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음악이다. 찰스 한센이 말하는 DAC, QX-5 Twenty

 
 
Ayre라는 회사는 놀라움을 선사할 때가 많다. 내가 Ayre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찰스 한센이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그가 설립한 Ayre라는 회사 보다 그가 스피커 메이커로써 먼저 출발한 엔지니어였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내세우던 스피커에 어쿠스틱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지금 보아도 놀랍다.
 
일본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리뷰어들 조차도 그가 기초한 스피커에 대해서 높이 평가할 때가 많았다. 그는 틀에 갇힌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창조적인 것을 좋아하며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늘 유행을 쫓기 보다 유행을 만들어가는 쪽에 가깝다.
 
나는 정말 구두쇠 같은 사람이다. 내가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구입하고자 할 때 고려하는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초 미국에 Ayre를 다시 방문할 때도 찰스 한센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당신은 내 주머니를 열게 만든 사람이다”
 
찰스 한센은 이미 프리앰프나 파워앰프쪽에선 커다란 혁신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DAC만큼은 QB-9 DSD에 머물러 있었다. 유니버셜 플레이어로써 사운드 파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이뤄낸 DX-5가 존재했지만 사실상의 최신 DAC로썬 QB-9 DSD가 유일했다.
 
물론 이상하리만큼 QB-9 시리즈에 애정을 갖기도 했는데 QB-9부터 QB-9의 두 번째 버전 그리고 QB-9 DSD까지 2번째 업데이트를 거치는 동안에도 상급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하이파이 매거진의 커버 스토리에 비친 KX-R Twenty의 입력 디스플레이어 QX-R이라고 적힌 문구를 보며 QX-R이 등장이 머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발표는 QX-5가 먼저였다.
 
 
발표와 동시에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놀라운 스펙이 함께 했다. 예를 들자면 Roon Ready를 지원하는 스트리밍 모듈의 탑재와 어싱크로너스 방식의 S/PDIF 입력 등은 분명 기존 DAC를 뛰어 넘는 차세대 스펙이었다.
 
이것을 Ayre 스스로도 단순한 DAC이라 부르지 않고 ‘디지털 허브’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무려 10개의 디지털 인풋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든 랭킨에 의해 코드화 된 USB 오디오 입력단을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더넷, USB 오디오, AES/EBU, Toslink, 콕시얼(BNC)등 모든 디지털 오디오 입력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사이클이 비교적 짧은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완성도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여러 곳에 신경을 쓴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들 만으로 QX-5 Twenty의 완성도를 설명할 수 없다. 얼마나 대단한 DAC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되도록 자세히 QX-5 Twenty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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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DAC 최초 ESS 9038PRO DAC 탑재 
 
 
 
최근 하이엔드 DAC 메이커들은 PCM 입력이든 DSD 입력이든 최종적으로 DSD로 출력하여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들이 많다. 여기에선 일본제 D/A 칩이 사용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다른 방식으론 FPGA에 의하거나 IC에 타입으로 제작되는 현 시점에서 PCB 회로로 풀어 디자인 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엔 울프슨이나 ESS에 의해 개발된 칩을 그냥 가져다 사용했지만 이제는 자신들만의 회로를 고집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 CD 플레이어를 개발했으나 현재는 DAC 개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메이커들도 있다.
 
한 때 ESS9018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DAC 칩이 ESS 9038PRO이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9038PRO는 8채널의 구현이 가능한 DAC 칩이다. 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9018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테레오 출력만이 필요한 DAC 설계에서 9038PRO를 사용해 더욱 높은 전류를 흘릴 수 있게 되며 부하는 그만큼 줄어든다. 여기서 9038PRO가 갖추고 있는 극단적인 다이나믹 레인지가 나온다. 스펙상으론 DNR이 무려 140dB에 이른다. 이는 기존 칩에 비해 압도적인 개선이다. 여기에 THD+N는 -122dB에 이른다. 그 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하이엔드 DAC 시장을 위해 2016 CES에서 발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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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탑재된 이더넷 스트리밍 포트를 통해 Roon Ready를 구현해 음악을 듣고 있다> 
 
 
 
하지만 Ayre는 단순히 9038PRO를 그대로 활용하진 않는다. 최근엔 디지털 파형에 따라 음질이 급격히 변하는 것에 많은 DAC 메이커들이 관심을 갖는다. 프리-링잉과 포스트-링잉의 조절함으로써 스피커로 재생되는 음의 파인 튜닝을 이뤄낸다. Ayre는 예전부터 MP 디지털 필터를 즐겨 사용했다. 미니멈 페이즈의 이니셜로 프리-링잉을 억제시키고 포스트-링잉 1사이클 이내로 억제시켜 링잉 에너지를 크게 억제시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가장 고역이 밝거나 소란스러운 느낌을 억제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9038PRO의 스펙이 아무리 좋아졌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구현이 불가능하다. 9038PRO 스팩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외부 DSP와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다 특별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QX-5 Twenty는 고속 DSP와 더불어 FPGA를 활용하여 싱글 패스에 의한 16배 오버 샘플링을 함께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ESS의 9038PRO를 사용한 다른 DAC와는 전혀 다른 음질을 구현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9038PRO 칩 탑재 DAC에는 기본 탑재된 일반적인 디지털 필터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특정 대역에서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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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5 Twenty에 탑재된 이더넷 스트리밍 모듈 개념도>
 
 
 
 
 
이더넷 스트림 모듈 기본 탑재로 Roon Ready 구현
 
 
이제 Roon은 하이엔드 오디오 재생 소프트웨어로 명실상부 최고에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Roon은 uPnP 기반으로 Roon Ready를 발표했고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안에서 이더넷 스트리밍을 구현할 수 있고 자신들의 컨트롤 앱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이해가 필요하다. 바로 임베디드의 개념이다.
 
QX-5 Twenty에는 우리나라 회사에서 개발한 이더넷 스트리밍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AP 기반에 DDR2 메모리를 탑재해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출력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하나의 전용화로 특화된 컴퓨터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쉽다. 물론 이 모듈의 기본 베이스는 uPnP를 위한 것으로 DLNA 1.5에도 함께 대응한다. 물론 Airplay와 스포티파이, 타이달도 연동 가능한 모듈이다.
 
이 모듈을 그냥 사용하지 않고 고음질을 얻기 위해 Ayre가 커스터마이징 하여 사용한다. 같은 모듈로 콜로라도 볼더에 위치한 P사의 제품도 같은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모듈이기도 하다.
 
이 모듈은 RJ45(유선 방식)에 의한 접속도 가능하지만 동글 방식의 와이파이 모듈의 연결도 가능하다. QX-5 Twenty는 이 모듈의 와이파이 기능 활성화를 통해 무선 스트리밍 기술을 지원한다. QX-5 Twenty엔 기본적으로 동글 방식에 와이파이 모듈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AP 방식과 WPS 방식으로 무선 공유기와 접속이 가능한데 이 때 Roon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노트북이나 PC에서 완전한 무선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다만, 리뷰용 제품은 이 내용을 확인할 순 없었다. 와이파이 동글의 인디케이터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동글의 문제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같은 모듈을 동글을 통해 무선 스트리밍을 해본 경험은 있다. 음질적으로는 아무래도 이더넷 케이블을 통한 연결이 좀 더 낫다고 설명할 수 있다. 최소한 인터넷 공유기와 Roon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노트북과 무선으로 스트리밍하더라도 인터넷 공유기와 QX-5 Twenty 사이는 이더넷으로 접속하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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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 앰프 기능도 구현 된다. 별도의 회로를 탑재한 것이 아니라 프리앰프 회로를 통해 구현되어 품질이 아주 좋다. 또한 밸런스드 헤드폰 출력도 지원한다>
 
 
 
음질은 이더넷이라는 특화된 방식 때문에 USB 오디오 입력에 비해 장/단점을 갖는다. 배경이 깨끗하며 확실히 투명하다. 매끄럽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주름 한 점 없는 매끈한 느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초기 투자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좋은 이더넷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더넷 쪽이 더 나은 음질을 좋은 USB 오디오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면 USB 오디오 입력쪽 음질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성향 차이는 이더넷쪽이 부드럽지만 힘이 덜 실리는 느낌이며 USB쪽은 음의 전역에 상대적으로 조금 거칠다고 느낄 수 있지만 힘이 실린다.
 
 
 
 
 
더블 다이아몬드 아웃풋 스테이지 채용으로 극단적인 아날로그 품질
 
 
찰스 한센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는 저항 하나도 일반적인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Ayre의 상급 모델들은 보다 이상적인 유전율을 갖는 PCB를 채용해 고음질을 얻어내고 있다. 착색이 아닌 레코드에 담겨 있는 아주 작은 음들을 유감없이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QX-5 Twenty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블 다이아몬드 아웃풋 스테이지를 채용해 Ayre의 최신 하이엔드 기기들에서 얻을 수 있는 절정의 다이나믹스를 얻을 수 있다. 음과 음 사이가 아주 촘촘한데 도저히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음의 이음새이다.
 
QX-5 Twenty에서는 더욱 무서울 정도로 다이나믹스가 개선 되었다. 물론 QX-5 Twenty의 리뷰를 KX-R Twenty와 MX-R Twenty와의 조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시너지가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이아몬드 아웃풋 스테이지는 회로의 생김새가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것인데 발열이 상당하다. Ayre에선 이것을 더블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이유는 작은 규모의 다이아몬드 회로를 이중으로 구성하여 활용하기 때문이다. Ayre의 고유 기술에 의해 완성되어 열과 안정성 모두를 컨트롤 하고 있다. 증폭 과정에서 위상의 변화가 적고 리니어리티가 무척 뛰어나다.
 
이런 압도적인 다이나믹스, 굳이 분석하려 들지 않아도 몸으로 바로 느낄 수 있는 이런 다이나믹스의 구현은 더블 다이아몬드 아웃풋 스테이지에 의해서라고 설명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회로는 헤드폰 출력에 그대로 적용된다. 놀라웠던 것은 내 하이파이 시스템을 통해서 출력되는 음색과 QX-5 Twenty의 헤드폰 출력 단자를 통해 출력되는 음질의 거의 같은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헤드폰 앰프로는 도저히 구현되지 않았던 다이나믹스가 구현 되었던 것이다. 만약 장시간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즐겨야 하는 오디오파일이 있다면 QX-5 Twenty의 가격은 DAC를 제외하고 헤드폰 앰프만으로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600옴에 이르는 헤드폰을 연결할 때엔 밸런스 모드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취향의 코드가 같다면 QX-5 Twenty의 음색은 환상적
 
 
QX-5 Twenty를 처음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QB-9 DSD였다. 작은 몸체였지만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놀라운 음이었다. QB-9 DSD를 들으면서 느껴졌던 아쉬움이 있었다. 저음의 양감과 펀치감 그리고 두께감이었다.
 
그런데 QX-5 Twenty는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느낌이었다. 믿기 힘들었던 것은 중고음에서 피어 오르는 절제된 화사함이 있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제품 라인업에 5라는 숫자가 의미하듯 상당한 스케일로 그려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압도적으로 부드럽게 펼쳐지는 어퍼-미드레인지이다. 음의 입자가 어떤 스피커에서도 음과 음 사이에 빈틈을 느낄 수 없는 다이나믹스가 펼쳐진다. 정말 부드럽다. 그리고 기품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다른 메이커의 제품들은 부드럽지만 스피드가 현격히 떨어지고 지루한 음으로 완성되곤 했다. 하지만 QX-5 Twenty의 다이아몬드 아웃풋 기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음색이 아니기에 비트가 빠른 음악이나 강렬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음악에서도 스피드가 쳐지는 느낌은 전무하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QX-5 Twenty를 선택하여 음악을 듣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좀 더 가슴속에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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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허브라는 표현에 걸맞는 다양한 디지털 입력들, 특히 어싱크로너스 방식의 Toslink 음질은 기존 DAC을 능가 한다> 
 
 
 
오케스트라의 표현도 압권이다. 편성이 적던 많던 간에 음이 술술 풀려 나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화감이 극히 적은 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컨버팅 된 DG의 1960 ~ 1970년대 베를린 필의 녹음을 들어도 녹음의 미세한 실수까지도 커버되는 듯한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왜곡 시킨다기 보단 분명히 레코드에 담겨 있는 음을 그대로 묘사하기 때문에 나는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오케스트라에 수 많은 바이올린들이 함께 연주되는 바이올린 파트에서도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묘사되는 부분들도 있곤 한데 QX-5 Twenty는 그조차도 온화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묘한 배음들로 감싸진다는 것이다.
 
이는 힐러리 한과 안네 소피 무터와 같이 힘의 유연함과 테크닉을 소유한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어떤 레파토리에서도 위화감 없는 레코드 연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디지털 소스기기의 표본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또렷한 음상과 보다 자극적인 음색을 찾는 이들에겐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QX-5 Twenty는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대단히 잘 만들어진 DAC임에 틀림 없다. 확실한 것은 찰스 한센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지 QX-5 Twenty에 아주 잘 나타난다. 그가 바라던 위치에 분명히 서 있는 DAC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나도 Ayre가 말하는 것 처럼 QX-5 Twenty를 단순한 DAC이라고 말하기 보단 ‘디지털 허브’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출처 : H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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