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D] 프랑스 음악의 이상적인 모습을 녹음, 라벨: 볼레로 그리고 드뷔시

디지털 녹음과 함께한 샤를 뒤투아, 몬트리올 명반
에르네스토 앙세르메(Ernest Alexandre Ansermet, 1883~1969)와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의 녹음 성공이 스테레오 녹음하는 기술의 발달과 뗄 수 없는 것처럼, 샤를 뒤투아와 몬트리올 교향악단의 데카 녹음만큼 디지털 녹음이라는 획기적 기술의 완성 및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폭발적으로 평가를 높인 연주 예술은 달리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북미의 파리’라 불리는 캐나다 제2의 도시 몬트리올을 거점으로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는 주빈 메타(Zubin Mehta, 1936~ )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하여 도약했지만, 이후 국제무대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1977년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난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 1936~ )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하였습니다. 뛰어난 귀를 가진 장인 기질의 뒤투아는 쇠약해진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훈련시켜 짧은 기간에 높은 음악성을 갖춘 기능적 앙상블로 키웠습니다. 이 콤비가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사반세기에 걸쳐 이어진 데카에 프랑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녹음은 마침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디지털 녹음에 의한 컴팩트 디스크(CD, Compact Disc)로 발매되어 그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렸습니다.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 1936~ )

 

샤를 뒤투아, 몬트리올을 세계에 각인시킨 ‘다프니스와 클로에’
1980년 7월 샤를 뒤투아와 몬트리올 오케스트라는 데카 첫 번째 세션에서 정경화와 차이코프스키, 멘델스존,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보넬의 로드리고 협주곡을 수록하였는데, 이듬해 8월에는 이 콤비의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그 첫 번째 음반으로 선정된 것이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다스니프와 클로에(Daphnis et Chloé)’였습니다. 오랫동안 이 콤비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데카의 레이 민슐(Ray Minshull, 1934~2007)에 따르면, 뒤 투아야 말로 “실력 있고 카리스마를 갖춘 모든 컨셉을 진정한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을 갖춘 음악가’라고 말했습니다. 데카는 이 콤비에게 LP 시대에 라벨 프랑스 음악의 중요한 카달로그가 된 앙세르메와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의 레퍼토리를 디지털 시대에 계승·재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정확한 리듬, 음정, 하모니, 아름답게 통어 된 음색의 다채로움, 음악적인 오케스트라 밸런스를 바탕으로 현악기의 조각 하나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장인다운 치밀한 실행력으로 작품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바탕으로 샤를 뒤투아의 색채감에 대한 뛰어난 감각은 무미건조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성을 겸비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플룻의 티모시 허친스(Timothy Hutchins, 1954~ ) 등으로 대표되는 목관 금관 연주자의 뛰어난 솔로가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고 설령 텍스쳐가 복잡해 져도 각 파트가 극명하게 연주되어 결코 소리가 탁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 음반에 수록된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2 모음곡이 전곡 반에서 취해진 것으로 합창단을 기용하였습니다. 라벨이 쓴 음표 하나하나가 그 이상의 무게와 길이로 연주되고, 그 중첩이 압도적인 설득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볼레로’ 그리고 드뷔시
‘다프니스’는 일본 음반 아카데미상을 수상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극찬을 받으며 이들 콤비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그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볼레로(Boléro)’를 포함한 두 번째 라벨 앨범이 녹음되어 ‘프랑시 음악 전통의 정당한 재현자’로서의 뒤투아와 몬트리올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확립하게 됩니다. 이후 이미 하이브리드 SACD 시리즈로 발매한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 외에 로마 3부작 세에라자드 봄의 제전 등 오케스트라의 명의성과 색채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차례로 녹음하게 됩니다. 드뷔시의 앨범이 녹음된 것은 좀 더 지난 후로, 1988년 ‘영상’과 ‘야상곡’을 이듬해인 1989년에는 ‘바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등이 녹음되었습니다. 이중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1990년 일본에서 레코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클로드 아실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최고의 음질로 제작된 하이브리드 SACD
샤를 뒤투아와 몬트리올 오케스트라의 데카 녹음은 모두 몬트리올에서 50키로 서쪽에에 있는 성 유스타슈 교회에서 진행하였습니다. 18세기 후반에 전형적인 프랑스=캐나다 양식으로 건립된 이 교회는 오케스트라 녹음을 하기에는 약간 좁았지만, 천장이 높고 울림이 잘 떨어져 이 콤비의 녹음장소로는 이상적이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최고의 음향으로 여겨졌던 런던 킹스웨이 홀과 견줄 수 있는 녹음장소로 평가받았던 만큼, 교회라는 말에서 쉽게 상상되는 과다한 잔향은 전혀 없고 디테일이 유지되면서 적당히 아름다운 울림이 있어 데카의 명 엔지니어 존 던커리(John Dunkerly)의 뛰어난 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벨, 드뷔시 모두 발매 초기부터 우수한 디지털 녹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리마스터 된 것은 ‘다프니스’ 전곡과 파반 등이 ‘데카 오리지널스’에서 24비트 리마스터링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하이브리드 SACD는 최초의 DSD 리마스터링으로 마스터테이프 선정부터 최종 DSD 마스터링 과정에 이르기까지 타협 없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특히 DSD 마스터링에 있어서 D/A 컨버터와 루비듐 클럭 제너레이터를 통해 튜닝된 에소테릭의 최고급 기기들을 투입했으며, 멕셀(Mexcel) 케이블을 사용하여 마스터가 갖고 있는 정보를 남김 없이 디스크화 하였습니다.

 

샤를 뒤투아
샤를 뒤투아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1936년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다. 1977년부터 25년간 몬트리올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이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영국 로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스위스의 여름 음악축제로 유명한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열리는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LMF)에 참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은 세계 주요 교향악단의 수석 연주자들이 참여해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고 함께 연주하는 행사로 일본의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PMF), 스위스의 베르비어 페스티벌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