컴퓨터 측정 방식에 의해 그 한계가 드러나고 말았다. 소리를 재생하기 위한 연속적인 콘의 움직임에서 레조넌스에 의한 잔여 에너지가 완전히 소멸되기 전에 다음 움직임이 진행된다는 문제점을 갖추고 있었다.

컨티넘 드라이버는 이러한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했다. 이를 위해 Bowers & Wilkins는 케블라가 아닌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했다. 물론 그들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진동판으로썬 직조 방식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직조가 가능한 섬유 형태의 재질을 찾았다. 여기서 수백 번의 디자인 변경이 있었으며 시제품만 70번이나 만들어 실제 테스트해보았을 정도로 대단한 정성을 쏟았다.

이렇게 얻은 결론은 새로운 물질을 통해 직조율을 50% 수준으로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전면에서 컨티넘 드라이버를 보면 빛이 통과할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직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절반은 뚫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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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 D3는 무척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클래식한 느낌 뿐 아니라 모던한 느낌까지 재현한다>
이로 인해 아주 빠른 연속적인 동작에서도 컨티넘 콘은 마치 처음 진동하는 것과 같은 아주 적은 디스토션만을 동반한다.

또한 805 D3에서만 컨티넘 콘이 저음역까지 커버하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34Hz까지 응답을 보이며 +/- 3dB 주파수 특성에선 42Hz의 낮은 저음을 재생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저음이 평탄하게 42Hz까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805 D3가 갖는 저음은 무척 타이트하면서도 해상력이 뛰어난 저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작년 국내 론칭과 맞춰 이색적인 비교 시연도 있었는데 805 다이아몬드와 805 D3였다. 저음의 양감이 805 다이아몬드쪽이 확실히 더 많다고 느껴졌는데 그것은 케블라 콘과 캐비닛이 함께 만들어내는 레조넌스에 의한 착색이었고 805 D3가 다소 양감은 적다고 느껴질 수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깨끗한 저음을 만들어 낸 것은 누구나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실제 북쉘프 스피커를 통해 저음을 느끼고자 할 때 콘은 상당한 간격의 진폭이 이뤄지는데 이 때 중역과 저음 모두에 손해를 가져오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의 북쉘프의 한계였다. 하지만 805 D3는 새로운 설계를 통해 이런 문제를 스스로 거스를 수 있게 됐다.

어떤 아티스트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도 이전 보다 투명하며 높은 정보량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아주 작은 음, 쉽게 설명해 공기감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흔들림이 전혀 없는 음을 완성해 준다는 점에서 이 스피커는 아주 좋은 평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은 바이올린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805 D3를 듣다 805 다이아몬드를 듣게 되면 고역이 살짝 롤오프 된 느낌을 갖게 할 정도이다. 일반적인 북쉘프 스피커에서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라벨의 치간느를 청음 하게 되면 악기가 많지 않으면서도 끊이지 않는 기교가 연출 된다. 문제는 이 트랙에서 맛볼 수 있는 현의 질감은 각양각색이라는 것이다. 스피커마다의 특색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피커가 갖추고 있는 고유 디스토션 때문이다.

하지만 805 D3에서는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느낄 법한 두터운 질감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과 같이 잘 연출된다. 고역의 표현은 무척 날카로운 듯 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스피커로 무척 편안하게 들린다.

뿐만 아니다 딥 베이스가 녹음된 어떤 음악을 들어도 디스토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스피커의 리뷰를 위해 시청 중일 때 805 D3가 재생하는 저음의 존재가 워낙 깨끗하기에 저음이 잘 재생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생겨 앞으로 가 컨티넘 콘을 바라보니 엄청난 진폭으로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805 D3는 비교적 작은 방에서 대단한 음을 만끽할 수 있다. 과거에 Bowers & Wilkins를 방문했을 때 800 다이아몬드 라인업의 스피커는 모두가 우수한 스피커이며 공간에 따라 적합하게 사용되면 사운드 품질엔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으나 이젠 그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 만큼 805 D3가 재생하는 음은 그만큼 훌륭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전 805 다이아몬드는 스피커 캐비닛과 케블라 콘의 레조넌스에 의한 부풀어진 중저음에 상당한 파워앰프 없이도 중저음의 양감엔 불만족이 없었지만 805 D3에서 확실한 저음의 양감을 얻기 위해선 상당한 출력의 인티앰프나 파워앰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805 D3의 리뷰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청음과 최종적으로 오디오리서치의 갈릴레오 GSI75 인티앰프로 이뤄졌는데 이 파워앰프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 단계의 피아노 울림과 현의 두터운 질감이 잘 나타났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던 것은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있지만 공간적 제약에 의해 북쉘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오디오파일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스피커 중 하나라는 것이다.
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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