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접근가능한 메이드 인 이태리 – Sonus Faber Sonetto V

요즘 다시 오디오 가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앰프도 그렇고 스피커도 그렇고, 비싸고 좋은 것은 분명히 많다. 문제는 필자 개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소리와 만듦새는 눈물 날 정도로 대단하지만,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자문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 제품이 대다수다. 반대로 싸고 좋은 것도 많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 좋다는 만족도가 ‘횡재’라는 생각이 들 만큼 높은 제품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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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가 필자에게 이 같은 오래된 화두를 새삼 던졌다. 지난해 말 본격 출시된 ‘Sonetto V’(소네토 파이브)라는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7인치 우퍼 2발을 장착한 3웨이, 4유닛 스피커에 ‘소너스 파베르’라는 명찰을 달았는데도, 역시 개인적인 잣대이겠지만 저렴한 가격표를 달았다. 더욱이 이전 중국에서 제작된 ‘Venere’(베네레) 시리즈와 달리 소너스 파베르 본사와 공장이 있는 이탈리아 비첸차(Vicenza)에서 만들어진다. 소너스 파베르에서 새 소네토 시리즈를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소너스 파베르를 싼 가격으로 즐긴다’. 
 
소네토 시리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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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us Faber Sonetto 시리즈
 
소너스 파베르는 소네토 시리즈가 탄생하기 전까지 레퍼런스(Reference), 오마주(Homage), 올림피카(Olympica), 베네레(Venere), 카멜레온(Chameleon) 시리즈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레퍼런스는 그야말로 소너스 파베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스피커들이 포진한 시리즈로, 더 소너스 파베르(The Sonus Faber. 2010), 아이다(Aida. 2012), 릴리움(Lilium. 2014), 일 크레모네제(Il Cremonese. 2015)로 짜여졌다.
오마주는 이탈리아의 명장이나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명기를 기리는 시리즈로 사실 소너스 파베르가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것도 과르네리 오마주(1993), 아마티 오마주(1998), 스트라디바리 오마주(2004) 같은 오마주 시리즈 덕분이었다. 일 크레모네제도 사실 처음 출시 당시에는 오마주 시리즈였으나 후에 레퍼런스 시리즈로 ‘승격’됐다. 오마주는 현재 아마티(Amati), 세라피노(Serafino), 과르네리(Guarneri)로 라인업이 짜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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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 과르넬리 오마주 스피커
 오마주 시리즈 밑으로 지난 2013년 가격대를 낮춰 등장한 것이 ‘가성비’로 명성이 자자한 올림피카 시리즈(올림피카 II, III 플로어 스탠딩, 올림피카 I 스탠드 마운트)다. 가격대는 낮췄지만 레퍼런스, 오마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메이드 인 비첸차’인 점이 가장 큰 특징.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의 트레이드 마크인 DAD 트위터를 단 것은 올림피카 시리즈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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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레네 시리즈 (좌), 카멜레온 시리즈 (우)
 소네토 시리즈는 베네레 시리즈를 대체하며 2018년 등장했다. 베네레와 카멜레온 시리즈는 2015년 등장한 ‘엔트리급’ 스피커였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파격을 취했다. 이와 달리 소네토 시리즈는 전 모델이 비첸차에서 생산되며, DAD 트위터와 펄프+자연섬유 콘 미드레인지 유닛을 비롯해 소너스 파베르 상급기들의 DNA를 대거 담아냈다. 굳이 따지자면 진동감쇄장치인 MTD 댐퍼(레퍼런스, 오마주)나 CCAW 보이스코일(레퍼런스, 오마주, 올림피카) 등만이 빠졌을 뿐이다.
 
소네토 시리즈는 총 8개 모델이 마련됐다. 스탠드 마운트 타입인 소네토 I, II, 플로어 스탠딩 타입인 소네토 III, V, VIII, 센터 스피커인 소네토 센터 I, II, 매립형인 소네토 월, 이렇게 8종이다. 플로어 스탠딩 라인업만 비교해보면, 세 모델은 우퍼 직경과 갯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네토 III는 150mm(6인치) 우퍼 2발, 시청기인 소네토 V는 180mm(7인치) 우퍼 2발, 소네토 VIII은 180mm 우퍼 3발을 갖췄다. 진동판 재질은 모두 알루미늄을 썼다.
 
Sonett V 키워드 : 류트 디자인, 다운파이어링 포트, 소너스 파베르표 중고역 유닛, 알루미늄 우퍼 2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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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시청기인 소네토 V를 직접 봤다. 우드 마감인데, 가로로 나뭇결이 살아있는 모습이 예의 소너스 파베르다운 풍모를 풍긴다. 개인적으로는 피아노 블랙이나 매트 화이트(Matte White) 마감보다 낫지만, 확실히 올림피카보다는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진다. 인클로저 형상은 소너스 파베르가 즐겨 채택하는 둥근 5각형의 류트(lute) 모습. 서로 마주 보는 대칭면을 없애 내부 정재파를 없애기 위한 수법이다. 상단은 검은색 가죽으로 덮여있으며, 인클로저 재질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MDF로 보인다. 높이는 1072mm, 무게는 22.6kg.

시청에 앞서 본격적으로 따져봤다. 소네토 V는 기본적으로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형 스피커로, 2.75인치 직경의 포트는 바닥면에 나있다. 때문에 스피커 위치 선정이 덜 까다롭다. 바인딩포스트는 후면 하단에 바이와이어링 혹은 바이앰핑을 위한 단자가 2조 갖춰져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90dB이며, 주파수응답특성은 -3dB인지, -6dB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38Hz~25kHz를 보이며,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35Hz, 3kHz에서 끊었다. 미드레인지 유닛 커버 범위가 무척 넓은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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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구성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림피카 시리즈까지는 있었고, 베네레 시리즈에서는 없었던 29mm(1.1인치) DAD(Damped Apex Dome) 트위터. 기본적으로는 소프트 돔 트위터이지만 앞쪽에 가느다란 활 모양(Arrow-point)의 이퀼라이저가 있고 그 가운데 뒤쪽에 댐퍼가 있어 소프트 돔 트위터의 브레이크업(breakup)을 막는 구조다. 그래서 ‘댐프트(댐핑) 아펙스(정점) 돔’이라고 명명했다. 소프트 돔 트위터의 부드러운 음확산과 링형 트위터의 리니어리티를 결합시켰다는 것이 소너스 파베르의 설명이다. 베네레 시리즈의 트위터는 그냥 소프트 돔 트위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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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치 미드레인지 유닛 역시 상급기의 설계디자인을 가져왔다. 셀룰로오스 펄프에 케이폭(Kapok. 실크목화나무), 케나프(Kenaf. 양마) 등 자연섬유를 혼합한 다음 이를 자연건조시켜 만들었다. 이에 비해 베네레 시리즈의 미드레인지 유닛 진동판은 폴리프로필렌을 썼었다. 어쨌든 소너스 파베르에서는 DAD 트위터와 펄프+자연섬유 미드를 ‘소너스 파베르의 목소리’(Voice of Sonus Faber)라고 부를 정도로 큰 애착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올림피카 시리즈 이상에서는 이 중고역 유닛이 별도 챔버에 수납됐다.
 
저역은 7인치 우퍼 2발이 책임지는데 소네토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새로 개발한 알루미늄 콘을 진동판 재질로 썼다. 베네레의 폴리프로필렌 진동판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와 단단한 저역 재생을 위해서다. 참고로 올림피카 시리즈 이상의 우퍼 진동판은 반발력이 좋은 신테틱 폼(synthetic foam. 유리기포강화플라스틱)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서 셀룰로즈 펄프가 감싼 샌드위치 구조다. 한편 4개 유닛은 모두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둘러쌓여 있어 깔끔하고 통일된 눈맛을 선사한다. 스피커 하단 베이스와 4개 풋 재질도 알루미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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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네토 5에 적용된 우퍼 유닛 (상단 이미지), 바닥면에 적용된 덕트(좌측하단), 스파이크 슈가 적용된 모습 (우측하단)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DAC 내장 네트워크 플레이어 A10과 코드의 인티앰프 CPM 2650을 동원했다. CPM 2650은 SMPS 전원부에 MOSFET 출력단 구성으로 클래스AB 증폭, 푸쉬풀 구동으로 8옴에서 120W를 낸다. 음원은 주로 오렌더 앱으로 타이달(Tidal)을 들었다. 시청 모델의 경우 박스에서 막 꺼낸 상태라, 충분한 에이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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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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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네토 V를 들으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2웨이 2유닛과 3웨이 4개 유닛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대역밸런스나 정교한 음상에서는 2웨이 2유닛이 낫지만, 넉넉하고 풍성한 음수에서는 비할 바가 안된다. 이런 맥락에서 소네토 V는 집에 들여놓을 수 있는 3웨이 4개 유닛 스피커의 마지노선으로 보여진다. 특히 중역대를 책임지는 미드레인지 유닛의 핸들링 주파수가 넓어 3웨이 특유의 빅마우스 현상은 일체 없었다. 볼륨감 있는 류트형 디자인, 상단 가죽 마감, 유닛을 둘러싼 알루미늄 플레이트 등 외관도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메이드 인 비첸차’를 이 가격대에서 구현했다는 점이 놀랍다. 소너스 파베르가 작정하고 만든 라인업, 그 중에서도 가장 탐을 낼 만한 모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