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의 독보적 증폭 설계

Chord Electronics

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는 반응속도, 즉 오디오에 있어서 시간축 정확도에 가장 커다란 가치를 두고 오디오를 진화시켜온 메이커다. 대표 존 프랭스(John Franks)는 항공기나 위성에 탑재되는 전자기기 개발에 관련된 항공우주 전자분야에서부터 커리어를 쌓은 후 하이엔드 오디오에 이를 접목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더불어 디지털 기기의 설계를 도맡고 있는 롭 와츠(Rob Watts)는 시간 변화에 대한 인간 청각의 인지 특성에 버금가는 디지털 알고리즘을 개발해 FPGA를 구현했다. 이를 탑재한 DAC가 바로 데이브(DAVE) 같은 제품이며, M 스케일러(M-Scaler)와 함께 100만 탭의 시간축 정밀도를 완성해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 존 프랭스(좌), 롭 와츠(우)

앰프 설계를 책임지고 있는 존 프랭스의 기원 또한 자사의 디지털 기기와 그 설계 철학에서 있어 공통분모가 있다. 1989년 영국 국영 방송국 BBC에 앰프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여타 하이엔드 앰프를 넘어서는 앰프를 개발해냈다. 다른 무엇보다 당시로선 신선했던 스위칭 전원부는 혁신이었다. 일반적으로 50Hz 또는 60Hz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정류 캐패시터 등을 추가해 만드는 전원부를 싹 갈아치우고 스위칭 전원부를 개발해 탑재한 것. 그 첫 번째 시도가 이뤄진 것이 역사적인 파워앰프 SPM900이었다.

 

스위칭 전원의 혁명

당시 스위칭 전원부를 하이엔드 오디오에 적용하려고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역시 음질이 문제였다. 스위칭 전원부 특유의 노이즈와 열악한 내구성 그리고 엄청난 연구 비용 등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우주 항공 분야의 전원부 설계 전문가였던 존 프랭스는 이 모든 것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컴팩트하면서 음질까지 보장하는 전원부를 개발해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 전원공급장치

고품질 스위칭 전원부의 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그 영향력도 지대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빠르고 충분한 전류의 공급을 통해 응답속도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해냈다. 더불어 커다란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기존의 앰프보다 훨씬 더 간략한 회로를 통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120Hz 미만의 주파수가 캐패시터의 느린 재충전 속도로는 정확하고 빠른 타이밍으로 재생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된 것도 커다란 성과였다. 스위칭 전원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응답속도를 갖는 앰프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더 빠르고 정확한 증폭을 위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솔루션은 초고속으로 작동하는 스위칭 전원부였다. 레귤레이터 내부의 MOSFET이 무려 80,000Hz에서 작동하므로 50Hz 또는 60Hz 전원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트랜스포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능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초당 80,000번 On/Off를 반복하는 고주파 전원의 위력은 코드 앰프에게 전무후무한 응답 속도를 실현시켜준 것이다.


울티마 전원공급장치 구성

하지만 속도만 빠르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를 클래스 D 앰프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코드는 순수 AB 클래스 아날로그 앰프다. 그리고 내부에 + 신호와 – 신호를 증폭하는 레일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원부는 이 증폭을 담당하는 MOSFET 출력 트랜지스터가 원하는 DC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배해 주어야한다.

여기서 스위치 모드 트랜스포머의 출력이 정류되어 캐패시터 뱅크로 가지 전에 ‘다이내믹 커플링’ 회로를 탑재해 각 출력 레일이 철저히 균형 있게 작동하도록 하고 설계했다. 이런 과정은 출력 전압의 스위칭 시간을 제어함으로 가능하다. 별도의 전압 레귤레이터를 추가하지 않아 효율적이면서도 우수한 퍼포먼스를 얻어낸 것이다. 출력단에서 요구하는 전원 요구에 매우 유연하면서 동시에 어떤 커다란 신호의 입력에도 너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코드 앰프의 심장인 스위칭 전원부의 힘이다.

 

캐패시터 뱅크 그리고 출력단

전원부에서 정류된 전기는 캐패시터 뱅크에 저장된다. 여기서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여타 메이커와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한다. 커다란 용량의 대형 캐패시터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하는 여타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와 달리 소용량 캐패시터를 사용한다. 대신 그 개수가 상당히 많다. 이 이유에 대해서 코드 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 팀은 전자보다 후자가 충방전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빠르게 출력단에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를 분해해보면 보통 수십 개의 소형 캐패시터를 모아 놓은 전기의 저수지가 마련되어 있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Bank of Capacitors

전통적으로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MOSFET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On/Off 전환 시간 때문이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설명을 빌리지만 일반적으로 최근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MOSFET이 이 특성에서 훨씬 더 훌륭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시중의 MOSFET를 구입해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가 항공 우주 분야 엔지니어 출신 답게 코드는 항공 우주 분야에 관여했던 영국의 한 반도체 제조사에 독점적으로 특주한 MOSFET 트랜지스터만 사용하고 있다.

MOSFET은 코드에서 고안한 TO3 스타일의 케이스에 두 개씩 병렬로 배치되어 있다. 실제 사용해보면 스위칭 전원부를 탑재했으니 열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상위 모델로 갈수록 꽤 열을 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는 일반적인 AB 클래스 증폭이 아니라 입력되는 신호에 따라 유연한 증폭 방식을 보이는 슬라이딩 AB 클래스 증폭이다.


소형 캐패시터를 다수 사용한 캐패시터 뱅크

대부분 일반적인 볼륨에선 높은 바이어스가 걸리는 A 클래스 증폭을 하며 스피커가 아주 커다란 전류를 필요로 할 때만 바이어스 전류는 낮추어 보다 효율적인 AB 클래스로 넘어가는 방식이란 의미다. 이런 방식 때문에 어느 정도 발열을 동반하는데 이런 TO3 케이싱 설계는 온도 정합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이 덕분에 출력단에 별도의 온도 보상 장치 등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어 안정적인 성능은 물론 내구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스위칭 전원과 MOSFET 증폭의 화려한 콜라보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만든 앰프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스위치 모드 전원부의 혁신을 통해 하이엔드 오디오에 선도적으로 고속 스위칭 전원을 도입했다. 이는 코드 앰프가 모델을 가리지 않고 빠른 응답 특성과 함께 특히 저역에서 그 어떤 앰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힘, 해상도를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빠른 충반전으로 역시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스포츠카 같은 퍼포먼스를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출력단은 일반적으로 배음 특성이 마치 진공관처럼 뛰어나 높은 뮤지컬리티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앰프에서 볼 수 있는 MOSFET을 사용하고 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MOSFET

어찌 보면 서로 상반된 특성의 전원부와 지극히 아날로직 사운드의 출력단을 융합해놓은 설계다. 바로 이 지점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음질적 목적을 규정짓는 부분이다. 스위칭 전원부와 MOSFET 그리고 캐패시터 뱅크 등의 수단들이 콜라보를 통해 그들의 음질적 목표 지점에 정확히 안착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애비로드, 에어 스튜디오, BBC와 스카이워커 사운드, 뉴욕의 소니 스튜디오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증폭 기술을 인정하고 신뢰하며 직접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완벽을 위한 한 걸음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직조한 새로운 형태의 하이엔드 앰프 설계는 다른 여러 오디오 메이커에 영감을 주었고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스위칭 전원부에 대해 생각조차 못했던 메이커들이 스위칭 전원부를 개발, 채택하면서 새로운 세대로 전진할 수 있는 모티브로 기능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그렇게 강산이 한 번 바뀔 때까지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설계, 제작 플랫폼을 유지했다. 종종 MKII 같은 신형 모델을 선택적으로 출시하긴 했지만 거시적인 설계 패턴은 바꾸지 않았다. 여러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신형을 쏟아내면서도 앰프엔 매스를 가하지 않았다. 너무 소홀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울티마 파워앰프 내부

그리고 때가 왔다. 바로 기존 제품 라인업을 혁신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낸 것. 혁신적인 기술과 그로 인한 드라마틱한 퍼포먼스 향상이 없다면 절대 신제품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던 그들에게 비장의 카드가 있었던 것. 다름 아닌 듀얼 피드 포워드(Dual Feed Forward)라는 일종의 에러 보정 회로가 그 주인공이다.


Designing Audio Power Amplifiers, 2nd Edition by Bob Cordell

사실 이 회로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단초가 된 아이디어는 영국 에식스 대학의 말콤 혹스포드(Malcolm Hawksford) 박사의 논문이었다. 이후 이를 더욱 더 세부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벨 연구소의 밥 코델(Bob Cordell) 박사다. 실제로 밥 코델 박사의 저서 중 [Designing Audio Power Amplifier]엔 1980년대부터 MOSFET 파워앰프의 에러 보정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를 더욱 진화시킨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울티마를 출범시켰다. 좀처럼 기존 앰프 라인업을 혁신할 수 있는 트리거가 무엇일지 궁금 했었는데 그것은 결국 학계와 기업의 연구소로부터 나왔다. 완벽을 위한 한 걸음 울티마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