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유산 MC275 두 대를 품다, 매킨토시(McIntosh) MC1502 파워앰프 리뷰

격동의 시대 그리고 매킨토시
격동의 시대 1960년대는 매킨토시(McIntosh)와 마란츠(Marantz)의 시절이었다. 미국의 프랭크 매킨토시는 고든 고우와 함께 고성능 앰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중 최고의 영예를 얻은 건 매킨토시에선 MC275가 있었다. 1963년 출시되어 C22 프리앰프와 함께 당대를 풍미했다. 당시로서는 무척 높은 채널당 75와트를 자랑했으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매우 낮은 왜고율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한편 마란츠는 7 프리앰프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생산되었던 마란츠 7은 매킨토시의 C22과 함께 프리앰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정도였다. 그만큼 당시로선 뛰어난 설계 회로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DIY 마니아들이나 일부 메이커들이 이 당시 제품의 회로를 기반으로 진공관 앰프를 제작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게 보면 영국과 상당히 대비되는 행보다. 한 때 탄노이 등을 위시로 쿼드, 리크, 레드포드 등의 진공관 앰프가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은 여러 메이커들이 사라졌다. 최근 들어 몇몇 메이커가 상표권을 다시 구입해 당시의 명성을 되살리려 하지만 대개는 IAG 등 중국 업체를 통해 제조, 레트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마란츠 또한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최근엔 사운드 유나이티드라는 미국 자본에 다시 인수되면서 사실 숄 마란츠 당시의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도 해당 가격대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어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매킨토시 또한 아주 평탄한 세월만 살아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메이커 중 하나다. 얼마 전 같은 그룹 산하에 있던 오디오 리서치를 퇴직한 과거 오디오 리서치 이사가 인수해간 소식을 접했는데 이 또한 정통성을 다시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그렇게 보면 매킨토시가 버텨온 무려 70여 년의 세월은 오디오 역사에서도 대단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옛날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선생님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했던 C22과 MC275 그리고 푸른 배플의 JBL은 오디오란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우리를 세뇌시켜왔다. 그리고 오늘날의 매킨토시는 하나도 변한게 없다.

 

MC275의 현재 진행형 MC1502

레트로 같은 것은 사실 현재의 이미지나 제품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을 때나 실행 가능한 것이다. 브랜드 원래의 기원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시작과 출생을 기념하는 일련의 마케팅이다. 하지만 일부 메이커는 그러한 레트로 열풍과 무관하다. 왜냐하면 시작부터 현재까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가 동일하며 겉모습 또한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선 매킨토시가 대표적이다. 일부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은 다르지만 각진 강철 같은 단단함과 진군하는 탱크처럼 늠름한 남성미가 뭇 남성 오디오파일의 눈길을 빼앗는다. 뿐만 아니라 푸른 불빛의 레벨 미터에서 바늘이 움직이며 그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매킨토시 MC1502(좌)와 MC275(우)


매킨토시 70주년 기념(McIntosh 70th Anniversary) C70, MC2152

그 매킨토시의 기원이 MC275였다. 때론 한 대, 때론 두 대로 운용하던 이 전설의 앰프는 현재 여섯 번째 버전까지 출시되면서 여전히 75와트의 위력을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 실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KT88은 가장 훌륭한 진공관이며 매킨토시의 출력 트랜스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은 70주년을 맞이한 매킨토시의 새로운 시도 MC2152였다. 바로 MC275 두 대를 하나의 섀시에 담은 파워앰프가 바로 MC2152였고 70주년을 기념한 이 파워앰프는 제짝 프리 C22과 함께 오로지 70조만 판매되고 사라져버렸다.


매킨토시 MC1502

그러나 이렇게 마무리될 리 없었다. 매킨토시는 C22과 MC275의 70주년 모델 C70과 MC2152를 대체하는 모델을 신속하게 개발해 내놓았다. 바로 C22 MKV와 MC1502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70주년 한정판처럼 고유의 시리얼 넘버를 가진 희소성을 갖진 않는다. 그러나 70주년 한정판의 대체 모델인 이번 버전은 오히려 그 격동의 시대에 태어난 C22과 MC275을 그대로 빼닮았다. 기존 한정판을 구입한 사람들마저 오히려 질투의 시선을 날릴지도 모를 일이다.


C22 MKV에 이어 이번에 시청한 MC1502는 MC275 두 대를 하나의 섀시에 담은 컨셉이다. 일단 크기에 있어서 MC275 (Ver.6)가 너비 419mm, 높이 216mm, 깊이 305mm인 것과 비교해 MC1502는 각각 464mm, 260mm, 533mm로 그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은 아마도 출력관의 개수일 것이다. MC275가 네 발의 KT88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MC1502는 두 배인 여덟 발의 KT88을 탑재하고 있다. 이 외에 12AX7A와 12AT7 진공관을 각각 네 알씩 사용한 모습이다.


트랜스포머는 매킨토시의 전매특허이자 오랜 세월동안 매킨토시가 여타 진공관 앰프 메이커와 차별화시키는 존재로서 굳건하다. 바로 매킨토시가 특허를 받은 유니티 커플드 회로의 출력 트랜스포머다. 앰프 상단 후면을 보면 중앙에 전원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좌청룡, 우백호처럼 출력 트랜스포머가 탑재되어 있다. 매킨토시 앰프를 볼 때마다 항상 눈에 띄는 트랜스포머 상단의 회로도는 이제 반가울 정도다.


보편적인 앰프와 달리 마치 나그라 프리앰프처럼 옆면에 입력단을 마련해놓은 것도 특별하다. XLR 입력 및 RCA 입력 그리고 자동 ON/OFF 기능이 제품 우측으로 마련되어 있다. 사실 케이블 바꿀 때 이처럼 편리할 수가 없는 디자인이다. 또한 전원 케이블도 우측에서 꼽게 뙤어 있는 모습.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는 바로 위 상단에 위치한다. 채널당 네 조의 출력 바인딩 포스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두 조의 스피커 지원이나 바이와이어링/바이앰핑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각각 2옴, 4옴, 8옴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인데 중요한 건 어떤 임피던스에서도 그 값에 관계없이 출력은 동일하다.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관계없이 채널당 풀 150와트를 출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업 & 퍼포먼스

매킨토시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라면 덩치와 달리 친절하고 섬세한 사용자 편의성 배려 그리고 웬만한 상황에서도 끄떡없는 내구성과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MC1502 같은 경우도 진공관의 수명을 최대한 길게 유지시키기 위해 KT88의 소켓에 에어 파이프 냉각 기능을 탑재해 과도할 열로 인한 수명 단축을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출력관 하단 소켓의 모양이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앞 열에 위치한 여덟 개의 쌍 삼극관의 경우 세라믹 베이스에 소켓 접점을 금도금해 타이트하게 장착된다. 더불어 Sentry 모니터 기능을 탑재해 출력 전류를 모니터링 하도록 설계했다. 만일 출력 쪽 문제가 생기면 진공관 불빛이 붉은색으로 점등하면서 위험 상황을 알려준다.

 

Kat Edmonson – Lucky
Way Down Low

시청은 이번에 함께 출시된 제짝 프리앰프 C22 MKV 그리고 B&W 802D3 스피커와 함께 진행했다. 더불어 린 Select DSM을 소스 기기로 활용했다. 캣 애드몬슨의 ‘Lucky’ 같으 곡을 재생해보면 보컬은 아주 부드럽고 편안하게 공간을 가르며 홀연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몇 년 전 카오디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레퍼런스 테스트 곡으로 사용했던 곡인데 그 당시 에소타 등 하이엔드 유닛들로 듣던 것과 사뭇 다르다. 홀 톤을 충분히 살리면서 녹음 안에 담긴 앰비언스가 시청 공간에 사뿐히 안착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선명하면서도 포만감 충만한 포근한 소리다.

 

Julia Fischer
Bach : Sonatas and Partitas

1960년대로부터 길어 올린 하이파이 오디오 역사의 중요한 헤리티지 MC275의 변주. 그러나 단순히 복고풍의 그것을 그대로 되살린 제품은 아니다. 음질적인 부분은 최신 매킨토시의 기술을 그대로 내면화시켰기 때문에 최신 고해상도 음원 재생 능력 또한 출중한 편이다. 율리아 피셔가 연주한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를 들어보면 솔로 악기에서 차분한 배경 위에 너울거리는 바이올린아 감칠맛난다. 빠른 패시지 속에 쾌감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온기 있고 부드럽게 유영하는 소리로 B&W 802D3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에서도 흔치 않게 끈끈한 활의 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Marcus Miller – Cousin John
M2

출력 또한 MC275의 두 배이기 때문에 스피커 핸들링 능력도 꽤 많은 차이를 동반한다. 최근 들어 트랜지언트 응답 특성이나 리듬감이 뛰어난 앰프들은 많지만 매킨토시처럼 두툼한 소릿결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앰프는 흔치 않다. 마커스 밀러의 ‘Cousin John’같은 곡을 들어보면 어택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며 전체적인 리듬감이 느긋한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풍부한 양감과 힘이 실린 중간 중역 이하 대역 덕분에 종종 무게감 넘치는 근육질의 일렉트릭 베이스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음영 대비나 스피드는 높지 않은 반면 풍부한 웨이트에서 오는 크고 강한 슬램이 중량감을 몰고 온다.

 

Manfred Honeck
Symphony No. 5 / Adagio

이번에 시청한 시스템은 모두 최신 하이엔드 기기들로서 광대역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다이내믹 레인지 폭을 가지고 있다. 매킨토시의 경우 1960년대 그것의 리바이벌이기 때문에 소리마저 평면적인 모노톤에 음색만 두드러지는 복고풍 사운드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어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에서 이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디자인은 복고풍이지만 입체감은 의외로 잘 살아난다. 참고로 경험상 다른 프리앰프와 혼용하는 것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운드 측면에서도 매킨토시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할 듯하다. 태생적으로 C22과 백년해로해야 할 운명이다.

 

총평

우리는 조금은 위태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커다란 팬데믹 상황에 처해있고 이 외에 환경문제 등 위태로운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전에 없던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기반한 화두가 오고 간다. 더불어 독서 목록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조지 오웰의 [1984]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또는 우주의 생성과 원리에 관한 [코스모스] 등 칼 세이건의 책이 포함되곤 한다. 얼마 전 종종 들르는 엘피바에서 음악을 듣다가 영화 [2012]를 이야기하는데 만일 향후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방주에 싣고 갈 물건 중 오디오는 뭘 갖고 가겠냐 하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애플 아이팟도 있고 B&O도 좋지만 그래도 20세기 위대한 유산 매킨토시와 JBL 한 대씩은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싶다. 마침 엘피바에선 빈티지 매킨토시 앰프가 오래된 JBL 혼에 쌓인 먼지마저 훌훌 털어버릴 만큼 유난히 쾅쾅 울려대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Hif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