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DAgostino Momentum Pre, M400 Power Amplifier

오디오쇼에 처음 출품된 댄 다고스티노 모멘텀 프리앰프와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럭셔리 디자인의 진수였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오데마 피게 등 최고급 시계를 연상시켰다. 필립 파텍도 울고 갈 정도로 고급스러운 표면 마감과 아날로그 시계 특유의 정교한 무브먼트가 펼쳐질 것만 같은 디스플레이가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때로 이런 고급스러운 마감과 디자인은 보수적인 오디오파일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 또한 공존했다. 종종 음질적 완성도보다 조형적 가치와 이를 이용한 럭셔리 마케팅으로 인한 거품 가득한 명품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멘텀은 그런 오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는 앰프다. 댄 다고스티노는 다름 아닌 A클래스 앰프의 알파와 오메가 크렐 인더스트리의 수장이 만든 앰프다. 댄 다고스티노는 앰프 메이커 이름이면서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이고 크렐을 맨 앞에서 이끌었던 전대미문의 엔지니어다. 그래서 그는 회사의 이름을 댄 다고스티노로 정했고 앰프의 우측 하단에 그의 이름을 시그니처처럼 박아 넣었는지 모른다. 이는 자신의 능력과 브랜드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자신감의 발로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에 집어넣은 사람은 마크 레빈슨의 마크 레빈슨, 넬슨 패스의 패스랩스, 윌리엄 이글스턴의 이글스턴웍스 등 20세기와 21세기를 가로질러 명멸했던 단 몇 명의 레전드 이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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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즈음 댄 다고스티노에 대한 해외 평론을 접하고 이후 직접 사운드를 살짝 경험해보았다. 당시나 지금이나 이런 초하이엔드 앰프는 흔치 않았으나 음질적으로 끝단에 위치해있다는 감각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후 잠잠했던 사이 댄다고스티노가 돌아왔고 그 모습은 음질적으로 또 한 번 환골탈태한 형태였다.
 
“혁신의 모멘텀”
브레게(Breguet)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볼륨 레벨 미터는 시계 무브먼트처럼 정교한 작동을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0, 25, 75, 100 등 총 네 개 구간으로 분할되어 앰프 출력에 따라 재깍재깍 움직인다. 앰프를 가동시키면 럭셔리한 무드 조명이 들어오며 음악을 향해 항해할 수 있도록 등대처럼 디스플레이를 밝혀준다. 종종 가격 제한 없는 ‘Cost No Object’ 설계 기조 안에서 제작한 하이엔드 오디오는 산업 디자인의 레전드를 떠올리기도 한다. 모튼 워렌이나 야콥 예센 또는 디터람스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댄 다고스티노의 앰프는 디자인 하나만으로 놀라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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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접 들어보면 그가 수십 년 전 이룩했던 크렐의 그것으로부터 또 몇 단계 높은 반열 위에 올라선 경지의 사운드를 완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저 멋있어 보이는 예술적 디스플레이 디자인일지 모르지만 그 내부는 모두 음질에 목숨 건 설계를 담았다. 일단 전체 조작부와 보륨, 증폭부는 상단 섀시에 담았고 전원부가 여타 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전원부 자체를 분리했다. 하단에 슬림한 통 알루미늄 섀시 안엔 프리앰프 전용 전원부가 설계되어 있다.


볼륨은 옵티컬 컨트롤러와 래더 저항을 사용해 설계한 것으로 총 세 개 구간으로 나누어 설계했으며 증가폭은 0.5dB, 1dB, 2dB 등으로 선택, 조정할 수 있다. 프리앰프의 핵심인 볼륨부 설계부터 일체의 타협이 보이지 않는 구성이다. 내부 설계는 마치 다즐 등 초하이엔드 앰프의 모듈식 설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각 회로를 별도의 PCB로 구성해 직각으로 세워놓았다. 회로간 간섭을 피하고 절연, 차폐 등을 통해 노이즈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설계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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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프리앰프는 기본적으로 풀 밸런스 설계에 제로 피드백 설계며 커플링 커패시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DC(Direct Coupled) 회로 등 21세기 하이엔드 앰프 설계의 표준을 따른다. 더불어 집적 소자를 사용하지 않는 풀 디스크리트 타입 회로를 구사했고 Mhz 에 이르는 초광대역을 추구하면서도 왜율은 최소화하고 SN비는 극단적으로 높였다. 흥미로운 것은 저역과 고역을 ±6dB 폭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일종의 EQ 섹션이다.


대체로 미국 하이엔드 제품들이 음질 열화를 이유로 모두 제거했던 EQ 기능이다. 그들의 음질 지상주의 때문에 죄악시 되었던 EQ가 하이앤드 앰프 설계의 레전드 댄 다고스티노가 부활시켰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EQ와 달리 CR타입 설계로 음질 열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녹음을 감상할 경우 상당히 요긴한 토널 밸런스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활용하고 싶지 않을 경우 완전히 OFF 시킬 수도 있다. 음질적 훼손 없는 톤 콘트롤, 확실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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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모멘텀은 파워앰프에서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커다란 수준의 변화 양상은 결국 댄 다고스티노에게 제품 모델명 변경을 바꾸도록 종용했다. 결국 새롭게 잉태된 모멘텀 모노블럭 파워엔 ‘M400’ 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댄 다고스티노는 비타협적인 퓨어 A클래스 증폭의 이상을 현실적으로 구사한 전설이다. 따라서 그를 크렐 시절부터 알아왔고 그 궤적을 간파하고 있다면 모멘텀에서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퓨어 A클래스로 회귀와 함께 극악무도한 스피커들의 커다란 임피던스 낙폭에도 너끈히 대응하는 대출력 파워.


물론 모멘텀 M400는 그 기원이 되는 크렐의 그것처럼 출력을 상향 조절했다. 일단 전원부를 1,800VA 용량으로 대폭 확장시켰다. 더불어 정전용량을 20% 증강시키는 방식으로 전원부 전체 규모를 수직 상승시켰다.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출력단 증설을 그 목표로 한다. 기존 오리지널 모멘텀이 24개 트랜지스터를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M400은 32개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것이 성과인 이유는 출력을 300와트에서 400와트로 대폭 증강시키면서도 SN비나 전고조파왜곡률 등에서 손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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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전부는 아니지만 댄 다고스티노 M400가 구형에 비해 가장 돋보이는 점도 힘이다. 더군다나 8옴 기준 4백와트면서 4옴에 8백와트 그리고 2옴에서 1,600와트라는 선형적 출력 곡선을 그린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200kHz 까지 광대역 특성을 실현했고 이 와중에 SN는 105dB, 디스토션은 0.1%, 그리고 입력 임피던스가 무려 1메가옴, 출력 임피던스가 고작 0.12옴으로 스펙 측면에서도 우수한 편이다.


“강력한 파워와 트랜스페어런시의 공존”


테스트를 위해 동원한 스피커는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TRIO Classico XD에 BASSHORN XD 서브우퍼를 결합한 분리형 혼 시스템이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와 서브우퍼까지 모두 네 개의 드라이버가 융합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보편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그것과 다른 차원에 있다. 뿐만 아니라 109dB라는 굉장히 높은 능률 및 임피던스는 대출력 파워가 필요 없다. 게다가 BASSHORN XD는 무려 1000와트급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서브우퍼 방식이 때문에 더더욱. 따라서 대출력 트랜지스터 앰프보다는 낮은 출력에 디스토션이 낮고 맑은 중, 고역을 내주는 진공관 앰프들이 주로 매칭되곤 한다.

“총평”


진지한 오디오파일은 단 하루만 순수한 행복에 겨워하고 그 이후부터 악전고투의 연속이다. 그 악전고투의 원인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원인으로부터 출발한다. 해상력은 최고 수준인데 건조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며 무척 매끈한 소릿결은 소리 입자의 미세 알갱이들을 슬쩍 슬쩍 훑고 지나가면서 해상력을 저하시킨 결과임을 1년만에 우연히 들어본 녹음에서 발견하곤 한다. 가장 비근한 예는 파워에 관한 부분이다. 오케스트라 총주에서 터져나오는 슬램한 저역과 커다란 임팩트 및 펀치력에 정신을 잃다가도 미세한 약음에서 세밀한 묘사가 저하되는 것을 며칠이 지난 후에야 깨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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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파워와 약음 포착력은 공존하기 힘든 시소관계처럼 오디오파일을 저울질한다. 때로 파워는 음악 재생 전반을 지배하는 트랜스페어런시를 훼손시켜 갑갑하고 투박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구형 크렐 앰프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어둡고 투박한 사운드를 낸다. 종종 이런 사운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24비트 고해상도 음원을 감상하는 하이엔드 지향 오디오파일에겐 해상도 저하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힘들다. 모멘텀 프리앰프와 M400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오리지널 모멘텀을 넘어 강력한 파워와 트랜스페어런시 그리고 코히어런스라는 궁극의 이데아에 더욱 더 근접했다. 모멘텀은 크렐 시절부터 댄 다고스티노 본인이 꿈꾸었던 아메리칸 하이엔드 앰프의 끝단에 서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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