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Prestige GRF GR – 탄노이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전통과 혁신의 딜레마
전통에 대한 끊임없는 천착으로 일관해왔으나 그 전통 위에 새로운 혁신으로 시대를 이끌어온 영국.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역사 속엔 그러나 수많은 부침, 성장과 쇠퇴를 반복해왔다. 그 옛날의 웨스턴, 알텍이나 그 이후 JBL 이 왕조를 구축하던 때 또는 이후의 AR이나 영국의 BBC 군단이 스피커 산업을 몇 단계 진보시킬 때에도 탄노이는 전통을 고수했다. 지금은 탄노이 스피커를 생각할 때 프레스티지 라인업 몇 가지만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탄노이만큼 여러 모델을 개발해내며 전통과 혁신을 모두 추구했던 브랜드도 없다. 때로 국내 방송국의 수많은 모니터링 스피커가 탄노이였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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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게 탄노이는 커다란 나왕의 인클로저에서 말쑥하고 편안하게 공간을 감싸는 전통적인 라인업이 떠오른다. 여전히 탄노이가 프레스티지라는 이름으로 그 모델들의 현대화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더불어 최근엔 아덴, 체비옷 등 과거 한시대를 풍미했던 또 다른 모델을 레거시라는 이름의 라인업으로 멋지게 부활시키고 있다. 모던 클래식의 또다란 방식으로서 리모델링은 여전히 영국 전통의 탄노이 디자인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에 던지는 화두로서 의미심장하다.
여러 시청실과 오디오쇼, 지인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종종 드나들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가끔 마주치는 탄노이같은 올드스쿨 스피커 시스템은 당혹스럽다. 매우 여러 방식의 연구와 최신 테크놀로지로 뭉친 하이엔드 스피커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지만 여전히 통울림을 활용하며 듀얼 컨센트릭 유닛을 사용한 탄노이의 소리는 가슴을 울린다. 옛 기억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빈티지 디자인은 여전히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음악 속으로 청자를 힘차게 빨아들인다. 그러나 전통과 혁신은 때로 딜레마의 관계를 갖는다. 과연 현재 탄노이는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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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F GR
이번 모델은 프레스티지 라인업 중 최신 기종인 GRF GR이다. 여기서 GR은 ‘Gold Reference’의 줄임말로서 황금빛 듀얼 콘센트릭 유닛의 정중앙이 눈에 띈다. 이미 웨스트민스터 로열, 캔터베리 등은 물론이며 턴베리, 스털링에 이어 켄싱턴까지 쟁쟁한 모델이 GR 모델로 체인지 되어 전체 라인업을 새롭게 정비해나가고 있는 탄노이. 과연 GR의 DNA를 수혈받을 다음 모델이 무엇일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결국 공개된 것은 GRF였다. 이것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여전히 탄노이의 정복되지 않은 라인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탄노이를 대표하며 가장 롱런한 모델 중 오토그라프와 GRF가 있었지만 그중 GRF가 먼저 GR의 수혈을 받는 행운아로 낙점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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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GFR의 리노베이션은 GRF 90년 기념 모델이었으나 말 그대로 기념 모델이었고 당연히 한정판이었다. 그것도 전 세계를 통해 단 90조만 생산해 이미 전 세계 탄노이 골수팬들에게 삽시간에 판매되어 돌아갔다. 많은 오디오파일은 순식간에 매진된 GFR 90년을 보면서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러나 다시 GRF가 돌아왔고 프레스티지 GR 정규 라인업에 편성되었다. 하지만 처음 접한 GRF GR의 모습은 상당히 생소하다. 오리지널 GRF 메모리를 연상했던 내게 GRF GR은 말쑥하고 늘씬한 몸매에 켄싱턴 등의 확장 모델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본래 원형을 완전히 혁신해 새로운 모습의 GRF로 돌아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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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릴을 벗기면 영국에서 수공으로 제작한 아름다운 캐비닛이 눈에 띈다. 마치 전통 공예품에 비견될만한 인클로저는 과거 나왕과 이별한 지 오래되었으나 대신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해 음향적으로 공진을 최소화하고 있다. 포트는 후방에 두 개를 마련해놓고 있으며 그 크기가 상당히 크다. 저역 주파수 대역 공진에 대비해 현대적인 하이파이 관점에서 설계한 포트 디자인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드라이브 유닛과 캐비닛 연결에 DMT (Differential Materials Technology) 기술이 적용되는 등 디자인 외에 세밀한 부분들이 이채롭다. 고품스러운 디자인 전통을 유지하되 통울림 이외 지저분한 공진을 제어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아마도 프레스티지 골드 레퍼런스 라인업의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유닛이다. 바로 탄노이의 전매특허와 같은 듀얼 콘센트릭 유닛이다. 이는 모든 대역을 커버하며 인클로저와 함께 탄노이 사운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RF GR에 투입된 듀얼 콘센트릭 유닛은 GR 버전을 대표한다. 일단 12인치 사이즈의 유닛은 모든 대역을 커버하는 동축 스타일로서 마치 사람의 입이 하나이듯 하나의 발음원으로부터 소리가 출발하므로 위상 변이가 적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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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축 듀얼 콘센트릭 유닛에 사용한 마그넷은 모두 알니코 마그넷으로 Alcomax 3™라는 마그넷 시스템이다. 더불어 탄노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PepperPot™ 웨이브 가이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사실은 매우 빠른 주파수 반응 특성과 정확한 저역과 미드레인지를 모두 양립하고자 하는 의도로 개발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60와트 수준의 대용량 파워 핸들링 능력은 물론 96dB을 넘나드는 능률 등을 보장한다. 고전적인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듀얼 컨센트릭 동축의 장점에 더해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으며 넓은 대역을 빠르게 오가는 특성을 보인다.
내부 크로스오버의 경우 ICW ClarityCap 커패시터 및 저 손실 적 코어 인덕터 그리고 후막 저항 등 고급 소자를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는 모습. 바인딩 포스트 또한 WBT NextGen 단자로서 뛰어난 조임 특성 및 정확한 신호 전송 성능을 최대화하고 있다. 물론 바이이와이어링이 가능한 타입. 접지 기능을 통해 주파수 간섭을 억제하기 위한 다섯 번째 바인딩 포스트도 잊지 않고 설치해놓고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탄노이는 여타 스피커와 달리 고역 조절 기능이 있다. 탄노이 GRF GR 또한 그들이 꾸준히 적용해온 고역 에너지와 롤 오프 조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역 에너지는 –3dB에서 +3dB까지 총 다섯 단계로 조정이 가능하며 롤 오프 포인트를 –6dB에서 2dB 사이 다섯 개 구간에서 선택 가능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모두 디폴트 상태로 조정 후 청음 했다. 한편 디지털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코어와 W라우터 콤비에 WDAC 3MKII DAC를 활용했고 앰프로는 매킨토시의 C1100 프리앰프와 MC611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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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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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채 혹은 산사,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숲속에서 재자대는 새들의 지저귐. 긴장을 내려놓고 보이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한때 의식의 저편에서 이편으로 전이되는 음악의 숨결. 탄노이의 듀얼 콘센트릭 동축 유닛의 단아한 음색과 적절한 통울림은 그 전통을 지키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고해상도 음원과 더욱더 많은 음악 정보를 요구하는 현재 그들은 골드 레퍼런스로 대응하고 있다. 평면적인 사운드스테이징과 포근하되 희미한 디테일과 이미징을 벗어나 현대 하이엔드 컴포넌트와 어울릴 충분한 성능 향상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젠 클래시컬 음악 전용이라는 굴레에서도 완연히 벗어나며 모든 음악 장르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요컨대 GRF GR은 탄노이의 영광을 다시 재현한 탄노이 르네상스의 중요한 한 축이다.
스팩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듀얼 콘센트릭 30cm·5.2cm   재생주파수대역 24Hz-27kHz(-6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5dB   권장 앰프 출력 20-280W   파워 핸들링 140W   크기(WHD) 55×124×46.5cm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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