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on DP-400 -첫번째 턴테이블 업그레이드의 1순위인 이유

하이파이 오디오 궁극의 소스, 아날로그 LP 또는 바이닐(Vinyl)이라 불리는 “판”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제법 비싼 소스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물론 이 모든 것을 전제하기 전에 “제대로 된 턴테이블 장만”이라는 여건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턴테이블은 지극히 불편하게도 비싼 턴테이블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LP 가격이 솔직히 싸지는 않습니다. CD도 귀찮아서 파일 플레이, 이제 그것도 귀찮아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메인 음원이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오디오라이프를 돌아보자면 LP만큼 불편불만스러운 포맷도 없겠지요. 하지만 LP는 “오리지널”입니다. 가장 원본에 가까운 소스이며, 굳이 아날로그 감성 어쩌구 언급하지 않더라도 동 가격대 다른 소스기기보다 월등히 풍부한 정보량을 선사하는 유일한 음원이지요.

 쓸만한 턴테이블이 사용하기에 조금 더 편리해진다면 어떨까요? 물론 가격은 절대 비싸서는 안됩니다. 

 사실 데논의 입문형 턴테이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마란츠와 함께 중저가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 간편히 매칭할 수 있는 몇몇 제품들이 출시된 적 있었으며 꾸준히 시장에서 팔려왔습니다. 가격이 워낙 착하다 보니 감수할 수 밖에 없었던 기계적 완성도의 미흡이나 마감의 “덜 고급스러움”등은 충분히 상쇄가 되었던 모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톤암의 정밀도나 조작감은 가격의 한계라는 말로 많이 합리화되었었죠.)

이번에 데논에서 선보이는 DP-400 턴테이블은 아마도 “우리집 턴테이블의 첫 번째 업그레이드”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대체 불가의 잇-템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 LP를 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훌륭한 레퍼런스 소스기기 역할을 할 것이구요. 우선 저가형 턴테이블과의 가장 큰 퀄리티 차이는 톤암에서 벌어집니다. DP-400전용으로 특주된 톤암은 제법 안정감이 느껴지는 S타입입니다.

상기 동영상을 보시면 셋업 장면이 나오는데요, 카운터웨이트(추)를 돌려 맞추는 칩압 매커니즘은 상당히 묵직하고 정교하게 돌아갑니다. 안티스케이팅 다이얼도 상당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저가 제품들의 안티스케이팅은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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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논 DP-400의 톤암 퀄리티는 가히 100만원 미만 클래스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다.

유명 독일제 턴테이블 중에는 300만원 이상대 가격표를 붙이고도 DP-400보다 수준 떨어지는 톤암을 장착한 모델도 있는 수준

-사진 : 풀레인지(Fullran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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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도 침압계가 필요 없는 방식인데, 셋팅된 침압을 실제 침압계로 검토했을 때 그 정밀도가 매우 우수했습니다. 톤암 매커니즘 전반적 완성도가 나와주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수치가 정확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그루브 트래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소리도 소리지만, 귀중한 LP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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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의 베이스는 상당히 솔리드하며 안정감이 좋습니다. 안정감을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보통 이 가격대 턴테이블은 플래터 구동 모터가 베이스에 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모터의 진동(아무리 아이솔레이션을 잘 해 놓았다고 하더라도)이 의도치 않게 톤암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모터의 소음이 진동의 형태로, 고스란히 카트리지에 픽업되는 경우도 있지요. DP-400은 벨트 드라이빙 방식이며 동급 대비 무척 견고한 베이스 덕분에 이러한 모터 노이즈 피드백 현상이 전혀 없습니다.

기본 내장된 포노앰프 또한 어지간한 30~40만원대 보급형 포노 앰프 단품보다 훌륭합니다. 데논 턴테이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기본 카트리지 퀄리티도 매리트이지요. 게다가 DP-400은 분리형 헤드쉘 방식으로 카트리지 교환이 매우 쉽고 편합니다.

LP재생이 끝난 후 자동으로 톤암이 들리고 플래터 회전을 멈추는 기능도 있습니다. 초보 입문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부분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는데, 상당히 유용합니다. 보통 자동식 턴테이블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한데(사실이 그렇기도 하죠) DP-400은 반자동 방식을 구현함으로써, 동급 대비 뛰어난 톤암 퀄리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합니다.

 착탈이 가능한 더스트 커버는 DP-400의 디자인적/실용적 장점을 잘 어필하는 파츠 입니다.

평소에 일반적인 더스트 커버로 씌워 두었다가, LP를 재생할 때에는 위 사진과 같이 LP 재킷을 디스플레이 할 수 있지요. LP재생할 때에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재킷을 이렇게 디피하는 것,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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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청담동에 있는, 필자가 단골로 종종 들르는 LP바 입니다. LP로 리퀘스트 음악을 틀어 줄 때면 이렇게 해당 음반 재킷을 디스플레이 하는데, 이런 분위기를 간편하게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DP-400의 실용적인 더스트 커버 입니다.

소비자 가격으로 66만원, 아마도 조금 더 할인 하여 구매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어지간한 입문기 CD플레이어 가격 수준에서 “제대로”LP를 즐길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봅니다. 솔직히 비주얼만 보자면 백만원 대 이상의 브랜드 턴테이블과 견주어 손색이 없지요. 개인적 감상이지만 소리 자체로 보더라도 보다 비싼 턴테이블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잔뜩 긴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LP를 듣는 큰 이유인 자연스러운 여음의 처리와 해상력간의 밸런스가 좋습니다.

LP관리만 정석대로 해 주고 적정 수평과 침압만 확보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똘똘한 하이파이 소스기기로 자리매김할 만한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천만원 내외 수준의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에서도 충분히 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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