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아 – 토템 어쿠스틱 Sky

고성능 북셀프의 화신

번개처럼 짜릿한 어택 이후 빠르게 사라지는 소리, 마치 사무라이의 칼바람처럼 그 소리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감흥을 선사했다. 고역은 마치 콘서트 현장처럼 생생하기 그지없었고 착색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지금 하늘 모른 줄 치솟는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대략 2천년대 초반으로 기억되는 토템 모델 1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예산을 절약해보려 뮤지컬 피델리티 또는 당시 그리폰 Tabu 인티앰프의 카피캣 나드 S300 등을 매칭해가며 음악을 들었다. 낮은 저역은 리미트가 명확했고 자신의 체구에 맞게 중간 저역까지 말끔한 해상력을 보여주었다.

토템 어쿠스틱은 하이파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주었다. 1980년대 후반 처음 세상에 나온 모델 1은 이후 시그니처 버전을 지나 시그니처 3세대까지 진화할 만큼 롱런했고 전 세계 오디오파일을 즐겁게 했다. 이후 나는 포레스트, 스태프 등을 거쳐 기어코 마니2까지 토템의 계보를 경험해나갔다. 마니2는 오디오파일로서 가장 여러 실험과 고민을 안겨주었으나 어떤 스피커보다도 시스템 매칭 및 셋업 노하우를 성장시켜준 스피커로 기억에 선명하다.

토템이라는 이름처럼 신비하지도 그렇다고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처럼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갖추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만큼은 내가 경험해본 가장 뛰어난 고성능 북셀프로서 자신 있게 모델 1과 마니 2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곳곳에 스며든 토템 어쿠스틱만의 튜닝 및 극도로 집요한 크로스오버 설계 등에 있다.


토템 어쿠스틱 Sky

시간이 흘러 모델 1과 마니 2가 단종 되었다. 하지만 나는 몇 달 전 옛 생각에 모델1을 다시 들였다. 너무 오래 사용한 케프 LS50을 대신한 북셀프 중 적당한 가격대면서 앰프나 DAC, 케이블 평가에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스피커로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조만간 토템 어쿠스틱 30주년 기념으로 모델 1의 후속기 시그니처 1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이 와중에 내게 리뷰로 들어온 신형 북셀프 Sky 는 모델1과 함께 다시 한 번 토템 사운드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Sky라는 모델명은 토템의 그 탁 트인 고역 특성과 생생한 느낌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하지만 이번 Sky 는 금속 트위터가 아니라 소프트 돔 트위터다.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Rainmaker 이상은 메탈 돔이었으나 이전에도 Mite 등 하위 라인업은 소프트 돔을 종종 채용했다. 하지만 Sky 는 현 시점에서 모델 1 또는 조만간 출시될 시그니처 1 바로 아래 모델이다.


언제나 그랬듯 토템 어쿠스틱은 모든 모델에 자신들의 제조, 튜닝 노하우를 골고루, 균질적으로 분배, 투입한다. 예를 들어 캐비닛부터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MDF 같아 보이지만 공진이나 배플 표면의 회절 등을 섬세하게 고려한 것이다. 일단 캐비닛에 본드 등을 사용하지 않고 각 나무판의 아귀를 꼭 맞게 짜 맞춘 ‘Lock-mitered’ 방식으로 제작해 통 울림을 억제했다. 목재가 풍부한 캐나다지만 오히려 유럽에서 수입한 최고급 목재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검붉은 마호가니 마감 또는 블랙 마감으로 제작되지만 내부엔 붕규산염(Borosilicate)을 내부 마감 위에 코팅한다. 이는 우주선 표면에 사용되는 백악질의 일종을 알려진 물질로 캐비닛 안쪽 벽에 액상 형태로 코팅되며 이다. 토템이 어떤 별도의 내부 댐핑 소재 없이도 최적의 Q값 및 선명한 배경을 갖게 되는 비밀이다.


Sky 의 고역은 1.3인치 소프트 돔이 책임진다. 5.2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를 생각하면 대게 1인치를 사용하는 보편적 형태와 달리 사이즈를 대폭 키웠다. 토템은 최대한 커다란 네오디뮴 마그넷을 채용한 트위터를 사용해 트위터가 책임지는 대역의 낮은 대역까지 선형적인 주파수 응답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뜨고 있어도 마치 3D 영상처럼 손에 잡힐 듯한 홀로그래픽 음장은 바로 이 트위터에서 대부분 연유한다.

왕눈이처럼 귀여워 보이지만 고역은 ±3dB 조건에서 29.5kHz 까지 뻗어나가며 청감상 무척 선형적이다. 하위 대역을 책임지는 미드/베이스 우퍼는 5.25인치로 이 또한 구경에 비해 상당히 긴 전/후 진폭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특주품이다. 이를 위해 무척 얇은 플랫 와이어로 촘촘히 감은 3인치 보이스코일을 적용한 유닛이다. 이로써 저역 파워 핸들링 능력이 무려 5백와트까지 가능하다. 이 작은 사이즈에서 피크 트렌지언트 한계가 이정도로 높다는 것은 최대한 낼 수 있는 저역 하단까지 매우 선형적인 다이내믹스 특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Sky에서도 토템 어쿠스틱은 캐비닛이나 유닛 사용 등에 있어 여타 메이커들의 일반적인 문법을 거부하고 있다. 대신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심하게 현실화시켰다. 과거 토템의 북셀프 유닛을 열어보면 마그넷 후면에 커다란 플라스틱 마개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는 등 독특한 튜닝의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Sky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셋 업

Sky는 전용 자석 그릴을 제공해 전면에 그릴 홀이 없이 말끔한 외관과 편리한 그릴 착용 및 제거가 가능하다. 후면 제조사에서는 수 시간의 브레이크인 시간을 가질 것을 요구하며 이 시간동안 가능한 커다란 볼륨으로 음악을 재생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피커 자체는 북셀프 타입이며 여타 토템 스피커가 그렇듯 무척 가벼워 설치가 용이하다.

하지만 나의 오랜 토템 스피커 사용시 기억을 떠올리면 스탠드 재질 및 무게에 따라 사운드 스펙트럼의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개인적으로는 내부를 꽉 채운 철재 스탠드를 추천한다. 하긴 과거 토템에서 판매하던 레조네이터 액세서리 ‘Beak’ 하나만으로도 변화가 상당했으니 당연하다. 더불어 후면 스피커 바인딩포스트는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하는 형태. 이 또한 별도의 고급 점퍼 케이블을 사용하거나 바이와이어링을 추천한다.


리스닝 테스트

  • 패스 INT-250인티앰프와 오렌더 N10 스트리머 그리고 반오디오 Firebird MKII 로 듣는 토템 Sky 는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수면 위로 끌어냈다. 전반적인 밸런스는 무척 안정감 넘친다. 고역은 쭉 뻗어 올라가지만 저렴한 엔트리급 스피커처럼 가볍게 흩어지지 않고 명징하고 또렷하게 솟아오른다. 더불어 중역과 저역은 심도 깊고 단단하다. 일단 웅산의 ‘I love you’ 같은 곡에선 디스토션 없이 투명한 디테일이 전 대역을 맑게 조망해준다. 모델 1 등 금속 트위터 같은 생생함은 아니지만 반대로 피곤함이 덜하고 약간 더 세련된 맛이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밝은 톤에 상쾌하다.
  • 고역과 중역이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는 이 가격대 최상위 수준이다. 특유의 질감이나 물리적인 감촉을 강조하지 않으며 음원의 민낯을 세밀하게 긁어낸다. 스팅의 ‘Fields of gold’ 라이브 레코딩에서 전원 레이어링이 수차례 나누어져 점층적인 원근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감이 부각된다. 전/후 원근감은 깊으나 절대 앞으로 너무 튀어나오지도 너무 깊게 후퇴해 왜소한 느낌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날씬하고 매끈한 골격을 보이지만 주파수 대역간 균형감 뿐 아니라 음상의 위치 또한 크기에 비해 상당히 안정감이 있다.
  • 작은 스피커 전문 메이커 토템을 유명하게 만든 음질적 핵심 중 하나, 즉 사운드 스테이징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유효할 뿐만 아니라 고성능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풍부한 정보와 입자가 무척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악기들을 정확한 위치에 도열시킨다. 예를 들어 알 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 파코 델 루치아의 샌프란시스코 라이브를 재생하면 마치 어두운 무대에 환한 조명이 각 멤버를 비추듯 위치가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진다. 토템은 이 정도 무대 연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능청스럽게 핀 포인트 포커싱을 구현한다.
  • 분명 Sky의 중, 고역대 밸런스와 디테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정위감 표현은 수준급이다. 그러나 8옴, 87dB에 48Hz까지 기술된 사양은 정직할 수 있으나 저역 제한으로 인한 무게감이나 매크로 다이내믹스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총주시 매우 커다란 다이내믹 폭과 저역의 육중한 존재감은 약간 아쉽지만 순간적인 타격감과 빠른 디케이 등은 매우 정밀한 무대를 그려낸다. 더불어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어보면 미소 레벨 표현의 점층적 상승이 무척 세밀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로 표현되며 북셀프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리듬감도 수준급으로 이 가격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정교하며 상쾌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Sky 는 그 이름처럼 청명한 가을 하늘 같은 고역과 선명하고 정밀한 중역이 압권이다. 이 부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상위 모델인 모델1과 성향이 갈릴 뿐 절대 하위급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면서도 깨끗하게 뻗는 고역은 더불어 환상적인 홀로그래픽 음장감을 만들어내 당신의 리스닝 룸을 공연장처럼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한편 저역 제동 자체는 상위 모델에 비해 비약적으로 수월해져 굳이 대출력을 요하진 않는 점. 더불어 모델1이나 마니2처럼 강력하게 제어된 타이트한 저역에 비하면 조금 더 부드럽고 당당한 저역은 상호배타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Sky 는 좀 더 낮은 비용에 더 수월하게 토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나는 이미 모델 1을 가지고 있으나 Sky의 중, 고역은 여전히 탐난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토템을 이끌었던 북셀프 모델1과 마니2의 단종을 아쉬워하던 찰나 Sky를 필두로 다시 시작된 탕아들과의 재회가 벌써부터 반갑다.

S P E C

Break-in Time 50 – 100 hours
Placement from rear wall 6″ – 3′ / 15.24 – 91.44 cm
Placement distance apart 2′ – 8′ / 60.96 – 243.84 cm
Frequency Response 48 Hz – 29.5 kHz ± 3 dB (with proper room positioning)
Impedance 8 ohms
Sensitivity 87 dB/W/m.
Recommended Power 30 – 125 W
Crossover Frequency 2.5 kHz (First Order)
Speaker Terminals 4-way bi-wireable
Woofer 5″ (3″ voice coil) / 12.7 cm (7.6 cm voice coil)
Tweeter 1.3″ / 3.3 cm Dome
Dimensions (w x h x d) 6.35″ x 12″ x 9″ / 16.2 cm x 30.5 cm x 22.9 cm


출처 : Full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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