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rd(코드) CPA 5000 & SPM 1400MKII 프리파워앰프

커피나 와인, 싱글 몰트와 막걸리. 사람마다 대상에 따른 취향을 체득해나가며 살고 즐긴다. 그것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없다. 아무리 타인이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더라도 자신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곧게 쭉 뻗은 고속도로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프로드 운전의 다이내믹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가 좋은 사람이 있고 참숯 직화나 철판구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전자와 후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개인의 상황에 따른 선호의 변화일 수도 있다.
 
한때 매우 낮은 저출력 A 클래스 앰프만 골라가며 사용할 때가 있었다. 물론 이론적으로 볼 때 저출력 A 클래스 앰프가 가장 뛰어난 증폭 방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요즘처럼 뜨거운 불가마 날씨에 버틸 재간이 없다. 인간의 인내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결국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역시 D 클래스가 체질이라고 실토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D 클래스 앰프를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 사용해본 기억은 없다. 조금 지나면 시원한 가을이 오면 어느샌가 앰프 장식장엔 A 클래스 앰프나 진공관 앰프가 들어서 있다.
 
코드 앰프를 처음 접한 건 아마도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커다란 방열판에 폭주하는 열을 견디지 못하고 난생처음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로 도피했다. 실제 코드 앰프에 대해선 아는 것이라곤 애비로드 스튜디오나 호주의 그 멋들어진 오페라하우스에서 사용한다는 사실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설명해주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앰프라고 해서 가정용 스피커와 멋지게 화합하리란 보장도 없다. 때론 힘만 세고 건조하며 딱딱한 소릴 내기 일쑤다. 그러나 코드 앰프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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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보단 싱글 몰트 같은 현대적 세련미가 흘렀고 매우 빠른 스피드는 사무라이 칼이 허공을 가르는 듯 간결하며 말끔한 뒷맛을 남겼다. 참숯 직화보단 오븐처럼 냄새 없이 맑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초스피드 과도응답 특성과 함께 정확하고 힘차게 유닛을 요동치게 만드는 성격 덕에 능률이 낮은 스피커의 저역 제동에 커다란 만족감을 안겨주는 속 시원한 성격의 앰프였다. 

 
 
SPM 1400MKII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의 이런 특성은 그들의 디지털 소스기기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시간축 인지능력에 가까운 데이터 정보 처리 능력과 저 잡음, 고해상도, 최고 수준의 SN 비 등 코드 디지털과 증폭은 다른 기술로 접근하지만 그 결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선택한 증폭 방식은 D 클래스가 아니라 AB 클래스다. 많은 사람들이 D 클래스로 착각하고 있으나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D 클래스 앰프를 만든 적이 없다. 대신 스위칭 방식을 증폭 방식이 아닌 전원부 설계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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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M 1400MKII는 코드의 레퍼런스 모노블럭 앰프 중 세 번째 작품이다. 좌/우 채널당 하나의 앰프가 증폭을 담당한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대표 존 프랭스의 독자적인 설계를 통해 개발된 제품으로 코드 파워앰프 중 모노블럭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가격대 모델이다. 일단 전원부는 스위칭 전원부로 내부에 아날로그 앰프의 그 흔한 트랜스포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려 94,000µF 에 이르는 커다란 커패시터 뱅크를 마련해 언제든 커다란 전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설계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5암페어 인렛이 아니라 20암페어 인렛을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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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 쪽으로 눈을 돌리면 FET 소자를 활용하고 있다. TO-3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채널당 총 8개를 장착해 대출력을 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코드 앰프를 들어보면 스피드는 빠르지만 아주 차갑고 텅 빈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위칭 전원을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 FET를 사용해 AB 클래스 증폭을 하기 때문이다. 출력은 8옴 기준 480와트, 4옴에서는 8백 와트 출력으로 정확히 두 배 출력을 내주진 못한다. 하지만 실제 스피커 매칭 시 저역 제동력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다. 8옴일 경우 디스토션은 최대 0.05%로 우수한 편이다.

 
 
CPA5000
 
CPA5000은 어쩌면 자사의 파워앰프를 드라이빙 하기 위한 일종의 필수불가결한 부속품처럼 기능한다. 20세기 전후 레퍼런스급 프리앰프들이 자기 성격이 뚜렷해 시스템에 투입하자마자 까다로운 음질은 물론 인터페이스도 자사만의 독자적인 것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듯. 게다가 그들은 자사의 파워앰프와 사용하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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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5000은 그 반대다. 이 프리앰프는 소스기기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가감 없이 정확히 파워앰프에 전달하는데 충실하다. 어떤 착색도 거부하며 자사의 파워앰프에 최적화된 스펙과 성질을 갖는다. THD는 가청영역 안에서 0.002%로 탁월하며 SN 비는 모든 입력에서 –120dB 정도 수준으로 매우 우수하다. 출력 임피던스는 100옴으로 입력 임피던스가 무려 100K 옴에 이르는 SPM 1400MKII와 결합시 뛰어난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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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5000은 풀 밸런스 구조로서 XLR 입/출력을 사용할 때 본연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입/출력 단자는 무척 풍부한데 XLR 입력 네 조, RCA 입력 네 조. 그리고 XLR, RCA 출력 각 한 조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바이패스 입력이 가능해 홈시어터 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AV 리시버 또는 프로세서와 연계해 프론트 스피커를 멀티채널 시스템 프론트로 병행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입력 단별 게인을 총 여섯 단계로 조정 가능해 소스기기간 볼륨 차이를 극복하고 균질한 음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프리앰프 또한 파워앰프와 마찬가지로 스위칭 전원부로 작동하므로 열이 별로 없고 크기에 비하면 크게 무겁지 않아 운용이 편리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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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은 알프스 블루 벨벳을 사용하고 있으며 좌측에 매우 큰 볼륨 노브를 설치해놓고 있다. 마치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을 회전시키는 듯한 디자인 컨셉은 사용자에게 색다른 감성을 북돋운다. 참고로 CPA5000의 볼륨은 총 세 단계에 걸쳐 볼륨 증강폭을 달리 적용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낮은 볼륨에서는 세밀하게 조정되다가 볼륨이 올라가면 큰 폭으로 음량 스텝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늦은 밤 세밀한 음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을 배려한 설계다. 뿐만 아니라 늦은 시간 혼자만의 음악 감상을 위한 헤드폰 단을 탑재해 헤드폰으로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셋업
 
코드 CPA5000 과 SPM1400MKII를 매지코 스피커와 매칭해보는 것은 처음이며 반대로 매지코 스피커에 코드 앰프를 엮어 테스트한 것도 처음이다. 매지코 모델은 S5MKII. 다이아몬드 코팅 베릴륨 트위터를 장착해 50kHz 초고역까지 재생 가능하며 카본과 꿈의 신소재 나노그래핀을 결합한 6인치 미드레인지 그리고 10인 알루미늄 베이스 우퍼 두 발을 장착해 20Hz 초저역까지 재생 가능한 스피커 시스템이다. 능률은 88dB이지만 드라이빙이 절대 쉽지 않으며 특히 극도의 해상력과 공진이 제거된 특성은 앰프와 소스기기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도 낱낱이 드러내주는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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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소스기기로 웨이버사 시스템즈 W 코어를 룬 코어로 사용하고 W 라우터를 사용해 코드 디지털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코드 DAVE DAC에 더해 최근 출시된 Blu MKII 가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 소스기기엔 쿠발라 소스나 파워케이블을, 프리앰프에는 체르노프 등을 사용했으며 프리/파워앰프 사이는 헤밍웨이 인터케이블을 사용했다. 멀티탭은 오야이데, 스피커 케이블은 어쿠스틱젠의 앱솔루트(Absolute)을 사용해 셋업 했다. 셋업 환경은 하이파이클럽 시청실 중 기존에 YG 어쿠스틱 및 B&W 802D3 등이 셋업 되어 있던 리스닝 룸에서 진행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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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매지코의 경우 국내나 해외에서도 여러 다양한 앰프 매칭을 들어보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CH 정밀 그리고 지난 뮌헨 오디오쇼에서 소울루션과 셋업 해 들어본 것이 거의 전부다. 코드의 매력이라면 역시 민첩한 스피드 위에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는 스포츠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응답 특성과 그로 인한 가슴 시원한 명쾌함과 속도감이다. 경건하고 권위적이며 심도 깊은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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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우 넓은 광대역은 더 깊은 저역과 더 높은 고역 표현이 가능하며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황홀한 쾌감의 영역을 한껏 확장시키고 있다. 코드와 매지코의 조합에서 나는 AB 클래스 증폭과 독보적 스위칭 전원의 효율과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이엔드 앰프 사운드의 새로운 장르를 만든 ‘총아’코드 일렉트로닉스를 둘러싼 매칭의 모험은 이번에도 흥미진진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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