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횡단한 시스템의 지휘자, 매킨토시(McIntosh) C22 MK V 프리앰프 리뷰

잠시 시계를 돌려 1963년으로 돌아가 보자. 피터, 폴&매리의 ‘Puff’가 소개되었고 비틀즈는 ‘Love me do’ 싱글을 막 출시한 후 스코틀랜드 투어에 나섰고 ‘Please Please Me’가 영국 챠트 1위에 올랐다. 밥 딜런은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서 연주를 했다. 5월엔 다섯 번째를 맞이한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호스트로 프랭크 시나트라, 토니 베넷 그리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각각 세 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가 뉴욕 거리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이 당시 매킨토시는 C22과 MC275를 출시하면서 진공관 앰프 분야에 새로운 진입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MC275는 1963년, 이제 막 모노 시절을 탈피하고 스테레오의 시대로 나아가던 시절 사람들의 로망을 실현했다. 당시로선 무척 고출력이라고 할 수 있는 채널당 75와트를 구현했다는 것 자체로 뉴스 토픽감이었다. 그리고 이에 걸맞은 프리앰프인 C22은 다채로운 기능을 담아 가정에서 다룰 수 있는 기능과 음질의 총체로서 기능했다.

여기서 C22을 살펴보면 시대 상황상 엘피가 주력 소스였음을 감안해야 한다. 엘피 제작이 융성했고 엘피를 재생하는데 필요한 기능들을 듬뿍 집어넣었다. 톤 컨트롤 기능은 기본이면 포노단도 당연히 필요했다. 전면에 볼륨과 셀렉터는 지금과 달리 묵직한 움직임을 보였고 전면의 검은 배경에 녹색 불빛은 매킨토시의 아성을 대변하듯 검푸르게 빛났다.

 

70년의 기록

매킨토시 70주년 기념(McIntosh 70th Anniversary) C70, MC2152

엄혹했던 1960년대를 지나 격동의 1970년대가 지나갔고 이젠 무려 한 세기를 지나 C22과 MC275가 출시된 지 70년을 넘어서는 시점이다. 매킨토시는 70주년을 기념하는 데 있어서 C22과 MC275를 지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70주년 기념작을 내놓았다. 아마도 1963년도에 이 프리/파워앰프 세트를 내놓으면서 매킨토시조차 이 모델이 반세기를 넘어 70년 동안 사랑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모델 이후에 출시한 신제품만 수십 종류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매킨토시는 70주년을 C22과 MC275를 색다른 방식으로 기념했다. 일단 각 모델에 대해 오직 70조만 생산하고 디자인 같은 경우도 매킨토시의 전매특허 디자인을 고수하긴 했지만 약간 변형을 가했다. 각 모델엔 매킨토시 모델엔 고유의 시리얼 번호를 새겼고 그들의 역사를 기록한 책자가 제공되었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제품이 하나 팔릴 때마다 세계적 인도주의 자선 단체인 ‘Save The Children’에 천 달러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자선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분야에 큰 형님다운 행보였다.

 

C22, 그 다섯 번째 기록

하지만 총 70대만 생산된 이후 이 제품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여러 매킨토시 팬들은 이들의 다음 행보를 기다렸다. 기다림은 대단히 반가운 선물로 되돌아왔다. 바로 C22의 창립 70주년 기념작인 C22의 다섯 번째 버전을 출시한 것. C22 Mk V 는 C70을 대체하는 한편 C22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일단 외관상 중앙을 가로질러 알루미늄 섀시가 위치하며 상단엔 검은색의 복고풍 글라스 패널에 은은한 녹색 매킨토시 로고가 반짝이고 있다. 좀 더 윗 세대 매킨토시를 추억했던 사람들에게 이만큼 아름다운 디자인은 없을 듯하다.


더불어 모든 버튼과 노브 등 조작 버튼 또한 그 옛날의 C22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이 리모트 앱이나 터치식 패널 또는 심플한 미니멀 인터페이스로 바뀌어가고 있는 요즘 오히려 이런 아날로그 디자인은 이색적이다. 노브의 경우 로터리 방식을 그리고 로커 스위치를 되살려냈다. 기기를 다루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간만에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버튼과 노브로 가득하다. 더불어 상단으로 시선을 옮기면 큼지막한 글라스 패널을 마련해 내부의 진공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또한 매킨토시의 상징적 색상인 녹색 LED를 채용해 늦은 밤 은은한 색상이 시스템 주위를 감돌게 만들었다. 때로 이런 디자인은 촌스럽게 보일만도 하지만 C22 Mk V는 절묘하게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단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방편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실제 음악 감상시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복합적으로 구현하고 최대한 사용하기 편리하면서 손맛을 살릴 수 있도록 고안된 것들이다. 일단 상단엔 입력단을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가 위치하고 잇으며 우측으로는 볼륨단이 마련되어 있다. 볼륨단은 채널 밸런스 조정까지 겸하고 있는 모습.


하단으로 시선을 옮기면 상단처럼 거의 완벽한 좌/우 대칭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좌측의 두 개 노브는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에선 상당 부분 사라졌던 톤 컨트롤 기능을 담당한다. 일단 저역의 경우 중앙의 디폴트 세팅에서부터 최대 10dB까지 감쇄시키거나 부스트 시킬 수 있다. 한편 고역 같은 경우도 동일하게 10dB까지 증강시키거나 감쇄가 가능하다. 음악에 따라 조금씩 다른 토널 밸런스를 만들어 감상할 수 있는 것. 레코딩에 따른 취향의 편차가 각 개인마다 존재하므로 꽤 유용하다.


중앙엔 톤 컨트롤 ON/OFF 및 모노/스테레오 모드 전환 스위치가 등장하며 출력 또한 두 조를 각각 ON/OFF 시킬 수 있다. 바이앰핑을 한다면 꽤 유용하다. 중앙엔 HXD라는, 매킨토시 유저가 아니라면 생소한 스위치가 있는데 이는 헤드폰단 에 적용되는 일종의 음장 효과를 담당한다. 마치 라우드 스피커를 사용해서 음악을 들을 때의 음장감을 헤드폰 출력단에 적용하는 용도인데 헤드폰 유저들까지 안배한 매킨토시의 친절함이 배어나온다.


사실 C22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모노 시대와 스테레오의 전환점 그리고 엘피와 시디, 음원의 시대를 모두 거친 역전 노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C22 Mk V에서도 그 흔적이 역력한데 다름 아닌 포노단 설계다. 매킨토시의 여러 제품군에 탑재된 포노단은 경험상 웬만한 일체형 포노앰프를 불필요하게 만드는데 C22 Mk V의 포노단은 충실하다. MM과 MC에 대해 별도의 노브를 통해 커패시턴스와 로딩 임피던스 조절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커패시턴스의 경우 총 일곱 가지 그리고 로딩 임피던스는 총 일곱 가지 조정 기능을 마련해놓았다. 더불어 후면에도 MM/MC에 대해 별도의 입력단을 마련해놓아 동시에 두 조의 카트리지를 운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아날로그 마니아들에겐 반길만한 포노단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C22 Mk V를 보고 있으니 간만에 매킨토시로 엘피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시청실에 있는 엘피부터 집어들어 턴테이블에 올렸다. 파워앰프는 함께 출시된 MC1502, MC275 두 대를 합해놓은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파워앰프다. 한편 스피커는 항상 모니터로 사용하는 B&W 802D3, 소스기기는 클리어 오디오 Ovation 턴테이블에 Talismann Gold V2를 활용했다. C22 Mk V 프리앰프의 MC 단에 바로 연결해 셋업했는데 게인은 충분했다. 로딩 임피던스의 경우 클리어 오디오가 권장하는 값은 400옴인데 프리앰프에서 500옴 정도에서 가장 좋은 밸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Getz/GILBERTO – Girl from Ipanema
Getz/GILBERTO

게츠 & 질베르토의 ‘Girl from Ipanema’ (Verve/Acoustic Sounds, QRP 프레싱) 같은 곡을 재생해보니 역시 포노단이 우수했다. 매킨토시 C22 Mk V는 진공관 프리앰프이며 포노단 또한 진공관을 활용해 증폭해서인지 두툼하면서 진한 소릿결을 가지고 있다. 첫 음부터 나긋나긋하면서 온건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냉정하게 날선 소리가 아니라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느긋하게 듣기 좋은 소릿결이다. 사실 Talismann 카트리지의 성향도 많이 묻어나는데 지난번 리뷰에서처럼 과거 클리어 오디오의 조금 냉정하고 얇은 소릿결에서 벗어나 매킨토시 포노단과 좋은 화합을 보여주었다. 온기와 해상력을 겸비한 소리로 평하고 싶다.

 

Ruggiero Ricci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Violin Concerto / Serenade Melancolique

현악이나 관현악 등에서도 이 프리앰프의 포노단은 듣기 좋은 온건한 사운드로 화답하며 역전 노장다운 소릿결을 피력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Speakers Corner)을 루게로 리치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스피커스 코너에서 재발매한 데카 SXL 명반인데 ffss 시절 데카 레코딩의 진수를 표현해 주었다. 물론 일체형 하이엔드 포노 앰프의 그것을 따라가긴 힘들 수 있지만 평균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세부적으로 바이올린은 두툼한 두께, 묵직하고 진한 토널 밸런스로 들려주었고 온도감이 꽤 높아 시종일관 포근하며 우아한 재생음을 만들어냈다. 최신 녹음보단 이런 과거 녹음들에서 더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Shelby Lynne – Just a little lovin
Just a little lovin

이어 린 Select DSM을 통해 디지털 음원 시청에 들었다. 여러 곡들을 들어보았는데 프리앰프의 여러 기능들이 프리앰프의 존재감을 더욱 올려놓았다. 예를 들어 셸비 린의 ‘Just a little lovin’ (16/44.1, flac) 같은 보컬 트랙에선 감미롭고 달콤한 표면 텍스처가 돋보였다. 전체 대역 밸런스는 조금 낮은 편이라 소란스럽지 않고 진중한 느낌을 자아낸다. 절대 공격적으로 다가오가나 들뜨는 모습 없이 차분하며 안정적인 음악 감상을 유도해 주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 토널 밸런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톤 컨트롤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더없이 편리했다. 이 정도 사운드라면 톤 컨트롤 기능이 있는 것도 좋다.

 

Kanye West – Runaway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포노단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소리를 조금 느긋하고 온건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품위 있는 재생음을 만들어낸다. 칸예 웨스트의 ‘Runaway’(16/44.1, flac) 등 비교적 최신 레코딩을 재생해보면 건반 사운드가 굵고 묵직하게 쏟아져 나온다. 제법 커다란 음상을 그려내 호쾌한 인상을 주며 힘 있는 타건이 넓은 면적에 걸쳐 바닥을 구른다. 비트 넘치는 최신 녹음들에서 의외로 퍼지지 않고 단단한 질감을 만들어낸 모습이다. 마치 두툼한 스테이크의 식감처럼 포만감이 높은 소리. 작은 사이즈의 시스템을 세밀하게 컨트롤하기보다는 MC1502와 함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를 풍부한 음압으로 울리기에 제격이라고 생각되었다. 기존에 아방가르드 스피커와 최신 매킨토시가 꽤 좋은 매칭을 보여주었던 것을 상기해보더라고 그렇다.

 

총평

매킨토시 C22 Mk V는 칼날처럼 벼린 날카로운 소리와 빠른 반응 특성으로 승부하는 프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C22의 과거 제품처럼 오직 전통적인 매킨토시의 회고적 사운드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C22 Mk V는 1963년부터 격동의 시절을 횡단하면서 무려 다섯 번째 버전으로 진화한 만큼 최신 조류에 대응하는 능력도 내면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톤 컨트롤 기능 등 다양한 기능 및 빼어난 포노단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양 단에 걸쳐 종합 프리앰프로서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프리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디지털 볼륨이 내장된 DAC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지휘자로서 프리앰프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C22 Mk V은 바로 그 증거 중 하나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Hif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