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스피커의 새로운 전설, 매지코(Magico) 플래그십 M9 리뷰 – Part I

필요악

스피커 설계는 오랫동안 수많은 엔지니어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그 태생적 한계는 명확했다. 일종의 트랜스듀서(Transducer), 즉 에너지 변환기로서 스피커는 다양한 드라이브 유닛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그 반대급부로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드라이브 유닛만 해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또는 리본, 정전형 같은 평판형 드라이버도 그 한가운데에 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다이내믹 축소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리본, 정전형은 낮은 감도로 실제 운용 시 많은 난제를 낳는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이내믹 드라이브 유닛이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다.

한편 인클로저로 넘어가도 많은 음질적 해악과 그 부산물들과 싸워야 한다. 그럼 인클로저를 없애면 되지 않느냐고? 과거엔 풀레인지 유닛을 평판 패널에 넣고 듣는 풀레인지 평판 스피커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드라이브 유닛의 전면파와 후면파가 합해지면서 특히 저역이 실종되고 만다. 이 때문에 다이내믹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한다면 인클로저는 필수다. 대신 리플렉스 로딩, 트랜스미션라인, 아이소베릭 등 다양한 로딩 방식을 이용해 드라이브 유닛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충분한 저역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인클로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공진과 내부 정재파, 포트 잡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클리펠 니어 필드 스캐너(Klippel Near Field Scanner System)

한편 크로스오버 또한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폐해를 나았다. 전체 대역을 모두 하나의 드라이브 유닛으로 소화하는 풀레인지 스피커라면 크로스오버는 필요 없으니 예외로 두자. 하지만 가청 대역 전체 또는 조금 타협하더라도 2웨이 이상의 스피커에서 크로스오버는 거의 필수 사항이다. 입력된 신호를 두 개의 서로 다른 유닛에 나누어 주어야 제대로 된 주파수 응답 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앰프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는 크로스오버에서 작든 크든 그 에너지를 소실한다.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아주 매끄러운 응답 특성을 얻는 것은 꽤 힘든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간에게 가장 민감한 대역에 걸쳐 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만 실제로 많은 해악을 끼치기도 하는 것. 이를 필요악이라고 규정한다면 인클로저와 크로스오버는 이 단어에 꼭 알맞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필요악이란 존재에서 필요 요소만 활용하고 해악은 비껴갈 순 없는 것일까? 완전히 그럴 수 있다면 필요악이라는 표현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이 지점에서 스피커 설계 엔지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스형 인클로저가 필요 없는 풀 리본 스피커를 만들거나 또는 풀 정전형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다. 아니면 풀레인지 스피커로 좁은 대역만 즐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모두 어느 정도 타협은 필요하며 모두 크로스오버, 인클로저의 영향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못한 건 매한가지다. 그런데 최근 매지코는 이 모든 것들을 거의 모두 우회해 나가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바로 신제품 M9이라는 괴물의 등장은 오랜 시절 스피커 설계의 난제이자 필요악으로 불리던 인클로저와 크로스오버의 해악을 비껴가고 있었다.

매지코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 Q 시리즈와 M 프로젝트 그리고 S, A 시리즈, 마지막으로 근작이자 플래그십 라인업인 M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성과와 관계없이 원론으로 돌아간 것이다. 바로 인클로저의 구조와 소재는 물론이며 필요악으로 규정했던 크로스오버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구상해 M9을 설계했다. 매지코는 이미 M 시리즈로 출시된 M2, M3, M6에서 인클로저, 크로스오버 그리고 다이내믹 드라이브 유닛의 단점들을 해소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많은 부분들을 혁신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끝은 아니었다.

 

M9으로 완성한 매지코의 철학

이미 매지코의 대표 알론 울프(Alon Wolf)는 그의 여러 칼럼 및 인터뷰, 기술 설명을 통해 자신들의 음향적 이상과 그 설계 방식을 다양한 채널로 공표한 바 있다. 인클로저는 그 자체로서 어떤 진동도 만들어내지 말아야 하며 드라이브 유닛의 작동에 최적의 환경을 주되 음질적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및 카본을 활용하고 전/후 배플을 텐션 로드 방식으로 조여 빈틈없는 설계를 추구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에너지를 절대 용납 못했고 밀폐형을 고집했던 것도 모두 그들의 설계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매지코 M9의 허니컴 코어 카본 인클로저

그런데 이번엔 한 발짝 더 나가갔다. 사이드 패널에 알루미늄을 허니컴, 그러니까 벌집 모양으로 가공한 후 탄소 섬유를 양쪽에 입혔다. 어떤 공진도 생기지 않도록 완벽을 기한 것이다. 더불어 인클로저가 드라이브 유닛이 생성하는 사운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지, 즉 회절을 없애기 위해 피니트 엘리먼트 분석 모델링을 통해 인클로저를 디자인했다. 당연하지만 서로 평평하게 마주보거나 각진 부분이 없는 형상으로 탄생했다. 특히 초저역까지 재생하는 저역 전용 베이스 우퍼는 가장 많은 진동을 일으키며 상위 대역의 음질을 훼손하므로 별도의 챔버에 나누어 담았다. 결과적으로 채널당 454kg이라는 엄청난 무게로 귀결되었고 높이는 2미터가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스피커 또한 매지코의 굳건한 로딩 방식, 밀폐형으로 설계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매지코의 8세대 나노텍 허니컴 코어

그렇다면 드라이브 유닛을 어떨까? 매지코는 이 새로운 시대의 플래그십 스피커를 위해 나노텍 드라이브 유닛을 8세대로 진화시켰다. 이 또한 인클로저처럼 허니컴 구조의 알루미늄을 활용하고 있는데 중앙의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그래핀/카본 섬유를 입히는 과정을 통해 완성했다. 특히 저역 재생을 위해 탑재한 15인치 진동판을 만드는 데 12,000kg의 압력이 필요했던 것은 그 최종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특히 그래핀의 존재는 탄소보다 무려 40배의 강도를 갖는 신소재로서 나노텍 드라이버의 핵심 소재다.


8세대 나노텍 드라이브 유닛

더불어 서두에 말한 다이내믹 축소를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도 이뤄졌다. 초당 40까지 올라갈 수 있는 보이스 코일의 온도는 DC 저항을 높이며 이는 전류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전류 감소는 최대 3dB까지 다이내믹을 압축, 축소할 수 있다. 이는 모든 다이내믹 드라이브 유닛의 태생적 약점이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선 우선 효율적인 열 방출이 필요한데 매지코 M9에선 순수 티타늄으로 만든 초대형 보이스 코일을 탑재해 이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페라이트의 단위 부피당 자기 에너지보다 무려 16배에 이르는 대형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고 이런 초유의 드라이브 유닛을 통해 무려 120dB SPL을 달성했다.


매지코 M9에 탑재한 다이아몬드 돔 베릴륨 트위터

이러한 8세대 나노텍 드라이버를 사용한 미드레인지, 미드/베이스 그리고 베이스 우퍼 외에 남은 단 하나의 드라이브 유닛은 트위터다. 이것은 이미 매지코가 채용해오던 베릴륨 다이아몬드 돔 형식이다. 믿을 수 없이 단단하고 엄청나게 가벼운 베릴륨 위에 다이아몬드를 화학적으로 증착시켜 만든 초호화 트위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구경을 무려 28mm. 즉 1.1인치까지 확대시켰다. 매지코에 의하면 세계 최초의 28mm 베릴륨 다이아몬드 트위터라고 한다.

 

MXO라는 이름의 꿈

스피커를 구성하는 3요소 중 드라이브 유닛과 인클로저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크로스오버를 분석해볼 차례다. 그런데 매지코 M9은 외부 크로스오버를 달고 나왔다. 이름은 MXO. 이것은 일반적으로 스피커 내부에 장착해 별도의 전력 공급 없이 작동하는 패시브 크로스오버가 아니다. 전원을 공급받아 작동하는 액티브 크로스오버이며 심지어 전원부가 분리된 형태로 무게가 27kg에 이른다. 웬만한 파워앰프 무게의 전원부 분리형 액티브 크로스오버가 기본 제공된다.

이유는 간단해보이면서도 간단하지 않다. 원래 이는 통상적으로 트위터와 베이스 우퍼를 별도의 앰프로 각각 나누어 제동하는 앰프 운용 방식 ‘바이앰핑’을 위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일한 파워앰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출력 소자와 출력, 게인을 가진 앰프를 섞어서 사용하는 ‘액티브 바이앰핑’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매지코는 오직 M9에만 특별히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개발해 제공한 것. 이유는 M9의 특별한 설계에 있다.


MXO 액티브 크로스오버 Hi & Low Pass 출력

일단 이 크로스오버는 그 주파수를 120Hz에서 가르고 있다. 80Hz에서 160Hz를 저역 중에서도 높은 저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120Hz는 높은 저역이다. 그리고 필터를 링크비츠 라일리(Linkwitz-Riley)를 사용, 옥타브 당 24dB 슬로프로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 이 스피커는 높은 저역 이하 대역을 별도의 파워앰프로 제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대역이 전체 대역 중 가장 제어가 힘들기 때문에 별도의 파워앰프가 제동하도록 할애해주고 나머지 대역은 별도의 파워앰프를 매칭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4웨이 6드라이버 스피커는 액티브 크로스오버 하나로 크로스오버를 완성할 수 없다. 서브 베이스 드라이브 유닛은 액티브 크로스오버 MXO를 통해 별도의 파워앰프에게 그 제동을 할당한다고 해도 나머지 저역 유닛이 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유닛, 즉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차치하고 미드/베이스 유닛 두 발이 또 존재한다. 실제로 M9 설치 시 상단 모듈을 하단 베이스 모듈과 합체하기 이전에 그 사이를 보면 내부에 또 하나의 크로스오버가 살짝 보인다. 상단에 또 하나의 패시브 크로스오버 보드를 설계해 놓은 것이다.


MXO 액티브 크로스오버 내부

여기서 또 하나 M9의 업그레이드 포인트가 보이는데 MXO는 애초에 모듈 방식으로 구사해 놓았다. MXO를 업그레이드해 상위 미드/베이스 유닛까지 액티브 크로스오버 방식으로 완전히 분리, 제동할 수 있게 만든 것. 이렇게 되면 스테레오 앰프 3대. 모노 블럭은 총 3조, 6개의 앰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예산의 제약이 없다면 애초에 MXO를 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주문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매지코는 기본 옵션만으로도 M9을 통해 오디오애호가들이 꿈꾸는 그저 상상만 했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밀폐형 설계에 허니컴 구조의 알루미늄과 카본 그리고 이런 밀폐형 인클로저 내부의 압력을 충분히 견딜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 유닛. 더불어 발열로 인한 다이내믹스 축소를 막아낸 보이스 코일 등 내부 설계. 다이아몬드, 베릴륨, 카본과 그래핀 등 초호화 진동판의 투입은 현대 소재 과학의 각축전을 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MXO라는 초유의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분리된 챔버 시스템에 더해 저역 제어는 물론 상위 대역과의 간섭 문제까지 노련하게 해결하려는 노련한 방법론이다. 과연 매지코는 이러한 복잡한 설계를 통해 어떤 사운드를 완성하고 싶었던 것일까?

Written by 오디오 평론가 코난

Part II에서 계속 됩니다.

출처: 오디오플래닛

Magico M9 Specification

Driver Complement:
1.1” (2.8cm) Diamond Coated Beryllium Dome Tweeter (x1)
6-inch Gen 8 Magico Nano-Tec cone with Aluminum honeycomb core (x1)
11-inch Gen 8 Magico Nano-Tec cones with Aluminum honeycomb core (x2)
15-inch Gen 8 Magico Nano-Tec cones with Aluminum honeycomb core (x2)

Sensitivity: 94 dB
Impedance: 4 ohms
Frequency response: 18 Hz – 50 kHz
Power handling: 20 W (min) to 2000 W (max)

Dimensions:
Loudspeaker: 80” H x 40” D x 29” W (203 x 102 x 51 cm)
MXO Crossover: 8” H x 18” D x 20” W (20 x 46 x 51 cm)
MXO Crossover power supply: 8” H x 18” D x 20” W (20 x 46 x 51 cm)

Weight:
Loudspeaker: 1000 pounds (454 kg) each
MXO Crossover: 40 lbs. (18 kg)
MXO Crossover power supply: 60 lbs. (27 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